2026년 06월 11일 13시 50분
조성식
국방부가 국군방첩사령부를 해체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2024년 방첩사가 합동수사본부(합수부) 권한 강화 방안을 두고 국정원과 충돌했던 사실이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 수사로 드러났다.
종합특검에 따르면, 방첩사는 여인형 사령관이 부임한 직후인 2023년 11월부터 사령관 지시에 따라 합수부 조직 강화를 꾀했다. 기존 합수부 운영 계획은 방첩사와 군사경찰·경찰·해양경찰 등 관계기관이 연락망을 구축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협조하는 방식이었다. 여 사령관은 이를 각 기관으로부터 실제 수사 인력을 파견받아 방첩사가 종합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려 했다. 말하자면, 수사기관 간 연락망 공유 체제를 대규모 수사 인력 파견 체제로 바꾸려 한 것이다.
방첩사는 합수부 조직 개편 작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문서도 만들었다. 이른바 ‘신 합동수사본부 운영 계획’이다. 문서 초안이 만들어진 시점은 2024년 3월경. 비밀문서가 만들어지면 유관기관에 배포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국정원의 강력한 반발
그해 6월 방첩사는 관련 문서를 비밀문서로 등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 관계자를 부대로 불러 합수부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국정원 직원은 문서 초안이 담긴 파일을 받아가 상부에 보고했다. 문서 내용을 검토한 국정원은 방첩사의 수사 인력 파견 요청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했다. 게다가 문서 내용대로라면 유사시 국정원도 방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할 판이었다.
1979년 10.26 직후 전두환이 이끌던 보안사령부는 박정희를 살해한 김재규의 중앙정보부를 장악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절대권력 중정이 군홧발에 짓밟히던 순간이었다. 보안사는 방첩사, 중정은 국정원의 전신이다. 새로운 합수부 구상은 ‘무소불위’ 보안사 시절로의 복귀로 비칠 만했다.
국정원은 방첩사의 초법적 합수부 강화 방안에 크게 반발했다. “왜 방첩사가 타 기관 수사 인력을 파견받으려 하느냐? 파견 근거가 뭐냐? 왜 우리를 너희 밑에 두려고 하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더욱이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이 사라졌기에 수사 요원을 파견할 처지도 아니었다. 국정원은 구두 항의에 그치지 않고 6월 하순 국방부에 경고성 공문까지 보냈다. 수신자는 국방부 장관, 방첩사령관이었다.
국정원의 강력한 반발에 방첩사는 국정원을 끌어들이려는 계획은 포기했다. 그러나 나머지 기관들에 대해서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여인형 사령관은 육사 동기인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따로 만나 협조 약속을 얻어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접촉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각서 내용은 ‘대공수사에 관한 협조 체제 구축’인데, 뒷부분에 ‘각종 훈련 시 인력과 장비를 지원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각서 체결일은 공교롭게도 국정원이 국방부에 항의 공문을 보낸 날이었다.
이를 근거로 방첩사는 12.3 비상계엄 당일 두 기관에 각각 100명의 수사 인력을 요청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예하 육해공군 및 해병대 수사단에 요청해 방첩사 주도의 합동체포조에 합류할 수사관 100명을 선발했다. 그중 10명은 실제로 국회로 출동했다. 국수본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과 반부패수사대 수사관 등 합수부에 파견할 경찰관 104명의 명단을 작성했다. 경찰관들은 대부분 사무실에서 대기했지만, 일부는 현장으로 출동했다. 방첩사의 신 합수부 운영 계획이 일부 실현된 셈이다.
(이하 생략)
방첩사-국정원, 계엄 6개월 전 ‘합수부 권력’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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