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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보다 큰 수출 효자산업이 가라앉고 있다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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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보다 큰 수출 효자산업이 가라앉고 있다 | 인스티즈

원전보다 큰 수출 효자산업이 가라앉고 있다

■ 가장 큰 에너지 수출산업은? 원자력은 한 번씩 잭팟이 터진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4기, 약 20조 원...

news.kbs.co.kr



■ 가장 큰 에너지 수출산업은?

원자력은 한 번씩 잭팟이 터진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4기, 약 20조 원 규모였다. 그리고 2024년 체코 두코바니 2기, 약 25조 원 규모다. 한 번 터지면 거대한 규모의 계약을 따낸다. 수익성(흑자인지 적자인지)에는 약간의 이견이 있긴 하지만, 이 원전 수출의 거대한 규모와 국내 연관 산업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원자력은 1등이 아니다. 평소 꾸준히 수출 물량이 나오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수출 효과가 큰 산업은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훨씬 효자 산업이다. 기자재 수출이 매년 5조 원 이상 나온다. 태양광은 물론 풍력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 케이블, 단조품. 한국이 세계에 파는 이 부품들의 규모가,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는 원전 수출을 넘어선다. 국가 공식 통계인 신재생에너지 산업 실태조사와 원자력 산업 수출 통계를 비교하면 그렇다.

해상 풍력 기업들을 거론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CS윈드는 풍력 타워 세계 1위다. 베트남, 미국, 포르투갈, 터키에 공장을 깔아놓고 베스타스·지멘스가메사·GE의 타워를 만든다. 계열사인 CS베어링은 피치·요 베어링을 글로벌 터빈 메이커에 공급한다.

세아윈드는 영국에 세계 최대급 모노파일 하부구조물 공장을 지었다.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는 재킷 하부구조물에서 대만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대만 해상풍력 단지의 철 구조물 상당수가 경남 고성에서 만들어졌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잇따라 진입했고, 대한전선도 뒤를 쫓고 있다. 단조 업체 태웅은 메인 샤프트와 플랜지를 공급한다.

성동조선처럼 수주 절벽에 쓰러졌던 조선소가 하부구조물 야드로 되살아난 사례도 있다. 터빈만 빼고, 바다에 풍력발전기 하나를 세우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한국이 만든다.

(중략)

■ 영원한 것은 없다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우위도 그렇다. 당장 지난 10여 년의 실적을 보자. 연간 1조 원 안팎인 원전보다는 많다고는 하지만, 성장하지 않고 있었다. 5~6조 원 사이를 반복했다.

2022년은 특별한 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유럽에 지정학적 에너지 위기가 터졌다. 당시 우리 언론은 '유럽의 재생 정책, 탈원전 정책이 실패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측면에만 주목했지만, 사실 이후 유럽은 재생 에너지 드라이브를 더 강화했다. 더 많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안보를 강화하려 한 것이다. 그 결과가 우리 기업들의 반사이익이다. 단기적으로 우리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수출이 급증했다.

다만, 그 특수는 오래가지 않는 듯하다. 이후 급격히 줄어서 2024년에는 6.7조, 10년 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2020년대 급격히 오른 물가, 그리고 환율의 급격한 악화를 생각하면 성장은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달러 환산으로는 2014년이 5.1조 달러, 2024년은 4.9조 달러다.)

왜 이렇게 됐을까? 효자 수출 산업이 왜 이렇게 성장하지 않고 있을까?

■ 내수 시장 없이 버틴 재생에너지 산업, 위기에 다다르다

정답은 '내수시장이 없거나 작아서'다. 태양광과 풍력 모두 그렇다.

해상풍력에 집중해서 보자면, 한국에 해상풍력 시장은 사실상 없었다. 17년간 그랬다. 누적 설치 용량이 340메가와트에 불과하다. 작은 단지 몇 개가 전부다.

이 17년 동안 한국의 기자재 경쟁력이 죽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컸다
.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이사의 표현을 빌리면, 중국을 빼고 해상풍력 가치사슬을 한국만큼 고루 갖춘 나라가 전 세계에 거의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은 풍력 기자재 수출의 핵심 허브로 인식됐다. 베스타스, 지멘스 같은 터빈 메이커에게도, 해상풍력을 짓는 개발사에도, 한국 부품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문제는 순서가 거꾸로라는 점이다. 보통은 자국 시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규모를 키운 뒤 수출에 나선다. 한국은 자국 시장 없이 수출만으로 버텼다. 당장 기업은 돈을 버니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통계를 쪼개 보면 균열이 보인다.

(중략)

■ 중국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해상 풍력을 놓칠것인가

해상풍력은 안보 산업이다. 1년 365일 단 한 순간도 빼지 않고 측정하는 바람의 풍속 정보도 그렇지만, 더 결정적인 건 해수면 아래 해저 지형의 구조다. 바다 아래 뿌리 내려야 하는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 민감한 영토 정보가 다 드러난다. 안보상 위험 요인이 있는 국가와는 협력하기 어렵다.

영국은 올해 3월, 중국 밍양이 스코틀랜드에 짓겠다던 세계 최대 풍력터빈 공장을 막아섰다. 15억 파운드, 우리 돈 약 2조 7천억 원. 일자리 1,500개. 영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절하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위험한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날, 덴마크 베스타스의 터빈 공장 계획은 환영했다. 일자리는 500개. 3분의 1짜리 제안을 택한 것이다. 해상 풍력은 동맹의 산업이다.

여기에 한국의 자리가 분명히 있다. 중국은 부담스럽고, 중국 아닌 대안은 마땅치 않다. 유럽도 미국도 한국 업체의 진입을 반긴다. 한국이 없었다면 그들은 부품과 기자재, 설치선박을 중국에 의존해야 했을 것이다.

(중략)

■효자가 짐을 싸기 전에

해법은 분명하다. 국내 시장을 여는 것이다. 정부가 목표로 한 물량은 2030년까지 3기가와트다. 호남과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착공 전후로 있는 물량을 모두 긁어모으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것만 확실히 굴러가게 해도 국내 가치사슬 공장들이 의미 있게 돌아간다.

그러면 이후 2035년까지 10기가와트 물량 목표도 가능해질 지 모른다.

원전보다 크고, 안보 자산이며, 세계가 원하는 산업을 계속해서 한국의 효자 수출산업이 되게 하려면 반드시 국내에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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