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수들은 음반 내고 2~3개월 활동하고 바로 접어버린다. 이건 SM, JYP, YG의 패턴인데 나 같은 가수는 6개월 정도 활동해도 된다. 내 음악은 아이돌 음악과 패턴, 마켓이 다르다. 그런데도 다들 그렇게 따라간다.”
윤종신은 3~4년 전 히트곡을 대중이 부르지 않는 이유가 가수의 짧은 음반 활동 기간에도 있다는 것이다. 발라드 같은 곡은 가수가 꾸준히 불러 6개월 정도 대중에게 인이 박여야 스며들 수 있다는 얘기다. 윤종신은 이번 타이틀곡으로 애잔한 복고풍 발라드인 ‘이별의 온도’와, 목소리가 더 깊어지고 고독해진 느낌으로 한 남편의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하는 내용의 ‘그대 없이는 못살아’(늦가을 버전)의 활동을 내년에도 이어갈 계획이다.
윤종신은 아이돌 음악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음악 전체를 100으로 볼 때 아이돌 음악이 50이다. 지금은 타 장르를 넓혀야 한다”면서 “‘슈퍼스타K2’ 입상자들은 아이돌 낙방생이 아니다. TOP11에 주류음악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만 봐도 록, 포크, 발라드 등 다른 장르의 음악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윤종신,“3대 아이돌사와 다른 장르 음악회사 설립” | 인스티즈](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0/11/21/20101121000238_0.jpg)
실제로 대중은 여러 가지 음악을 원하고 있는데 가요 제작자들이 그것을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강승윤의 노래가 된 ‘본능적으로’도 아이돌풍이 아닌 포크록이라는 것.
그래서 윤종신은 SM, JYP, YG와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키우는 프로덕션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런 제작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규모나 지명도에서 4등은 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울 방침이다. 윤종신은 “가수가 되고 싶은 젊은이들이 아이돌 기획제작사의 음악 스타일과 안 맞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지망생을 음악인으로 양성하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윤종신은 ‘슈퍼스타K2’를 심사하면서 개성과 희소가치를 크게 중시했다. “아이돌에 지원했다 낙방했다는 느낌을 주는 지원자는 감점 처리했다. 장재인과 존박에게 점수를 많이 준 건 희소가치 때문이었다. 스탠더드형 지원자는 나에게는 1~2점 손해본다. 허각은 누구나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다수가 하는 창법을 지녔다. 허각은 내가 점수를 다른 심사위원들보다 덜 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윤종신은 “대중문화가 흥할 때 뭐 하려면 이래야 한다는 매뉴얼이 형성된다. 하지만 그때가 바로 그 문화의 쇠락의 시작이다”라면서 “그런 점에서 나는 개성 있는 음악 지망생을 발굴하는 반군(叛軍)의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윤종신은 가수, 작곡가, 예능인에 요즘은 심사위원이라는 직업의 이미지 한 가지를 추가했다. 가수 하면서 예능에 살짝살짝 나오는 게 아니라 고정 예능 프로그램만 3~5개나 맡을 정도다. 음악과 방송(예능)이라는 두 가지를 방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윤종신,“3대 아이돌사와 다른 장르 음악회사 설립” | 인스티즈](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0/11/21/20101121000262_0.jpg)
처음에는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결혼하고 아들이 생기면서 현실 모드와 창작 모드 두 가지 모두를 자유자재로 작동시키는 게 가능해졌다고 한다.
윤종신의 작곡법은 게릴라식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활용하지만 기타나 피아노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 화장실에서도 뭔가 떠오르면 코드를 상상하면서 멜로디를 써둔다. 어디서든 생각나면 스마트폰의 기타 애플에도 음악의 데모 버전을 만들어두는 형이다. 전방위 문화게릴라 같은 윤종신의 삶은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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