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ㅇㅂㅇ 이 다큐는 2014년에 방영됐는데 너무 감동적이고 느낄 점도 많아서 캡쳐해왔어~
1시간 짜리를 한 번에 담으니까 글이 긴데 다 읽어주면 좋을 것 같아
그럼 시작할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가난한 자에게 봉사할 것을 약속합니다
가난한 자에게 봉사하는 것은 명예요 은총이며 특권임을 나는 믿습니다
여기 신을 위해 살기로 맹세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한 삶입니다
이 곳은 수녀와 아이들이 모여 사는 가족 공동체
회색 수도복 휘날리며 아이들과 함께 뛰고 길러낸 자식들이
수천명이 넘는 거대한 엄마부대
여기, 우리가 잘 모르는 특별한 수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부산시 서구 암남동, 높은 언덕배기에 수녀회가 있습니다
80명의 수녀와 18세 이하 6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죠
여름은 아이들의 계절
엄마 수녀가 잡아준 매미 한 마리 받아들고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
오늘 외출의 목적지는 수녀회 미니 풀장
여름에는 역시 물놀이만 한 게 없죠
하루에도 몇 번 씩 숟가락만 놓으면 나와 놉니다
다들 물놀이에 한창인데 아이는 매미가 좋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런, 매미를 놓치고 마네요
놓친 매미 잡아주랴, 수돗가에서 장난치는 아이들 말리랴 엄마 수녀는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집으로 가는 길
그야말로 껌딱지가 따로 없죠?
마리아 꿈터에는 8살 미만 아이들이 사는데 한 명의 수녀와 보육사가 평균 10명의 아이들을 돌봅니다
아이들에게 수녀는 모두 엄마
마리아 꿈터에는 100여 명의 아이들과 12명의 엄마가 있습니다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면 잠시 쉴 틈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층침대 하나 간신히 들어가는 공간
이 곳이 엄마수녀에게 허락된 유일한 개인공간 입니다
개인물품이라고는 수도복이 거의 전부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좀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학교 건물 안에 공부하는 교실과 생활하는 생활관이 나란히 있습니다
그래서 점심을 집에 와서 먹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만 13명
한창 많이 먹을 때라 음식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아침에 얼굴 보고 점심에 다시 보는데도 아이들은 엄마와 할 말이 많습니다
하루에 이런 상차림만 세 번
힘든 일이지만 힘듦을 잊게 하는 것도 아이들이죠
이 아이들이 허글라라 수녀가 수녀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온지 42년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는 모든 것을 놔두고 온 맘으로 함께 하라는 창설자의 가르침
그 가르침대로 그녀는 먼저 엄마가 되었고, 기도와 배움을 통해 수녀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참 많은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젖먹이 아기부터 코흘리개 어린아이, 말 안듣고 속 썩이는 큰 학생들까지
그러나 수녀회를 찾아온 24살 그 때 부터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는 삶이었습니다
마리아 수녀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활동 수녀회로
1964년 부산의 한 산자락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 전쟁 이후 늘어난 전쟁 고아와 가난한 이들을 돌보기 위해 설립됐죠
차갑고 따가운 시선들도 있었지만 크게 마음쓰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키우기에도 벅찬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50년
마리아 수녀회가 키워낸 아이들은 12000명이 넘습니다
정데레사 수녀와 5명의 딸들
같이 산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수녀회의 운영 규칙에 따라 가족 구성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정데레사 수녀는 막내 유진이와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손톱 좀 깎자는데 요리조리 피하는 막내딸
오늘도 엄마딸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정데레사 수녀는 다른걸 몰라도 교복만큼은 꼭 손빨래를 합니다
아이들이 외부 학교에 다니다 보니 더 신경이 쓰입니다
다들 학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정현이가 딱 걸렸습니다
유진이도 엄마의 레이더를 피하지는 못합니다
어느 집이나 등교 시간은 전쟁입니다
그렇게 말만한 딸 5명을 학교로 보내고 나면
집안은 드디어 고요해집니다
이제 아이들의 엄마에서 수도자의 신분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각자의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수녀들이 모두 성당으로 모여듭니다
새벽미사와 오전 기도,개인 기도 등 하루 3시간의 기도는 엄마이기 전에 수도자가 지켜야 할 의무입니다
기도와 봉사를 함께하는 것은 마리아 수녀회 창설자인 알로이시오 신부의 정신이었습니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미국인 사제로 한국전쟁 직후 부산에 와서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수도회를 창설하였습니다
그는 스스로 가난한 사제로 살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그 무엇도 아끼지 않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죠
그 정신이 마리아 수녀회 50년을 이어왔습니다
수도복에도 그 정신이 깃들어있습니다
수도복은 잘 구겨지지도 않고 때가 타지 않는 회색의 나일론 재질입니다
먼지가 묻어도 티가 나지 않게
그래서 가난한 이들이 미안하지 않게 수도자의 권위를 내려놓은 회색 수도복
그것은 평생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신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수도자는 소유와 처분에 있어서도 가난합니다
가진 것이 없는 가난이 아니라 바라는 것이 없는 가난
꼭 필요한 것만 청하고
허락된 것만 사용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가난을 선택하고
실천하는데 익숙합니다
오늘은 수녀원에 다른 일이 있나봅니다
모두들 조금 들떠보이기도 하구요
2시간을 달려 버스가 도착한 곳은 합천군 삼가면
오늘 외출의 목적은 김매기
삼가면에는 마리아 수녀회의 논밭이 좀 있습니다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니 여름 밭은 작물 반 풀 반 입니다
밭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수도복 차림입니다
같은 수녀원에 있어도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이렇게 얘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사양은 잠깐
형제들이 즐겁다면 수도자의 신분을 잠시 내려놓고 유행가 한자락 불러주는 일이 어려울건 없겠죠
구성진 노래소리에 신이 난 수녀님
안무도 곁들입니다
안세실리아 수녀의 발걸음이 조금 급합니다
그동안 엄마를 많이 찾았겠죠
그런데 그 새 아이 하나가 좀 다쳤습니다
서둘러 찾아온 곳은 수녀회에 소속된 알로이시오 병원
아이가 씩씩하니 다행입니다
형제가 많은 집, 엄마를 독차지 할 수 없어 그런지 평소에도 투정이 심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크는데는 얼마나 많은 사랑이 필요할까요
한 생명이 온전히 자라는데는 얼마나 많은 기도가 필요한 걸까요
정데레사 수녀와 딸들 사이에 일이 생겼습니다
성격 깔끔한 엄마와 정리정돈이 안되는 딸
그 흔한 갈등이 수녀원에도 있네요
큰 소리 나온 김에 대청소가 시작됩니다
다 큰 딸이 다섯이니 머리카락만 해도 엄청나죠
그런데 정현이는 내다보지도 않습니다
평소 호탕했던 모습과 좀 다릅니다
오늘 정현이는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습니다
결국 눈물을 보이시는 수녀님
아이를 위한 마음이 앞서면 때로는 아이의 마음을 놓치곤 합니다
그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깨닫습니다
정데레사 수녀의 기도가 길어집니다
그날 밤, 정데레사 수녀는 정현이와 마주 앉았습니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수도자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엄마인 나를 고집하지 않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일지도 모릅니다
긴 장마의 끝자락
여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창희에게 이번 여름은 특별합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시간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엄마 수녀의 품을 떠나야 합니다
자식들 떠나보내는 마음이 오죽할까요
취업을 앞두고 고3 학생들은 바쁩니다
마리아 수녀회 학생들 대부분은 수녀회 산하 전자기계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기술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쳐 세상에 내보내자는 창설 신부의 뜻이었습니다
기업체 현장 실습이 결정된 아이들이 먼저 출발합니다
자기 인생을 시작하니 축하할 일인데
보내는 엄마의 발걸음은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취업나간 딸이 찾아왔습니다
자영이는 고3 여학생 중 가장 먼저 취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처지를 아는 엄마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나가면 물 한 병도 다 돈이고 혼자 밥 챙겨먹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딸을 위해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마음, 이게 엄마 마음이죠
한 번 해본 이별이라 자영이는 애써 씩씩합니다
그러나 이별이 처음인 아이들도 있습니다
작별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수녀 엄마로 살면서 제일 힘든 일은 정든 아이들을 떠나 보내는 것
그래도 엄마 손을 놓고 떠나는 아이들이 더 힘들겠죠
그래도 언제나처럼 삶은 계속됩니다
아이들은 떠났지만 머물렀던 자리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졸업생이 많아질수록 수녀회 일손도 바빠집니다
수녀회 안에 졸업회를 돌보는 열매회가 생기고
한 달에 한 번 반찬을 보내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청자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오래 두고 먹어도 되는 밑반찬으로 채워진 엄마표 반찬박스
졸업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이 박스를 받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절대 혼자가 아니며 멀리서 지켜보는 엄마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을입니다
수녀회 어른들이 계시는 힐링센터 안이 아이들로 붐빕니다
추석을 맞아 인사를 받습니다
여학생들은 선물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연을 품고 50년이 흘렀습니다
엄마를 찾아온 열매들
엄마와 아들 사이라 그렇겠죠
30년 만에 만났는데도 석달만에 만난 듯 격이 없습니다
졸업하며 떠나갔던 아이들이 어느덧 부모가 되어 찾아왔습니다
온가족 체육대회가 시작됩니다
모두 그 옛날 어린아이가 된 것 처럼 한바탕 뛰어놉니다
수녀님들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피어납니다
정데레사 수녀에게도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고교시절을 키웠던 딸인데 그 당시에도 엄마를 잘 도와주던 기특한 딸이었습니다
한차례 손님들이 다녀간 뒤
마리아 수녀회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요세피나 수녀는 마리아 수녀회가 창설된 이듬해 수녀원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직책은 수녀원 정문을 지키는 경비반장
수녀회 소임은 수도회 운영규칙에 따라 정해집니다
나이가 들고 힘이 부치면 다른 일이 주어집니다
그녀도 젊고 꽃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아이들 때문에 힘든지도 모르고 살아낸 세월이었습니다
가난한 아이들 곁에 기꺼이 머물렀던 50년
그녀들의 어깨에도 이제 세월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수녀회의 모퉁이를 지키며 엄마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젠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자식들이 타고 넘은 어머니의 등입니다
지난 50년간 수녀들 중 6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오직 생명을 키우는데 온 생을 바친,
그들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하여 하늘에서 보내준 엄마가 아니었을까요
1년에 한 번 특별한 의식이 열립니다
마리아 수녀회에 지원해 4년의 수련기를 거치면 정식 수녀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두 명의 수녀가 탄생하는 날입니다
이 들 중엔 마리아 수녀회에서 나고 자란 이도 있습니다
엄마 수녀의 품에서 자란 딸이 그 엄마의 길을 걷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이들은 선배 수녀들이 그렇듯 생명을 키우는 엄마로 평생 살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