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미정이에요ㅠㅠ
W.류
유연하다.
제 앞의 소년을 보며 느낀 감정이었다. 비단 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말하는 태도, 느껴지는 첫 인상. 그리고 어쩐지 사고 방식도.
그러니까 눈 앞의 그의 모든 모습들이 유연하다는 얘기였다.
쉽지 않은 상대임이 분명했다. 이번엔 저 녀석들도 꽤나 골치를 앓을 것 같았다. 어쨌든 제 앞에 서 있는 이 소년은 흥미로운 상대였고, 쉽지 않은 상대였다. 같은 교복에 명찰도 같은 색이니 분명 만나겠지. 성규 자신은 이 날라리들의 장단에 놀아줄 여유가 없었기에, 전학생임이 틀림 없는 이 소년에게 모든 걸 맡기고 살포시 튀기로 결심했다. 개새끼, 비겁한 자식. 등의 저질스러운 욕설들이 저에게 날아올 것이 분명했지만, 지각해서 학주 새끼에게 쳐맞는 것 보다는 틀림없이 나을테다. 이 녀석은 전학생이니 늦게 와도 딱히 터치하지 않을 터이고, 상처 하나. 아니, 하나는 좀 허세고 여러 개 있는 것쯤이야 선생들은 신경도 쓰지 않을테다. 이 근방에서 소문난 쓰레기 학교 아니었나. 선생도 쓰레기. 학생도 쓰레기. 모두가 쓰레기인 학교인데 뭘. 성규가 가만히 두 파의 -사실 두 파라고 할 것도 없었다. 다 대 일의 대치였다.- 간을 보다가,
"야!!! 김성규 이 씨발 새끼 거기 안 서?"
좆 까. 성규가 양 손의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주며 살포시 튀었다.
*
어기적. 어기적. 궁둥이를 부여잡고 들어오는 성규의 폼이 심상치 않았다.
아 씨발 학주 개새... 1분도 아니고 30초 늦은 나는 졸라 때리고 내 옆에 새끼는 3분 늦었는데도 안 때려. 좆같은 학주. 빨리 뒤져버려. 자리에 앉자마자 던지는 말이 비속어 투성이였다. 드디어 학교마저 째고 노나 싶더니 지각이었나보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다니라니깐. 존나 말 안 듣지. 동우의 목소리 따위, 흥분한 성규에겐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야, 내가 오늘 학주 그 새끼한테는 안 쳐맞으려고 얼마나 일찍 일어났는데. 중간에 그 찌질이 새끼들이랑 전학생만 아니었어도...아, 맞다. 우리 전학생 온다. 잘생겼어. 무슨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 어느새 관심이 전학생으로 돌아간 성규. 이 학교에도 전학생이 와? 잘생겼어? 동우의 물음에, 잘생겼어. 명수보다는 아니고. 픽. 성규의 당연한 말에 동우가 힘빠진 웃음을 지었다.
아, 근데. 좀 신기한 타입. 뭐라 해야 되냐. 그래, 너 같은 타입이야.
"나?"
"그래, 너. 너랑 싸움 붙여 놓으면 누가 이길 지 궁금할 정도로 닮았어."
성규는 사람을 파악하는데 능했다. 물론, 싸움을 못한다는 말도 아니다. 동우 자신이랑은 정반대의 타입. 동우가 유연하게 파고 들어와 타격하는 쪽이라면, 성규는 약점, 급소만을 노리는 타입이었다. 그렇다고 인파이트를 못한다는 것도 아니었으니. 이래저래 저와 붙으면 까다로운 타입임에는 틀림 없었다. 그건 성규 쪽도 마찬가지일테고. 근데 나랑 닮은 타입이라니. 동우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기분 나쁘다, 그거.
전학생인 것 같으니까 오면 한 판 뜨던가. 성규가 동우의 머리를 부스스 흐트러놓고는 자리에 엎드렸다.
*
"이, 호원."
부산 사람인가. 우현이 제일 처음 든 생각은 그거였다. 이름을 말했을 뿐인데 그 부산 특유의 억양이 조금 남아있었다.
그리고, 마주치는 눈. 우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어라, 이 새끼 좀 보소. 호원의 눈은 저와 같은 눈이었다. 아니,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옆 반의 성규. 동우와도 같은 눈이었다. 싸움을 갈망하는 눈, 피를 바라는 눈. 그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이 전학생의 눈에도 담겨있었다.
-야 우리반에 전학생 옴.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바로 그룹톡으로 전학생이 옴을 고지했다. 이것들이 수업은 안 듣고 실시간으로 카톡을 보고 있는 건지, 금새금새 답이 왔다.
-어, 혹기 그 유연한 놈인가.
-아 성규선배 또 저래ㅡㅡ잘생겼어요?
-이성열 넌 꺼져. 아무리 잘생겨도 명수만 하겠냐.
-아, 그건 솔직히 인정.
쓸데없는 카톡은 갠톡으로 가서 할래 이 새끼들아? 성규나 성열이나 정신연령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나저나, 유연하다니. 어디가? 잠시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뗀 우현이 전학생을 다시 쳐다보았다. 앞에서 선생이 열심히 전학생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전학생인 호원마저도 선생의 말을 신경쓰지 않은 채 우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현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오케이. 김성규 인정. 유연해 보인다.
-시발 이성열 내 말이 맞네. 넌 좆까고 공부나 하셔. 니가 우리 중에 제일 성적 낮은 거 알지ㅋ?
아이고, 여기서 성정 얘기가 또 왜 나오냐. 성열과 성규의 이차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더 이상 보면 시끄러울테니까 집어 넣어야지. 생각을 마친 우현이 핸드폰을 도로 책상 서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전학생의 소개가 끝났다. 제 뒷자리 어딘가에 앉으라는 담임의 말과 그에 맞춰 움직이는 호원.
시선이 마주쳤다.
씩. 먼저 웃은 건 우현이었다.
*
"야. 보러 가자니깐? 솔직히 너도 궁금하잖아."
성규의 이끌림에 끌려 온 동우는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전학생이면 지가 오는 게 예의 아냐? 우현이도 봤다며. 그럼 대충 누가 뭔지 삘이 올 거 아냐. 그럼 남우현한테 물어보겠지. 대충 뭐 짱이 누구냐. 누가 제일 세냐. 이런 거, 비록 제가 제일 센 건 아니지만, 그래도 탑 5중에선 드니까. 대답이 나오면 가자고 하겠지. 시발 매점 가서 원피스 빵이나 사먹으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지금 안 가면 불고기 피자빵 다 팔리는데.
"야!!! 남우현!!!"
하여튼, 주위 신경 안 쓰는 건 김성규 니가 갑이다. 앞 문에 서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남우현을 부르는 성규를 보며 동우가 생각했다.
덕분에 자던 우현이 일어났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호원은 아직까지도 뒤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얘는 빵셔틀. 얘는 담배셔틀. 얘는 내신따러 학교 왔나. 존나 공부하네.
"야 남우현. 전학생 소개 좀 해줘. 말도 텄을 거 아냐."
"좆 까...졸려죽겠어서 지금까지 잠만 잤는데 뭔 개소리."
이 말은 사실이었다. 우현의 눈이 벌개져 있는 것만 봐도 증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래도 이제 깰 때가 됐지. 조금만 있으면 점심시간이니까.
"어디 있냐 전학생."
뒷자리. 아직 비몽사몽한 우현이 쉽게 정보를 내어주었다. 남우현 넌 역시 좋은 친구야. 성규가 우현의 어깨를 푹푹 눌러 다시 엎드리게 한 후 전학생에게로 다가갔다. 성규가 전학생에게 가까이 갈 수록 교실 안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침묵 속에 쌓인 이런 분위기. 좋아. 성규가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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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잉. 언제까지 조각글만 뱉을 까요..ㅠㅠ 고3의 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