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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글] 대학 교수 독다/독다 제자 너정 | 인스티즈



* * *



첫사랑은, 20살이 되던 해, 벚꽃이 활짝 핀 봄날에 찾아왔다. 


'악! 입학 첫날부터 지각이야?'

'그러게 내가 뭐랬어! 어제 집에 좀 들어가자니까…!'

'야, 잔말 말고 뛰어! 악덕 교수면 어떡해!'


 입학 후 첫 수업이 있던 날, 친구들과 전날 밤까지 자축 성인식을 한 탓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덜 마른 머리를 정리할 새도 없이 뛰고 또 뛰었다. 가방 끈이 질질 흘러 내려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뒤따라오던 친구들도 헥헥거리며 발걸음을 빨리 하기 바빴고, 놓칠뻔한 지하철을 끝자락에 겨우 끼어 탔다. 시계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굴리다가도 바쁜 와중에도 공들여 한 화장이 무너지진 않을까, 걱정하며 거울을 보면서 잔뜩 엉킨 기다란 머리를 빗어 내렸다.


- 다음 정류장은 OO역, OO역 입니다. XX대학교로 가실 분들 께서는 3번 출구로….


 문이 열리자 마자 또 달렸다. 시계는 어느새 정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우리는 벚꽃이 만개한 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샤랄라 한 원피스를 입고 처음 등교하는 대학교 캠퍼스를 거닐 여유 따위는 없었다. 정신 없이 달려서 다행히 신입생 OT 때 봐 두었던 건물을 향해 뛰었다. 뛰는 와중에도 주섬주섬 가방에서 교재를 꺼내고 핸드폰 소리를 껐다. 그리고 멀리로 보이는 강의실에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갑작스레 튀어나온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어…,'


 남자는 나보다 머리 하나쯤은 더 커 보였고, 봄에 어울리는 다홍빛 자켓을 입고 있었다. 남자가 들고 있던 물인지 뭔지, 아무튼 그 무언가가 옷에 쏟아져 화들짝 놀라며 차가움에 인상을 찌푸렸다. 남자도 어지간히 당황 한 건지 더듬거리며 놀란 표정만 지어 보였다. 뒤따라 오던 친구들이 눈치를 살피다가 다시 강의실을 향해 뛰었고, 나도 그런 친구들을 뒤따르기 위해 몸을 돌렸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팔목을 잡아챈 남자 덕분에.


'죄송합니다.'

'아, 괜찮아요.'


 고개를 살짝 숙여 사과를 하는 남자의 얼굴을 그제서야 자세히 보았다. 동양인 이라기엔 상당히 모순적인,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영롱한 눈동자가 매력적인 서양인이었다. 앞머리를 올려 고정시킨 그에게서는 시원한 불가리 블루 뿌르 옴므 향이 났다. 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이 나오질 않았다. 어물거리는 날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남자는 이내 내 옷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자켓 주머니로 손을 집어 넣더니 그와 잘 어울리는 새하얀 손수건을 꺼내 보였다.


'…옷이 젖었네요. 이걸로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어요.'

'아….'

'급한 것 같은데, 안 가봐도 돼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며 짓궃게 웃어 보인 그에게, 나는 멍청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강의실을 향해 뛰었다. 심장이 쿵쿵 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말로만 듣던 첫눈에 반한다는 건가! 스무 살의 풋사랑이 꽃을 피운다는 생각에 설레서 입학 첫날 수업을 모조리 말아 먹었었다. 계속해서 실실거리는 날 보던 친구들도 이유를 묻다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그 다음 날 제 2외국어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 중국어와 일본어를 배웠던 탓에 다른 외국어도 배워 보고 싶어서 독일어를 신청 했었다. 그리고, 그 때 봤던 그가 들어왔다.


'Guten Tag. Schön, Sie zu sehen. Sie kennen zu lernen. Ich bin Daniel Lindemann.'


 다니엘 린데만, 다니엘 린데마안, 다니엘….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말 하나 하나, 목소리 하나 하나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처음 해보는 열정적인 첫사랑처럼 눈에 뵈는 것 없이 열정적으로 그를 쫓아 다녔다. 독일어 수업 때 반장 같은 역할을 자처했고, 덕분에 그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달콤한 세레나데 처럼 부드러웠고, 동시에 내 모든 것을 녹일 것 처럼 아름다웠다. 나긋나긋한 말투는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기 충분했고, 그 중 하나가 나였다. 


'교수님, 과제 다 해왔어요!'

'OO이는 항상 부지런하네. 수고했어.'


 부드러운 그의 미소가 그간의 고생을 다 씻어 주는 것 같았고, 어깨를 다독이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 만큼 다정했다. 나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 단연 그와 캠퍼스 내에서 가장 친한 제자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하고, 퇴근길에는 이따금씩 나를 역까지 태워다 주기도 했었다. 여학생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와 함께할 수 있으니까. 그의 웃는 얼굴을 매일 매일 볼 수 있으니까. 그런 내 강렬했던 첫사랑은, 그 해 여름, 강렬한 태양에 녹아 내렸다.


'OO아, 너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고등학교 때 부터 같이 지내던 가장 친한 친구였던 그녀는 어느 날, 내게 아주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모른다는 듯이 되묻자 망설이는 듯 하던 그녀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몸까지 숙여가며 내게 귓속말을 했다.


'불어 반에 혜진이 알지? 걔가 교무실에 갔다가 다니엘 교수님 책상에 있던 액자를 봤는데…,'

'봤는데?'

'웬 여자랑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더래. 그 옆에 장위안 교수님 한테 물어 보니까, 몇 년 전에 결혼 하셨다고 말씀 하셨대.'

'…거짓말 하지 마. 손가락에 반지도 없었어.'

'반지는 액자 옆에 고이 놓여져 있었대, OO아….'


 그녀의 목소리가 쿵- 하고 머리를 강타했다. 결혼이라니, 반지라니.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다. 내가 다가갔을 때도,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며 함께 있으려 했을 때도 그는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늘 고개만 끄덕여 주었는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친구에게 애써 괜찮다는 듯 웃어준 나는,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 베개에 얼굴을 묻고 목이 쉬어라 펑펑 울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었었다. 사랑이라곤 초등학교 때 옆집 코 흘리개를 보며 두근거렸던 것이 전부였던 내가, 20살이 된 새에 처음이로 풋사랑이란 걸 시작하려 했는데.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많고 많은 유형 중에 왜 하필 유부남이야. 감히 다가갈 수도 없게. 불륜은, 범죄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건 그 세상 어디에도 없다. 


'OO아, 너 독일어 수업은…?'

'바꿨어. 이번 학기 부터 불어 들을거야.'


 여름방학이 끝난 후, 그를 온전히 잊겠다는 마음으로 수업까지 바꿔 버렸다. 가끔씩 학교 안에서 그를 마주칠라치면 서둘러 꽁무니를 빼기 일쑤였고, 점심은 물론 커피 사 마시는 것도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해결했다. 같은 학교 안에서 나는 그를 죽기 살기로 피해 다녔고, 그렇게 졸업까지 그를 외면했다. 어차피 내 감정 하나야 추스르는 건 내 몫이었다. 내가 그를 존경 그 이상의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도 그는 모르는 사실이니 나 혼자 깔끔히 정리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렇게, 난 졸업을 했다. 20살의 풋내나던 첫사랑은 비참하게 막을 내렸다. 


-


 졸업을 하고 4년, 이제 스무 살 후반에 들어서는 나이가 되었다. 좋은 학력의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때부터 쌓아 놓은 화려한 스펙 덕분에 나는 안정적인 직업에 무사히 취업할 수 있었다. 회사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차츰 자리를 잡아 갈 때 쯔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내뱉은 첫마디는 '선 자리다.' 가 전부였다. 원체 제멋대로에 내 생각 하나 않기로 유명한 엄마였지만,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떼려는 딸에게 맞선이라니. 


'엄마, 나 겨우 스물 여덟이야.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얘는, 선 보자마자 결혼 할 거니? 적어도 사람 됨됨이를 좀 보고 마음이 맞아야 결혼하는 거지.'


 아 그러세요. 막가파인 엄마에 하는 수 없이 투덜거리며 선 자리에 나왔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정장 투피스가 어색해 자꾸만 치마 아랫자락으로 손이 갔고, 높게 올려 단정하게 묶은 긴 머리가 어색했다. 조금 진한 화장도 영 신경 쓰였고, 높은 굽의 구두는 발을 고문하기 바빴다. 다시는 선 자리에 나오나 봐라. 목이 타 물만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내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고, 그에게서는 익숙한 향기가 났다.


"실례합니다, 혹시 OOO 씨 맞으신가요…?"


 낯익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펑- 하고 터질 뻔 했지만 나는 설마 그가 나를 알아볼까, 하는 생각에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작게 소리내어 웃던 그는 내 앞 자리의 의자를 빼고 앉아 직원을 불러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요리를 잔뜩 주문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4년이 지났으니까…, 라고 생각하던 나는 별안간 까무러치게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분명 결혼했다고 했는데. 결혼 반지도 있다고 했는데. 내가 그를 왜 잊었는데. 우연의 일치로, 같은 향수를 쓰고 목소리도 비슷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턱을 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교, 교…."

"OO이, 그 사이 여성스러워 졌네."

"교, 교, 교…."

"그래. 교수님 맞아. 턱 빠지겠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여전히 내 가슴을 난도질쳤다. 왜 여기 계세요, 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기껏 공들여 한 화장이 눈물 때문에 무너질세라 냅킨 한 장을 뽑아 눈가를 꾹 눌러 눈물을 닦아 내었다. 그는 내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살폈다. 꿈인가, 아니면 이젠 환상까지 보이는 건가. 어이가 없어 하하, 하고 웃던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빤히 바라봤다. 영롱한 눈동자는 변함이 없었다. 4년 아니, 거의 7년이라는 시간은 그를 비껴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내가 첫눈에 반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만이네."

"…네, 저기-."

"물어 볼 게 많았는데."

"…네?"

"그런데 기회가 없더라고. 눈 앞에서 잡을까 싶으면 금방 멀리 달아나 버리고. 졸업식 때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때 직원이 와서 간단한 샐러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사라졌다. 그와 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도 황당했을 테지. 교수님, 교수님- 하면서 잘 따랐던 학생이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갑자기 바람 처럼 사라졌으니까. 마른 침만 삼키며 물잔에 손을 뻗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는데. 갑자기 보이질 않으니까."

"…죄송해요, 사정이…."

"괜찮아. 이렇게 다시 봤으니까."


 저도 물어 볼 게 많은데요, 입이 안 떨어져요. 부인은 어쩌고 오셨어요? 저는 왜 찾으셨어요? 저인거 알면서 나오신 거에요? 등등, 여러 질문이 떠올랐지만 정작 내 입술은 갈팡질팡 하지 못 하고 파르르 떨리기만 할 뿐이었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당황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목이 마르지도 않은 데 자꾸만 물잔으로 손이 갔다. 물잔을 입에 대고 한 모금 마심과 동시에 그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조곤조곤하게 말을 이었다.


"내 착각이었나…."

"…?"

"난 네가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쭉 들어가던 물이 순간 풋- 하고 밖으로 후진했다. 나는 잔뜩 부끄러워진 내 모습에 울상을 지으며 젖어버린 블라우스를 내려다 보았다. 냅킨을 뽑아 꾹꾹 눌러 닦는데, 그가 몸을 일으키더니 새하얀 손수건을 내 블라우스 위에 얹고 조심스레 내 손을 감쌌다. 심장이 쿵쿵 거리며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이 그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아 고개만 푹 숙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쿡쿡 웃으며 멀어졌다. …쪽팔려.


"착각이 아니었나."

"왜…."

"그야 물론 나도 OO이를 좋아했으니까."


 거짓말. 세 글자가 입 안에 맴돌았다. 나는 들고있던 물잔을 내려 놓고, 그의 손수건을 다시 그에게 돌려 주고, 자세를 고쳐 앉은 다음 조금은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


"…교수님, 이거 불륜이세요."

"불륜?"

"네. 교수님 결혼도 하셨다면서요. 부인도 계신다면서요. 결혼… 반지도…."


 7년 전, 나의 열정이 떠올라 목이 메였다. 그는 그제서야 내가 왜 7년 전 그를 그토록 피했는지, 이 자리에 나와서 왜 자신에게 차갑게 대하는지 눈치를 챈 건 같았다. 그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결혼, 했었지."

"했었다고요?"

"그래. 과거형이잖아. 이젠 아니야."

"…무슨 소리 하시는 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젠 아니라는 말에 미소가 번질 뻔 했지만 나는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아니라면, 난 그동안 뭐 한거지. 7년 전의 내 바보같은 행동은 뭐가 되는거지. 어리석은 내 행동에 대해 자책하고 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아내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어."

"…."

"병이었지. 불치병이라 고칠 수도 없었고."

"…."

"아내는 오히려 나한테 미안해 하면서, 꼭 자기를 잊고 새로운 사랑을 하라고 했어."

"아…."

"바보 같은 소리라고 생각했지. 난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눈물이 차올랐다.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어쩌면 지금도 사랑하고 있을지 모를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 말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의외로 어려웠다. 나는 입술을 꼭 깨물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그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그러다가 널 본거야."

"…."

"성격이나 외모나, 모든 것이 아내와 다른 너를."

"…."

"귀여웠지.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이 교수님 좋다고 따라다니는 게."


 얼굴이 다 붉어졌다. 나밖에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다가왔는지, 내가 그를 어떤 눈으로 바라 봤는지. 그것도 모르고 나는 혼자 그렇게 끙끙 앓다가 끝나버릴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고. 그에게는 민폐만 되고. 이래저래 참 도움 안 되는 구나, 나. 그도 이런 나를 알았는지 부드럽게 웃으며 턱을 괴고 나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사라지는데, 불안했어."

"…불안이요?"

"아내가 떠났을 때 처럼, 소리소문 없이 떠날까봐?"

"…뭐예요, 그게."

"진짜야. 조금 유치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내가 보내 준 아이라고 믿고 싶었어."


 그녀를 회상하듯 그의 눈에는 아련함이 묻어 나왔다. 사실은 그 무엇보다, 나에게서 그녀를 찾지 않는 그의 온전한 시선이 좋았다. 이 순간 만큼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그녀가 아닌 오직 나를 OOO 이라는 존재로 생각 해 주어서. 그가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내 손 위에 겹쳤다. 조심스럽게 감싸 쥐는 손길이, 의외로 투박해서 웃음이 나왔다. 7년 전의 고생은 헛고생이었네. 그간 마음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가 널 놓친거야."

"…죄송해요."

"괜찮아. 내 잘못도 있고, 아까도 말했듯이 이렇게 다시 찾았으니까."


 7년 동안, 그 역시도 내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실 겉으로만 아무렇지 않은 척, 이젠 그를 다 잊어버린 척 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365일 1년 내내 그를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랜만에 맡아 보는 그 향기에도, 낯익은 목소리에도 신경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머리는 잊어도 가슴은 아직 잊지 못했기 때문에.


"OO아, 아직 이른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네?"

"결혼하자."


 순간 놀란 마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지만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의 살짝 긴장한 얼굴이 여전했다. 꿈은 아니구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맞잡으며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작은 몸짓에 그가 활짝 웃더니 내 손을 입가로 가져가 손 끝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Ich liebe Dich."


 서툰 그의 고백에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Ich auch."


비참하게 막을 내렸던 20살 이른 봄의 풋내나는 첫사랑은, 스물 여덟이 막 시작되는 이른 봄에 다시 시작되었다.



* * *



Ich liebe Dich. : 사랑해

Ich auch. : 나도


...... 맞나?

아무튼 역시 곶아 손이야 하핳하하하핳하ㅏ

난 그저 다정한 다니엘 교수님을 보고 싶었을 뿐..........

독다......... 너는........ th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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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자이제 다음화를 써보도록 하자!
너무좋다ㅜ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다음 편은 없정ㅠㅠㅠㅠㅠㅠㅠㅠ! 열린 결.. 말... 이랄까 ^0^ 좋아해 줘서 고마워ㅠㅠㅠ♥♥
9년 전
독자2
대바규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독다 대바규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어ㅣ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랑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떡해ㅠㅠㅠㅠ 설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좋아해 줘서 고마웡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설레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으엌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짱설레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글쓴이
비루한 곶아 손으로 썼지만 설렜다니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헐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렘사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똥손이지만 설렜다니 다행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 읽어줘서 고마워 :^) !
9년 전
독자6
진짜 몰입해서 읽었다 너정 최소 저격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써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심장탕탕!!! 읽어줘서 고마워 :-) !!
9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독다의 다정함에 눈물 흘리는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쓰니야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나도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9
어휴...심장아 나대지마 좀
9년 전
글쓴이
나대라 더 나대라 (?) !!!!
9년 전
독자10
아휴 내 심장탕탕
9년 전
글쓴이
심장 탕탕!!!!
9년 전
독자11
자 그래서 다음화는? 진심 심장탕탕
9년 전
글쓴이
다음화는 없지만 심장은 탕탕!!!!!!
9년 전
독자1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9년 전
독자13
독다 너는 더럽....
9년 전
글쓴이
독다는 더럽...........♥
9년 전
독자14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만상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5
아 진짜............브금이랑 글이랑 진짜 어울리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기 전에 진짜 눈물 쏟으면서 봤어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울지 말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게 봐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6
정아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2편으로오면되겟다ㅠㅠㅠㅠㅠㅠ웅그러자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2편은 없지만 읽어줘서 고맙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7
헣휴ㅠㅠ퓨ㅠㅠㅍㅍ다니에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딩연히겨론하져ㅠ퓨ㅠ너정진짜금손이야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나랑 결혼할거지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게 봐줘서 너무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8
ㅠㅜㅜㅠㅠㅜㅠㅜㅜㅠㅠㅜㅠㅠㅜㅜㅠㅠㅜㅠㅠㅠㅠㅠㅠ그래당장결혼해ㅠㅜㅜㅠㅠ진짜설렌다 이렇게 정독해본 글은 처음이야........어떡...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심장 어쩔...ㅠㅜㅜㅠㅜㅜㅠㅠㅠ나정 설렘사....브금도너무좋아ㅜㅠㅜㅜㅠㅠ아련달달....
9년 전
글쓴이
설렘사 심장 탕ㅌ아!!!!!!!!! 좋게 봐줘서 고마워 :^) !!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글쓴이
우허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0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설렘사하게생기뮤ㅠㅠㅠ너정금손대박이야!!
9년 전
글쓴이
설렜다니 다행이다!!!! 좋게 봐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1
자 다음화는 신혼생활이지? 너정 진짜 금손ㅠㅠㅠ 하... 독다... 진짜 읽는 내내 설렜어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다음화는 없지만 좋게 봐줘서 고마워 :^) ♥♥ 설렜다니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2
와 진짜 설렘사....심장폭행ㄷ당함ㅠㅠㅠㅡㅠㅠㅠㅜㅜㅜㅠㅠ
9년 전
글쓴이
빵야빵야!!!!!!!!!!!!!
9년 전
독자23
와 대박... 스크랩해갈게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좋게 봐줘서 고마워 :^) ♥!!!!
9년 전
비회원138.244
하... 설렌다ㅠㅠ 근데 브금 내 스타일이라서 그런데ㅠㅠ 브금 제목 좀 알려줄 수 있어?
9년 전
글쓴이
'The Long Street' 라고만 저장되어 있어ㅠㅠㅠㅠㅠ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4
ㅜㅜㅜㅜㅜㅜ 나중에 대학가면 꼭 독어수업 들어야지ㅜㅜㅜㅜ
9년 전
독자2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눈물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브금도 짱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슼해갈게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6
금소니는.....the love♥♥
9년 전
독자27
ㅏ라허러 좋아요 이거 쭉쭉 이러나가주실수잌ㅅ나요??진짜 좋아요
9년 전
독자28
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ㅜㅠㅠㅠㅠ
9년 전
독자30
세상에마상에 완전 취향저격..제대로 탕탕이다어휴 심장폭행 제대로야ㅠㅠㅠㅠ쓰니 사랑해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1
아 맙소사ㅠㅠㅠㅠㅠㅠㅠㅠ일곱시예요작가님ㅠㅠㅠㅠㅠㅠ이히리베디히ㅠㅠㅠㅠㅠㅠㅠㅠㅠ독다겨수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왜 제 마음을 드러따놔따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32.36
헐ㅜㅜㅜㅜㅜㅜ헣ㅎㅎㄹ허허 진짜 설레요ㅠㅠㅠ 독다ㅜㅜ♡
9년 전
독자32
심장탕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3
너무ㅠㅠㅠ멋ㅇㅆ어요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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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2 1억05.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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