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어.
쟝이 처음 아르민을 보고 생각한 단어였다. 말 그대로, 정말 재수 없는 녀석이였다. 훈련도 그리 잘 버텨내는 꼴도 아니였고,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였으며, 특출나게 뛰어난 아이도 아니였다. 그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엘런의 뒤만 졸졸 쫓아 다니는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딱히 싸움을 걸거나 시비를 걸고 싶은 상도 아니였다. 금방 툭, 치기라도 하면 엉엉 울며 또 엘런에게로 쪼르르 달려 갈 것만 같은 그런 녀석이였다.
그래, 자신은 그 꼴이 보기가 싫었다. 사내 새끼 주제에 계집 아이마냥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 하는 꼴이 저가 보기에는 우스워 보였다. 심지어 성적이 좋은 엘런과 미카사 사이에 껴 있는 그의 꼴은 더 우스웠다. 이도저도 아닌게. 쟝은 혀를 끌끌 차며 제 옆에서 스프를 뜨고 있는 아르민을 쳐다보았다. 멍청한 표정이 저를 바라본다. 시선이 마주 했다. 그러나 그는 곧 시선을 돌려 재차 엘런 쪽을 바라보았다. 엘런, 입에 묻었어. 그의 음성이 귓가에 닿았다.
왠지 모르게 쟝은 그런 둘을 보고 있노라니 심사가 뒤틀렸다. 미간이 좁혀진다. 쟝은 엘런 쪽을 바라보고 있던 아르민의 머리채를 쥐어 잡고는 강제적으로 저를 쳐다보게 하였다.
“……쟝?”
아르민이 놀란 듯 저를 쳐다보았다. 시선이 닿는다. 멍청한 표정이 저를 향해 있다. 쟝은 왠지 모르게 몸이 달아 올랐다.
“너네, 둘이 사겨?”
그 말에 아르민의 옆에서 빵을 씹고 있던 엘런이 쟝을 노려보았다. 최근들어 엘런과 싸움이 잦긴 했다만, 오늘도 딱히 징조가 좋진 않다. 쟝의 말 한마디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아르민과 엘런에게로 쏠렸다.
“무슨 소리야?”
“둘이 사귀냐고, 어쩔때 보면 꼭 네가 엘런 이거 같아서.”
“말 함부로 하지마.”
아르민이 난생 처음 목소리를 높였다. 쟝은 제 새끼 손가락을 들어 아르민 앞에 흔들어 보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었다. 그러자 곧 아르민 옆에 앉아 있던 엘런이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 정적의 끝에 기어코 엘런은 쟝의 멱살을 쥐어 잡고는 바닥에 쟝을 밀어 넘어트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쟝의 머리와 바닥이 맞부딪혔다.
“개자식……!”
한순간에 조용했던 분위기가 시끄러워졌다. 아이들은 모두 쟝과 엘런이 있는 쪽으로 몰려 들어 있었다. 아르민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놀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미카사를 찾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미카사가 보이질 않는다.
쟝은 그런 아르민을 시선으로 쫓아 쳐다보았다. 엘런이 계속해서 저에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런 것 따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결국 곧 아르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엘런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제발, 그만해. 엘런. 그러자 곧 엘런이 동작을 멈추고 거친 숨을 내 쉬었다. 그런 꼴을 보고 있노라니 배알이 꼴린다. 왠진 모르겠지만 이유 모를 괘씸한 생각이 든다.
아르민은 어느 정도 엘런이 진정이 된 것 같자 아이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아르민의 시선이 저를 쫓는다. 바보 같은 표정으로, 저를 노려본다. 쟝은 그런 아르민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계속 쳐다보았다. 시선이 닿는다. 쟝은 이유 모를 쾌락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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