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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어린 왕자 上 | 인스티즈

 

 

 

어린 왕자 上

 

 

"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여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인 거야. "

-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中

 

 

 

 

 

 

 

 

" 성적표 나왔다. 다들 조용히 하고 자리에 앉아. "

 

 

 

성적표가 나왔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제각각 모여 떠들던 아이들이 모두 조용히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2학년 2학기의 첫 중간고사가 끝났고, 영광의 주인공을 발표해 줄 명단이 교탁 앞에 서 있는 담임선생님의 손에 쥐어져있다.

긴장감에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변백현을 흘끗 바라봤다. 늘 그래왔듯이 너는 이 떨리는 순간마저도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것이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자의 여유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 1등은... "

 

 

 

침이 목구멍을 타고 꼴깍 내려간다. 이번만큼은 내가 1등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항상 너를 견제해가며 공부를 했지만, 넌 단 한 번도 너의 자리를 내어 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난 더 치열하게 공부했고, 수면시간까지 줄였다.

 

 

 

 

 

 

" 변백현. "

 

 

" ...... "

 

 

 

역시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아이들이 와, 하고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번에도 너는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구나. 허탈함과 짜증에 머리를 마구 헝클이는데, 성적표를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 너와 얼핏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 2등은 도경수. "

 

 

" ...... "

 

" 우리 반에 문과 탑이 두 명이나 있어서 선생님은 마음이 놓인다. "

 

 

 

 

 

 

선생님의 칭찬에도 내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질 못했다.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도 나는 변백현의 자리를 빼앗지 못하네. 자리로 돌아오면서 슬쩍 변백현의 자리를 보니,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알 수 없는 공허한 표정으로.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선생님은 교실을 나가시고 친구들은 삼삼오오 시끌벅적 떠든다. 이런 자투리 시간에도 공부를 하게 위해 문제집을 펴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변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나에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인가 싶어 입을 열려는데,

 

 

 

 

 

 

" 경수야, 나 이 문제 좀 알려줄래? "

 

 

오늘도 어김없이 질문 공세를 해대는 박찬열 때문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 아, 이거는 이 공식으로 미분하면 돼. "

 

 

 

박찬열에게 샤프를 건네받아 문제집에 공식을 휘갈겨 써주니 딸기우유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 매번 이렇게 알려줘서 고마워. 아, 이거. 아침에 매점 들른 김에 사온 건데, 이거라도 마셔. "

 

" ... 아, 고마워. "

 

 

 

 

문제집을 들고 걸어가는 박찬열의 뒷모습을 보고는 우유팩에 빨대를 꽂아 문제집을 풀며 우유를 마셨다.

 

 

 

 

 

 

 

 

 

 

 

" 아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박찬열이 너 좋아하는거 맞다니까? "

 

 

 

박찬열이 주고 간 딸기우유를 보며 김종대가 호들갑을 떤다.

 

 

 

" 걔가 왜 나를 좋아해. "

 

 

" 맨날 너한테만 질문하는 것도 수상했어. 물어 볼 사람이야 많지. 저기 변백현도 있... 아, 변백현은 좀 그렇다. "

 

 

 

 

애가 음침하잖아, 라고 김종대가 덧붙였다.

 

 

 

 

 

 

" 난 가끔 쟤가 신기하다. "

 

" ...... "

 

 

"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는데, 머리가 좋은 건가? 아무튼 맨날 그렇게 혼자 다니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 때문에 김종대는 입을 다물고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김종대의 말이 메아리처럼 자꾸 생각나는 바람에 나는 수업에 집중 하지도 못하게 호시탐탐 변백현을 관찰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1등을 하기 위해선 변백현을 좀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백현은 조금 이상했다. 반짝 빛나는 눈으로 담당교사의 말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우등생의 모습을 변백현에겐 찾아볼 수 없었다. 변백현은 수업시간마저도 감정 없는 얼굴로 교과서를 내려다보기만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따분해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감정에 무딘 상처 받은 새끼 고양이.

 

생각한 나조차도 좀 웃기지만, 내가 변백현을 지켜보며 떠오른 이미지다.

 

 

 

 

" 도경수! 밥 먹으러 가자. "

 

 

 

" 점심시간이 되자 김종대가 친구들을 끌고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볼펜을 내려놓고 문제집을 덮으려다 다시 힐끔 변백현을 쳐다봤다. 급식을 먹지 않으려는 것인지 자리에 앉아 책을 한 권 읽는 모습을 보고, 김종대에게 입맛이 없다고 둘러대고는 먼저 내려 보냈다.

교실과 복도에서 소란스럽게 떠들던 아이들은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철새들 마냥 떠나갔고, 변백현과 나는 철새 무리를 놓친 여린 새처럼 교실에 조용히 남아있었다.

숨 막힐 듯 조용한 교실의 정적을 깨고, 의도적으로 이곳에 남은 새 한마리가 상처 입은 여린 새 한 마리에게 다가갔다. 

 

 

 

 

" 저, 저기... "

 

 

변백현은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나를 쳐다봤다. 그가 읽고 있던 책은 단단한 하드커버 재질의 어린 왕자였다.

 

 

" 어, 그... 너 배 안 고파? "

 

 

 

경계하듯 매섭게 올려다보는 변백현의 눈빛에 기가 죽은 나는 말끝을 흐리고 변백현의 눈치를 살폈다.

 

 

 

" 안 고프니까, 신경 꺼. "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변백현의 목소리가 조용한 교실에 울렸다. 차가운 말투와는 다르게 목소리는 늘 혼자 구석에 머물던 남자아이의 목소리치곤 따뜻했다. 그래서 하마터면 무엇이 너를 혼자되게 만든 것이냐고 물을 뻔 했다.

다시 어린 왕자를 읽는 변백현을 교실에 내버려두고, 나는 홀로 매점에 갔다. 거기에서 초코우유와 초코 브라우니 빵 하나를 집었다가 변백현의 몫도 집어 계산했다. 교실로 돌아오니 변백현은 묵묵히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다가가 책상 위에 초코우유 하나와 초코 브라우니 빵 하나를 올려놓았다.

변백현이 이게 다 뭐냐는 듯 나를 쳐다본다.

 

 

 

 

 

" 배 안 고파도 먹어. 너 맨날 급식 안 먹잖아, 남자애가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되겠냐. "

 

" ...... "

 

 

" 밥을 먹어야 머리도 잘 돌아가지. "

 

" 난 이런 거 안 먹어도 잘 돌, "

 

 

" 아, 누가 전교 1등 아니랄까 봐.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초코로 사온 거니까 먹어. "

 

 

 

자리로 돌아와 초코우유에 빨대를 꽂고 문제집을 펼치니 변백현이 빵 봉지를 주섬주섬 뜯는 모습이 보여 혼자 슬쩍 미소 지었다.

 

 

 

 

 

 

 

" 야, 5교시 체육이야. "

 

" 헐, 존나 좋아. "

 

 

 

5교시는 체육이었다. 점심을 먹고 올라온 남자 아이들은 신나서는 체육복으로 갈아입는다. 그 아이들을보며 나도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려는데, 체육복을 가져오지 않았는지 당황한 교복차림의 변백현이 보였다.

 

 

 

" 야, 옷 안 갈아입어? "

 

 

" 어? 아... 나 체육복 두고 왔어. "

 

" 옆 반에서 빌려. "

 

" 귀찮아, 그냥 혼나고 말지. "

 

 

김종대의 물음에 그럴싸하게 얼버무리며 교복차림으로 운동장에 내려갔다.

 

 

 

 

 

 

" 오늘 무슨 일 있냐? 변백현이랑 도경수가 체육복을 다 안 입고. "

 

" ...... "

" ...... "

 

 

 

반 아이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린다.

 

 

" 그래도 예외는 없지. 운동장 다섯 바퀴 뛰어, 나머지는 자유시간이다. "

 

 

 

체육선생님의 말에 남자애들은 축구를 하자며 팀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변백현은 저만치서 운동장을 뛰고 있다. 나는 변백현에게로 빠르게 달려갔다.

 

 

 

" 야, 흐억... 헉. 너가 웬일로 체육복을 깜빡했냐. "

 

" ...... "

 

 

 

나의 말에 변백현은 앞만 보며 더 빠르게 달린다.

 

 

 

 

" 헉, 헉... 야. 그것 봐, 너 밥 안 먹으니까 두뇌회전도 떨어져서 체육복 깜빡한 거라니까. "

 

 

" 체육복은 아직 안 말라서 안 가져온 거고, 너나 밥 먹고 튼튼해져라. "

 

" 뭐, 뭐가. "

 

 

 

 

숨을 몰아쉬며 헉헉대는 나에게 변백현이 비웃듯 내려다본다.

 

 

 

 

 

 

" 이 정도 뛰는 것도 힘들어하면 넌 밥 먹고 운동 좀 해야 하지 않겠냐? "

 

 

" 아, 이게 진짜... "

 

 

 

그러고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변백현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했다. 다섯 바퀴를 다 뛰고, 아무 벤치에나 앉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숨을 고르는데 개수대에서 변백현이 세수를 하는 게 보였다. 나도 그 옆으로 가 손을 씻었다.

 

 

 

 

 

" 야, 좀 천천히 같이 좀, 어? 뛰어주면 안 돼? "

 

 

 

 

내 말에 변백현이 얼굴에 붇은 물기를 털어내며 내가 왜, 라고 쏘아붙이고는 바로 옆 벤치에 놓여있는 책을 집어 들며 앉는다. 나도 그 옆에 다가가 앉으니 곁눈질로 나를 슬쩍 쳐다보며 멀찍이 떨어져 앉는 변백현이다.

 

 

 

 

 

" 어린 왕자 읽네, 재밌어? "

 

 

" ...... "

 

" 난 너무 어릴 때 읽었더니 이해도 안 가고, 기억도 잘 안 난다. "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는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했다. 어린이의 눈으로 읽었을 땐 이해되지 앉았던 것들을, 어른이 되어서는 그제야 진정한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어린 왕자에게 길들임을 알려준 사막 여우, 그리고 어린 왕자가 길들여야 했던 붉은 장미, 술주정뱅이와 다른 소행성의 왕 등 어린 왕자가 만나는 많은 인물들. 그것들로 풀어나가는 여러 사람들과 우리 삶의 모습.

나는 변백현 무엇 때문에 어린 왕자를 다시금 읽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슬픈 눈으로 어린 왕자를 읽는 것인지 그 땐 알지 못했다.

한참동안 정적이 흘렀고, 남자애들이 축구를 하는 소리와 간간히 도경수가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남자애들이 골을 넣었는지 와! 하며 함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중에는 골을 넣은 찬열의 함성소리도 들렸다.

 

 

 

 

" 너도 애들이랑 같이 축구하지. 원래 다 뛰노는 거 좋아하지 않나? "

 

 

" 난 혼자 책 읽는 게 편해. "

 

 

 

 

" 혼자가 편한 사람이 어디 있어.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가족이라는 집단에 속해. 그런 인간이 혼자가 편할 리가 없, "

 

 

" ... 태어나자마자 속한다는 그 가족이라는 집단이 없었으면! "

 

 

 

 

변백현이 소리쳤다.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눈빛에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시선이 얽혀있던 때에 때마침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변백현은 자리를 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야, 박찬열 골 넣는 거 봄? "

 

 

" 아, 걔 잘 하던데. "

 

 

 

 

교실에선 남자애들이 축구 얘기로 흥분 상태다.

 

 

 

 

" 너 진짜 박찬열 생각 없냐? "

 

 

김종대가 슬쩍 다가와 물었다.

 

 

 

" 아, 걔랑 나랑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니까? "

 

 

" 쯧, 아무 사이도 아니긴. 눈치도 드럽게 없네. "

 

 

 

 

 

김종대를 자리로 돌려보내고는 목이 말라 물컵을 꺼내들어 복도에 있는 식수대에 갔다. 식수대에서 컵에 물을 받고 있는데, 바로 옆 화장실에서 머리까지 흠뻑 젖은 시완이 나온다.

 

 

 

" 아, 경수야. 나 컵 좀 빌려도 될까? "

 

 

이가 다 보이게 해맑게 웃는 찬열에게 선뜻 물이 받아진 컵을 내밀었더니 고마워, 하고 웃으며 벌컥벌컥 물을 마신다.

 

 

 

 

" 그... 너가 골 넣었지? 애들이 너 얘기 하던데. "

 

 

" 아 그래? 너도 봤어 혹시? "

 

 

 

 

찬열이 기대하는 눈치로 물어왔다. 주인의 보상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맑은 눈으로.

 

 

 

 

" 어... 보진 못하고 듣기만 했는데. "

 

" 아... 그래? "

 

 

 

보지 못했다는 나의 말에 실망했는지 찬열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 되... 되게 멋있을 텐데 아쉽다. 다음엔 꼭 볼게. "

 

 

 

그런 찬열이 마음에 걸려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다시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찬열이다. 나도 덩달아 웃어 보이며 컵을 건네받는데, 화장실에서 변백현이 나왔다. 그러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변백현은 이내 시선을 피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웃기게도 마음이 쓰렸다.

도경수랑은 오늘 딱 한 번밖에 말을 나눠보지 않은 사이임에도, 10년은 알고 지낸 소꿉친구에게 무시를 당한 것 마냥 마음이 쓰렸다.

 

 

 

 

 

 

 

석식 시간.

이번 달부터 야자를 하지 않는 김종대 때문에 마땅히 함께 먹을 사람이 없는 나는 홀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배가 고프지만 혼자 급식실에 가는 것이 싫어 매점에서 사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변백현이 생각났다.

 

 

 

 

 

" 변백현. 너 나랑 같이 석식 먹자. "

 

 

변백현의 책상 앞에 서서 말하자 변백현이 놀란 듯 나를 올려다본다. 체육시간의 일이 마음에 걸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이니 변백현이 한숨을 쉰다.

 

 

 

 

" ... 내가 왜. "

 

 

" 난 배고파서 석식을 먹어야겠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네. "

 

" 그럼 다른 애랑 먹... "

 

 

" 내가 식권이든 매점이든 쏠게, 가자! "

 

 

 

 

 

변백현이 허, 하고 헛웃음을 짓는다. 나는 그런 변백현의 팔목을 붙잡고 교실을 나왔다.

 

 

 

 

 

" 뭐 먹을래, 우리? "

 

" ...... "

 

 

" 아, 매점은 우리 점심에도 갔으니까. 저녁은 급식실에서 석식 먹자. "

 

 

 

 

변백현과 함께 둘이서만 급식을 먹으니 아이들의 눈길이 우리가 앉은 테이블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변백현 너랑 둘이서 마주보고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웃음이 나와 픽 웃으니 변백현이 밥을 먹다 말고 왜 웃냐는 듯 나를 쳐다본다.

 

 

 

" 너랑 이렇게 밥을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

 

" ...... "

 

" 하긴,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다. "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밥을 먹는데, 변백현의 시선이 계속 나에게 머물러 있다.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

 

 

 

 

" ... 나는 너가. "

 

" ...... "

 

" 나를 피할 줄 알았어. 다른 사람들처럼. "

 

 

 

쓸쓸하게 웃는 도경수의 얼굴이 어린 왕자를 읽을 때의 표정과 똑같아서 나는 아무런 말도 건네지 못했다.

 

 

 

 

 

 

 

 

어제 야자시간 내내 자꾸 떠오르는 도경수의 의미심장한 말에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해, 집에 가서 밤새도록 공부를 하느라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학교에 오니 김종대가 걱정스레 다가왔다.

 

 

 

 

" 야, 너 몰골이 왜 이래? "

 

 

" 어제 밤 샜어... "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자 김종대가 혀를 쯧쯧 찬다.

 

 

 

" 공부 좀 적당히 해, 적당히. 몸 상태 봐가면서. "

 

 

" 어, 그래... "

 

 

손을 내저으며 건성건성 대답을 하니 김종대가 투덜거린다. 자리로 가 가방을 내려놓으려는데 책상 위에 초코우유 하나가 놓여있다.

 

 

 

 

 

" 야, 이거 누가 놓고 갔어? "

 

" 몰라. 박찬열 아니야? "

 

 

 

 

 

 

김종대는 안 봐도 뻔하다며 분명 박찬열이 두고 간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안다.

내가 딸기우유가 아닌 초코우유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닌 사람은 변백현 한 명뿐이라는 것을.

 

 

 

 

 

 

 

 

"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여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인 거야. "

-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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