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은 조그마한 침대뿐인 차가운방에 밀어넣어졌다. 아무도 없는 고독한 방. 남자는 학연을 침대로 밀어 넘어뜨리고 문을나선다. 학연의 눈동자는 남자의 행동하나하나를 쫓는다. 이내 남자가 밖에서 문을 잠그고 차가운 철문하나로 밖과 단절되어버린 학연은 침대위에서 다리를 끌어 앉고 고개를 묻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이번에는 몇일이 지나야 벗어날 수 있을지. 이 지옥같은곳에서 내가 지켜내야할 아이들의 얼굴을 며칠이 지나야 볼 수 있을지. 언제쯤 우리는 평범해질 수 있을지. 학연은 긴긴밤을 다 뜬눈으로 보냈다. 제발 이 밤이 끝나면 악몽도 함께 끝나길 바라면서. 재환은 마지막으로 모자를 눌러썼다. 검은마스크. 검은모자. 모두 가렸지만 가려지지 않는 앳된남자의 실루엣. 재환의 손에 쥐어진 무언가. 작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 무언가를 꼭 말아쥐고 자켓주머니에 손을 숨긴다. "나와" 재환은 알고있다. 문을 나서는 순간 마주쳐야할 세상을. 양쪽에서 팔을잡고 절대 고개를 들 수 없게 뒤에서 머리를 누른다. 땅만보며 밖으로 끌려나가서 차에 태워지고 한참을 달리면 흔히 말하는 번화가에 던져질것이다 재환의 얼굴은 남자의 손아귀에 잡혀 들어올려진다. 남자는 재환의 머리를 툭툭 내려치며 말한다 "실패하면 죽는다" 차리리 죽여주세요. 평생 이렇게 살아야한다면 그냥 차라리 죽여주세요. 남자는 자신을 노려보는 재환을 비웃으며 말한다. "너말고" ".....안돼.....건들지마...." 차라리 날 죽여. 건들이지마 보기만 해도 눈물나는 사람들 털끝하나 건들이지마. "니 눈앞에서 니 형동생들 죽는꼴 보기 싫으면 잘 하고 오던가" 나쁜거도 아픈거도 내가 다 할테니까. 니들이 땅을 기라면 기고 개가되라면 개가될게. 백화점. 사람을이 붐비는 곳. 그 속에서 나는 귀에 연결된 커넥터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맞춰 빠르게 주변을 훑어본다. '세시방향에 기둥 뒤' 목표물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주변에 경호원 셋. 파악했지? 잘 해라' 보인다. 목표물이. 주머니속에 들어있던 남자가 준 작은 물건을 만지작 거린다. "하나...둘...셋..." 목표물이 가까워올때 주머니속에 넣어뒀던 '기폭장치'를 누른다. 쾅- 홀에 매달려있던 샹들리에가 폭탄에 의해 터질때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목표물을 낚아챈다. 중년의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어깨를 잡아당기며 남자의 배에 총구를 겨눈다. 소음기에 둘러쌓여 제 능력껏 나지 못한 총소리는 진동으로 내 손에 자신의 존재를 피력한다. "미안해요" 아저씨. 당신도 분명히 누군가의 아들일테고 한 가정의 기둥이겠죠. 나는 빨리 하지만 티나지않게 남자에게서 멀어진다. 멀리 떨어졌을때야 돌아본 남자는 경호원들 사이에 둘러싸여 이미 눈을 감은 뒤였다. 아저씨. 당신들이 만든 우리가 당신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거. 아셨나 모르겠어요. 어떻게보면 배신당한 아저씨도 참 불쌍하네요. 미안해요. 그래도 용서는 못해요. 아저씨 역시 우리를 이렇게 만든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잖아요. 내가 좀 더 강해져서 당신네들 중에서 배신을 한 사람들도 배신을 당한 사람들까지 모조리 다 죽여버릴꺼야.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요. 외롭지는 않게 해줄테니. - 재환은 자켓속에 숨긴 달궈진총을 누군가 볼까봐 더 깊숙히 숨기고 걸음을 빨리했다. '역시. 잘 길러졌네.' 귓속에 꽂혀있던 커넥터를 거칠게 잡아빼려할때 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말을 잘들은 충견에게는 상을 줘야지. 까까줄까?' 재환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다본다. 몇일전 홍빈이 했던말이 떠오른다. '형! 붕어빵이 뭔데요? 엄청 맛있다면서요! 혁이가 그랬는데 그 안에 진짜로 물고기 있어요? 거짓말이죠? 아. 나도 먹어보고 싶다.' ".....붕어빵" 재환은 실없게 웃어보였다. 정말 이러다가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충견노릇 하는거 아닐까. 불안하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픈건 내가 다해. 비참해지는것도. 곧 자유로워진다. 무슨일이 있어도 내가 그렇게 만들테니까. 반드시. / 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