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 없이 고백하는 구준회 01. (부제; 앉고싶으면 사귀던가)
몇 번을 곱씹어도 어이없는 고백과 키스를 당한 바로 다음 날이었어. 사실 키스인지 뽀뽀인지 처음이었는데 구준회한테 당한 거라 그냥 첫키스로 안 칠거임. 그러고 집에 갔는데 기분 이상하더라. 어릴때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맨날 같이 놀고 치고박고 하던 애가 뜬금없이... 나도 웃긴게 별 생각이, 그러니까 막 설렘? 이런거. 단호하게 말하지만 없었다. ...없었을걸? 없어. 그래, 없어 없어. 아니, 키스도 키스인데 갑자기 얼굴 들이대는게 왜 그렇게 못 견디겠는지. 여튼 그 날 계속 간지러운 기분이라서 이불 몇 번 차다가 잠들었어. 그리고 새벽같이 일어남. 왜냐면 오늘부터 그 새끼 쌩깔거니깐! 집이... 매우 가까움. 바로 옆에 옆에 동? 어머니들의 친목의 장이지. 그래서 어쩌다보니 항상 같이 등교하거든. 재작년만 해도 구준회는 집 앞 5분도 안 걸리는 중학교 다니고 나만 아침 일찍부터 낑낑대면서 버스타러 갔는데, 얘도 같은 학교로 올라오는 바람에 집에서 나오는 길에 항상 마주치니까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 수 밖에. 하지만 오늘부터는 다를거다. 내가 10분 일찍 일어났거든 깔깔 정말 혹시 혹-시 몰라서 살짝 두리번거리면서 아파트 현관을 빠져 나오긴 했는데 구준회는 없었음. 물론 학교 애들도 거의 없더라. 그때부터 그냥 뚜벅이면서 버스 정류장 앞에 도착해서 버스 기다리다가 무사히 탔지. 또 하나 다행인게 학교가 도심이라 버스 배차간격이 짧아서 버스 기다리다가 마주칠 일은 없어서. 버스 탑승해서 카드 찍으려는데, 카드가... 없다. 정신머리 없는 년. 그래도 동전은 있겠지 싶어서 가방 앞 주머니 뒤적이는데 뭔가 쎄하더라. 뭔가 등 뒤에서 뜀박질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거든. 음, 청소년, 두 명이요, 이어서 급하게 숨 뱉는 소리. 삑 하고 카드 찍히는 소리에 그냥 가방 지퍼 닫고 터덜터덜 안 쪽으로 들어감. 1인석이 딱 하나 비었길래 앉으려고 걸어갔어. "야." 워, 다리 긴게 좋긴 좋은갑서. 난 분명 몇 걸음 걸은 것 같은데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릴건 뭐람. 그리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자 앞에서 가방벗고 앉으려는데 가방끈이 잡아채이는 바람에 몸이 확 뒤로 돌아갔어. 역시나 익숙한 얼굴에 난 졸린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지. "아예 쌩까기로 한 거?" "이거 놓거라." 난 최대한 고고하고 근엄하게 말했거든. "아침부터 개그하냐? 버스비까지 대신 내준 사람한테 너무하네." "감사합니다. 놓으시죠." "야, 나 뛰어오느라 힘들었거든? 누구때문에?" "?나는 너같은 친구를 둔 적이 없는데 누구한테 야야거리세요?" 아이씨. 구준회가 내가 계속 그러니까 뭔가 살짝 화날랑말랑 하듯이 허, 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어. 그래도 난 이쯤되면 얘가 다시 누나 소리 할 줄 알았다. 그냥 난 아랑곳않고 벗은 가방 품에 앉고 자리에 착석하려는데, 갑자기 구준회가 내 쪽으로 허리 기울여서 얼굴을 확 들이대는거야. 놀라서 나도 허리 확 뒤로 빼면서 한 발 뒷걸음질 쳤지. 그리고 자리를 뺏겼다고 한다. "뭐하냐." 그거 한 발 뒷걸음칠 친 사이에 지가 쏙 앉아버리길래 슬슬 어이없어서 툭 내뱉었어. 원래 이렇게까지 치사하게는 안 티격대는데. 방금 갑자기 얼굴 들이대서 당황한 것도 왠지 자존심 상하고 언짢아서 입술이 댓발 나오기 시작했지. 나 가방도 무거운데. 근데 또 이 새끼가 뻔뻔하게 올려다보면서 물음. 진짜 얘 어제부터 갑자기 왜 이럴까. "앉고 싶어?" ㅎㅎ..이제 웃음이 나오더라. 나도 질세라 빵끗 웃으면서 대답해줬어. "아뇨, 괜찮아요." "아이고, 마침 저기 자리가 있네?" 구준회 들으라고 크게 말해줬지.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지 2인석 한자리가 비더라고. 니 앉은데만 의자냐? 가방 품에 안고 몸 돌려서 빈 자리로 전진하려는데, 하필 이제 정류장이라 확 멈추는 바람에 몸이 앞으로 쏠렸어. 가뜩이나 양 팔 가득 배낭이라 손도 없어서 버스안에서 한바탕 구르나 싶어서 어어어, 하는데 구준회가 내 팔을 세게 잡았어. 다행히 자빠지진 않았지. 버스가 멈춰서고 사람들이 우르르 타고, 결국 빈자리도 다시 채워져서 결국 서서 가게 생겼네. 이젠 그냥 체념하고 멍하니 섰는데, 구준회가 내가 안고있던 배낭을 한 손으로 훅 뺏어서 지 다리위에 얹었어. "고맙지? 너 넘어질 뻔 했는데." 아이고 뻔뻔해라. "다리 안 아프냐? 앉고 싶지?" 얘가 어디까지 하나 싶어서 그냥 대꾸해줬어. "응 그러니까 니가 비키면 참 좋을 것 같다." "싫은데?" 난 최선을 다한 것 같아. 내가 누나니까 참아야지. ㅎㅎ. 그냥 입 다물고 다른 의자 앞에 가서 서려는데 또 팔을 잡혔네.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어서 빡침을 온 얼굴에 드러내면서 구준회한테 홱 고개를 돌렸어.
구준회가 씩 웃고있더라. 그러니까... 어제처럼. 딱 그렇게. 나도 모르게 살짝 굳더라고. 와. 하루만에 이게 진짜 뭔 일인지.
"야, 앉고싶으면." "..." 거의 목소리도 안 들릴만큼 그러더라. 또 어디서 본 건 있어서 한 쪽 손바닥 세워서 입가에 슬쩍 대고는. '나랑 사귀던가.' 다시 웃음. 이번 정류장은 - 곧 학교 앞이었어. 구준회는 그렇게 말해놓고 한 쪽 어깨엔 내 가방 걸쳐들고 다른 쪽 손에 지 가방 아무렇게나 쥐고 의자에서 일어났지. 멍 때리고 서 있는 내 등 툭툭 밀어서 버스 뒷 문 앞에 나란히 섰어. 교통카드 찍고 잠깐 서 있는데 갑자기 킥킥거리면서 웃더라. 야, 이러고 부르더니 내 얼굴 바로 옆으로 몸을 슬쩍 기울여서 낮추길래 또 뭔가 싶었는데 한번 더 작게 소근댔어. '생각해봤는데 뽀뽀로 퉁쳐도 봐줄게.' --------------------------- 5....글..5..글..내가...썼는데... 댓글 달아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0^ ☆암호닉☆ 자허 토르테/정주행 사실 이제 1화썼는데 더 이상ㅇ 뭘써야할지 머르겠습니다....ㅎ히히 그냥 00화에 그 장면ㄴ이 쓰고 싶어서 그냥 쓰고 본 건데....ㅎㅎ...여튼 구주네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