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려 공민왕의 동성애 스캔들을 배경으로 한 글이며, 글 중 공민왕과 홍륜을 장옥안과 타쿠야라는 인물로 바꾸어 표현한 것 이외 주변 인물들은 실명을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하였지만 픽션적 요소가 가미된 팩션이므로, 정확한 사실과는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 ..왔습니까? "
그 애절한 목소리에 물음을 받은 이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저어보았다.
그는 궁 안의 궁인들이 바깥과 통(通)할 수 있게 전보를 전해주는 일을 하는 자였는데,
며칠 전부터 수십 통의 서간을 단 한 소재지에만 써보내가며 답이 오거든 꼭 바로 알리어달라며 쉴새 없이 저를 재촉해오는 무인 하나가 참으로 딱했다.
자신의 식솔들이 꼭 봐야 하는 것이라며 금전까지 쥐어주며 간청해대는데 애처롭게도 본인의 일은 서찰을 갈래내어 분류하는 것이지 직접 그곳에 전달해주는 일이 아닌지라 그것을 받지 못했다.
그저 같이 염원해 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타쿠야는 자신을 찾지 않는 답문에 실로 불안해했다.
어찌 오지 않는지 의아해 할 여유조차 그에게는 없었다.
밤낮을 뜬 눈으로 지내며 기다리다 다시 붓을 들어 안위를 묻는 똑같은 명분의 글만 휘날리는 일만 수십번 반복했다.
보드랍게만 보이던 입술은 물어뜯겨 속의 붉은 것이 밖으로 터져나와 말라붙었고, 매끈히 정리되어 있던 손톱 끄트머리는 잇자국이 잔뜩 나있었으며 밤새 쥐어뜯었는지 바닥에는 머리칼들이 난잡하게 흩뿌려져 있었다.
방 귀퉁이에 쭈그려 앉아 손끝을 씹으며 불안에 차 떨어대다가도 다시 일어나 노여워하며 악을 지르고 모든 것을 던져 부수어 버려 바깥 지나치는 이를 놀래키는 등 굴곡이 큰 행동들만을 일삼아 이미 그는 궁 안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지 조금 되었다.
동성(同性) 상대로의 정사에 지쳐 미쳐버렸다는 둥, 미친 시늉를 내어 궁 밖으로 나가고자 한다는 둥하는 소문들이 돌았는데,
아주 간간히 그들 사이에서는 그의 가솔들이 모두 죽어나가 저리 되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옥안도 그 이야기를 들은 바였다.
본디 궁의 소문이란 것이 말만 비밀이 되어뵈었지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타쿠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니, 몰랐다.
그저 아랫이를 불러 금일 그 아이는 무엇을 하느냐, 아직도 서글퍼 하더야, 라고 묻는 것이 전부였다.
그도 며칠 내 낫지 않는 타쿠야의 심경과 함께 가슴이 시렸다.
그래서 계속해서 술의 더운 기로 그것을 덥히어 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는지 덥히어지면 그 더운 기운으로 다시 속을 헤집어 놓았다.
안이 상해 문드러지는 것이, 네가 어서 웃어보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리 일말에 보았던 웃음이 너무나도 옅어 전부 공기 중에 스며들어 버리었다.
" 다시 보았으면 좋겠건만. "
작게 읊조리며, 옥안은 재차 잔을 들었다.
***
자제위 처소에서 본관까지, 그 길목을 걷는 타쿠야 주변을 제 동무들과 귓말을 나누는 궁아들이 채웠다.
취하지도 않은 이가 취한 듯이 걷는 것이, 요즈음 들리우는 흥미로운 소문의 주인이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것이 재밌어 그런듯 싶었다.
그러다가도 그들은 제들이 아무리 곱다 하여도 눈결도 내주지 않던 이가 풀린 눈으로 피폐해진 모습을 보니 통쾌해지는 듯 하다가도 이리 면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드는 데도 그의 태도에 변함이 없자 다시 기분이 상하였다.
발걸음을 빨리 하여 달리어 온 것도 아닌 주제에 숨을 천천히, 거칠게 내쉬며 제 집무관에 도착한 타쿠야는 그곳의 끝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안 위에는 온통 반역을 꾀하자는 탄원서 두루마리들만이 그득히 쌓여있었다.
그것 말고는 달라진 점이 없는 방 안을 살펴보자니, 그는 얼마 전 지금과 같은 곳에 있었던 자신과 만생이 떠올랐다.
갑자기 밀려온 비극을 농염히 속삭이던 만생이 다시 생각나서, 또 화가 치밀었다.
저의 처소의 물건들을 모두 부수고 깨뜨린 것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그곳의 것들도 다 그리해버렸다.
비단에 쌓여있는 종이들을 갈가리 조각내 버렸다.
자기들이 깨지는 소리, 나뭇조각들이 분질러 지는 소리가 갓 모인 자제위 청년들을 불안케했다.
하지만 그도 잠깐, 아무 소리도 그곳을 찾지 않고 정적만이 물만난 물고기마냥 그곳에 몰려왔다.
그들은 이 이상 그의 손에 집히는 온전한 것이 없어 그런 것이라고 결론을 내보려 했지만, 큰 소리의 근원이 되었던 문을 열고 나온 이에 놀라 생각이 저절로 멈추었다.
" ..거병하라. "
1374년, 자제위에서 역모가 꾀어났다.
감히 무장을 하고 왕이 계시는 곳으로 향하는데, 그들의 수장이 앞걸음을 쳐 그곳으로 향하며 참으로 거치는 것이 없었다.
가로막는 자는 단번에 베어 쓰러트리며 크게 한 걸음 계속 내딛었다.
선두에서 그렇게 무정히 굴었던 타쿠야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뵈는 게 없었다.
눈 앞에 월(月)만 담고 있으니 주위의 자질구레한 성운들은 그저 하찮았다.
이전까지 제대로된 살육도 해보지 않은 그가 너무나도 쉽게 생명을 베어낸다.
얼굴 뿐만 아니라 옷, 손, 발등이 모두 붉은 빛에 젖었다.
그 눈에 고통에 신음하는 표정들이 뵈지 않는 듯, 그 코에 피비린내가 느껴지지 않는 듯 그는 자신이 호위하던 궁의 중심부의 미닫이 문 앞에 발을 뻗었다.
" 들겠습니다. "
검을 들고 온 자 답잖게 사전에 드는 데 통보를 하다니, 우스웠다.
반란이 일어났다는 말에도 굳건히 제 자리에 있던 옥안은 핏방울이 앉은 타쿠야의 얼굴을 보고 흠칫했다.
제가 그리도 미소가 피기를 바랬던 곳에 온통 불쾌한 것만이 도사리고 있는 것에 속상했다.
또한 뒤이어 같은 기를 뿜어내는 칼날이 자신을 향하는 것에도 그리했다.
" 어찌 왔느냐? "
" ...모르시겠소? "
" 나를 죽이러 왔느냐? "
" ... "
" 나를 죽이고 싶느냐? "
타쿠야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막상 월광을 마주하자니, 마음이 녹아내린다.
애증이다.
연심이 배신감과 혐오감에 둘러져 있으니 그것이 애증이었다.
" 죽일테면 어서 죽여보라. "
" 내가..못할 것 같소이까? "
" 하지 못할 것이라도 생각치 않는다. 그러니 베어보라. "
밉다.
차라리 살려달라 애걸이라도 하면 제가 충분히 완전히 무너져버릴수 있었거늘.
정말 저에게 그리 하신 것부터, 아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알 수 없었다.
타쿠야는 날을 휘두르는 것 대신, 소리를 떨어가며 물었다.
"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
" ... "
" ..대답해주십시오 "
" 사랑했다. "
" ...그럼 ㅇ..! "
" 허나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더야? 내가 너에게 무슨 감정을 갖던 그것은 네가 신경쓸 바가 아니다. 너는 나를 믿었느냐?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어떤 확신이 들어서? 한낱 기생놀음하는 감정일 수도 있지 않느냐. 너는 그것에 혹하여 나에게 의지했느냐? "
푹-
타쿠야가 옥안의 배를 검으로 쑤셔넣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아름다웠던 감정은 비참함을 낳아버렸다.
찌른 이도, 찔린 이도 가졌던 그 감정.
타쿠야는 제가 한 행동에 입술을 떨었다.
자신이 손이 한 일에 자신의 머리와 가슴이 뛰었다.
마치 옥안의 배가 아닌 그의 배에 칼이 꽂힌듯 했다.
넋이 나간 채 두려움에 떠는 타쿠야에게, 옥안이 다가갔다.
발을 떼고 딛을 수록 더부룩한 그것이 점점 살 깊숙히 들어오는듯 싶더니, 아예 몸을 관통해 버릴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저보다 큰 키의 그의 뺨을 손으로 감싸며, 그 어깨에 턱을 기대고 입을 그 귀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선, 공기가 잔뜩 섞여 쉬어버린 듯 한 목소리로 타쿠야를 불렀다.
" 얘야.. "
" ... "
" 너는 나를.. "
" ... "
" 사랑했느냐..? "
타쿠야는 그 말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온전치 못한 정신이 다스리는 몸이 눈으로 눈물을, 입으로 신음을 새어보냈다.
흐느낌만 들릴 뿐, 듣고 싶은 답이 나오지 않자 옥안은 그를 재촉했다.
" 어서.. "
" 흡..끅..끄윽.. "
" 괜찮으니 한마디만.. "
" 사..사.. "
옥안의 손과 얼굴이 그의 어깨에 힘없이 안겼다.
제 귀에 들리던 숨소리조차 없어지자, 타쿠야는 그의 얼굴을 들어보았다.
속내를 뚫어보는 듯 하던 눈이 살에 감겨져 있었고, 코에선 숨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는 그제서야 그렇게 소리쳤다.
세상이 떠날 듯 부르짖었다.
그가 그리도 그리워했던 가족이 떠났다고 할 때처럼, 그렇게 울었다.
하늘도 그의 비통함을 알아줄만큼 보는 이의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원수이자 정인을 끌어안고 그자리에서 도망치지 않고 죽은 이의 옆을 지켰다.
또 늦었습니다ㅠㅠㅜㅜㅜㅜ
급하게 쓰다보니 전개의 흐름이 고르지 못하네요ㅠㅜㅜㅠㅠ매일 부족해지기만 하는 글입니다 정마류ㅜㅜㅠㅠㅠㅜㅜ
앞으로 2화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사실 따로 기획하고 있는게 있지용..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실지 모르겠네요..
포인트는 댓글 달아주시면 돌아갑니다!!
항상 망글인데도 좋다며 칭찬해주시는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 신알신,정주행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