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나는 돌솥비빔밥."
"형은요?"
"나 그거. 아 그 이름이 뭐더라. 너 저번에 먹었던 거 있잖아. 그거."
"매운 갈비찜?"
"맞다, 그거. 근데 난 매운 거 말고."
알았어요. 정국은 기계적으로 익숙한 전화번호를 눌렀다. 심부름이나 자잘한 잡일들은 신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막내를 맡고 있는 정국이 항상 도맡아 하는 일이다. 팬들은 자신을 윤기 형을 잇는 숨겨진 실세라 칭하곤 했지만, 역시 막내는 막내였다.
여보세요. 여기 로열빌라 5층에 있는 샵 인데요. 참치 김치찌개, 된장찌개랑 돌솥비빔밥 두개, 갈비찜 매운 거랑 안 매운 거 하나씩 배달해 주세요. 네, 빠를수록 좋아요.
.
하필이면 헤어 세팅이 가장 먼저 끝나는 바람에 배달 온 음식들을 차리는 몫도 정국 자신이 되었다. 바닥에 신문지를 대충 깔고 준비가 거의 끝나자, 밥 냄새를 맡은 형들이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으려던 남준이 옆에 있던 물컵을 쓰러뜨리고, 호석이 자신에게 묻을 뻔 했다며 온갖 호들갑을 떨어도 그러거나 말거나 한창 성장기의 전정국은 자신의 갈비찜의 랩을 누구보다 빨리 벗기고 폭풍 흡입할 뿐이었다.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려 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갈비찜을 반 정도 비운 뒤에야 고개를 든 정국의 눈에 그제야 빈 한 자리가 눈에 띄었다. 요즘 부쩍 살이 쪄 매니저에게 닭가슴살 처방을 받은 석진과, 정신없이 먹고 있는 나머지 다섯 명의 멤버들을 제외하고, 빈자리에 놓인 갈비찜을 보니 태형의 자리임이 분명했다.
"태형이 형은요?"
"김태형 또 머리에 뭐 하나봐. 진희 누나가 계속 붙들고 있던데."
"야, 정국아. 말 나온 김에 태형이 좀 데려와라. 식으면 맛없다."
돌솥비빔밥에 반찬으로 딸려온 깍두기를 씹던 지민이 대꾸 하자마자, 귀 한쪽에만 이어폰을 꽂고 리듬을 타며 먹던 남준이 거들었다. 정국은 아직 반이나 남은 갈비찜을 뒤로하고 조용히 막내의 본분을 다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밥 먹어요. 지금 형 빼고 다 먹고 있는데. 의자에 앉아 미동 없이 졸고 있는 태형의 어깨를 잡은 정국이 사정없이 흔들었다. 태형은 확실하게 깨워놓지 않으면 다시 또 금방 잠들어 버리기 때문에 한방에 깨워놔야 했다. 알았어, 그만 흔들어어. 일어났어, 깼어! 원래부터 어눌하지만 잠에 취해 더 어눌한 태형의 발음이 그나마 좀 괜찮아 진 듯하자 그제야 정국은 태형의 어깨를 놓았다. 불만인 듯 계속해서 태형이 뭐라 중얼거렸지만 정국은 가볍게 무시해 주었다.
"머리 아직 안했네요?"
"어. 우리 다음 컨셉 완벽하게 최종 난건 아니니까 진희 누나가 일단 냅두자고 그랬어."
"그래요? 괜히 궁금해지네."
"내 머린데 왜 네가 더 궁금해 해. 와, 근데 진짜 나 빼고 먹고 있냐."
어떻게 날 쏙 빼놓고! 태형이 가슴을 부여잡는 시늉을 하며 자신의 갈비찜이 놓여 있는 자리에 철푸덕 앉았다. 방탄소년단이 이렇게 의리가 없어요. 트위터에 아미들한테 다 이를 거야. 일어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기운 좋게 쫑알거리는 태형을 보며 정국은 어느 새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여튼 말 겁나 많아.
“헐. 전정국 뭐냐?”
“왜요? 이제 밥 좀 제대로 먹어요.”
“밥이고 자시고, 아니, 지금 밥에 문제가 생겼거든?”
이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린지. 계속해서 떠들던 태형이 갈비찜을 한 입 먹자마자 자신에게 건 말에 정국은 황당함을 느꼈다. 태형의 엉뚱함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왜 그러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멀쩡한 밥은 또 왜요? 일단 먹어봐. 태형이 정국의 입 앞으로 숟가락을 내밀었다.
“…? 문제 전혀 없는데요?”
“허얼. 너 벌써부터 그러면 어뜩하냐. 네 거랑 내 거랑 바뀌었잖아.”
아. 정국이 깨달음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주문한 갈비탕은 매운 맛이었고, 태형의 갈비탕은 그냥 갈비탕이었다. 정국이 미안함에 다시 바꿔먹자고 제안했으나, 태형이 네가 반도 넘게 먹은 걸 내가 왜 먹냐면서 정국의 팔뚝을 아프지 않게 찰싹찰싹 때렸다. 전정국 맨날 매운 것만 먹더니 젊은 나이에 혀가 이상해진 것 아니냐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게, 진짜 좀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하고.
정국은 당분간 매운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으로 써보는 거라 되게 떨리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어주시는 분들 만사형통 하실거라능...S2
제목... 뭐로 짓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