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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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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었다.

엘런은 '죽다'와 '하다' 사이에 들어있는 '었'의 존재를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는 죽었다. 그가, 죽다. 그는 죽었다. 그는 죽었다. 고장난 라디오가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도달하는 결론은 별 다를 것이 없다. 그는 이 세상에 없다. 이 세계에서 죽는 것이란 것은 이렇게도 덧이 없다. 이미 뼈가 저리도록 깨달았던 일이지만 엘런은 새삼스럽게도 생각했다. 견고한 월시나의 묘지, 수백 수천개가 넘는 시체 없는 무덤에 새로운 비석이 하나 세워졌을 적에야. 그는 끝끝내 땅에조차 묻히지 못했다. 아마 역사에도 묻히지 못할 터였다. 인류의 희망은 죽었다. 죽었다. 그는 죽었다.

엘런은 차마 그 돌덩어리 하나에 경례를 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훌쩍이는 소리와 비통한 한숨이 들려왔음에도, 심장을 바치라는 호령에도 엘런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차가운 땅 아래에 무엇이 묻혀져 있다고. 그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남아있다면 엘런은 엎드려 땅에 입이라도 맞추었을 터였다. 잔인하게도 다시 되새긴다. 이 세계에서 죽음이란 너무나 가볍다. 그 작고 마른 어깨에 무거운 인류의 희망과 기대를 모두 짊어진채, 떠나보낸 사람들의 의지를 업은 채 아무리 사냥꾼을 도려내어 봤자 남는 것은 잘 깎은 돌덩어리 하나였다. 여기에 잠들다. 그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는 여기에 잠들지도,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 편히 생을 끝내지도 못했다. 그는 죽었다. 그렇기 때문이였다.

 

인류최강이라 불리우던 리바이 병장의 죽음은 남은 사람들의 공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의 죽음은 인류의 퇴보였다. 어떠한 의지도 남기지 못했다. 이제야 힘을내던 인류의 포부조차 죽였다. 그러니 그가 세상에서 사라졌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을 터였다. 인류최강의 죽음에 병단의 분위기는 음울하다 못해 고요했고 밥 한 끼 제대로 비우는 사람이 없는 지경이였다. 사기가 꺾인 그들에게 격려와 위로라는 명목으로 작은 햄 한 덩어리와 따뜻한 우유가 조금씩 배급되었다. 엘런은 그 것을 받자마자 속을 게워냈다. 그의 전사(戰死) 는 결국 누런 비계덩어리와 소의 젖이였다

 

" … … 앨런. 이제 그만 잊는 것이 좋아. "

 

한참 헛구역질을 반복하던 엘런의 등을 토닥여주며 미카사가 말했다. 무엇을. 엘런은 미카사의 말에 대답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옳았다. 이 곳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단 한마리도 빠짐없이 구축해야 했다. 이 손으로, 모두. 그러다 문득 존재하지 않을 목소리가 엘런의 귀에 닿았다. 반드시 전멸시킨다. 조막만한 얼굴에 하얀 뺨을 양 옆에 끼고, 엷게 말하던 그의 가는 입술이.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그를, 그의 말을, 그의 의지를, 그의 부드런 살결을. 아니면 노련하게 키스하던 혀를, 저를 쳐내던, 자신보다 한마디 씩은 작았던 손을. 그는 분명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였다. 그러나 사람이였다. 어째선지 지금껏 눈물 한방울이 나오지 않았다.

 

엘런은 배급된 슬라이스 햄과 우유를 그 자리에서 모두 먹어치웠다. 그 이후로도 주어지는 식사와 훈련을 꼬박꼬박 소화했으며, 그닥 무리하지도 않았다. 평소ㅡ애초에 평소라는 것이 있는지 조차 무감각했다ㅡ와 같았다. 말단 104기의 잡심부름으로 식사시간을 줄여 리바이의 유품을 정리하란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진 말이였다. 이 곳에서 사는 것은 고사하고 죽은 뒤 시체라도 찾는다면 그 것은 축복이였다. 그렇기에, 유품은 묘지에 조차 묻히지 못한 그의 마지막 흔적이였다. 앨런은 재빨리 손을 쳐들었다. 제가, 혼자서,  하겠습니다. 엘런과 리바이의 관계랄 것을 안다면 눈치채고 있을 선임은 별 다른 말을 않곤 고개를 끄덕였다. 앨런의 가슴이 간질거렸다. 미카사는 그런 앨런이 꽤나 걱정스런 눈치였다.

 

유난히 깔끔을 떨던 그의 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아마 위에 분들의 명령으로 리바이의 마지막 뒷 검열을 하기 위해 방을 뒤졌을 터였다. 엘런은 관자놀이 끝까지 열이 올랐다. 고인에 대한 모욕이였다, 분명했다. 엘런은 여전히 무감흥한 얼굴로 바닥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책을 집어들었다. 여기서 리바이의 반역 의사가 조금이라도 발견되었다면 아마 자신을 포함한 조사병단의 일부가 순식간에 숙청당했을 터였다. 덧없는 죽음에 엘런은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와 키스를 나눈 의자나 같이 껴안고 잔 침대, 정사의 흔적을 본다면 그를 위해 울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조금은 이 세계에 대하여 강해진걸까. 어머니와 연인을 잃고나서야. 엘런의 감정이 으스거렸다. 지급된 상자를 펼쳐들곤 엘런은 리바이의 남은 유일한 흔적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참으로 별 것 없는 방이였다.

누런 책, 여분의 군번줄, 향이 나는 비누와 솔이 다 빠져가는 빗자루.

녹색 표지가 다 바래어 가는 종이꾸러미.

엘런은 문득 낡은 냄새가 훅 끼치는 그 종이꾸러미를 들었다. 그 것에는 노끈으로 몇번이고 다시 엮어 갱신한 흔적이 녹록하게 남아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쿵쾅 거리는 기분이였다. 귓가가 뜨근해지고 뒷목에서 심장이 뛰었다. 엘런은 갑자기 사무치는 감정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종이장을 넘겨보려다 표지에 이마를 대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아마 리바이가 살아 이 광경을 보고 있었더라면 엘런의 옆구리를 걷어찼을 터였다. 그런 상상에 실 없이 웃은 엘런이 초록색 표지를 넘겼다. 800세기의 날짜가 누런 바탕에 잉크로 새겨져있었다. 그렇다. 그의 흔적이였다. 서툰 리바이의 글씨는 셀 수 없이 많은 이름과 날짜를 적어놓았었다. 아마 그가 잃은 그의 부하들과 그들의 사망날짜였을 터였다. 그는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였으나 사람이였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아간다.

그는 과거에서 살았다. 지금 엘런이 그러했다. 

 

엘런은 보아선 안 될 것을 본 기분이였다. 그래서 그만 남은 장을 스치듯 넘기고 상자에 넣으려던 참이였다. 엘런의 손이 멎었다. 엘런 예거. 리바이의 흔적에서 자신의 이름이 읽혀졌음이 까닭이였다.

 

엘런 예거. 첫 번째 벽외조사에서 살아남았다.

그 다음에도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

 

그 때 그 때 잉크의 번짐이 다른 글씨는 분명 각각 다른 때에 적은 글이였다. 엘런은 살아남았다. 남았다. 리바이의 모든 흔적은 엘런이 살아남았음을 기억했다. 예거. 사랑스런 나의 예거. 손바닥으로 몇번 쓰다듬은듯 번진 글씨를 끝으로 누런 종이에는 더이상 아무런 글씨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다. 더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엘런은 뒤늦게서야 그의 흔적에 손을 댄 것을 후회했다. 이제 비로소 엘런의 손에 남아있는 것은 어떠한 것도 없다. 사랑스런 나의 예거. 뒤늦게 방에 따라 들어온 미카사가 꺽꺽 숨을 참으며 오열하는 엘런을 끌어안았다. 그의 죽음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자만하던 감정들이 역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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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휴 선생님 여기 짠내좀어떻게해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이흘러요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아이고ㅠㅠㅠㅠㅠㅠㅠ왜 제 눈에서 땀이 흐르죠...???글솜씨가 장난아니네요ㅠㅠㅠㅠㅠ으헝헝허어휴ㅠㅠㅠㅠㅠㅠ
병장님이 없는 엘런이라니....흡.....슬프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아무튼 잘 읽고 갑니당ㅎ

11년 전
독자3
아 너무 슬프잖아요 ㅠㅠㅠㅠㅠㅠ 엉엉 ㅠㅠㅠㅠㅠㅠㅠ 안돼 ㅠㅠㅠㅠㅠㅍㅍ
11년 전
독자4
아 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5
ㅜㅜ흐어 ㅜㅜㅜㅜㅜ병장님
11년 전
독자6
으엉
11년 전
독자7
하 글펑 ㅠㅜㅜㅜㅜㅜ
11년 전
독자8
글 진짜 잘 쓰시네요 인티에서 읽은 엘런리바 중에서 제일 인상깊었어요
[그는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나 사람이었다.] 이 구절도 맘에 와닿아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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