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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91

 

 

 

그도 애당초 그런 일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모니터에 띄워진 엑셀파일에 탁,탁 탁탁탁----- 엔터만 쳐대던 김동완의 눈앞에

10년전, 가망없었던 그의 과거가 두리뭉술 떠올랐다.

 

 

"이게 뭐야?"

 

10년전의 자리배치는 사원 뒤 대리 뒤 과장, 그다음 차장 ,부장 까지.

그 이상 급이야 당연히 다른 층에 자기만의 오피스가 있고,

그 이하 직급은 낮은 직급부터 높은 직급까지 계단식의 테이블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낮은 층에는 동완과 같은 사원, 가장 높은 층에는 부장이 있는 식이었다.

그는 그 이상-급이 있다는 7층에는 가보지 못해 다른 것은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상무나 전무도 이와 같은 빅브라더식의 배치를 하고 있을까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튼 그는 정성스레 작성한 'Lucky Teens' 의 초벌 계획안을 정성스레 제출하고 있던 터였다.

 

처음엔 작은 아이디어였다. 나날이 감시받는 듯한 이 대大 럭키제과의 배치가 그를 너무나도 압박하는 탓에,

그는 이를 도피하기 위한 작은 상상의 잔치를 머리에 벌였다.

그것은 수능을 준비하며 잠깐 봤던 윤리교과서의 한켠에 존재한 단어였으며,

그 자신이 처한 상황이었다.

 

빅 브라더.

 

과연 럭키제과- 행운의 제과에 걸맞는 이는 누구일까, 사원들끼리 먹고 먹히는 빅 브라더의 오락을 하며

극한의 상황에 부딪히는 모험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 혈기왕성한 남자의 작은 오락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초벌이라, 사장에서부터 신뢰도와 필살기, 취약점을 그려가며 누가 투표에서 최종승리할까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에 불과했다.

이 상상은 쉴새없이 김동완을 찾아왔다. 종래는 팀 회의에서까지 사장과 부사장이 투표로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식의 싸움을 붙이고 있었는데,

이 스펙타클한 상상을 깨부순 것은 차장이었다.

 

 

"김동완사원은 무슨 아이디어 없습니까? 뭘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예?"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리니 온 사원이 자신을 보고있다. 이 난처한 상황을 도피하고자 그가 택한 길은 결국

그가 했던 상상을 빅 브라더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것이었다.

 

"빅 브라더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빅 브라더?"

 

"예를 들어.. 10대 연예인들을 뽑아 팀을 나누고 소소한게임을 진행하고, 팀 미션을 진행하는 겁니다.

또 팀 내에서 탈락자를 뽑게 하고... 모든 상황을 카메라로 찍게하는... "

 

"이야- 참신한데?"

 

 

40대의 배나온, 기름진 원형탈모의 차장이 분위기를 주도해 사원들에게 박수를 치게 했다.

뾰로통한 얼굴, 진심으로 웃어주는 얼굴, 드디어 회의가 끝나겠구나 안도하는 얼굴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실 차장의 궁리는 다른 곳에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이 아이디어가 성공을 하면, 모든 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하면 짤려도 별 무리 없는 저 낯선 사원에게 모든 원인을 돌리고자 함이었다. 이 생각만으로도 그의 짙은 눈썹과 쌍커풀진 눈이 움찔움찔했다.

애초부터 범국민을 대상으로 추첨, 방송과 연계해 결과물을 방영한다는 - 이 기획안의 베이스가 구세대인 차장에게 너무 낯선 탓이기도 했다.

빨리 승진해야 한다, 나는 늦었다. 하는 자기암시같은 말들이 그를 죄어올때마다

차장은 크게- 한 건 해서 남 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고자 하는 꿈을 떠올렸다.

그런데 자꾸 끄나풀같은 이벤트 기획안이나 올리라는 전언이 내려올때마다,

그는 어떻게든-신세대 사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자 했다.

흐지부지 그렇게 회의가 끝났다. 동완의 말에서 대상을 연예인에서 10대 청소년으로 바꾸고, 기획안 올리라는 차장의 말에

모두들 안도하듯 마시던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내려놓고 박수를 치며 일어나 제자리로 향했다.

 

 

차필승 차장이 층 맨 앞에 존재하는 큰 회의실을 나와 플라스틱 파일을 들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맨 먼저 자리를 향하자,

내심 마음에 들었던 동완이 또 다시 차 차장의 희생양이 될 것을 직감하고- 동완과 같은 사원이었던 소희가

"차차장님 또 시작이시네, 또 애꿎은 사원 하나만 열라 깨지겠구만" 하며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이, 누가 아니래" 하며 소희를 다독인 건 같은 사원인 우리였다.

에휴~ 하며 한숨쉬듯 소리내어 차 차장과 동완을 한번씩 살핀 소희가 종이컵을 콱-구겨 회의실 문앞 쇠로 된 쓰레기통에 골인시킨다.

 

"이놈의 회사는 도대체 회의실 나가는 것도 순서가 있어서 맘대로 나가지도 못하게 해!"

 

 

 

 

 

 

 

 

-----------------------------------------------------------------------------------------------------

 

 

"이게 뭐야?"

 

"예? 그 저- 차 차장님이 제출하시라고 한 기획안인데, 차 차장님이 직접 내는 게 좋을거라고 하셔서..."

 

 

 

보아하니 또 사원 시켜서 실패작 제출하는 구만. 금테 사이로 빼죽이 동완을 바라보던 중년의 부장은 차 차장을 힐끗 보며

볼 필요도 없다는 듯 파일을 철 째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 시청자들이 10대 애들 날뛰는거 보면서 뭘 느낄건데?"

 

"그야.. 미국에는 이미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고... 찍다보면 자극적인 소재도 많이 나올 것이고..."

 

 

동완이 버벅버벅하며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검은 오피스용 의자에 힘을 온전히 빼고 드러누운 부장은 한심하다는 듯 눈을 감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짐싸기 싫으면 자리가서 다른 기획안 제출해. 이번 사원중에 인물이 없다더만.. 쯧, 어디서 저런 걸 데려와서.. 으이그"

 

 

박히듯 꽂히는 목소리에 동완이 부장의 책상에서 서서히 자신의 책상으로 내려왔다.

모든 사원들이 또다시 자기를 보고 있었다.

내심 이번엔 독설가로 유명한 부장이 또 어떤 말을 할까- 싶었던 사원들이 안 보는척, 집중하는 척 흘끔흘끔

터덜터덜 내려오는 자신을 보고있다.

 

이 젊은 사원의 피가 뜨거워진 것은 어느 한 때였다.

급작스러운 혈기는 멈출줄을 몰랐다.

자신의 도피처였던 그, 빅브라더 식의 상상이 모든 사원 앞에서 모욕당했다는 것이 못 견디게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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