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어서오세요 라고 말을 하려했지만 들어오는 손님을 보며 다 말을 잇지 못했다.
"어서오... 왜 왔어요."
매정하게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마음을 줄 것만 같아서 매정하게 말을 하고 말았다.
딱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전의 같은 실수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매정한 나의 말에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손님인데... 매정하게 그러기에요?"
나는 속으로 반복했다. 넘어가면 안돼. 넘어가면 안돼.
"그쪽한텐 안 팔아요."
그런 나의 말이 안들리기라도 한건지 그는 내가 닦고 있던 테이블 의자에 앉으며 메뉴판을 바라보곤 고민에 빠졌다.
"음... 오늘은 뭘 마실까...?"
침착해. 저런 다정한 말투에 넘어가면 안돼...
"그쪽한테는 안 판다고요."
"으음... 뭘 마시지... 여기는 다 맛있는데... 택운씨 오늘의 추천 메뉴는 없어요?"
다정하게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후우-.' 나는 한숨을 쉬며 테이블을 닦던 것을 멈추고 행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그를 째려보았다.
내가 째려봄에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밝고 잘생겼으며 나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분명 저런 얼굴로 여럿 사람을 홀리게 만들었을꺼야.
"노래는 추천해줄게요. '꺼져줄래'."
이런 나의 매정함이 익숙해진 모양인지 그는 장난스럽게 삐졌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와-. 진짜 매정하다. 나 상처 받으면 어쩔려고요?"
"상처 받던지 말던지..."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내 말을 그가 들었는지 아까보다는 약간 더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뚫어지게 처다본다.
"그래서 추천 메뉴는 없어요?"
나를 뚫어지게 처다보는 그의 시선에 부끄러워져 카운터에 놓여있는 메뉴판을 들고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툭 하고 던져놓고 말했다.
"알아서 봐요."
아까 닦던 행주를 다시 집어 다른 테이블로 향하던 도중 그가 나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안았다.
그의 행동에 놀랐지만 애써 놀라지 않은 척 그를 처다보니 그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택운씨가 좋아하는 카페라떼요."
-
첫만남은 단순한 우연일지도 모른다. 아니 우연이라 해야한다.
내가 카페를 낸지 얼마 안됐을 때 무렵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번화가도 아닌 곳에 위치한 나의 카페는 가끔 사람이 찾아오는 그런 한적한 카페였다.
난 커피가 좋아서 낸 카페이기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카페라떼를 즐기던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그리고 들어온 손님은 내가 생에서 봤던 남자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다.
나도 모르게 그의 잘생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니 그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보고 살짝 웃으며 다정한 말투로 말을 했다.
"카페가 예쁘네요."
"아... 그런가요..."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바보같은 대답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의 잘생긴 얼굴에 정신이 팔려 내가 무슨 말을 듣고 대답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내 눈을 바라보며 웃어줄 때에 갑자기 부끄러움이 밀려와 눈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나의 행동이 그의 눈에는 나름 귀엽게 보였는지 그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귀여우시네요. 혹시 알바생?"
"......사장인데요."
"어? 되게 젊어보이시는데... 몇살이세요?"
"2...5...."
"와 젊으신데 사장님이시네요? 멋지다."
아마도 나는 이날 그의 다정한 말투와 미소에 넘어가버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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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ㅅ8 몰라 도망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