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ㅋㅋㅋㅋ!!
내가 지금 부터 내 남자친구랑 연애하는 썰을 풀어볼까 하는데,
제목에서도 알다시피 내 남자친구는 모델이야! 근데 뭐, 이수혁이나 안재현 같이 그렇게 유명한 모델은 아니라서 잘 모를수도있는데,
서울 패션위크라던지 이런 런웨이 무대는 서 본적 많아! 방송에도 가끔 얼굴 비춰진 적도 있고 ㅎㅎ
모를수도 있고 알 수도있는데, 내 남자친구 이름은 종인이야. 김종인.
나보다 두살 많긴한데, 나도 종인이 한테 반말쓰고, 종인이도 그거에 대해선 별 말 안하길래 오빠라고 부르진 않아.
가끔 내가 잘못한 거 있을때나, 혼날때? 그럴때만 가끔 쓰긴 하는데 딱히 뭐라 그러진 않더라고.
아무튼 내가 종인이랑 만난지는 거의 3년이 다 되가는데, 내가 그런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동안 만나면서 매일매일 느끼고 있는 종인이의 문제점이 하나 있어.
바로 존나 무뚝뚝하다는거...
어느 정도냐면, 뭐라고 딱 단정지어서 설명 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쉽게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얘가 날 진짜로 좋아해서 사귀는 건가? 라고 맨날 생각이 들 정도로?
종인이가 애정표현이 서툴러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성격이 원래 차갑고 무뚝뚝한건지...
이거 때문에 싸운적이 한 두번이 아니야. 진짜 심한날에는 헤어질 뻔 한적도 있었지.
한때는 이런날도 있었어. 종인이가 한창 신인일때 일이야. 그때는 사귄지 일년 반 정도 됐을걸?
근데 그때 몇일, 아니 몇달동안 종인이가 진짜 바빴었어. 정말 연락도 몇일에 한번씩 닿을까말까 하고,
전화도 길게는 5분? 짧으면 진짜 용건만 짧게 말하고 끊어야 될 정도였지.
데이트 할 시간? 당시에 그런거는 꿈도 못 꿀 일이였어.
그런데 나는 남자친구 사귀면 진짜 맨날 질리도록 만나서 손잡고 데이트 하는게 로망이였거든. 다른 거 다 필요없고 그냥 평범하게 데이트만 맨날 하고 싶었어.
근데 데이트는 무슨, 연락도 잘 안되고 목소리도 몇일에 한번 들을까 말까 한데, 내 입장에서는 얼마나 짜증나고 답답했겠어?
그렇게 나 혼자 끙끙 앓다가 거의 몇주일 만에 종인이한테 처음으로 먼저 연락이 온거야.
비록 전화도 아니였고, 짧은 문자 한 줄 이였는데 그게 나한테는 얼마나 반가운 일이였는지...
그 짧은 문자 내용이 뭐였냐면,
[촬영 끝나가니까 10분 뒤에 전화해.]
진짜 간단하지 않아?ㅋㅋㅋㅋㅋㅋ
보통 남자들이 여자친구한테 보내는 문자면, 막 애칭같은거 오글거리게 붙여가면서 하트도 몇개 날려주고 그럴텐데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기분이 좋아졌지.
그 문자 보자마자 시계만 쳐다보면서 정확히 10분 뒤에 전화걸었어.
신호음 몇 번 안 가고 바로 받긴 했는데, 진짜 촬영이 끝난건지 수화기 너머에서 막 치우는 소리도 나고, 아무튼 조금 주위가 시끄럽더라.
그래도 그런 소리가 나한테는 무슨 상관이였겠어.
오랜만에 듣는 종인이 목소리에 나 혼자 신나서 방방뛰었었지ㅋㅋㅋㅋㅋㅋ
- 여보세요.
" 종인아! 끝났어? 많이 힘들지ㅠㅠㅠㅠㅠㅠ "
- 어어. 근데 나 통화 오래 못해.
" 왜? 촬영 끝난거 아니였어??
- 완전히 끝난 건 아니고, 잠깐 휴식시간.
진짜 글에서도 차가움이 묻어나오지 않아?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마냥 좋은 걸 어쩌겠어.
그래서 종인이 말 끝마다 오구오구 그랬구나ㅠㅠ해줬지.
근데, 막 그런거 있잖아. 통화를 하는데 정작 상대방은 옆 사람이랑 자꾸 대화를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계속 말하고 있는데, 종인이는 자꾸 옆 사람이랑 대화를 주고받고 하는 거 같더라고...
주위도 시끄러워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고..
솔직히 좀 짜증이 안났었다면 여자친구가 아니지?
근데 여기서 내가 짜증내면 또 싸울 게 뻔한데, 거의 몇주일 만에 하는 통화였잖아?
싸워봤자 종인이나 나나 좋을거 없으니까...
그리고 종인이도 몇일동안 밤새면서 촬영했던거라 많이 피곤할 거 아니야.
그래서 그냥 부드럽게 종인이 비유 맞춰주면서 통화했었지.
" 종인아, 오늘 촬영은 언제 끝나는거야? "
- 몰라. 아마 오늘도 밤샐거 같은데.
" 피곤하겠다... 내가 내일 촬영장에 도시락이라도 싸갈까? "
- 괜찮아. 귀찮게 도시락은 무슨.
" 그래도ㅠㅠ.. 밥은 먹고 하는거지? 이번주에 영화라도 보러갈래? "
- 어어.. 근데 나 끊어야될거 같...-
- 종인씨, 통화 그만하고 잠시만 좀 와봐요ㅡ. 이거랑 이거...-
- 아, 네. 미안, 끊자. 나중에 다시 전화해.
??...난희골혜..
종인이가 저렇게 끊고나서 한동안 멍 때리다가 휴대폰 액정 보니까 겨우 2분40초 통화했더라.
솔직히 따지면 이건 통화도 아니였지.
일방적으로 말을 거는건 내쪽이였고, 종인이는 듣는둥마는둥 하면서 옆 사람이랑 계속 대화나하고.
주위는 시끄러워서 종인이가 뭐라하는 지 잘 들리지도 않았고...ㅋㅋㅋㅋ
순간 진짜 열불이 나는거야.
다른 건 사정이 있어서 넘어가준다 쳐도, 오랜만에 여자친구랑 통화하는 건데, 적어도 여자친구 말은 듣는 척이라도 해줘야될거 아니야.
옆사람 하고는 통화가 끝나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거잖아?
거기다가 그때는 생리..도 터진 날이여서 이것저것 다 짜증이 났었는데, 종인이가 그렇게 나오니까 더 짜증이나는거야ㅋㅋㅋㅋㅋ
그래서 바로 종인이한테 문자보냈지.
[ 진짜 별로다 너 ]
[ 오랜만에 통화한건데 꼭 그렇게 나왔어야 해? ]
[ 됐다. 연락하지 마 ]
[ 짜증나 진짜 ]
이렇게 보내고 휴대폰 그냥 아무대나 처박아놨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나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막 혼자 침대위에서 짜증내다가 잠들었던거 같아.
그 정신에 잠이 들었던 나도 참 이상했었지ㅋㅋㅋㅋㅋㅋㅋ
무의식적으로 딱 깨서 시계보니까 4시간 정도 잔 거 같았어.
내가 종인이한테 문자 보낸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 그 사이에 종인이가 한번쯤이라도 폰을 들여다봤을 거 아니야?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석에 처박아뒀던 핸드폰 주섬주섬 찾고 딱 켰는데,
" ...와, 이건 아니지... "
답장이 몇개 와 있었는 지 알아?
딱 두개 와있더라 두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엔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서 내가 나머지 문자를 덜 확인했나 싶기도 했어.
근데 진짜로 딱 두개와 있더라. 내가 잘못본게 아니였지.
[ 왜 그러는데 또 ]
[ 너야말로 짜증나게 좀 하지마 ]
ㅋ?ㅋㅋ?ㅋㅋㅋ??
시간 보니까 내가 문자보내고 2시간 뒤에 온 문자였어.
그래 뭐, 종인이 마음은 이해했어. 맨날 스케줄 때문에 눈도 재대로 못 붙이면서 일하는데,
가뜩이나 성격도 예민한애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얼마나 많이 받았겠어.
그런 종인이 마음도 이해하긴 하겠지만, 나는?
난 맨날몇일 남자친구 연락기다리면서, 혹시 촬영하다가 다치지는 않을까, 또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고, 밥은 재대로 먹어가면서 하는지, 촬영은 힘들지 않은지.
온통 남자친구 생각뿐이였는데,
그러다가 겨우 연락닿아서 남자친구한테 들은 말이 미안, 끊자. 짜증나게 좀 하지마. 가 전부였는데.
여자친구라면 당연히 화 낼 입장 아니겠어?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려서 종인이가 촬영중이던 말던 종인이 번호 꾹꾹 누르고 전화걸었었지.
- ...왜.
푹 자다 일어난건지, 아니면 잠깐 눈 붙였는데 전화 벨소리에 깬건지, 목소리가 많이 갈라져있더라고.
그런데 지금 그런게 귀에 들어왔겠어? 당연히 아니였지.
" 문자. 뭐야? "
- ...뭐가.
" 나한테 할 말이 고작 저거야? "
- ...00아, 오빠 피곤하다. 끊자.
" 끊길 뭘 끊어. 너 이럴거면 내 번호는 왜 땄는데? "
내가 언급도 안 했었고, 나중에 썰도 풀긴 할 거지만, 사실 종인이가 나 번호따서 사귄거란 말이야?
아무튼 내가 저렇게 말하니까 종인이가 할 말이 없는건지, 대답할 가치를 못 느끼는 건지, 대답없이 조용하더라고.
내가 한번 화나면 말을 속사포로 내뱉는 성격이거든?
그런데 내 말에 종인이가 아무말이 없으니까 더 화가나는거야.
그래서 아는단어 있는대로 끌어모아서 말을 막 내뱉었던거 같아.
" 넌 항상 내 생각은 안 하지? 끝가지 니가 잘못한 거도 없고, 어? "
- 00아.
" 이럴꺼면 나랑 왜 만나? 겨우 두살 많다고 어른인 척하지마. 재수 없으니까. "
- ...뭐?
" 너 힘든거 알고 오냐오냐 해주니까 여자친구가 아무것도 아닌 거 같아? 니 비유 다 맞춰주고 니 뜻대로 행동해주는 종으로 보이냐고. "
- 야. 000.
" 마음주고 몸도 주니까 이제 내가 질리나보다? "
- 야!!!!!
계속 조용하게 목소리만 가라앉히고 말하던 종인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거야.
순간 좀 움찔했었어. 종인이가 질리냐는 저 말을 굉장히 싫어하거든. ...저번에 그거 때문에 안 좋은 일 도 있었고.
아, 그리고 말은 안했었는데, 우리 첫 관계 맺은지는 좀 오래됐어. 그때가 아마 종인이랑 사귀고 나서 2년지나는 해에, 종인이 생일이였을거야.
이것도 나중에 풀도록 할게.
그때 종인이 생일이 지나고 난 뒤로 부터 한 두세번 정도 했었어.
그런데 보통 그런거 있잖아.
내가 저번에 인터넷에서 봤었는데, 여자와 남자가 관계를 맺고나서, 먼저 질려하는 사람은 남자쪽이라고 그러는거야.
그래서 그것때문에 고민이 많이들었어. 조금 후회...도 들었고.
혹시 얘가 정말로 날 질려하나? 정말 그러면 어쩌지? 라고 생각도 많이 들고...
종인이 성격이 원래 무뚝뚝하고 차가워서, 진짜 사귈때랑 질려할때랑 구분이 안 가긴 하지만, 정말 질렸을 수도 있잖아.
뭐... 최악의 경우에는 이런 생각도 해봤어.
종인이는 모델이고 연예인이니까, 주위에 나보다 몸매도 좋고,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겠어.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종인이 얼굴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란 말이야?
그래서 혹시나 종인이랑 눈 맞은 여자가 있는지 걱정 되기도했고,
먼저 들이대고 번호를 딴 건 종인이지만, 그거에 비해서 내가 종인이를 너무 좋아하는거 같았어.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다 겹쳐서 훅 들어오는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막 눈물이ㅋㅋㅋㅋㅋ났었어..
- 야. 내가 말 그딴식으로 하지 말랬지.
수화기 너머에서는 확 가라앉고 차가운 종인이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더 서러웠었지.
내가 종인이 말에 아무 대꾸도 안 하고, 그냥 앉아서 멍청하게 눈물만 떨어뜨리는데,
종인이가 또 눈치 하나는 완전 빠르단 말이야?
나는 나름대로 우는거 안 들키려고, 입술 꾹 모으고 소리 참고있었는데, 종인이는 그걸 또 귀신같이 알아차린거야.
- 야.
" ... "
- ...너 울어?
안 운다고 하고싶었는데, 아직 종인이 한테 따지고 싶었던거 많았는데, 그때는 왠지 서러운게 안 멈추더라. 그래서 눈물이 계속 났었어.
내가 자존심은 더럽게 쎄서, 왠지 종인이한테 운다는 걸 들키고 싶지도 않았지.
그런데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더니, 그게 진짜인가 봐ㅋㅋㅋㅋㅋㅋㅋ
종인이는 항상 나한테 차갑다가도, 내가 울거나 울려는 표정으로 있으면 종인이가 어쩔줄 몰라 하는게 눈에 보이고 그랬었어.
그러면 항상 어설프게 달래주고는 하는데, 울음이 멈추면 다시 원래대로 차갑게 돌아가더라.
아무튼 종인이가 우냐는 말에도 대꾸를 안했었어.
그러니까 종인이가 막 당황하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더라ㅋㅋㅋㅋㅋㅋ
- ...아, 왜 울어, 또.
" ... "
- 너 울면 나도 속상해. 그만 울어.
" ... "
- ...나 촬영 끝났는데,
" ... "
- 너네집 갈까?
" ...아니, 오지마. "
종인이가 갑자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 달래주니까 서러움은 더 커졌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초에 저렇게 부드러웠으면, 내가 우는 일도 없고, 또 종인이는 종인이 나름대로 속상하진 않을거 아니야.
종인이가 달래주면 달래줄 수록 나는 더 삐뚤어졌었어.
내가 계속 차갑게 나오니까, 종인이는 막 당황하는 거 같더라.
" 오지마. 니 얼굴 보기싫어. "
- ...
" 너 이래놓고 몇일 지나면 또 아까처럼 그럴 거잖아. "
- ...
" 모를 줄 알아? 나 이제 그런거 받아주는 거 지쳐. "
- ...야.
" ..그냥 끊자. 너랑 통화하니까 힘 빠진다. "
진짜 힘 빠지는 목소리로 저말 하고나서 바로 전화 끊었어.
그리고 완전 펑펑 울었던거 같아.
저렇게 끊었는데도 종인이한테 전화가 다시 안오더라. 그래서 더 서운하고 짜증났었어.
한번쯤이라도 잡아줘야 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생각했지, 정말 우리는 여기서 끝인가, 하고.
친구들 불러서 술 이라도 마시고 싶었는데, 그때는 늦은 밤이였고, 지금 시간에 남자친구 문제로 불러내는 건 민폐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었어.
그래서 혼자 그렇게 이불속에 들어가서 끙끙 앓았었지.
그러다가 한시간 뒤에, 그냥 기분전환할 겸 멍 때리면서 티비라도 보면서 앉아있는데.
종인이 한테 문자가 온거야.
[ 나와 ]
저렇게 짧게 두 글자만 와 있었는데, 내가 나갔겠어?ㅋㅋㅋㅋ당연히 안 나갔지.
배째라는 식으로 그 문자를 씹었어. 당연히 밖에 나가지도 않았고.
그렇게 한 20분 지났나? 종인이 한테 다시 문자가 온거야.
[ 나올때까지 기다릴거야 ]
내가 분명히 아까 전화로 집에 오지말라고 했었잖아? 그런거 싹 무시하고 자기멋대로 찾아오는 종인이가 좀 미웠어.
근데 나올때까지 기다린다는 말에, 괜히 미안해지는거야. 게다가 밖에 날씨도 쌀쌀했었는데.
그래서 나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했었어.
종인이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 내가 안 나오면 평생 저기서 날 기다릴수도 있었단 말이야?
그래서 혼자 거실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거렸는데,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거야.
종인이한테서 다시 문자가 왔어.
[ 내 얼굴 보기 싫어? ]
[ ..알겠어 그럼. 그냥 나오기만해 ]
[ 난 갈게 ]
...??? 이건 또 뭔 소린가 했어.
갈테니까 나오기만 하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싶었지.
일단 집에 간다는 말에 한시름 놓고, 패팅 꽁꽁 싸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툭- 하고 문 앞에 뭐가 걸리는거야. 문이 살짝 열린 그 사이로 고개 빼꼼 내밀었는데, 종인이는 없고 왠 상자 한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는거야.
그렇게 크지도않고 작지도않은 상자였는데, 누가 실수로 두고 간 것치고는 너무 낯설지 않은거야,
그때 딱 생각했지.
아, 종인이가 두고 간 거구나.
퍼뜩 종인이 생각이 들면서, 상자 바닥에두고 현관 옆 비상구 창문으로 고개 내미니까 저 멀리 종인이가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이더라.
마음 같아서는 종인아!! 라고 크게 외치고 싶었는데, 입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어.
그래서 종인이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계속 그렇게 보고있다가, 상자를 들고 집에 들어왔지.
그런데 상자가 보기보다 꽤 묵직한거야. 도대체 뭘 넣길래 하고 딱 열어봤더니.
" ... "
뭐 이런저런 과일이 들어있는거야. 바나나랑, 자두랑, 복숭아 등등...
뜬금없이 이런 과일들을 왜 주나 싶었어. 그런데 뭔가가 이상한거야. 과일 하나하나에 이상한 포스트잇이 붙여져있는거있지?
상자를 열자마자 바나나가 있길래, 바나나에 있던 포스트잇을 제일 먼저 떼서 봤어.
[ 00아. ]
딱 보니까 종인이 글씨체로 내 이름이 써져있더라.
또 무슨 이벤트인가 했어. 막 속이 간질간질 한거야.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포스트잇이 생각보다 많길래, 그냥 다 떼고나서 하나하나씩 천천히 읽기 시작했었지.
[ 오빠가 미안해. ]
[ 미안하다고 해서 니 기분 안 풀리는 거 알아. ]
[ 그래도, 난 나름 많이 고쳐졌다고 생각했었는데. ]
[ 그래도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가 봐. ]
그렇게 하나하나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는거있지?
[ 그래도. ]
[ 오빠가 많이 좋아해. ]
그날따라 저 오빠라는 말이 그렇게 설렜던건 처음 알았었어.
[ 나 아직도 많이 미워? ]
내 앞에 종인이가 있는것도 아닌데, 아직도 많이 밉냐는 말에 나도모르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어.
[ 너한테는 부족하겠지만. ]
[ 노력할게, 뭐든. ]
과일에 붙여져 있는 포스트잇은 저게 끝이였어. 그리고 과일을 다 꺼내니까, 상자 맨 밑에 뭔가 이상한게 있는거야.
뭐지? 이러고 그걸 꺼내들었는데,
" ... "
생리통약이였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했잖아. 종인이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다는거.
내가 생리때문에 예민한게 보였나봐.
그리고 혼자 약국에서 이 약을 샀을 종인이가 생각나서 자꾸 피식피식 웃음도 나왔었어.
[ ..너 오늘 그날이지. ]
약통 뒤에 이렇게 적혀있는거야ㅋㅋㅋㅋㅋㅋ 귀여워서 미치는줄 알았어.
나중에 인터넷 찾아보니까, 저 과일들이 다 생리통 예방에 좋다는 과일이라더라.
약이 끝인줄만 알았는데, 약 밑에 작은 편지지 같은게 있는거야.
나는 이미 충분히 감동 받았었는데, 감동시킬 일이 더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엄청 좋았었지.
[ 약 꼬박꼬박 먹고, 과일도 많이 먹고. ]
[ 확인할거야. 맨날. ]
[ 나 스케줄 내일이면 다 끝나. ]
[ 끝나고 바로 너네집 달려갈게. ]
[ 내일은, 나 안아줄꺼지? ]
문장 하나하나가 다 짧고 간결했지만, 거기에 종인이의 진심은 가득 담겨있는거 같았어.
당장이라도 종인이한테 달려가서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였지.
그렇게 흐뭇하게 편지를 읽어내려가는데, 뭔가가 자꾸 지워져있는 흔적이있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라고 써야할까 고민하면서 지웠다 썼다 반복하는 종인이의 모습이 자꾸 상상이 가는거야.
너무 예쁘고 기특했지.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 문장에는, 그 흔적이 유난히 많이 보였었지.
[ 아, 그리고. ]
[ 사랑해, 00아. ]
[ 아주 많이. ]
그 문장을 읽고 나서 그날 밤 하루종일 설레임에 잠을 못 잤던 게, 아직도 새록새록 기억이 나ㅋㅋㅋㅋㅋㅋㅋㅋ
-
(한껏오므려진손과발을다림질하며들어온다) 안녕ㅇ하세여!!!
원래 어제 오려고 했는데, 늦어졌네요...ㅎ..ㅎㅎ..ㅎㅎ죄송합니당
이런 굉장히 오글거리는 썰을 써보긴 처음인데....
1화인데 분량이 엄청나네요. 사실 저렇게 끝내기는 애매해서 뒤에 더 쓰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되면 제 손이 남아나질 않을거 같아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근데 불마크가 아니라서 뭔가 낯서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던데, 저번공지에서도 말 했다시피 위험한 동거는 연재 계속 합니당.(하지만언제할지모른다는게함정)
컴퓨터가 고장나버려서 이런저런 불편한 일들이많네요. 무엇보다 거기 있던 엑소 사진들과..열심히 끄적여놨던 글들이...ㅁ7ㅁ8
엄마한테 말했더니, 지금은 곤란하고 몇개월만 참으라고 하네요. 근데 그 몇개월이 몇년이 될지는 아무도모릅니다. 물론 저희 엄마도 모르겠죠.
뭐라는거지.. 아무튼 연재텀은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될거같아요. 평일에는 노트북을 언니가 가져가버려서 ..ㅎㅎㅎ
피씨방에 가서라도 하고싶지만, 저는 피씨방가면 인티말고 게임을 할거같기때문에 그런곳은 가지않을거에요 (단호)
아, 그리고 암호닉 말인데요, 받고있어요 화ㄱ끈하게 신청부탁드립니다!
(신청하실때 '신청'이라고 말머리 꼭 달아주세요 찾기힘들ㄹ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