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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863





눅눅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오전 내내 그렇게 맑았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다. 떠나간 너를 위해 대신 울어주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평일의 오후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영원히 함께 하기를 바랬던 그가 종인의 곁을 떠났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절차였기 때문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조금은 눈물이 흐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니, 목구멍까지 차오른 울음을 억지로 집어삼켜버렸다. 사실은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어쩌면 조금 의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경수의 곁에 끝까지 남아있던 건 종인이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그 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끝까지 미소지은 채 경수는 종인의 곁을 떠나갔다.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왔을까. 짧은 이십년의 인생동안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들었으며 무엇에 행복해했을까.


너는, 그래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지만, 네가 죽었다.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네가 떠나도 너를 부정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곁에 없으니 둘이 있던 그 시간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 너를 생각했다. 너의 향기, 너의 온기, 너의 목소리, 너의 얼굴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너는 남아있질 않다. 참아왔던 무언가가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면, 니가 없는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례식장을 나온 종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머릿속엔 네가 보고싶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다. 승인을 받아낼 수 있을 지 확실치 않았다. 실행해서는 안 되는 실험이니까. 언젠가 세상에 알려졌던 기술은 그 위험성이 전해지자 조용히 그 자취를 감춰버렸다. 분명한 것은 그 실험이 더 이상 아무도 실행해서는 안 되고, 알려져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자취를 감춘채로 영원히 묻혀져야하는 것임에 마땅했다. 굉장히 뛰어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라졌다. 건물에 들어선 종인은 지하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지하 깊숙히 자리 잡은, 박사가 있을 연구실로 향했다. 초조하고 불안했으나 그 만큼 간절했다.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었다. 





-...불가능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아무리 자네라도, 승인 해 줄 수 없어! 제 정신인가?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간다 해도 시공간에 갇혀 돌아올 수 없을 가능성이 커!


-괜찮습니다.


-나가주게,


-박사님. 연구결과가 성공적이었다는 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이론은 완벽했지. 완벽했던 건 그 뿐이다. 실행 할 수도 실행해서도 안 돼,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자네도 기억하잖아? 혼란으로 가득했던 몇 년 전 말이다.


-기억합니다. 역사가 뒤 바뀌고 모두가 내일을 예언했던 그 때. 하지만 그건 지난 일, 지난 과거 일 뿐입니다! 사용이 금지 되고 나서 몇년 후에 다시 입증 되지 않았습니까? 세기 최고의 발명이었다고! 박사님이 이십년간 연구해온 그 발명품은 그들은 그렇게 칭했습니다! 저 또한 그들과 생각이 같습니다. 당연합니다, 대체 다시 세상에 보이길 꺼려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난 자네가 대체 왜 이러는 지를 모르겠군! 그래, 자네야말로 이렇게 까지 해서 임상실험을 받아내려는 이유가 뭔가?


-...간절합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누군가를 만나야 합니다. ...승인해주십시오. 반드시.. 가야합니다.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너가 떠나면 안 되는 거였다.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 말도 많이 남아있었는데 뭐가 급해 그렇게 가버렸는지. 널 다시 만나길 바랬다. 조금은 방법이 서툴고 거칠어도 너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아무도 없는 곳에 갇혀 나 혼자 남게 된다 해도.



지금, 찾아갈게. 경수야.




.
.
.



"어린 왕자님, 예쁜 성을 쌓아 올렸습니다."


조금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을이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한적한 밤 중의 놀이터에는 조그만 어린 왕자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자신만의 성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기다렸을까. 외로움을 짐작해보면 조용히 품에 안고 싶어진다. 내 앞의 조그만 그 어린 왕자는, 제 앉은 키만한 모래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단정하게 가르마져있던 머릿결에 흙이 조금 묻어있었다.



"아아, 아니야 여기, 여기에 나뭇잎을 꽂아야 하잖아."



손을 뻗어 조심스레 머리에 묻은 흙을 털어주었다.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허전하게 비어있는 모래성의 꼭대기가 있다.


"여기요, 왕자님?"

"응, 와아! 다 만들었어. 여기는 경수가 크면 살 성이야!"

"..경수가 크면?"

"응. 아! 맞아. 이거 아저씨랑 나랑 같이 만든거니까, 아저씨도 나중에 경수 크면 같이 살면 되겠다. 그지?"


어린 왕자는 내게 웃어주었다. 티 없이 맑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직 물들지 않은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서, 기억속의 누군가를 쏙 빼닮아서, 잠시나마 잊고있었던 네가 또 다시 그리워졌다. 나는, 내 앞에 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헤메고있다.


경수야. 너를 찾아 내가 이 곳에 왔다. 너무나 그리워서, 오면 안 될 걸 알면서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걸 알면서도 내 고집을 부려 너를 찾아 왔다. 우리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나눴을 대화들도 난 아직 하지 못 했는데 네가 떠나갔다.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데 네가 사라졌다. 그리고 자꾸만 내 기억속을 비집고 나와 내게서 잊혀지려고만 하더라. 그래서, 내가 찾아왔다. 조금은 들떠있는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널 기다리겠다. 날 기다려준 너를 이제 내가 기다리겠다.


경수야. 떠나지 않아도 되. 네 말대로, 우리 지금 쌓은 모래성처럼, 무너지지 않는 우리들의 성을 쌓자. 우린 다시 행복할 수 있다. 내가 널 찾아 곁에 왔으니까. 사랑해, 경수야.






조각내용 정리


종인이와 서로 사랑했던 경수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죽게됩니다. 이게 2032년.
종인이는 경수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장례식이 끝나는대로 어딜 찾아가는데,
2030년에 타임머신을 발명했던 박사에게 갑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고.
간절하게 부탁해서, 비밀스럽게 진행한다는 조건 하에 실험을 시작합니다. 과거로 가는 실험이고,
이 실험은 은폐된 만큼 다시 실행하기엔 너무 위험해서 종인이가 시공간에 갇혀 오도가도 못할 수 있는데
경수가 너무 보고싶은 종인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을 진행하게 되요.
그리고, 성공합니다. 과거로 돌아가요. 과거에서 어린 경수를 종인이가 만나고,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던 경수 곁에 종인이가 가죠. 물론 경수는 종인이를 모르고...
종인은 그리웠던 사람을 다시 만난거라서 기쁘기도 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씁쓸해하죠.
다시 만난 경수가 너무 어려서. 잘못 된건가 싶기도 했지만 경수가 웃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되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 종인, 그리고 끝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익연 독방에도 올렸었는데 반응 좋아서 글잡에도 용기내서 올려봐요..!
눈팅 막기 위해서 30p로 구독료 달았어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 사진
독자1
으핳헣좋아여ㅠㅠㅠ아련한김종인은사랑ㅜㅜㅜ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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