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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 하얀거짓말 09 | 인스티즈

이렇게 밝게 웃어주는 남어빠..................

늘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지금부터 마지막화까지 폭풍 업뎃을 할까 해요...........

저 이제..................여유라는 걸 반납해야 하는 때가 왔................(또르르☆★)

현실세계에서 이런저런 과제들에 치여야 하는 때가 오고 있습니다ㅠㅠ

이미 완결난 작품, 느릿하게 업로드해서 그대들 심기를 불편하게 할 바에야

폭탄으로라도 업뎃 해버리려구요ㅠㅠㅠ

 

그럼 출바알~!

 

 

 

 

 

 

BGM : 김일진 - Waltz In Waltz

 

 

 

 

 

 

 

 

 

 

 

 

 

하얀 거짓말

W. Irara

 

 

 

 

 

 

 

 

* * *

 

 

 

 

[시간 좀 내라. -이호원]

 

 

 

 

 

 

짤막하게 와있는 문자를 다시 한 번 읽었다. 꽤 오래전, 호원이와 너무나도 자주 왔던 포장마차 앞에 서서 주머니로 손을 꽂아 넣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 아주머니의 반가운 얼굴을 보고 활기차게 인사했더니 나를 알아보시고 손을 흔들어 주신다. 웬일로 나를 먼저 보자고 한 건지, 조금 의외다 싶은 호원이 녀석의 연락에 혹시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은 걱정으로 두리번거리며 녀석을 찾았다. 이미 나를 먼저 보고 손을 들어준 녀석의 얼굴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녀석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 자연스럽게 녀석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두르고 왔던 목도리를 풀어 의자로 걸쳐 놓고는 녀석의 불그스름한 볼을 툭툭 쳤다.

 

 

 

 

 

 

“야, 너 혼자 한 병을 벌써 다 비웠냐?”

“왔냐.”

“바쁜 나를 왜 부르셨나.”

“……….”

 

 

 

 

 

 

나를 부른 이유를 물었을 뿐인데, 녀석은 내 얼굴이 뚫어질 때 까지 나를 보고 있었다. 내 얼굴 한 번 보고 한숨 한 번 쉬고, 또 술잔 한 번 비우고. 이 순환을 반복하기를 여러 번, 답답함을 못 이기고 내가 녀석의 입으로 향하는 술잔을 가로채고 나서야 녀석은 조금 정신을 차린 듯 했다. 어려운 말이냐? 자꾸만 뜸을 들이는 녀석을 향해 물었다. 호원인 입으로 조금 식어버린 우동을 밀어 넣고는 우물거렸다. 사례가 들린 건지 켁켁 거리는 녀석에게 물을 건네주고 녀석과 눈을 맞추었다.

 

호원은 물을 삼키고 우현을 바라보았다. 깊게 잠겨있는 두 눈동자가 틀림없이 하기 어려운 말을 하려는 것인 듯, 입술을 달싹거리며 쉽게 말을 내뱉지 못하는 호원을 보며 우현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야, 남우현. 무심한 듯, 그러나 언제나 불렀던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 호원에 우현은 ‘뭐, 인마.’하고 대답했다.

 

 

 

 

 

 

“너 진정으로 김성규 사랑하냐?”

“…뭐?”

“김성규 죽을 만큼, 진심으로 사랑 하냐고.”

“뭐라는 거야, 이 새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물을 걸 물어야지. 콧방귀를 뀐 우현은 크게 웃어 젖혔다. 반대로 그 어떤 웃음기도 띠우고 있지 않은 호원의 얼굴을 보고는 우현은 곧 얼굴에 웃음을 거두었다. 왜 물어봐. 질문의 의도를 묻는 우현의 물음에 호원은 한숨을 쉬며 잔에 술을 채울 뿐이었다. 투명한 액체가 찰랑거리고, 눈 감을 새도 없이 호원의 입안으로 털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꾸만 쓴 술을 삼기는 호원을 이상하게 생각한 우현은 가만히 호원의 잔을 뺏어 왔다.

 

 

 

 

 

 

“말을 꺼냈으면 끝을 맺어라, 인마.”

“너나 대답이나 해봐라.”

 

 

 

 

 

 

호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우현은 ‘응, 사랑한다. 진심으로.’ 하고 답했다. 우현의 답을 들은 호원은 그럴 줄 알았다며 낮게 욕을 뱉었다. 도무지 알 수가 없는 호원의 태도에 답답해진 건지, 우현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왜 묻는 건데? 짜증이 가득 섞인 우현의 목소리에 호원은 가만히 눈을 들어 우현과 눈을 맞췄다. 어떻게 말하냐. 진심으로 사랑한다는데 어떻게 말해, 내가. 술에 취한 것 같은 목소리로 호원이 한탄을 했다.

 

녀석이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아마 짜증이 났는지도 모른다. 늦은 시각, 사람을 불러내서 하는 말이 고작해야 ‘성규를 진심으로 사랑하냐?’하는 대답할 것도 없이 당연한 말. 나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호원이의 태도에 다시 ‘뭔데?’하고 물었다.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알 필요 없다고 했다. 분명히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녀석에게서 뭔가를 더 끄집어 내 볼까 싶어서, 너와 나의 달라진 상황을 말해줬다. 내 곁으로 온 너와 우리 집에서 머물고 있는 너. 그리고 점점 나에게 사랑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너의 행동들. 내 이런저런 자랑들을 아무 표정 없이 듣던 호원이는 헛웃음을 푹 터뜨렸다. 뭐냐?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녀석의 행동에 날카롭게 물었다. 내 말에 꿈적도 하지 않고 있던 호원인 내 앞으로 끌어왔던 저의 술잔을 도로 가져가 깨끗하게 비웠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는 아까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또 다른 질문을 했다.

 

 

 

 

 

 

“우현아.”

“어.”

“김성규도 너 진심으로 사랑한대?”

“……….”

“왜 대답을 못하냐.”

“……….”

“왜… 대답을 못 해.”

 

 

 

 

 

 

내 마음이 아니라 성규 마음이니까, 그건―하고 핑계를 대고 싶었던 물음이었다. 네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건 맞지만,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지는 잘 몰랐다. 알 수 없었을 뿐더러, 명확하게 티를 내지 않았으니까. 며칠 전 나에게 저의 촬영을 결정해달라던 그때의 네가 떠올랐다. 물론 엄청난 발전이긴 했지만 그것만 가지고 네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대답을 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왠지 착잡해 보이는 호원이의 얼굴에 나도 입을 다물고 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고 단숨에 비워냈다. 그제야 이 녀석이 나에게 뭔가 굉장히 큰 할 말이 있다는 게 피부로 다가왔다.

 

뭔데 그래. 시원하게 말 해봐. 우현의 독촉에 호원은 입술을 짓이겨 물었다. 불쌍한 새끼야. 도대체 넌 왜 마냥 웃지를 못하냐? 우현을 동정하는 듯 한 호원의 말을 들으며 우현은 영문을 모르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저의 말뜻을 정말 이해하지 못 한 것 같아 보이는 우현의 얼굴에 호원은 욕과 함께 우현의 발밑으로 뭔가를 던져놓았다.

 

탁― 소리를 내며 떨어진 건, 새로 산 패션 화보집이었다. 너무나 낯이 익은 표지의 두 사람. 나는 허리를 굽혀 신발코앞에 떨어진 책자를 주워들었다. 소파에 누운 남자와 그 위에 올라앉아 있는 너. ‘그들의 비밀스러운 연애 현장으로’ 너무 유치하고 촌스러운 문구를 달고 있는 표지 사진의 주인공은 너와 ‘그’였다. 온 몸의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화보 촬영이 잡혔는데 김명수 그 사람과 함께 하게 되었다고 말하던 네 얼굴이 떠올랐다. 너는 알고 있었을까. 그 촬영이 어떤 촬영인지 알고 있었으면서 결정이 어려워 나에게 미뤘던 걸까. 정신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뭔가 크게 깨어져버린 기분.

 

 

 

 

 

 

“서점에 들어갔는데 눈에 띄어서 보게 됐다. 누구를 만나기로 했었는데 약속시간보다 너무 일찍 나와서 시간이 남았어. 시간 때울만한 일 찾다가 근처에 서점이 있어서 들어갔고. 그런데 문 밀고 들어가자마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저게 있는 거야. …김성규가.”

“……….”

“모델인데 어떻게 저런 일들을 피해 가겠냐. 촬영을 하다보면 컨셉이라는 게 있고, 또 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것들이겠지.”

“……….”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 …상대가 엘이라는 거. 그게 문제인 거잖아.”

 

 

 

 

 

 

그러게 왜 병신같이 애인 있는 놈을 좋아해가지고는 이 지랄인데, 미친놈아. 거친 언어였지만 나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놓친 정신을 다시 다잡기가 힘이 들었다. 가만히 테이블 위로 책자를 내려놓았다. 호원인 화나 나는지 책을 가져가 찢어버리려고 했지만 도로 책을 빼앗아 온 나 때문에 그러진 못했다. 표지위로 선명히 새겨져 있는 너의 얼굴과 그의 얼굴. 카메라를 농염한 눈으로 노려보는 네 얼굴을 어루만지고 손에 꼭 쥐었다.

 

 

 

 

 

 

“대답 해 봐라, 새끼야.”

“……….”

“김성규가 진짜 너 사랑한대냐?”

“이런 걸로 성규 마음 의심하지 마.”

“의심 못 할 건 뭔데.”

“일 일뿐이잖아. 성규는 잘 해낸 거야. 어려운 컨셉, 잘 소화해 낸 거라고.”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 호원은 화나 나는지 씩씩 거리며 숨을 쉬었다. 김성규가 대체 뭐길래 이딴 것도 눈 감고 넘어가줘야 하는 거냐며 바락바락 악을 지르는 호원. 그의 빈 술잔으로 술을 따라준 우현은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 내가 애인 있는 놈 좋아한 거 아니야. 원래 내가 먼저 좋아 했는데 그 새끼가 뺏어간 거야.”

“미친놈.”

 

 

 

 

 

 

욕해도 별 수 없었다. 입으로는 너를 옹호했지만 마음이 정리가 되지를 않았다. 어수선하게 흩어져 이리저리 제 멋대로 생각들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천막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 차가운 겨울의 바람. 온 몸을 꽁꽁 얼릴 수 있을 만큼 추운 겨울이었지만 내 쓸데없는 생각은 하나도 얼리지 못했다. 아무리 추스르고 추슬러 봐도 제대로 서지를 못하는 내 정신이 힘없이 누워버렸다. ‘사진 참 잘나왔다’, ‘일 잘 해냈구나’하고 아무리 웅얼거려봐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너져버리는 내 하늘에 가만히 몸을 늘어뜨렸다. 내 머리위로 쏟아지는 하늘의 조각들. 너라는 내 단단한 하늘이 점점 흙먼지를 내며 부서지고 있었다.

 

호원은 바쁜 스케줄로 푸석해진 우현의 얼굴을 살폈다. 이게 사람 얼굴이냐? 메이크업으로 감춰놓은 다크써클과 창백한 안색. 아무리 진한 화장이라고 한들 친구의 눈은 속일수가 없는 건지, 잠은 자냐고 묻는 호원을 보며 우현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나는 너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었던가. 아니, 그보다 내가 너에게 원하는 것이 있긴 했던가. 그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던 나였다. 이보다 더한 행복도 필요 없다며, 매일 밤, 잠에 들 때에 옆에 네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했던 나였다. 김명수 그를 잊을 수가 없다면 그를 사랑하며 나를 사랑해도 괜찮다고, 그런 생각까지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고작 이 사진 하나로 모든 것을 잃은 듯 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나. 너를 갖고자 했던 인간으로서의 소유욕은 어쩔 수가 없었던 건가.

 

잔을 붙잡은 채 넋을 놓아버린 우현을 보며 호원은 혀를 찼다. 그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진을 꼭 붙들고 있고 싶냐? 화보집을 손에 쥐고 놓지를 않는 우현을 보며 호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를 내가 어떻게 하면 좋냐. 대체 집나간 니 정신을 어디서 찾으면 좋겠냐고. 병을 들어 우현의 잔 안으로 술을 다 부어준 호원은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나 때문에 괜히 너 마음만 안 좋아진 건 아닌지, 모르겠네.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호원을 보며 우현은 손을 저었다.

 

 

 

 

 

 

“어떻게 해서든 접했을 소식인데 뭘. 네가 아니더라도 분명 이 화보, 내 손으로 들어오게 됬을 거다.”

“불쌍한 새끼.”

“너무 동정하지는 마라. 니 친구 자존심 구겨진다.”

“내 앞에서 차릴 자존심은 있고, 김성규 앞에서 차릴 자존심은 없냐?”

“…사랑에 자존심 세우면, 그게 사랑인가. 비즈니스지.”

 

 

 

 

 

 

고개를 떨어뜨리는 우현을 보며 호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또 어디까지가 끝인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우현의 사랑과, 성규를 향하고 있는 무거운 믿음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 내가 나설 수 있는 건 여기까지구나. 나머진 우현이 몫이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혀를 한 번 차고는 호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켓을 집어 드는 호원을 보며 우현은 고개를 들었다. 벌써가게? 아쉽게 묻는 물음이었다는 걸 알아 차렸지만 호원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계산은 하고 갈게. 딱 그 병까지만 마셔라.”

“……너는.”

“너 혼자 마셔, 인마. 나 앉아있으면 울기라도 하겠냐.”

“……….”

“간다.”

 

 

 

 

 

 

우현의 머리를 툭― 치고 포장마차를 나서는 호원은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그 누구의 조언으로도 정리 되지 않을 마음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사진을 보며 심하게 흔들리던 우현의 시선과 불안정한 호흡. 어마어마했던 믿음과 사랑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던 호원은 모든 것을 우현에게 맡기기로 했다. 우현 스스로가 자처했던 아픈 사랑, 그리고 기다림 끝에 결국 얻어 낸 사랑. 모두다 우현이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 호원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말없이 포장마차를 벗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포장마차 안에 사람도 얼마 없었다. 한 쌍의 커플과 두세 명의 앳된 얼굴들. 깔깔깔 웃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녀석이 일부러 내가 편한 시간대로 약속을 잡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고마움을 느낄 새도 없이 손에 들린 화보집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예쁜 너의 얼굴이었다. 두세 장을 더 넘기니 다른 차림의 너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너와 그. 행복한 건지 슬픈 건지 알 수가 없는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선 네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웃고 있었다. 그의 품에 이마를 기댄 채, 너는 웃고 있었다. 그 곳이 너에게 행복한 자리인지. 원래의 네 자리로 돌아가 너는 행복을 느끼고 있는 건지. 아닐 거라고 미루고 미루던 쓸데없는 생각들이 자꾸만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후우.”

 

 

 

 

 

 

정말 호원이 녀석의 말 대로 눈물이 치솟는 기분이 들어 급하게 술을 들이켰다. 쓰디 쓴 술이 숨을 태우며 목 뒤로 넘어갔다. 절로 인상이 구겨지는 맛, 그리고 내 기분. 술의 명분을 빌려 잔뜩 얼굴을 구겼다. 눈가로 맺혀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찍어 닦고는 쓴 숨을 뱉어냈다. 혼란스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여전히 너는 내 곁에 있을 거라고. 다시 한 번 마음잡고 믿음을 다잡았지만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나뭇가지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책장 한 장을 더 넘기니 보다 예쁜 네 옆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두른 팔. 그리고…

 

 

 

 

 

 

“……….”

 

 

 

 

 

 

고개를 흔들고 잔에 술을 채웠다. 술은 입으로 털어 넣고 한 숨에 삼켰다. 공중으로 내뱉는 긴 한 숨. 표정 없이 천장을 응시하던 우현은 가만히 책을 덮어 테이블 위로 올렸다.

그리고… 닿을 것 같은 너와 그의 입술.

 

우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도리를 집어 들었다. 테이블 위로 올려두었던 화보집도 챙겨 포장마차를 나섰다. 너무 추운 밤공기였다. 얼핏 흘려들었던 한파 소식이 생각났다. 손에 들린 검은 목도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추위에 붉게 물든 우현의 손에 들린 채, 그 뒤의 화보책 표지를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 * *

 

 

 

 

 

어떤 정신으로 집까지 찾아왔는지 모르겠다. 다만 문을 연 순간 눈에 들어오는 너의 모습에 술기운이 잠 깨듯 확 달아나 버렸다는 것. 편안한 차림으로 나를 반기며 나에게 다가오는 네 모습 위로 화보에서 보았던 농염한 네 얼굴이 겹쳐 보였다. 더불어 김명수, 그도.

 

 

 

 

 

 

“오늘은 좀 늦었네.”

“……….”

“어, 술 마셨어?”

“……….”

 

 

 

 

 

 

그래서 네 얼굴을 보고도, 그렇게 하루 종일 보고 싶었던 너를 보고도. 한 품에 끌어안을 수가 없었다.

 

우현은 말없이 신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어딘지 모르게 기운 없어 보이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는 가만히 그의 어깨로 손을 얹었다. 뭐야,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무슨 일 있었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묻는 성규의 목소리도 지금 우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을 거다. 대꾸 없이 드레스 룸으로 들어가는 무거운 우현의 등을 보며 성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우현아?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근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

 

 

 

 

 

 

우현의 뒤를 따라 들어 온 성규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성규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우현은 고개를 숙였다. 푹― 길게도 내쉬는 한숨. 이유를 알 수 없는 우현의 행동에 성규는 가만히 우현을 살폈다. 그러다가 손에 들린 저의 화보를 보고는…

 

 

 

 

 

 

“……….”

“……….”

 

 

 

 

 

 

우현과 마찬가지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너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내 손에 들려있던 책을 가져갔다. 표지에 실린 사진을 보며 이를 악물고는 책장을 넘기자 경악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점점 뭉개져가는 너의 얼굴을 보고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화보에 담긴 모습들 보다 더한 것도, 너는 그 사람과 했었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너는 너를 보고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몸을 돌려 옷가지를 벗는 우현을 향해 성규는 시선을 들었다. 우현아. 떨리는 목소리.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던 우현은 그대로 하던 것을 멈추었다.

 

 

 

 

 

 

“…봤어?”

“……….”

“여기에 실린 사진들… 다 봤어?”

 

 

 

 

 

 

숨길 수 없을 만큼 떨리고 있는 네 목소리에 어떤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촬영을 끝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던 이주전의 네 모습이 떠올라서, 왜 그의 모든 행동을 거부하지 않았느냐고 윽박을 지를 수도 없었다.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울부짖던 네가 떠올라서, 지금의 나만큼이나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던 네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나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 너를 이해하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던 나였다. 그런데 고작 이깟 사진들로 이렇게 흔들거려도 되는 걸까. 나는 과연 너를 보듬고 사랑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내 뒤에 서서 치욕스러운 얼굴을 하고 서있을 너, 그런 너의 얼굴을 볼 자신도 없으면서 나는 왜 너를 내 곁에 두려고 하는 걸까. 이 일이 이번뿐만이 아닐 거라는 것쯤은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는 미래였다. 앞으로 너를 사랑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를 내 곁에 두면서 숨을 쉬듯 겪어야 할 일들인데 벌써부터 힘에 겨워하는 내가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호흡을 참고 무너진 내 믿음을 애써 외면하는데, 내 어깨로 얹어지는 네 손이 있었다. 감았던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놓인 거울. 그 안에 너무나도 선명이 박혀있는 …나를 보는 너의 슬픈 얼굴.

 

 

 

 

 

 

“다… 본 거야?”

“…어.”

“언제… 본 거야?”

“좀 전에.”

“…하아….”

 

 

 

 

 

 

쏟아지는 네 한숨에서 자괴감이 느껴졌다. 네 얼굴에서 너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았다. 힘겹게 세워 놓았던 김명수에 대한 네 마음의 벽. 나를 향해 심고 키워나가고 있는 사랑. 그리고 네 스스로를 믿어보려는 의지까지.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의 네가 너무 슬퍼서, 함부로 뒤를 돌아 볼 수가 없었다. 내 어깨를 짚고 힘겹게 버티고 서 있던 네가 그것들과 함께 바닥으로 흘러내린 후에야, 나는 어렵사리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가슴을 움켜 쥔 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을 참아내고 있는 너. 내 발치에 무너져 앉아 끅끅거리는 너에게 나는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걸까.

 

어떻게든 믿어보려는 게 나의 다짐이었다. 결과물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너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믿고 싶었던 게 내 마음이고 심장의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애써 웃었다. ‘예쁘게 나왔더라.’ 이를 악물고 말하는 모순적인 칭찬에 너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내 입에서 뱉어진 말을 재차 확인하려는 너의 되물음에 나는 다시, 아니 몇 번이고 말해주었다.

 

 

 

 

 

 

“예쁘더라.”

“……….”

“진짜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잘 나왔더라.”

“……….”

“역시 너는 뭘 해도 잘 해낼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잘했어, 성규야. 나지막하게 뱉은 한 마디에 너는 입술을 짓이겨 물었다. 애써 한 칭찬인데 웃어주지를 못하는 너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자꾸만 내 믿음을 무너뜨리려는 너의 행동에 나는 다시금 혼란스러워지려 하고 있었다. 어떤 반응이라도 좋으니 내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너의 대답이 필요했는데, 너는 나를 바로 보지도 못했다. 마치 너의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 채 흐르는 눈물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우현은 가만히 성규의 앞으로 무릎을 접고 앉았다. 눈을 맞추려는 우현을 이리저리 피하는 성규를 보며 그는 말없이 마른세수를 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우현을 쳐다보지도 않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진짠가. 내가 생각하고 믿었던 게 모두 거짓이고, 지금 너의 반응과 행동들이… 진짜인 건가.

 

내 태도를 너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날이 섰던 칭찬들도 다 알아챈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게 내 상식의 선에서는 옳았다. 의심하는 내 눈초리를 보면서 아니라고,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다 사실이 아니라고. …너에겐 나뿐이라고. 김성규에겐 남우현 뿐이라고. 그렇게 말을 해줘야 내가 안심을 할 수 있을 텐데, 너는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모든 게 어긋나고 있었다.

 

내 믿음도. 믿었던 내 사랑도. 사랑했던 너도.

 

 

 

 

 

 

“……….”

“……….”

 

 

 

 

 

 

널 지키겠다 했던 나도. 모든 것이 엇나가기 시작했다.

 

우현은 가만히 다리를 펴고 일어났다. 성규는 주저앉은 자리에서 미동조차 없었다. 더 이상 성규를 보고 있는 건, 우현에게 고문과 다름이 없었다. 애써 믿었던 성규에게서 잔뜩 상처를 받았다. 수도 없이 받았던 과거의 상처. 그것들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상처였다. 우현은 말없이 드레스 룸을 벗어났다. 등 뒤에 남겨질 성규가 걱정이 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현 그도 사람이었으니까.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었으니까.

 

…아프면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너무 평범한 인간이었으니까.

 

 

 

 

 

 

 

 

 

 

 

 

 

* * *

 

 

 

 

 

얼마 전의 화보 촬영으로 당분간은 아무런 스케줄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화보가 발간이 되고, 발간된 화보를 본 너에게서 어떤 의심의 눈빛 같은 것을 느꼈을 때.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어떤 말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무지막지한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너는 알 턱이 없겠지. 어떤 사람도 그럴 테다. 속에 있는 말을 해주고 소통을 하지 않으면 진전될 수가 없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거니까. 과연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한 소통의 점수는 얼마나 됐었을까. 이미 한걸음 물러 서버린 것도 같은 너를 바라보면서, 또 끝없이 나는 너를 기다려야 옳은 걸까. 아직 머리 아프고 골치 아픈 생각들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동우 형은 나를 또 다시 불러냈다. 테이블 위로 놓인 형의 스케줄 수첩. 수첩을 가만히 나에게로 밀어주는 형의 손을 보고 나는 형의 얼굴을 바로 보았다.

 

뭐야? 성규의 물음에 동우는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첩을 집어 들어 표시가 되어있는 페이지를 펼친 성규는 꽤 빡빡하게 잡혀있는 일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어쩔 수 없었어. 명수형 성격 너도 알잖냐. 하나부터 열까지 네 모든 스케줄을 자기하고 묶어서 잡으라는 데 왜 그러는 건지 이유를 묻지도 못했다. 성규야, 네가 좀 말해봐. 대체 형이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한동안 너랑 잘 지내는 것 같더니, 무슨 일 있는 거야?”

“……….”

“이런 거 나한테 숨긴다고 득 될 거 하나 없어.”

“……….”

“뭔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면 나한테 말하고 나를 이해시키는 게 맞는 거야. 무작정 숨기려고 그러지 말고.”

 

 

 

 

 

 

길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다음 스케줄이 코앞이었다. 나더러 런웨이에서 워킹을 하라는 명수 형의 지시. 워킹이야 옷 한두 벌 걸치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나에게는 형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드는 일이었다. 수첩을 내려두고 얼굴을 구겼더니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동우 형이 말을 걸어 왔다.

 

너, 뭐 있지. 매섭게 변하는 동우의 눈을 보면서 성규는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서 동우는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성규의 앞에 놓여있던 수첩을 잽싸게 가져가는 동우의 손. 성규는 그런 동우의 손을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말 해.”

“……….”

“뭔지 알아야 내가 무슨 일이 나도 쉴드를 치고 할 거 아냐. 말 해.”

“……….”

 

 

 

 

 

 

나와 너. 그리고 형. 세 사람의 관계가 몇 마디의 말로 정의되고 정리 될 수 있는 관계라면 얼마나 좋을까. 단호하게 끊어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보듬어 안고 가기에는 너무 많이 엉켜버린 우리의 관계. 그 시작은 아마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왜 너의 곁에서 명수 형을 쉽게 놓지 못하는 지. 멀리 던져버리고서는 이렇게나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잘 정리해 놓고는 왜 또 이렇게 휘저어 놓는 건지. 나조차 내 속을 알 수가 없었다. 흔들린 마음이야 다시 추스르면 그만이었다. 내 선에서 잘 정리하고 그 어떤 것도 흘리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마음아파 하는 일이 없었겠지. 인상 찌푸릴 수밖에 없는 사진을 보고서도 정말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쳐 줄 수 있었겠지. 그동안 나의 그 어떤 것도 눈감아주던 네가 그렇게 무너진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네 얼굴을 눈앞에 두고 ‘마음만은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촬영하는 내내 형을 너라고 생각했다고.’ 그런 나를 속이고 너를 기만하는 거짓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형이 죽을 만큼 미웠다. 나를 농락하고 내 사랑을 짓밟은 주제에 이제와서 나를 놓친 걸 후회라도 하는 사람처럼 나에게 집착하는 형이 너무나도 미웠다. 하지만 앞에서면 바보 같아지는 나는 여전히 형의 옆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내 자리가 아니기에 너무 힘이 들고, 내 옷이 아니어서 너무 아픈 그 곳에서 나는 여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형의 손짓 하나, 눈짓 하나. 표정 하나에 와르르 무너진 내 심장과 벽. 그 앞에서 나는 아무 대처도 못하고 손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나와 형의 관계는? 아마도 ‘애증’.

 

성규는 눈앞의 동우를 바로 보고 앉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무릎위로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동우와 눈을 맞추었다. 형― 참 힘겹게도 힘을 뗀 성규를 보며 동우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혹은 어떤 물음을 해도. …대답해 줄 수 있어요?”

“……….”

“내가 말을 하다 울어버려도, 그러다 쓰러져 버려도. …들어 줄 수 있어요?”

“……그래.”

“……….”

“그래, 성규야. 뭐든 해줄 테니까 말 해봐.”

 

 

 

 

 

 

온전히 나를 믿고 나를 들어주겠다는 얼굴의 동우 형을 보면서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 길고 긴 문장들의 첫 운을 떼었다.

 

 

 

 

 

 

“형도 알고 있죠. 명수 형 옆에 나 말고 다른 사람 있는 거.”

“……….”

“대답 해 준다고 하셨잖아요.”

“…응. 알아.”

“알고서도 만난 거였어요. 형이 좋으니까. 형 곁에만 있을 수 있으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덤덤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가는 성규의 얼굴을 보며 동우는 안타까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이 미련하도록 착한 아이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었다. 보이는 걸 보지 못한 것처럼, 들리는 걸 듣지 못한 것처럼. 여태 살아왔다고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동우는 앞에 놓인 커피 잔을 꽉 쥐었다. 따뜻한 온기를 점점 잃어가는 잔을 들어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제가 언뜻 보고 느꼈던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아픔을 털어 놓으려는 성규를 앞에 두고, 조금 경건하게 마음을 먹었다.

 

형이랑 함께 살기 전에, 우현이랑 함께 살았었어요. 형이 아시는 그 우현, 맞아요.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 남우현. 저 우현이랑 꽤 오랜 사이 알고 지내고 친구로 지냈거든요. 물론 우현이는 저를 친구라고 생각 하지 않았지만. 씁쓸한 성규의 말에 동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말을 듣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동우를 보며 성규는 바짝 마른 입술을 물로 축였다. 텁텁했던 입안이 한결 가벼워지자 훨씬 말을 하기가 수월해졌다. 떨기 시작한 숨을 고르고 목소리도 가다듬었다.

 

 

 

 

 

 

“우현이가 저를 좋아하고 있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잃고 싶지가 않아서 곁에 있었어요. 우현이가 주는 사랑 다 받으면서 모르는 척, 그렇게 지냈어요. 그런데 내 앞에 김명수라는 사람이 나타난 거에요. 나와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커서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큰 사람. 그런 사람이 나한테 와서는 새 꿈을 심어준 거에요.”

“……….”

“그래서 어쩌면 형을 사랑하게 됐었나 봐요. 아마 동경일지도 모르겠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에 와서야 그렇게 생각한다고 인정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아니었어요. 형을 향한 나의 오만가지 감정을 전부 다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압축시켜 버렸거든요. 그래서 난 그 어떤 마음으로도 형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랑의 이름 하나로 형의 모든 잘못과 모든 행동을 용서하고 받아들였고요.”

“……….”

“행복했어요. 형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근데 또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어요. 모든 것을 모른 체하고 견뎌내는 대신에 참아내야 하는 고통은 분명히 있었죠. 처음에 제 사랑이 제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때는 모든 것을 인내했어요. 나는 괜찮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면 정말 괜찮아 졌으니까. 근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바라게 되는 거에요, 형에게. 형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다는 걸, 정말로 깨달아 버렸을 때부터. 점점 바라게 됐는지도 몰라요. 형이 나를 사랑하면 좋겠다고. 형이 나 하나만 바라보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점점 지쳐버렸는지도 모르고.”

 

 

 

 

 

 

말하다보니 점점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형은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는 걸 내 입으로 내가 말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또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을 내가 사랑했었다는 것 또한. 내가 말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 마다 동우 형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져만 갔다. 꼭 형이 잘못한 사람마냥, 고개를 숙인 채 연신 한숨을 뱉어냈다.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형. 내 말에 형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추었다. 이렇게 말하지만 이제는 끝났거든요. 명수 형이랑 저. 결국 쏟아져 나온 나와 형의 현재에 동우 형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형이 저를 버렸을 거라고 순간 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죠? 아니에요. 내가 형에게서 도망쳐 나왔어요. 형이 나에게 모질게 굴고 단 한 순간도 진심으로 사랑을 주지 않았던 그때, 마음이 지치니까 여전히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고 있는 우현이가 눈에 들어왔어요. 사람이라는 게 정말 이기적이죠. 그렇게 눈에 보이지도 않던 우현이가, 내가 힘이 드니까 눈에 들어오는 거에요. 우현이 사랑이 대단해 보이고, 커 보이고. 그러다가 자꾸 생각나고 기대고 싶고. 아니라고 아닐 거라고 현실 부정을 하면서도 나는 우현이에게 어느 샌가 기대고 있었어요. 결국엔 이렇게 그 대단하고 이기적이던 내 사랑을 버릴 정도로, 우현이에게 마음이 가버렸고. 지금도 우현이가 좋아요. 머리로 생각해보면 명수 형 보다 더 많이.

 

그래, 머리로 생각하면 네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언제나 나를 위해주고 바라봐주는 너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데 마음이, 이놈의 마음이 문제였다. 애증처럼 놓지도 못하는 주제에 가질 엄두도 못내는 형과 올곧게 나만 보고 있는 네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너와 형의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누구를 버리고 누구를 택해야 옳은 선택이고 그릇된 선택일까. 혼란스러운 내 눈을 읽은 건지, 동우 형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

“그래서 네 표정이 꼭 저승으로 끌려가는 사람 마냥, 그랬던 거구나.”

“…네, 형.”

“진즉에 물어봐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하다, 성규야.”

“아니에요. 형이 무슨 잘못이 있다구.”

 

 

 

 

 

 

정말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저 같아요, 형. 전 여태 우현이한테 그렇게 상처를 줘놓고 미안하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줬어요. 우현이가 화보를 보게 됐거든요. 그 자리에서 우현이에 대한 내 믿음과 사랑을 확실하게 보여줬어야 했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제가 너무 바보같이 한심해서, 무서워서 떨고만 있었거든요. 우현이 사랑이 떠날까봐. 그럴까봐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저 너무 바보 같죠?

 

슬프게 말려 올라가는 입 꼬리와 휘어지는 눈은, 마냥 그가 웃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혼자 참 많은 것을 견뎌내고 있는 성규를 보며 동우는 한숨을 쉬었다. 손에 쥐고 있는 스케줄 관리 수첩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다. 참 어렵게도 버티고 있는 성규를 왜 진즉에 보듬어 주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성규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수첩을 열어 빼곡한 스케줄들을 하나하나 짚어 내려갔다. ‘명수, 성규’ 묶어져 있는 두 사람의 이름이 너무 슬퍼보여서. 동우는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들어 성규의 이름 몇 개를 지웠다.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다.”

“네, 힘들어요.”

“뭔가 정리도 좀 필요 한 것 같고.”

“……….”

“무엇보다, 남우현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나 보네. 그렇게 걱정하고 감싸 안는 걸 보니까.”

 

 

 

 

 

 

동우 형의 말에 가만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격이 없어요, 전. 씁쓸하게 뱉어내고 보니 정말 난 자격이 없는 사람 같았다. 나를 끌어안고 있는 너에게 내가 해준 게 과연 뭘까. 처음부터 받기만 했던 사랑이라고 끝까지 받기만 해야 한다는 건가.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답답한 내 지난날의 태도에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단 하나도 너에게 해준 게 없었다. 함께 잠에 들고 잠에서 깨어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모든 것에 만족한다고 버릇처럼 말하던 너였기에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아 버린 걸까. 사랑에 입은 상처는 입어본 사람이 더 잘 이해한다 하는데. 왜 나는 너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 한 건지.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사랑도 마음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 적절한 말과 행동. 그리고 오고가는 무언가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 나는 너에게 점점 기울어가는 내 마음을 알아차렸으면서도 또 무시해버리고 말았다. 내 안에 너무 무겁게 차지하고 있는 형을 차마 버릴 생각은 하지 못하고, 너를 조금 덜 사랑하고 말았다. 이런 바보 천치가 세상에 또 있을까. 온갖 욕이 쏟아져 나왔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성규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잔을 들었다. 성규의 파리해진 안색을 보며 동우는 수첩을 다시 펼쳐 성규의 앞으로 내밀었다. 내밀어진 수첩을 내려다본 성규는 몇 군데를 빼놓고 전부 줄이 그어진 제 이름을 보고 동우를 쳐다보았다.

 

 

 

 

 

 

“이름 못 지운 건 어쩔 수 없는 것들이야. 나머지는 아직 계약 중에 있는 것들이니까, 말만 잘 하면 취소 할 수 있어.”

“…형.”

“명수 형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회사에 너 잘 말해서 휴가처리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좀 쉬어. 아직 복귀하기에는 네 마음이 평탄치가 못하네.”

“……….”

“명수 형도 회사에서 준 휴가를 어떻게 해 보겠냐. 너무 걱정 말고 마음 잘 추스르고.”

“……….”

“…남우현씨랑도 이야기 한 번 잘 해 보고.”

“고마워요, 형.”

“인사치레는 나중에 밥한 끼 사.”

 

 

 

 

 

 

그럼 나 먼저 일어난다. 환한 웃음으로 성규에게 웃어준 동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성규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휴가 길게 못 줘. 보름. 보름 후에 다시 연락 할게. 동우의 말에 고갯짓으로 답한 성규를 보고 동우는 손을 흔들고는 카페를 벗어났다. 성규는 뭔가 임무가 주어진 기분이었다.

 

홀로 테이블에 앉아 잔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내가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동안에도 너는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피나는 연습으로 일궈낸 춤을 추면서 카메라 앞에서 거짓 웃음을 짓고 있겠지. 네 현재의 모든 건 아마 내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너를 이런 힘든 세상에 밀어 넣은 게 아마 나일지도 몰라. 부와 명예를 안았다고 한 들, 과연 네 마음까지 가득 찼을까. 허한 구석 하나 없이 꽉꽉 차 있을까. 네 곁에 머물기로 그렇게 약속했던 난, 네 마음이 빈틈없이 가득하냐는 물음에 긍정을 할 수도 부정을 할 수도 없었다. 잔을 들어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입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또 다시 고민했다.

 

 

 

 

 

 

“……….”

나는 과연…

“……….”

 

 

 

 

 

 

…진정으로 너에게 필요한 사람일까?

 

 

 

 

 

 

 

 

 

 

 

 

 

 

 

 

 

 

 

* * *

 

 

 

 

 

얼굴의 상처가 아물자 급한 컴백을 했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지막 방송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스케줄, 라디오 방송까지 끝내고 차에 올라타니 시간이 꽤나 많이 흘러가 있었다. 새벽 네 시. 지금 시간이면 아마 네가 잠을 자고 있겠지. 행여 너를 깨울까봐 쉽사리 전화를 걸어보지도 못했다.

 

우현은 손에 들린 핸드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은 오가는 대화도 없어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그 날, 그렇게 말없이 성규를 두고 나온 우현은 그 후로 좀체 쉽사리 성규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과연 성규가 달아난 건지, 아니면 우현이 물러나 버린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둘의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는 거였다. 우현은 핸드폰 홀드를 풀어 배경화면에 가득 차 있는 성규와 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두 얼굴을 보며 과연 저 사진을 찍을 때 진심으로 행복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무 급하게 너를 몰아붙인 건 아니었나, 충분히 힘들었을 너란 걸 알면서도 내 생각에 너를 내친 건 아니었을까. 걱정이 들었다. 믿음의 문제는 오로지 나만의 문제였다. 너를 끌어들여서도 또 너를 아프게 해서도 안 되는 거였다. 너를 향한 내 믿음이 어긋난 건 누구보다 내 잘못이고 너를 더 믿지 못한 나의 탓이니까.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너에게 내색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너는 언제고 도망가 버릴 것 같은 사람이니까, 끝까지 내가 끌어안고 있어야 했다. 언제 어디로 날아가 어떻게 떨어질지 모를 아이니까. 널 사랑하는 내가 네 손을 잡고 네가 안정을 취하고 꽃잎 위로 내려앉을 때 까지, 조금 기다렸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의 난, 마치 네 손을 놓아버린 사람처럼. 너를 의심하고 외면했었지. 그래, 어쩌면 네가 한걸음 달아나버렸을지도 모르겠구나.

 

 

 

 

 

 

“…형, 내일 스케줄은?”

“내일은 막방 사전 녹화만 있어.”

“몇 시에.”

“오후 세시. 푹 잘 수 있을 거다.”

 

 

 

 

 

 

꽤 널널한 시간에 만족해하며 오랜만에 너를 끌어안고 깊은 잠에 빠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를 끌어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사과도, 미안하다는 말도, 또 사랑한다는 말도 할 수 있겠지. 그러다보면 멀어졌던 한걸음도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계산했다. ‘계산했다’는 표현이 너무 야속해 보일지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계산하지 않으면 너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기에.

 

차가 집 앞에 멈춰 서자 우현은 차에서 내렸다. 온몸을 한 번에 덮치는 추운 공기에 몸을 웅크리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피곤한 눈을 비볐다. 집 앞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 텅 빈 거실이 그를 반겼다.

 

 

 

 

 

 

“…자나?”

 

 

 

 

 

 

당연히 잠을 잘 시간이겠지만, 늘 자지 않고 나를 기다리던 너라서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고 있었나보다. 내심 섭섭한 기분이 들었지만 피곤했겠지 하는 마음으로 침실 문을 살짝 열었다.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던 네가 문소리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조금 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너무 당황스럽게도…

 

 

 

 

 

 

“…어?”

 

 

 

 

 

 

아무도 누워있지 않은 침대가 있었다.

 

우현은 침실 안쪽에 딸린 화장실을 보았지만 불조차 켜져 있지 않았다. 드레스 룸도, 테라스도. 평소 출입을 잘 하지 않던 피아노 방도. 모두 열고 이리저리 뒤져 보았지만 성규는 없었다. 우현은 조금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불안해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드레스 룸으로 가 옷장 문을 열었다.

 

 

 

 

 

 

“……없어… 없다.”

 

 

 

 

 

 

…옷장 안에 늘 놓여있던 성규의 캐리어가 없었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온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너는 없었다. 사라진 캐리어를 확인하자마자 정신이 나가듯 이성을 놓쳐버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아파트 단지 안의 놀이터와 주차장, 내 차가 주차되어있는 지하주차장까지 모두 뒤졌다. 너는 없었다. 그 어디에도 너는 없었다. 설마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떨쳐내려고 했다. 지난번처럼, 나를 떠나 그에게로 가려는 걸까. 설마, 아닐 거야. 해서는 안 되는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들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집으로 올라갔다. 너에게 전화를 걸어도 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꾸만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는 전화에 점점 불안함은 극을 달해갔다. 집으로 돌아가 드레스 룸에 너의 옷이 남아있는지를 확인했다. 몇 벌의 옷을 제외하고는 너의 옷이 남아있었다. 대체 뭐지. 이건 대체 뭘까.

 

 

 

 

 

 

“아… 제발, 김성규!”

 

 

 

 

 

 

악에 바쳐 소리를 질러도 너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이번만큼은 네가 전화를 받기를 바랐다. 너의 번호를 누르고 귀로 전화를 가져다 대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벨소리.

 

우현은 소리가 부르는 곳으로 향했다. 어두운 집안. 소리가 울리고 있는 곳은 부엌이었다. 불을 켠 우현은 식탁 위에 놓여 열심히 벨소리를 울리고 있는 성규의 핸드폰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게 허무해지는 기분이었다.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건 모든 연락을 피하고 싶다는 성규의 뜻을 의미했다. 절망스러운 얼굴로 우현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핸드폰과 함께 딸려 올라오다 툭― 하고 밑으로 떨어지는 반으로 접힌 흰 종이. 우현은 그 종이를 집어 들어 펼쳤다. 흰 종이위로 조심스럽게 놓인 성규의 글씨.

 

 

 

 

 

 

「금방 돌아올게.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길 바래.」

 

 

 

 

 

 

이건 너무 일방적인 것이었다. 돌연 사라져버린 너를 내가 무슨 수로 기다리는지. 네 목소리를 들을 수도 너를 볼 수도 없게 해놓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은 아닌가. 화가 치밀었다. 그 어떤 이성으로도 너 없는 불안함은 억누를 수가 없었다. 벌써부터 덜덜 떨려오는 손으로 김명수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이 시간에 전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예의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몇 번의 연결 후에 짜증 가득한 소리로 전화를 받는 그에 나는 거친 숨을 참으며 목소리를 억눌렀다.

 

 

 

 

 

 

“성규가 사라졌어요.”

 

 

 

 

 

 

김명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으며 ‘뭐?’ 하고 답했다. 이런 반응을 보니 그에게로 간 건 아닌 듯싶었다. 불쾌한 그의 대답에 기분이 상할 정신도 없었다. 그래서 난 네가 놓고 간 쪽지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했던 말을 되풀이 해야만 했다.

 

 

 

 

 

 

“성규가… 사라졌어요.”

 

 

 

 

 

 

 

 

 

 

 

 

 

 

 

[인피니트/현성] 하얀거짓말 09 | 인스티즈

현성이들을 시궁창으로 끌고가는 나를 이렇게 패버리고 싶겠지만 그래도 좀만 참고 버텨줘요 그대들;;;;;때리지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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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라라에요ㅠㅠㅠㅠㅠㅠ흡ㅠㅠㅠ우현이 우짤꼬ㅠㅠㅠ 성규도 ㅠㅠ 짠하네요 정말ㅠㅠㅠㅠㅠ흡ㅠㅠㅠㅠㅠㅠㅠ 성규가 엘이 둔 굴레에 벗어날수있을까?하는 착잡한 마음이 드네요ㅠㅠㅠ 그대진심ㅠㅠ 금손 오늘도잘보구가용♥♥
11년 전
독자3
구름입니다. 그동안 조용히 작가님 글 읽고 있었어요. 오늘 돌아오셔서 너무 반갑구요 근데 아이들이 ㅠ.ㅠ 에공 나머지 올려주신 글들도 읽으러 가야겠네요.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11년 전
독자3
성규도 불쌍한데 우현이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네요ㅠㅠ 빨리 행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11년 전
독자4
오일이에요..허..........일단 나머지 말은 나머지 다 읽고나서!!
11년 전
독자5
아이고ㅠ성규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분명 초반에는 성규가 너무 힘들어보였는데 제일 불쌍한 사람은 우현이네요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성규 어디간거니ㅠㅠㅠㅠㅠㅠㅠㅠㅜ -마르-
11년 전
독자6
감성 이에요 ㅠㅠ 아진심 우현이 너무 멋있지만 불쌍하다 진짜 ㅠㅠ성규가 얼른정리하고 돌아왔으면좋겠네요 ㅠㅠ 진짜 아무리봐도 명수는...나빠....ㅠ 그냥 행쇼하게두지 ㅜ
11년 전
독자7
암호닉신청이요!!!!!!!!!1회부터 정주행 하구왔어요작가님!!헐 ㅠ완전 이게먼가요...너무좋찮아ㅠㅠ신알신하구가요!!닉은 린으로!!!!
작가님. 사랑함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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