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150
비가 줄줄 오는 어느 날 밤, 차학연의 집문이 열리더니 웃통을 벗은 이재환이 나왔다. 실실 웃으며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곤 뒷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없는 라이터를 찾으며 욕설을 뱉더니, 이내 바닥에 있던 라이터를 발견하곤 피식 웃었다.
" 비는 왜 이렇게 오고 지랄이야.. "
난간에 기대 밑을 찬찬히 보던 그가, 손바닥을 뻗어 내리는 비를 맞았다.
" ... 참 차학연 같이도 오네. "
소나기라는 일기예보는 오늘도 틀린건지, 하루 내내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얇은데 쏟아질 듯 많이 내리는 비가 재수없는지 이재환은 하늘을 괜히 째려보며 말했다.
" 아-, 이렇게 비와서 짜증나는 날에는 차학연이랑 떡쳐야 맛이지. "
입술을 훑으며 헤헤 웃던 이재환이 담배의 재를 털더니, 바닥에 침을 뱉고 하품을 했다.
" 좆같은 이 노예새끼는 언제 올려나- "
같은 시각, 아파트 밑에 한 여자와 같이 우산을 들고 들어서려던 한상혁이 우산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자연스레 위를 보았다.
그러자 이재환과 눈이 마주쳤다. 이재환이 싱긋 웃으며 팔이 아닌 손바닥만 흔들어 인사했다. 그러고는
집안에 들어섰다, 문이 열린 틈새로 몸에 상처가 가득하고, 손목과 눈이 묶인 힘없는 차학연이 보였다.
바로 밑에선 한 여자인, 박경리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한상혁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 비는 왜 이렇게 오고 지랄이야..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