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아까 그 환자 진통제 어떻게할까요? " " 있다가 회진 돌때까지만 지켜봐요. 아, 차트 먼저 주세요 " 네 잠깐만요-하며 스테이션으로 총총뛰어들어가는 온지 막 한달을 넘어서는 신규 간호사다. 20대의 싱그러움을 온몸으로 내뿜는 모습에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하고 생각했다. 잠깐 벽에 기대 허리를 폈다. 끄응-소리를 내고 멍때리는데, " ㅇ쌤! 오늘 봤어? " 병원 복도가 런웨이인 양 멀리서 휘적휘적 걸어오면서 묻는 찬열쌤이다. 가끔 당직실에서 침대에 겨우 등을 붙히면, 문을 벌컥열고 '나 퇴근한다!' 하고 염장질에 잠까지 깨워놓고 도망가는게 취미인데, 이렇게 빙구같다가도 까딱하고 작은거라도 실수하면 내가 아는사람이 맞나 싶을정도로 무섭다. 그런데도 찬열쌤이 내가 이 전쟁터같은곳에서 가장 의지하는 사람중 하나인 이유는 그렇게 혼나서 하루종일 죽상인 나를 어디있는지 기어코 찾아내서 날 발견하자마자 달려와서는 머리를 꼬옥 안아준다. 원래 이 쌤 특유의 방식인거 같은데, 가끔 쓸데없이 설렐때가 있다. " 네? 뭘요? " " 아 넌 못봤겠다 새로들어온 응급실 레지던튼데, 잘생겼다고 난리들이야 나 세컨드로 밀려났어. 나참 " 진짜 서운한듯 스테이션쪽을 장난스레 흘기는 모습에 킥킥댔다. " 웃겨? 난 진지한데 설마 너도 나 세컨으로 여기는건 아니지? " " 아니에요! 누가 뭐래도 쌤이 최고임 " 엄지를 치켜세우고 올려다보자, 맘에 든다며 웃는다 - " 오세훈 일어나. " 당직실 문을 벌컥 열자 제일 구석자리에서 쭈구리 마냥 웅크려 자는 오세훈의 등짝을 내려쳤다. 꿈쩍도 안한다 이거지? " 더맞을래? 일어나 " " 아 왜!!! " 벌떡 일어나더니 가재미 빙의를 하시는 이새끼를 당장이라도 쥐어 패버릴까 생각하다가, 수술복도 안갈아입고 피 떡이 된 꼴이 안쓰러워 참았다. " 너 변백현 우리병원 온다는거 알고있었지 " " 헐 " 엘레베이터 안이였다. 뒤에있던 인턴들이 잘생겼네 어쩌네하며 소근대길래 아까 그 레지던트 얘긴가보다 하는데 이번엔 이름이 특이하단다. 슬쩍 옅듣는데, 뭐? 변백현? 곧바로 응급실로 들어서는데, 들어가자마자 보이는게 내가 아는 그 변백현의 뒷통수였다. 이리저리 환자들을 바쁘게 살피는 모습이 새로 온 레지던트라는 말이 사실이였음을 확인시켜준다. 내가 아는 그 변백현이 누구냐고? 헤어진지 4년이 다 되가는 남자다. 흔히들 말하는 구남친. 주위에 있는 물건이라고는 죄다 오세훈에게 던졌다. 아 아파!!! 정신 나갔냐?!! 왜!!! 야 나 삼일 내내 당직이였..미쳤냐!!! 그게 얼마짜린데!!! 아!!! 잠깐 그건 내려놔 그거 아직 할부ㄷ..미친년아!!! - " ..괜찮으세요? " " 아아! 김간 나 턱도 같이 찢어진거같애애 " " 염병하네.. " 고작 입술 좀 찢어진거 가지고 응급실까지 행차하신 오세훈을 못마땅하게 흘겨봤다. 입술 말고 그 떡진 머리나 어떻게 좀 해라 그게 더 심각해. 연고 바르면서 되도않는 애교까지 부리는데 그걸 또 귀엽다며 좋아하는 저 간호사도 정상은 아닌듯싶다. 오세훈이 앉은 베드에 벌러덩 누워 머리를 짚는데, 얘도 슬쩍 옆에 눞는다. " 좁으니까 꺼져라 " " 나눌수록 배가되는걸 모르시네 " " 그래서 어제 니 숙취도 배가 됐지. 신규는 뭔죄냐? " " 다 경험이지 경험 " " 경험 좋아하시네.. " 뭐가 웃긴지 킥킥대며 몸을 일으킨다. " 얼마 안됐어 일주일 됐나..알잖냐, 나 요즘 김교수한테 찍혀서 정신없는거. 온다는것도 니한테 맞으면서 기억났다니까 " 자랑이다.. " 유학 마치고 온건가봐 지금은 응급실에 있대 지금은 없는거보니까 퇴근했나보네" " 너 그래서 일부로 여기온거지 " " ..어어? 아, 근데 그새끼는 예나 지금이나 무슨생각인지를 모르겠어. 내가 오지말라고 안말렸겠냐 지 능력에 골라들어가도 쉬언찮을판에 " " 그게 지 능력이냐 아버지 능력이지 " ' 맞네..역시 구여친은 아는게 많아 크흐- ' 하고 깝죽대는 저새끼의 밑에도 터뜨릴까 생각했다. 그나저나 그렇게 떠난 새끼가 왜 돌아왔는지, 왜 돌아온 그곳이 왜 하필이면 우리 병원인건지, 응급실이면 오다가다 부딪힐게 뻔한데 마주치면 어떡하지까지 오만가지 생각에 한참을 일어나질 못했다. 밖이 어두워지고, 조용하던 병동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응급실 인원은 원체 적은터라 인턴이며 레지던트들까지 싹다 그쪽 인원으로 채워지는데, 그때마다 이런게 지옥이지 다른게 지옥인가 싶다. 신음소리가 난무하고, 별안간 환자들이 가득찬 이 곳에서 아까까지 변백현을 신경썼던 내가 우스웠다. " 일단 김선생님한테 콜해주세요. 여기가 제일 급하다고. " 멀리서 실려 들어올때부터 많이 다친 환자구나 싶을 정도였던 환자였다. 교통사고라는데, 광대뼈는 아얘 으스러졌고 코뼈는 그나마 즉각 복원이 가능한 정도다. 베드를 끌며 급한대로 주위에 있던 가운입은 사람하나를 끌고 엘레베이터에 탔다.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고 응급실의 시끄러운 소리가 가신다. " 환자분 바로 수술 들어갈거에요, 일단.. " 아차 생각해보니까 끌고 온 사람이 인턴인지 레지던튼지 확인을 못해서 고개를 들고 아까 그 사람을 보는데, " ... " 변백현이다 마주치게 될 걸 알았는데도 몸에 힘이 쭉 빠진다. 겨우 다리에 힘을 싣고 아무렇지 않게 올려다본다. 살짝 헝크러진 머리가 퇴근하다가 바로 병원으로 뛰어온듯 했다. 변한건 없었다. 키가 조금 더 크고, 머리가 조금 더 길어진 것 뿐 내가 질리도록 봐온 모습과 다를바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만나게 될줄이야. 자기도 적잖아 놀란듯 아까 끌려들어온 모습 그대로이다. 계속 멍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짧은 신음을 내며 환자에게로 시선을 내린다. 10층까지 거리가 이렇게 멀었나 정적만이 가득하다. 변백현이 한참을 환자를 쳐다만보다가 입을 연다. " 환자분 " " ... " " ..많이 괴로우셨죠 "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 ... " " 이제 괴롭지않으실거에요 " 나와의 시작을 말하던 그때의 목소리로 " ... " " 제가 옆에 있을겁니다 " 이젠 옆에 있겠다고 말해온다 변백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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