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쫒아온다. 멀어지려 할 수록 더 가까워진다.
차오르는 숨에 잠시 멈췄다가, 번뜩 드는 불안함에 뒤를 돌아보니
그가 내 바로 뒤에서 웃고 있었다.
W. 150
며칠 전 부터 자꾸 악몽을 꾸었다. 그게 한참 지속되자, 난 스트레스에 참지 못하고 정신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들어서자, 이유는 모르나 단내가 풍겼다. 상담실 문을 여니 차학연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매단 의사가 날 반겼다.
" 안녕하세요. 날씨가 춥죠? 커피라도.. "
" 아. 괜찮아요. "
나를 언제 봤다고 저렇게 예쁘게 웃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성적인 나와 달리 말이 많고
사람을 편하게, 차분하게 해주는 그에 나도 모르게 하고 싶은 말을 줄줄 뱉었다.
예상대로 그는 천천히 귀를 기울였다.
" .. 전부터 자꾸 꿈을 꿔요. 근데 너무 생생하고 슬퍼서 현실같기도 해요. "
" 현실이 많이 슬픈가봐요, ㅇㅇ씨는. "
" 딱히 그런 것보다는 뭐랄까 분위기가 잔혹해요. 이해못하시겠지만, 암튼 그래요. 주위도 다 까맣고..배경은 뭣하나 없는 넓고 휑한 사막. "
" 음- 꿈 속에 누가 나오는지 알아요? "
" 한 남자가 나와요. 처음엔 그냥 나를 보고 웃어주기만 했어요, 근데 자꾸 날 따라와요. 도망치면 끝까지 쫒아오고,
꿈이 매일 반복돼요. 깨기전 마지막 내용이 그 다음날 꿈에서 시작돼요. 그게 너무 무서운거죠 "
" 그렇구나. 그 남자가 뭐라 안해요? 본 적은 없었어요? "
" 처음 봤지만 평생 잊지 못 할만큼 날카로운 사람이였어요. 그래서 더 현실 속에선 볼 수 없었구요.
목소리도 못 들어봤어요. 이상하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자긴 하는데,또 누우면 잠 들기 싫을 정도의 무서운 꿈을 꾼다는거. 어쩌면 소설일 수도, 착각인지도 모르죠. "
" 소름돋네요. 오늘 잠에 들 생각 있어요? "
" 이젠 밤만 돼도 머리가 아플 정도인데 말 다했죠. "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속마음을 터놓은 게 오랜만이다 보니 마음 한 구석에서 찌릿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차학연은 여전히 밝게 웃으며 말했다.
"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해 봤지만 ㅇㅇ씨는 특히 다르네요. "
" 어디가요? "
" 들을 수록 궁금해지는 동화 한 편을 보는 거 같아요. 흥미로운 사람이야. "
"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오글거릴 정도네요. "
" 그런 꿈을 꾸면서 힘들어하는게 고마울 정도로 재밌는 이야기였어요. 오늘 밤도 기대해볼게요. "
집에 돌아오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오늘은 꿈 속의 남자에게 말을 건네볼까, 아님 계속 꿈을 꾸며 끝나지 않는 레이스를 해볼까. 하고.
결국 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었다. 어쩌면 난 계속 꿈을 꾸고싶어 하는 거였다.
그날 밤. 난 뒤척이다 잠들고, 똑같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
그가 날 보면서 애매하게 웃었다. 나에게 달려와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꽉 안아버렸다.
난 그를 뿌리치고 달렸다. 그도 날 향해 달렸다. 언제나 이 달리기의 끝은 그였기 때문에 난 오늘도 지쳐 쓰러졌고,
내 뒤의 그가 환하게 웃었다.
매일 같은 꿈, 새로운 기분.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그가 무표정을 한 채 날 보고만 있었다.
" 저기요. "
" .... "
" 말 좀 해봐요, 누구세요? "
말을 걸면 안개처럼 사라지고, 조금 있다 다시 나타나 날 쫒는 그였다. 그는 날 쫒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날 아침 일어나보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의문을 품은 건,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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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짧아요. 죄송합니다. 하편은 좀 더 길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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