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야, ㅇㅇ아!! 빨리 너도 가자!!"
"어딜?!"
"좋은 구경!!!"
학교가 끝나고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다들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복도가 소란스러워지더니, 여자애들의 꺅꺅, 대는 소리와 남자애들의 환호성이 섞여 들리기 시작했다. 집에 가는게 저 정도로 기쁠 일은 아닌 것 같고,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놀란 토끼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데, 멍청하게 서있던 나를 민아는 질질 끌고갔다. 좋은 구경을 한다며 나를 데려간 곳은 바로,
'그럼 지금부터 수만고와 SM외고와의 축구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학생 수백 명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는 운동장이었다. 운동장 양 끝에선 각 학교의 선수들이 입장했다. 그리고 거기엔 자타공인 축구부 에이스, 변백현이 있었다.
"...와, 이거 무슨 경기야?"
"우리 학교 운동장이 넓어서 다른 학교랑 여기서 경기 많이하거든. 오늘은 SM외고랑 할 차례."
"...와."
나는 태어나 처음보는 신기한 광경에 넋을 놓고 구경했다. 축구에 대해 뭐, 잘 아는 편은 아니었지만 축구경기를 싫어하는건 아니니까. 선수들이 마주보고 인사를 했다. 우리 학교 애들은 일제히 수만고를 외치기 시작했다. 한 선수가 공을 참과 동시에 경기는 시작되었고, 가장 먼저 공을 잡은건 변백현이었다.
'아, 진짜. 어떡해. 백현이 너무 멋있어ㅠㅠㅠ.'
'나도 일주일 만에 차여도 좋으니까 한번만 사겨봤으면ㅠㅠㅠ.'
"...큽."
내 옆에 서있던 두 여학생이 얘기하는것을 본의아니게 들어버렸다. 내가 아는 변백현이 이렇게 학교에서 인기가 많을 줄 몰랐는데. 그나저나 차여도 좋으니까 한번만 사겨보고 싶다니, 사스가 변백현. 모두가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미소는 쉽게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내가 아는 변백현은 그저 지랄맞고 철부지에 여자만 갈아끼우는 나쁜놈이었다. 근데 요근래 들어 사람이 달라보이는게, 쟤가 철이 드는건지 내가 관대해지는건지 모르겠다. 변백현은 정말 축구를 잘했다. 우리 학교 애들이 패스를 했다하면 변백현은 그 공을 꼭 잡아냈고, 다른 학교 애들이 공을 빼앗으려해도 신들린 발재간으로 절대 뺏기지 않았다. 전반전이 15분쯤 지났을까, 우리 학교가 점수를 얻었다.
'꺄아아아악!!!!!!!!'
'변백현!!!!!!!!!!'
골의 주인공은 역시나 변백현이었다. 우리 학교는 환호했다. 나도 기쁜 마음에 차마 소리는 안지르고 박수를 짝짝, 치고 있는데, 골을 넣은 변백현과 다른 선수들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만세를 부르며 달려오던 변백현은 우리를 향해 세레모니를 해댔다. 마냥 손이 벌게져라 박수를 치던 나는 그런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백현이는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헐!! 야!! 백현이가 나한테 하트했다!!!!'
'미친!!! 니가 아니라 나한테 한거거든?!!!'
"ㅇㅇ아, 방금 쟤가 너한테 한거맞지!! 미친, 어쩜좋아!! 그냥 사겨!!"
"...미쳤나 봐."
민아는 지가 더 방방뛰며 나에게 소리쳤다. 내 옆에 서있는 아까 그 두 여자애들은 서로 자기한테 쏜 하트라며 다투고 있었다. 그게 누굴 향한 하트였던간에, 변백현은 영원히 내 개새끼라니까.
.
.
.
.
경기는 3:0으로 우리 학교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게중에 2골은 변백현이 넣은거였다. 애들은 그제서야 하나 둘 교문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나는 민아에게 끌려온 덕에 가방을 못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 망할 민아년은 자기 가방을 챙겨나왔다는거다. 결국 나는 다시 교실로 올라갔다. 혹시나 교실 문이 잠겨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문은 열려있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내가 문을 잠궈야겠구나, 하는 마음에 기분이 다시 안좋아졌다. 큰 한숨을 내쉬고 교실문을 걸어잠궜다. 모두가 떠나고 컴컴한 복도를 걸었다.
"...어?"
"..."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복도에 나와 같이 교실문을 잠그던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리고 그 한 명은 땀에 흠뻑젖어있는 백현이었다.
눈이 마주치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백현이는 늘 그렇듯 웃으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내 앞까지 다가오니 평소엔 못 느꼈는데 의외로 컸다. 내가 작은걸지도 모르겠다.
"어때, 나 축구 좀 잘하지?"
"응, 잘하네. 잘했어."
"뭐야, 그게 다야?"
"그럼 뭘 바래?"
나란히 걸으며 학교를 나섰다. 길을 걷는 내내 변백현은 자꾸 내게 무언가를 바라는 말투로 틱틱거렸다. 바라는게 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별로 하고 싶지 않은걸.
"야, 너 내 하트는 봤어, 안봤어?"
"아, 하트? 그거 나한테 한거였어?"
"...그럼 내가 누구한테 해!"
"아니, 내 옆에 여자애들이 엄청 좋아하길래. 걔네한테 한줄 알았지."
"와, 개빡치네. 걔네 누군데?"
변백현은 당장이라도 그 애들을 잡아다가 족치려는 모양이었다.
이 배은망덕한 새끼는 지를 좋아해줘도 난리네. 나 같으면, 나를 좋아해주는 애가 있으면 그 애한테 엄청 잘해줄텐데. 이래서 있는 놈들이 안된다는거지.
"됐고, 언제부터 축구를 한거야?"
"난 중학교 때부터 축구 좋아했거든, 니가 기억을 못하는거지."
"이게 뻑하면 내 기억력 탓하네, 그래, 기억 못하는 내가 병신이지."
"아, 뭘 또 그래? 누가 너보고 병신이래. 병신까지는 아니고, 븅신정도?"
"...이 개놈이."
이제 슬슬 칭찬이나 해줄까 했더니만 슬슬 깝쳐온다. 칭찬이고 나발이고 나랑 진지하게 주먹다짐을 하고 싶나보다.
내가 입술을 앙 다물고 놈을 흘겨보니 농담, 농담이지. 란다.
"아, 근데 나 좀 멋있지. 반하겠지?"
"반으로 갈라버린다."
"...너무해."
"뭐가."
"됐어."
얘가 오늘 왜 이럴까, 왜자꾸 틱틱대고 삐지고 애같이 구는걸까. 내가 제대로 된 칭찬을 안해줘서 그런가.
"야, 나 참. 삐졌어?"
"아니."
"..."
"..."
"어구, 백현이 축구 잘하네~ 잘했어, 잘했어."
지혼자 삐져서는 휘적휘적 빠르게 걸어가는걸 간신히 따라잡았다. 손을 최대한 뻗어 머리를 쓰담, 쓰담하며 달래니 갑자기 멈춰서서 나를 바라본다.
"...왜."
"...아니야, 빨리 가자. 나 힘들어."
"땀냄새 쩔거든?"
"그럼, 땀 흘렸는데 땀냄새나지. 병신아."
"이게 진짜 죽을라고."
힘듦을 핑계로 어깨동무를 해온다. 다시 평소처럼 웃는다.
-
"어!!! 나도 갈래!!!!"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갑자기."
"아, 나도 데려가!!"
"알겠어, 그니까 좀..."
점심시간, 여느때와 같이 공부를 하던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하고 물으니 김종인 축제 연습을 봐주러 간다했다. 너도 갈래? 라는 경수의 말에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긍정의 대답을 외쳤다. 그런 내 모습에 경수는 매우 당황해보였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가고싶었다. 장화신은 고양이 표정으로 경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얼른 나를 데려가서 조용히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빨리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경수와 걷고있는 복도가 어째 익숙하다 싶더니 김준면을 피해 도망온 음악실 복도였다. 그땐 못봤는데 음악실 옆에는 댄스부를 위한(?) 안무 연습실이 따로 있었다. 저게 바로 3면 거울....?! 나와 경수가 갔을땐 이미 다른 견들이 와있는 상태였다. 들어가자마자 김준면과 눈을 마주쳤다. 내가 씨익-하고 웃자 내 얼굴이 웃긴지 큽, 하고 웃음을 참는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동네북처럼 까이기 시작했다.
"야, 너는 너 혼자 오지 이 장식은 왜 데려왔어?"
"닥쳐라, 하찮은 변백현."
"..."
하지만 난 몇 주전의 찌질한 전학생이 아니다. 난 이제 너네가 다 만만하다. 이와중에도 춤을 추고있는 김종인 빼고, 아, 책 좋아하는 김종대도 빼고.
"이쁜아, 나 보러는 안오면서 김종인 보러 온거야?"
"..."
"...이제 내 말도 씹어..."
"조용히 해봐...춤추잖아..."
내가 오세훈의 말을 씹고 그 모습을 본 변백현이 학교가 떠나가라 비웃을 때도 나는 춤추는 김종인만 보였다. 시발, 춰봤자 얼마나 잘추겠어했는데 존나 잘춤;; 그 모습에 와, 하며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내 아래턱을 받치며 입을 닫았다. 뭐지, 하고 고개를 돌리면 내 옆엔 아직도 내 턱을 받치고 있는 박찬열이 있었다.
"침 떨어지겠다."
"오? 오랜만!"
"...오랜만이 자랑이냐."
"하핳, 그른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어로 된 흥나는 노래가 끝나고 김종인의 춤도 끝났다. 나는 김종인과 인사 한 번해보고 어깨 부딪혀본게 전부였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무슨 패기로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김종인에게 너 대박 멋있다, 라며 엄지를 쳐든지 모르겠다는거다. 김종인은 그런 날 보며 아, 고마워. 라며 어색해했다. 나역시 부끄러워진 엄지손가락을 조용히 접었다.
"백현이 친구, 너는 축제 안나가?"
"...나?"
"응! 너!"
아니, 그러니까. 설마 나? 내가 축제를?
"오, 이쁜이 춤 좀 추나? 나랑 트러블메이커할래?"
"...미친."
"얘 춤 존나 못 춰, 각목인줄."
"..."
그렇게 나는 강제로 춤밍아웃을 당해버렸다. 변백현 개새끼.
"아, 근데 너 노래 잘하지않냐?"
"...모태...그런거 못해..."
"왜, 너 길거리 노래자랑 같은데서 상금도 많이 받았잖아."
"우와, 백현이 친구 그런 능력도 있어?"
나완 다르게 기억력이 뛰어난 변백현은 내 과거를 파헤쳤다. 그건그렇고 갑자기 왜 이런 주제로 나를 몰아넣는건지 모르겠다.
여기에 괜히 온걸까, 뭣도 모르고 도경수를 따라오는게 아니었는데.
"아니...나 무대체질 아니야..."
"여기 축제 상금도 빵빵한데, 혼자 나가기 싫으면 도경수랑 나가. 도경수도 노래 개잘해."
"나는 왜 끌어들여."
"..."
축제 상금이 빵빵하다는 말에 넘어갈뻔했다. 그나저나 도경수는 노래도 잘한다니, 그래도 신은 공평하시다. 도경수에게 키를 안주셨다. 정말 공평하시다. 변백현은 결국 도경수를 끌어들였고, 분위기는 이미 나와 도경수가 듀엣을 하는 것 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너 노래 잘하면 밴드부 보컬하면 안돼? 우리 보컬 노래 존나...하..."
"...^^;"
"밴드분데 보컬이 노래를 얘보다 못해ㅋㅋㅋㅋㅋ"
"아...그러시구나...^^"
밴드부 보컬이 노래를 나보다 못하건 뭐건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는 지금 반강제적으로 축제에 나가게 생겼다는게 문제였다. 아니야, 나도 싫다고 하고 도경수도 싫다고 하면 그만인걸? 그럼 뭐 더이상 나가라고 등떠밀진 않겠지^^?
그럼 경수야 어서 싫다고 말해. 축제 무대따위 나가기 싫다고 말해.
"도경수, 그래서 축제 안나갈거?"
"...뭐."
"..."
"하면 하는거고."
시발경수야.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첫 여자인 친구가 나. 내 대변인. 나 얘한테 삐진 척함. 알고보면 되게 순수남. 경수이새끼야. 너새끼. 야이새끼야. 너갑자기 왜gray새끼야.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너 개새끼 취소한거 취소. 너 오세훈집 왜 옴? 잘 옴. 축구 잘하는건 인정ㅎ.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나를 놀린다. 그만 좀 놀렸으면. 의외로 깔끔 올ㅋ 다정 올ㅋ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춤잘춘다니 대단한 애.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밴드부?
NO. 6 김종대
특징 : 해맑.은줄 알았더니 존나 세. 솔직히 도서부 권력남용이라고 해라. 너 덕분에 도서관 갈일 네버 없음. 친해질일도 없을것같음...
NO.7 김민석
특징 : 솔직히 난 아직 얘가 무섭다. 깜짝등장을 좋아함. 선도부. 이상한 애. 오늘도 이상한 애.
NO.8 김준면
특징 : 우리반 반장. 여행가기를 좋아한다함. 나를 싫어함. 얜 또 어디갔을까. 드디어 화해함(감격)
와 벌써 12월달이에요 저는 이제 마지막 십대를...떠나보내야합니다...Hㅏ...★
그나저나요 저번화 추천수가 무려
23....!!!
이거 감사인사를 어떻게 드려야할까요
여러분 다들 어디사세요? 그쪽보고 큰절올리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
추천수가 20이 넘었다는 쪽지를 받고 얼마나 기쁘면서도 막 연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욕구가 아주 그냥!!!!퍽발!!
열심히할게요 이쁘게봐주데엽^3^
그럼 우리 모두 안녕!!!!!쪽쪽!!!!!♥
(근데 오늘 민석이 안나온거 함정)
♥ 디스 이즈 암호닉! ♥
모카 님, 권지용 님, 희수씽 님, 토익 님, 알 님, 기린뿡뿡이 님, 루루 님, 삼지창 님, 예찬 님, 유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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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 님, 하트 님, 롯데월드 님, 렛잇꼬우 님, 됴큥 님, 뚱바 님, 마름달 님, 망부석 님, 라임 님, 삼지창 님
규야 님, 블루베리 님, 미어캣 님, 꺄꺄 님, 초코 님, 스젤졸 님, 유니콘 님, 예봄비 님, 모히또 님, 매력넘치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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