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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l조회 1176l 6

창근은 사실 어머니와 같이 추락할 준비가 이미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눈 사이로 비집고 새어나오는 눈물은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그게 좀처럼 되지 않았다. 그 날 창근은 친구 제민의 집에서 외박을 했다. 어머니의 얼굴을 볼 자신도 없던 창근이었으며 대체 누가 그를 이렇게 한순간에 정수리에 망치를 때린 듯 멍하게 만든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제민은 창근의 얼굴을 보더니 금세 알아차렸다. 제민도 다가오는 불안함을 맞고 있는 중이어서, 위로의 말을 한마디도 못 건냈을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둘만의 고민이 아닌 낙원구 행복동 모든 이들의 고민이었으므로.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며 불쌍함에 젖어들지 않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을것이다.

제민과 창근은 약수라도 되는 양 소주를 마냥 들이 부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음에 비례에 주량도 강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소주 반병 아니면 한병. 창근은 제민과 함께 마신 바닥이 보일 때 즈음 문득 생각이 났다.

집에 가방을 열어두고 왔다.

가방엔 철거 예고장이 있었다.

창근은 집으로 미친듯이 뛰었다. 제민의 물음을 내던져 버리고 달려갔다. 어머니, 어머니. 그 종이, 열어 보시면 안 돼요. 어머니, 엄마. 심장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뛰고, 함께 뛰는 다리도 통증을 느낄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최 할아버지의 구멍가게를 지나고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고 숨이 턱까지 막혀 가슴과 목부근을 죄어왔지만 멈출 순 없었다. 시간은 새벽 네 시를 지났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집 문을 거칠게 연 창근은 헉헉 거리던 숨이 턱하고 막혀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심장이 멎을 뻔헀다.

***

추락이 아닌, 날개를 활짝 편 날개였다고 생각한 창근이었다.

창근의 가방 속 들어있던 철거 계고장은 어머니의 공중에 뜬 발 밑에 연못 위의 풀잎처럼 살포시 떠있었다. 창근은 바르르 떨며 어머니의 품으로 채 다가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

많지 않은 사람들이 창근에게 찾아왔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들던 보험 덕분인지 상조는 적지 않게 마련할 수 있었다. 모두들 창근에게 동정 어른 시선을 가득하게 주시하며 걱정섞인 말들을 창근의 어깨에 계속해 올렸다. 하지만 어떠한 말도 창근의 귓가에 닿진 못했다. 그나마 처음 삼일은 한참을 오열하고, 실신하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 이제 그럴만한 힘도 나지 않았다. 창근은 오늘에서야 눈물이 말랐다는 표현을 실감나게 배웠다.

“아, 미스 ○ 아드님이신가?“

빈정거리는 말투로 술 냄새를 풍기며 창근에게 시비를 걸었다.

“누구세요.”

“누구긴, 미스 ○ 먹여살리던 오빠였지. 우리 미스 ○, 이럴 줄 알았으면 요거, 요거나 더 만질 걸.”

두 손으로 가슴을 잡는 시늉을 하며 비짓거리며 웃었다.

“이, 아저씨가, 돌았나.”

우발적인 행동에 창근은 후회따윈 하지 않았다. 그 남자의 멱살을 잡아 올려 그대로 뺨에 주먹을 내꽂았다. 윽, 하는 소리에 동시에 바닥으로 고꾸러진 그 남자는 앉아서 창근을 노려보며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개만도 못한 자식이!”

창근의 배에 주먹이 꽂힐 타이밍을 중재 시킨 건 꽤나 준수하게 생긴 중년의 남성이었다.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잡혀갑니다. 예? 술 드셨으면 곱게 집으로 가져야지요. 집이 어딥니까? 김기사. 모셔다드려.”

장례식장에서 큰 물의를 빚을 뻔한 창근이 남성에게로 다가가 고개를 끄덕이고 작게 목례를 하며 신분을 물었다. 그 남성을 본 적이 없을 창근임에도 눈에 익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누구.”

“아, 그냥 관계자일 뿐입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 창근의 시야에 익숙한 인영이 들어왔다. 저 돈많은 부잣집 자식을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도 마주쳐야하는 현실은 대체 진절머리가 난 창근이었다. 손흥민이었다. 흥민은 아까 그 중년의 남성에게 다가가 친숙하게 웃음을 지었다. 아, 그제서야 창근은 남성이 눈에 익은 이유를 알아챘다. 부자지간인 것 같은 닮은 모습에 무슨 볼 일이 있기에 이 곳을 들른 것일까란 물음은 곧 어머니의 마지막 유산 상속에 정리하기 바쁜 창근에게 금새 자취를 감췄다.

마주쳐야 하는 현실은 대체 진절머리가 났다.

***

창근이 담배를 한대 피고오자 장례식장 로비에서는 9시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오늘 새벽 4시 경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에서 40대 초반의 여성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들에게 남긴 짧은 유언으로 보아 철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여…이에 행복동 재개발 기억 진성그룹 관계자들은 고인의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양복을 털던 창근의 손은 순간 멈추었다. 손흥민은 설마,

창근이 어긋나게 각도를 틀 수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

며칠 동안 창근은 장례식장에서 살다시피했다. 어머니의 유골을 묘에 안치시키고 택시를 타고 창근은 학교로 향했다. 어머니의 향이 가득 묻어난 집에는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은 창근이었다. 지금에서라도 집에 가면 끈에 매달려 자신을 마주했던 그 모습이 기억이 날 것 같아서, 정문에 세워 주세요. 날씨는 화창했고 새는 날아다녔다.

바깥 공기를 오랜만에 들여마신 탓인지 창근의 다리가 순간 휘청거렸다. 결국은 넓다란 운동장의 벤치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10시 5분, 1교시가 한창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운동장을 바라보던 창근의 눈에 낯익은 고급 외제차 한 대가 들어왔다. 역시나 뒷문에서 내리는 것은 손흥민이었고 앞좌석 창문을 열어 흥민에게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남잔 장례식장에서 본 중년의 남자가 맞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가볍게 아버지께 인사 치례를 한 손흥민은 창근을 보고선 반갑게 뛰어왔다. 재수 없는 놈, 우리가 어디서, 얼마큼 친하다고?

손흥민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하게 창근의 옆에 앉았다.

“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수업 안 들어가고.”

“너는 뭔데.”

“집 안에 일이 좀 있어서. ..어, 이거 우리 학교 교복 아닌 거 같은데. 양복이야?”

“..”

“…장례식 갔다가 온 거야?”

창근은 고개를 돌려 흥민을 마주했다. 호선을 그리는 입가도, 마주한 눈동자도 샐샐거리는 것이 싫었다. 창근은 주먹에 힘을 가득 쥐며 자리에서 일어나 흥민을 노려보듯이 바라보며 머뭇거리던 입을 열었다.

“너, 진성그룹인가 거기 아들이냐?”

“…그건 왜? 그냥.. 아버지가 거기 일하셔.”


퍽ㅡ.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알싸하게 부어오른 뺨을 한 손으로 감싸며 표정이 역력히 들어나는 흥민의 모습에 창근은 욕짓거리가 나오기 충분하다 생각했다.

“좆 같은 새끼.”

“창근아?”

“니가, 씨발, 우리 엄마 죽이게 만들었잖아. 니가, 씨발. 니가 사람 한명 죽는 꼴을, 니 가족 죽는 꼴을 니 눈으로 똑똑히 봤냐고. 개만도 못한 새끼야. 개, 썅년아. 아, 흐윽.”

“…창근아.”

“엄마랑, 약속한 게, 많았, 끅, 많았는데, 니가, 싸그리 망쳤, 아아, 그래도, 흐, 나는 행복했어, 난, 흐윽, 윽, 좋았다고.”

분노에 못이겨 일어난 창근의 몸이 체념한 듯 벤치 위로 다시 추락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한 창근이었다. 눈물이 말랐다는 거, 그건 다 거짓말이었다. 죽은 당시에는 몰랐는데 다시 눈물이 봇물 터지듯 폭포처럼 나오기 시작하니 주마등처럼 기억이 흘러갔다. 앞에서 날 바라보는 손흥민에게 보이는 눈물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철거가 돼도, 우리는 행복할 거라고. 엄마는 창근이, 창근은 엄마만 있으면 된다고. 누구 하나도 쓰러지지 말자고. 추락하지 말자고. 

약속을 먼저 어긴 건 창근의 어머니였다. 그러나 창근은 미움은 없었다. 냉장고에 있는 어머니가 봐오신 장은 아직도 그대로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의외로 손흥민은 담담히 창근의 어깨를 감싸안고 미안하다는 소리를 몇번 씩이나 중얼중얼거렸다. 창근은 꺽꺽대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

창근은 그날부터 제민의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덜덜 떨리는 다리로 집에서 짐을 싸고 나왔다. 정말 노력해도 추락을 맛본 집에서는 살아갈 용기가 없는 창근이었다. 나올 때는 냉기대신 온기가 가득한 냉장고가 창근의 눈에서 떼어지질 않았다.

주변에선 계고장을 받은 집들이 하나하나 부서져 갔다. 강력한 반발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정부에 체념하고 포크레인을 불러와 철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철거비가 낮을 때 얼른 철거해야 하는데, 그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행복동의 따스한 정을 없애고 보상금을 '지급'해준다는 건 애초에 말도 안 될 논리였다.

한 사람이 추락하는 꼴을 보며 빈민촌을 없애고 콘크리트 냄새 그득한 빌딩 가까운 아파트를 짓는단 것은, 그것은, 돈으로 해결 될 문제는 아니었다.

제민의 집에서 내려다본 창근집 주변엔 진달래가 울긋불긋 만발해 있었다.

창근은 엉켜있는 꽃잎들이 그날 밤 문을 열고 들어온 어머니의 헝크러진 머리카락 같아서, 그것이 마치 어머니의 따스한 잔해 같아서, 그게 걸려서 남에게 쉽게 내 줄 수 없었다.

창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지켜낼 것이다. 제까짓 게 무슨 힘이 있겠느냐마는 어머니와 제 추억이 가득한 이 낙원구 행복동을 넘겨주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절 위로하며 미안하다 중얼거렸던 흥민의 체취가 잠시 창근의 다짐에 스쳐지나갔다. 재수 없는 부잣집 아들내미. 미안하다 엉엉 울며 자신을 위로했던 그 자식. …여전히 재수가 없었다.


경기보면서 급하게 쓴지라 급전개에 다소 형편없는 내용 죄송함당 창근흥민 흥해라..† 12호골 기념으로 어서 달달한 거 하나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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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너무 슬퍼ㅠㅠㅠ 난쏘공...하 난민촌...모두모두 잘 풀렸으면 좋겠다....마음이 아프네.
흥민아 골넣은건 수고했다. 어시도.
-지몽-

11년 전
독자2
댓글달려고 진짜 기다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 진짜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겁나 왜 이렇게 아련터지고 진짜 창근아 아ㅠㅠㅠㅠㅠㅠㅠㅠ흥민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거 생각나고ㅠㅠㅠㅠㅠㅠㅠㅠ나도 암호닉 신청할래 첵스초코 로ㅠㅠ이거말야 # 첻ㄱ스초코닮음
11년 전
독자3
작가♡나
11년 전
독자4
진짜 쓰니 너 내가 루파유ㅠㅠㅠ왜이렇게 아련아련해ㅠㅠㅠ
11년 전
독자5
ㅠㅠㅠ창근이ㅠㅠㅠ너무아련ㅠㅠㅜ
11년 전
독자6
대박ㅜㅜㅜㅜㅜㅜ 아 진짜 눈물나올거같아요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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