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먹는다고!"
"한번만 먹어봐요! 맛있다니까?"
"비릿하다니까?"
오늘도 투닥투닥. 서로 젓가락 끝을 대고 싸우는 꼴이 이젠 익숙하다.
아니 저럴거면 서로 밥을 같이 먹지를 말던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원식은 조용히 국을 떠 입에 넣었다.
"아니 어떻게 인간이 고기를 안먹어요? 그거 선배 인생의 큰 즐거움 놓치는 거에요!"
"그럼 너는 왜 야채를 안먹냐? 너 그러다가 성인병걸려서 죽어."
참 우스운 조합이라고 모두들 말하곤 했다. 캠퍼스에서 유명할 정도로 채소만 먹는 홍빈과 고기만 먹는 상혁의 조합이 바로 그랬다.
이렇게 둘이 같이 다니는 것에 원식이 익숙해지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둘의 시작은 둘의 식성만큼이나 독특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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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한 동아리의 새내기 환영식. 말이 새내기 환영식이지 사실 상 선배들은 취업에 지친 몸과 마음을 알콜로 잊어보려는 핑계였고, 복학생들에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여후배들을 꼬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정말 오기도 싫은- 그러나 친구에게 억지로 끌려올 수 밖에 없는 자리였다.
"김원식- 나 이런데 오기 싫다고 했지."
"야, 내가 회장인데 어떻게 안오냐. 그리고 내가 오면 어? 너도 와야지! 우린 리얼프렌드잖아-"
낮은 소리로 하핫 하고 웃는 김원식의 말은 무시하고 뚱한 표정으로 앉은 홍빈은 알콜냄새와 짙은 담배 냄새, 그리고 비릿하게 올라오는 삼겹살냄새들 사이에서 신선한 야채들을 찾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저거 뭐야? 처음보는 후배님, 지금 뭐해?
"이 테이블은 다 야채밖에 없나-"
궁시렁 궁시렁대며 홍빈이 손을 뻗으려고 하는 야채마다 죄다 다른 테이블로 미루는 손놀림에 홍빈이 쳐다보자, 씩- 하고 웃는다.
너 이름이 뭐더라? 한...상혁이던가?
"아- 선배님. 어쩜 이 테이블은 고기가 없네요? 기다려보세요, 제가 이 상추랑 오이 좀 치우고-"
처음보는, 더군다나 통성명도 하지 않은 선배가 바로 앞에 앉아있는데 뭐가 그렇게 편한지 참 능청스러운 저 입과 입과 세트로 바쁘게 움직이는 손길이 분주하다.
한 마디를 하면서 홍빈의 앞에 있는 오이를 치우고.
"선배님 그런데 엄청 잘생기셨네요? 근데 너무 말랐다. 고기 더 드시지, 왜 안드세요?"
당근을 치우고.
"하긴, 이런 건 후배가 구워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 근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마지막 양파와 파채까지 치운 뒤에-
"이거 드시면서 얘기하세요-"
하이라이트로 방금 구운, 노릇노릇한, 하지만 홍빈눈엔 그저 비린내나는 돼지의 일부분이었을 기름덩어리를 갖다 댄다.
"아니, 난-"
이런 붙임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거지. 먹지 않는 홍빈의 코 앞에 젓가락으로 한 점 콕 집은 고기를 들이민다.
먹여주는 거야, 지금? 나한테? 혼란스러운 홍빈의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눈웃음만 생글생글. 왜 안드세요? 식기전에 드세여-
고기 냄새가 가득 찬 고깃집 안. 그래도 하나뿐인 친구인 김원식을 생각하면서 꾹 참고 있던 속인데 코 앞까지 고기를 들이대자 울렁대는 속이 버티질 못한다.
"욱- "
순식간, 그러니까 정말 찰나였다. 홍빈이 코앞에 들이대던 상혁의 젓가락을 손으로 쳐버린 건. 그리고 입을 막고 신발도 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뛰어간 건.
그러니까, 정말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사이에 젓가락은 하늘을 날았고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흐르는 정적 사이로 모두의 시선이 모였고 그 시선의 끝에 있는 상혁은 당황했다.
홍빈이 왜 저래? 몰라. 쟤 이번 신입생? 그런가본데?
수근수근. 시선의 끝에 동반대는 작은 소리들이 당황스러웠고 무엇보다 억울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채식주의자 콩이랑 육식주의자 혁이의 이야기라는 아이디어를 독방에서 받아서 쓰는 가벼운 혁콩입니다.
심각하거나 무거운 얘기 없이 약 4개의 에피소드로 끝날 예정이에요ㅎㅎ
읽고나서 가벼운 감상, 피드백 조금이라두 남겨주시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