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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기온 32

: 여름의 중간에서 마주친








   오전 9시, 27℃


아침이라 아직은 더운지 잘 모르겠지만 하복 셔츠를 입음으로써 드러난 팔에 습기가 잔뜩 붙어 끈적이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선생님께서 들어오시자 요란했던 교실은 바로 정돈되었다. 창가에 위치한 내 자리는 볕이 잘 들어오고 있었고, 그 때문에 뜨끈해진 책상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선생님께선 내 오른쪽 빈자리를 보시곤 어디 갔냐 물어보셨지만 친하지 않으니 이유를 알 턱이 없다. 지각을 하면 청소를 해야 했던 우리 반은 칠판의 왼쪽 귀퉁이에 지각 명단이 적혀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방금 그 밑에 ‘전정국’이라고 적으셨다. 비어있는 자리를 보고는 의아함을 느꼈다. 평소에는 학교에 잘 나오던 아이였다. 딱히 전정국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아니 그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나에겐 같은 반인 남자아이 정도. 딱 그 정도였다. 덜 깬 잠 덕에 1교시부터 꾸벅꾸벅 졸아버렸고, 숙여진 고개에 긴 머리카락은 내 어깨를 다 넘어와 팔뚝 언저리를 간질였다. 오늘따라 머리카락이 거슬렸다.





   오전 11시, 29℃


짧았던 10분이라는 쉬는 시간이 두 번 반복되고 아침에 칠판에 적힌 전정국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늦게 등교해 놓고 되게 당당하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을 한 시간 정도 남겨놓은 상태에서 잠은 어느 정도 깬 것 같았다. 칠판과 분필이 마찰되어 나는 일정한 소리와 머리 아픈 공식이 귓가에 들려왔다. 함수가 나올 시절 포기했던 수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턱을 괴고 창문 밖을 바라봤지만 방충망도 거르지 못한 태양의 직사광선에 절로 눈을 찌푸렸다. 하암-, 작게 하품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고 정국은 나른하게 웃어 보였다. 습도가 높아서 밖에서부터 더운 바람이 불어왔다. 전정국의 앞머리는 작게 흩날렸다. 슬슬 체감온도가 올라가고 매미 우는소리도 언제부턴가 들리기 시작했다. 몸에 열감이 느껴지자 오른 손목에 있던 머리끈으로 머리를 하나로 질끈 올려 묶었다. 땀이 나기 시작해서 그런지 등허리가 따끔거렸다. 오늘은 유난히 더운 것 같다.









   오후 1, 30℃


점심을 다 먹고 급식실에서 나왔다.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이나 할까 했지만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몇몇의 아이들은 더운지 앞머리가 땀에 엉겨 붙어 갈라져 있었다. 발걸음을 교실로 옮겼다. 교실의 앞문과 뒷문이 닫혀있는 걸로 보아 아마 에어컨을 튼 것 같다. 문을 여니 시원한 공기에 기분이 좋았다. 사물함에서 양치 도구를 꺼내와 세면대에 왔는데 끈적한 공기에 숨이 막혀 빠른 속도로 양치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왔다. 에어컨에 냉기에 기분이 좋아져 흥얼거리는데 누군가 쳐다보는 인기척에 그쪽을 바라보니 전정국이 있었다.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자리에 앉았다. 뭐야 진짜 사람 무안하게. 손바닥에 맺힌 땀을 치맛자락에 닦았다.









   오후 3시, 32℃


이 더운 날에 체육수업. 그것도 운동장에서의 체육수업이라니. 남자아이들은 뭐가 좋은지 불평 없이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 중앙으로 뛰어나갔다. 스탠드에 앉은 여자아이들 틈에 섞여 더위와 체육 선생님에 대한 불평을 했다. 스탠드 그늘에 있다지만 태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운동장 바닥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엄청난 열기에도 공을 좇아 우르르 뛰어다니는 저 아이들이 마냥 신기했다. 내 앞머리는 땀에 젖어 군데군데 이마에 달라붙었다. 아까 묶은 머리가 느슨해져 다시 묶으려 머리를 풀었는데, 내 옆으로 빠르게 공이 지나갔고 스탠드의 금속 재질 기둥에 부딪혀 제법 큰 파열음을 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내 행동은 정지됐고, 축구를 하던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내 쪽을 향했다. 내 주변 여자아이들은 호들갑을 떨며 괜찮냐고 물었다. 놀라서였는지 머리끈을 떨어뜨린듯했다. 주우려고 했는데,


“ 놀라게 해서 미안해. 많이 놀랐어? “


전정국이 축구공을 어느새 주워들고는 내 앞에 서있었다. 오래 묶고 있어 자국이 난 내 머리카락이 창피해서 였는지,  풀어헤쳐져 땀이 난 목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더워서였는지, 아니면 여름이라 그랬는지. 무척이나 더웠다. 투명한 여름 배경과 눈부신 햇빛. 역광 때문에 그늘이 드리워져 그리 선명하진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미소는 완벽했다. 가열된 지표면 때문이었을까 너무나도 더웠다.














너의 눈동자와 여름의 하늘은 투명했다.

열기를 품은 습한 바람은 내 속을 데우기엔 충분했다.

달궈져 붉어진 양 볼은 단순히 여름 때문이 아니었음을,

넌 알고 있을까.













여름의 중간,

최고기온 32℃

체감상 37℃






























안녕하세요 이규입니다 :-)

가끔 조각글로 찾아 뵐게요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 유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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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여름이 아름다울 수도 있군요 ㅎㅎ 저는 참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데 정말 이 글에서만큼 여름이 완벽한 계절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싱그러운 느낌과 그 안에 달콤한 음료수를 머금은듯한 달달한 조각 한개 잘 보고갑니다^^
4년 전
수화향
독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 저도 여름을 좋아하진 않지만 여름과 사랑에빠진 순간을 표현해 보고싶었는데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ㅜㅜㅜ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뵐게요(o^^o)
4년 전
독자2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정말 여름이 불편한 존재일 수도 있지만 이런 추억의 존재로 남을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같은 글이에요 ㅜㅂㅜ 잘 읽고 갑니다!
4년 전
수화향
독자님 감사합니다 ㅠㅠㅜ 💜첫사랑을 자각하게 된 그날의 기억! 추억! 의도한대로 독자님께 전달 된 것 같아 기쁘네요 ㅠㅠㅜ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을글로 찾아 뵐게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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