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번째였다. 이정도면 익숙해 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새 교복을 입고 낯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아빠때문에 이게 뭐야, 이번에는 좀 오래갈 줄 알았더니. 애들이랑 좀 친해지려하면 어김없이 이사간다는 우리집 덕분에 나는 남들 다 있다는 절친 한명 없이 항상 전학생 신분이었다. 나는 절대 군인이랑은 결혼 안해ㅡ 하고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본관으로 들어갔다. 한 선생님 한분이 나를 데리고 '제2교무실'로 안내해주셨다. 인사드리렴. 네 담임선생님이야. 라는 말씀에 바로 허리를 굽혀 안녕하세요ㅡ하고 눈을 들어 새 담임선생님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니, 내가 잘못본건가? 맞는데, 아니 이게 지금 무슨상황이지? 뭐지?뭐지? 뭐야, 이사람, 우리 옆집사는 사람인데??? '담임선생님'이라는 그 사람은 분명히 내가 어제 본 옆집 사람이었다. 그래, 어제 점심쯤이었나, 내가 엄마의 등쌀에 못이겨 양손가득 떡과 과일이 담긴 접시를 들고 옆집에 찾아갔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 되지않아 잠에서 깬 표정으로 나온 그사람. "안녕하세요. 저 옆집 이사와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이거 좀ㅡ" 하고 접시를 내미려는데 아무 대꾸도 없이 문을 쾅 닫고 들어간 그 싸가지. 오늘 아침에도 분명 엘레베이터까지 같이 탔었다. (물론 아무런 인사도 오가지 않았다.) 그 옆집 인간이 담임이라고? 나는 내가 잘못 본건가 싶어 계속 멍하고 쳐다보는데, "어, 그래. ㅇㅇ이? 반가워. 학교생활하다가 적응 안되거나 힘든일 있으면 선생님 찾아와서 말해. 알겠지?" 라며 그 사람은 내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했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난 몇번 못 봤지만 볼때마다 무표정이었는데. 내가 지금까지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인 듯이 너무나 환하게 웃는 모습에 당황스러워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그 사람은 종이 서너장과 출석부를 챙기더니 일어섰다. "아침 조례시간이니까 이제 가볼까?" 하며 또 눈웃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다른 모습에 또다시 아무말도 못하고 '담임선생님'이라는 그사람만 졸졸 따라가 교실로 들어섰다. 시끌시끌하던 교실이 그 사람을 뒤따라 들어온 내가 앞문을 닫음으로 한번에 조용해졌다. 그 사람이 내 자리를 정해주고 간단한 아침조례 (라고 해봤자 이번주 주번 누구냐, 환기 좀 시키고 살아라 같은 이야기들이었다)를 마치고 나갈때 까지 단 한번도 그의 무표정과 인상 잔뜩 찌푸린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고 아이들이 우수수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몇몇 친구들이 다가와서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다가왔지만 오늘 속이 안좋다고 모두 거절한터였다. 안그래도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담임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속이 안좋아진것 같았다. 나혼자 교실에 남아 차근차근 생각했다. 자, 애들한테 들어본 바에 의하면 내 새로운 담임은 이름은 김한빈이요 과목은 수학,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 여학생들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선생님이란다. 말도 안돼.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아니 학교에서는 이러면서 처음 이사와 음식들고 인사하러 온 사람한테 그렇게 막 대했단말이야?ㅡ 하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앞문으로 들어왔다. "어? 전학생. 밥 안먹고 여기서 뭐해? 친구가 없어서 그래?" 하며 또 싱긋 웃으며 다가오는 옆집 사람이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싶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예요? 학교 선생님이었어요? 어제 오늘 계속 저 무시하더니 뭐하시는거예요?" 하하, 하고 그사람은 또 눈까지 휘며 웃더니 내 자리 앞의 의자에 털석 앉았다. "ㅇㅇ아, 선생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하자. 학교밖에서 나 아는 척 하지 않기. 서로서로 편하게 살자ㅡ응?" 하며 약속표시의 손모양을 하고는 빨리 약속해, 라고 재촉한다. "제가 왜요? 선생님 진짜 뭐하는 사람이예요?"라고 물으니 다시 살짝 웃는다. "ㅇㅇ아. 선생님이 사정이 있어서 그래. ㅇㅇ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약속해줘" 라며 내손을 가져가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찍는다. 그러고도 모자라 애처럼 도장이며 복사까니 해놓고 일어섰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하고 내머리를 살짝 헝클어놓았다. "그리고 어제일은 너무 상처 받지마. 어제 보니까 그냥 아가씬줄 알았는데 완전 애기네, 애기한테 내가 너무했나? 속상해하지 말고. 그리고 우유좀 많이 마셔라. 언제 다클래?" 하면서 한번더 웃더니 나간다. 몰랐었는데 웃을때 보니까 조금 잘생긴것 같기도 하다. 지금보니까 키도 저정도면 크고. 아까 헝클어논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옆집 남자, 아니 우리 담임선생님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날이 아마 내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약속'한다는 핑계로 손을 잡은 날이라고 기억한다. 물론 이제와서 김한빈에게 기억나냐고 물어보면 자긴 모른다며 발뺌하지만 말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ㅠㅠㅠㅠㅠㅠㅜ처음 써봣어요ㅠㅠㅠㅜ 끝까지 읽어주신 콘들 ㄱ감사해요ㅠㅠㅠㅡㅠㅡㅡㅠㅠㅠㅠㅠ댓글 타댱합니다ㅡㅠㅠ......♥
| |||||||||
|
전체 신설 메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