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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bgm: 예뻤더라 by WINNER

bgm이 필수는 아니지만, 오마주한 가사를 찾아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읽어주세요♡






나는 너와 헤어졌다.



사실 헤어진지는 몇 년도 더 지났는데, 이제 와서 이런 말을 지껄이고 있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먼저 이별을 고한 게 나이기까지 하니까.



문득, 너를 처음 만난 때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정말, 뜬금없이 말이다.
 


[방탄소년단/김남준] 예뻤더라 | 인스티즈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어리버리하던 대학교 1학년 1학기. 얼떨결에 과대를 맡아 이것저것 전달하느라 각종 톡방에서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을 때, 수고 많다는 내용의 톡을 빼먹지 않고 보내기에 참 선하고 예의 있는 애구나 했던 호감 어린 마음이 시작이었다.


그 다음 마주친 것은 동아리. 조용한 분위기를 좇아 들어간 독서 동아리에서 네 얼굴을 마주했을 때, 잠깐 사이 시선이 겹쳐졌을 때,



"..어, 안녕."


[방탄소년단/김남준] 예뻤더라 | 인스티즈

"..안녕~"



잠시 눈을 맞추다가 시선을 어색하게 아래로 내리며 손을 흔들어보일 때, 네 귀가 살짝 붉어져 있는 걸 알아차렸을 때,


그 때, 처음으로 네가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방탄소년단/김남준] 예뻤더라 | 인스티즈



서로 조심스러워서 아주 조금씩 마음을 나누던 우리는 여느 사람들 같은 연인이 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고, 마침내 결실을 맺고 나서도 느릿느릿했다. 성급하지 않으려 했고, 서로를 기다렸다.



주위 사람들이 많이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천천히 흘러가는 사랑의 시간 속에서 우리 나름의 낭만을 찾아냈다.


비 오는 날 사람 없는 카페 안에서 가만히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해질 때부터 어스름히 달이 떠오를 때까지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공원을 함께 걷고, 헤어지기 싫은 마음으로 바래다주겠다는 명목 하에 짧은 거리도 아닌 두 집 사이를 몇 번씩 왔다갔다하고.


특히, 간만에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가 취기에 발갛게 물든 볼을 한 채로 네 자취방 골목에 찾아갔던 밤엔,




"놀랬잖아. 이 늦은 시간에 갑자기 왜?"


"예뻐서..."


"응?"


"너가 너무 보고싶어서 왔어...헤헤."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 평소엔 느껴보지 못했던 속도로 달려드는 너 때문에 아득해진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담벼락에 기대어 입을 맞추었었다. 그 때, 우리 위로 떨어지는 별빛이 참 아름답게 보였었는데.






이미 한참 전에 헤어진 사이이면서 왜 이렇게 지나간 추억을 늘어놓느냐, 묻는다면,


[방탄소년단/김남준] 예뻤더라 | 인스티즈


"..이게 여기 있었나."




이사를 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툭 떨어진 사진 탓이리라.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조금 오래된 때의 우리가 투닥거린 여러 이유 중 하나였던,



환하게 웃고 있는 너와 나의 모습 때문이리라.

 


[방탄소년단/김남준] 예뻤더라 | 인스티즈


사진을 보고 있자니 네게 전화를 걸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 번호는 안 바꿨을 것 같긴 한데. 화면에 '김남준'을 띄워놓고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오랜만이네. 어. 별 건 아니고, 그냥 잘 지내나 해서. 있잖아, 오늘 내가 뭘 찾았는지 알아? 그, 우리 3년쯤 됐을 때 싸웠었잖아, 너가 찍은 사진 잃어버려가지고. 근데 그게 내 침대 머리맡 쪽에 끼워져 있는 거 있지. 되게 웃기더라고.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싸우고.. 우리 참 어렸어, 그치.

근데, 되게 예쁘다, 사진. 그때 우리 진짜 예뻤더라. 꽤 오랫동안 싸운 거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그러네.




"..예뻤구나."




너라면 아마 설풋 웃는 소리를 내며 그럼, 예뻤지, 라고 대답하겠지. 그리고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 좋다며, 언제일지 모를 다음에를 기약하며 전화를 끊을지도.

 


[방탄소년단/김남준] 예뻤더라 | 인스티즈



결론부터 말하면, 난 너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네가 부담가지는 게 싫어서. 이미 다 지나간, 아름다운 옛날을 추억하는 게 혹시 너에게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할까 봐서. 이루어질 수 있었던 몇 번의 대화를 속으로 집어삼키며, 나는 잠깐 났던 용기의 불씨를 애써 꺼트렸다.



창밖에는 노을의 끝자락에 보랏빛 구름이 피어오르며 밤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아직 이삿짐을 반도 싸지 못했지만, 더 이상 정리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함께 여행갔을 때 일몰의 오묘한 색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네가 떠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는 않는다. 미련도 남아 있지 않고 후회도 존재하지 않는, 옛날의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늘 너를 떠올린 것은, 네 번호를 띄워놓고 한동안 망설인 것은, 싱숭생숭한 기분에 하던 일을 멈추고 침대에 누워버린 것은,


한때 내 삶의 일부였던, 내 청춘의 한 조각이었던 너를 알아본 내 마음이 그 추억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고 있는 게 아닐까.



 오늘 밤은, 잠을 조금 설칠 것 같다.





***

노래를 듣고 짧게 써본 글입니다. 예전에 타 싸이트와 블로그에 차례로 올렸던 글이므로 다른 곳에서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감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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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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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너무... 너무 대박이에요 ㅜㅜㅜㅜㅜㅜ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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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ㅠ남주나 ㅠㅠㅠㅠㅠ 너무 아련하네요 ㅠㅠㅠ 잘 읽었습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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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감성 너무 아련하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 어쩌다가 헤어지게 됐는지는 몰라도 너무 새벽녘같고 몽글몽글한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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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와 너무좋습니다ㅜ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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