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우리는 지금 반 년 좀 더 사귀는 중임당. 그리고 좀 진지한 척해서 미안해 익쁘니들. 응칠 보다 갑자기 삘 받아서 썻뜸 (찡끗) 그리고 이 뒤로도 하아아아안참 더 있당. 나는 익쁘니들이 재미없대도 꿋꿋히 쓰겠어.
딱히 열정이 살아있다거나, 특별하다거나 하는 그런 얘기는 아니다. 우리 둘 다 아직 교복을 입고 있던 열아홉. 그 때의 얘기다.
2012년 4월. 우리는 서로를 처음 봤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경기도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었고, 그는 서울의 중심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원에서 같은 반이었지만, 여름이 될 때까지 한 마디도 나눠보지 않았다. 물론, 서로를 신경 쓰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하며 지켜보던 게 5개월 가까이.
어느 날, 학원의 로비에서 친한 언니와 나, 그. 셋이 있게 되었다. 언니는 그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음료수를 좀 마시겠다고 물었지만, 그는 거절했고, 오히려 내가 마시겠다고 했다. 파란 빛깔의 레몬에이드. 그걸 마시는 내게 그는, 세제를 마시는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장난식으로 화를 냈다. 그리고 그 다음, 며칠 즈음 뒤에, 교실의 문 앞에 서서 친구와 놀고 있던 내 곁을 스쳐지나가며, 아주 작게 “말 놔”라고 말했던 그.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그 때 꽤나 설렜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그와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누가 서로에게 먼저 말을 거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친한 사람들이 모여있던 학원 로비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의 곁에 앉으며 축구 얘기를 꺼냈다. 남자애들은 대부분 축구 좋아하니까, 하는 이유. 친한 언니와 축구 얘기를 하다가 “너도 축구 좋아해?” 하고 묻자, 조곤조곤 자기는 야구를 좋아한다고 대답했던 그. 나는 얼른 야구 얘기를 꺼냈고, 곧이어 “너 내 번호 알아?”. 그리고 그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나는 번호를 찍어주겠다고 하였고, 내 이름이라며 가슴팍의 명찰도 보여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번호를 교환하게 되었다.
그 날은 학원 수업이 같이 끝나 역까지 같이 가게 되었다. 언니들 둘과 나, 그. 언니들은 먼저 앞서 걷고, 나와 그는 어색함을 깨기 위해 노력하며 걸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 얘기들을 던지며 역까지 갔고, 나는 연락하라고 말하고 개찰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마법처럼,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별 것 아닌 얘기. 이번에 시험 보고 온 학교에 붙으면 학원에 뭐라도 돌려야겠냐는 얘기. 나는 그냥 도넛을 돌리라고 했고, 그 이후는 다시 별 시답잖은 얘기들이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그렇게 몇 일을 밤낮없이 끊이지 않고 연락을 했고, 그의 대학 발표일이 되어 나도, 그도 긴장하고 있을 때, 잠깐 확인해보고 연락주겠다던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합격이었다.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나도 가고 싶어했지만 갈 수 없었던 학교에 합격한 그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한 편, 나는 막막해졌다. 나는 과연 대학에 갈 수 있는 걸까. 이러다 재수라도 하게 되면 어쩌나. 고3의 불안감이 다시 또 엄습했다. 나는 곧 원서를 써야하는 데 어떡하지. 원하는 데를 쓰자니 전수가 모자랄 것 같고, 또 낮은 데를 쓰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그저 막막하기만 해서 공부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러던 중, 그는 오늘 도넛 사려는데 자기는 잘 못 고르니 도와달라했고, 나도 그럼 학원 앞 도넛 가게에서 만나자고 답하고 울적한 기분으로 학원을 갔다.
도넛가게 앞에서 만난 그는 딱히 즐거워 보이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애써 밝은 척을 하며 축하해주었고, 나는 대학 어디 가냐, 하며 장난스레 얘기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얼른 도넛을 고르는 척 했다. 나는 정말 어떡하지. 그리고 이제 그는 합격했으니 학원에 안 나오겠지. 우울했다. 울고만 싶었다. 그 날은 하루 종일 막막하고 답답했다. 집 가는 버스에 타서 에이트의 ‘들어요’를 들었을 땐 진짜 울 뻔했다. 눈물 고이는 거 억지로 참고 집에 가자마자 샤워하면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자기 전, 나 대학 진짜 갈 수 있을까… 하며 연락을 하자, 그는 ‘당연하지. 갈 수 있어. 난 너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라고 답장을 보내주었다. 나는 그 말에 고맙다는 답장도 못한 채 또 엉엉 울었다.
집에서 채이고, 유학 준비한다고 학교에서 눈치 받고, 내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하고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때, 정말 유일하게 나를 위로해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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