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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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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그 누나? 얘기 많이 했어?
황윤성은 종일 누나 타령만 했다. 다른 동기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황윤성이 유독 심했다. 황윤성은 과 사람들한테 매일같이 누나랑 같은 방향으로 걸었던 얘기나, 집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쳤던 얘기를 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누나 앞에서는 입술조차 떼지 못했다.

묵묵히 가방만 챙기는 내가 답답하기라도 했나보다. 황윤성은 계속 내 대답을 부추겼다. 어? 야! 말 해봤냐고.
나는 누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되물었다. 말?


누나는 눈이 아름다웠다. 눈동자가 맑았고 눈빛에 힘이 있었다. 눈썹도. 집중할 때 힘껏 치켜세우는 그 눈썹도 멋있었다. 과 술자리에서 매번 누나는 단순히 '예쁜 인형'에 불과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누나는 멋있다. 마블 히어로들보다 더.

물리실험 강의는 2인 1조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재치있는 목소리로 여학생들에게 우선 선택권을 준다고 하셨다. 남초과다운 발상이었다. 여기저기서 불만을 토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사그라들었다. 누나차례가 왔으니까. 아마 대부분이 나처럼 숨을 죽이고 조용히 지켜봤을 거다.

누나 자리를 향해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누나와 눈이 마주칠까 싶었다. 그렇다면 내 존재가 들켜버릴까 싶었다. 멀리 혼자서만 끙끙 앓는, 남자답지 못한 내 모습이. 그래서 꾹 참았다. 교수님이 누나에게 물었다. 누구랑 짝을 하겠느냐고. 

누나는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 차준호 학생이랑 하겠습니다.



[프로듀스/차준호] 누나 prologue | 인스티즈



누나
prologue



"물리 공부한 적 있어요?"

통성명도 전에, 누나가 내게 건넨 첫 말이었다. 출석을 부를 때 1초 남짓 들었던 그 목소리. 눈동자만큼 청아했다. 당장 바람이라도 타고 날아갈 것 같았다. 나는 눈도 못 마주치고 대답했다. 아니요.

"그렇구나."
"화학... 화학 했어요. 수능 과탐."

머쓱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괜히 얘기했나 생각했다. 그게 맞았다. 누나는 고개만 끄덕 할 뿐 별 관심 없어 보였다.
힐끔 쳐다볼 때마다, 그래서 누나가 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교수님 말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이토록 심장이 떨렸던 때가 있었는지. 입 안이 타들어갔다. 목소리가 또 듣고 싶어졌다.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목소리. 나는 목을 고쳐다듬고선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김여주예요."
"저는 차준호예요."

누나가 작게 미소지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저 미소엔 몇번이고 따라 웃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잠자코 내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는 황윤성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알아서 뭐하게.


누나는 신입생 전체 수석이었다. 정시 입시점수에서 만점을 받았다. 내가 차석이어서 알았다. 수능에서 하나 틀린 게 차석이면, 누나는 보나마나 만점이겠지.
누나는 진짜 똑똑했다. 추진력도 강하고 말도 조리있게 잘했다. 교수님 입맛을 단번에 캐치하고선 보고서도 그에 맞게 곧잘 써냈다. 괜히 수석이 아니었다.

나는 짐이 되기 싫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누나랑 같은 조가 되었던 그 날 집에 가자마자 고등학교 물리 책을 샀다. 매일 두시간씩 개념공부를 해서 누나가 잘 모르는 부분은 내가 가르쳐주었다. 그게 정말 행복했다. 알려줄 때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 순간이, 그 순간에 갇혀있는 누나의 모든 게. 나는 종일 설레였다.

그런데 누나는 그게 싫었나보다. 누나는 점점 나보다 아는 게 많아졌다. 더이상 내게 무언가를 물어보지 않았고, 나는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조금씩 멀어져가는 나와는 달리 황윤성은 날이 갈 수록 용기가 쌓여갔다.
그리고 3주차 첫 날, 황윤성은 드디어 누나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자취방에서 학교로 곧장 가던 길이었다. 황윤성은 누나와 집 방향이 같았다. 나는 둘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아홉시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아침, 둘은 대학가 앞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덜컥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 불안함이라든가, 걱정이라든가, 화라든가.

우선 이 감정을 젖힌 채 먼저 인사할지 말지 고민했다. 누나가 나를 반가워할 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황윤성이 먼저 저 멀리서 나를 불렀다. 차준호!

누나는 황윤성의 시선을 따라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누나의 저 표정이 너무 좋았다. 웃고있진 않아도 생기가 흐르는. 분명 살아있는 표정. 나는 힘껏 달려갔다. 달려가 누나 앞에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참을 수 없을 만큼 차오르는 긴장에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누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이름 모를 향이 내게로 날아왔다.

"준호랑 같이 가도 괜찮아요? 누나?"
"네."

누나가 무엇을 말하든. 뭘하든.

"준호 되게 낯가리지 않아요?"
"괜찮아요."

누나의 옆에 서고 싶었지만 맘처럼 되지가 않았다. 나는 끝내 황윤성 옆에 서야했다.

누나는 말이 적었다. 황윤성은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누나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정말 사소하고, 사사롭지만 내겐 과분한 것들.
누나는 심심할 때 책을 읽는다 했고, 점심은 집에서 먹는다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 했고, 반수로 이 학교에 왔다고 했다.

"그러면 누나, 오늘 점심 저희랑 먹어요."

나는 말없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싫다고 했으면 좋겠는 마음 반, 좋다고 했으면 좋겠는 마음 반.

"아, 미안해요. 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

혹은 누나가 무어라 답하든.


대학영어 시간에, 다들 정말 벙쪄있었다. 누나는 영어를 엄청 잘했다. 모두가 누나의 자기소개에 놀라 웅성댔다. 누나 외국 살다오셨어요? 황윤성이 물었다. 누나는 조그맣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어디서 좀 배웠어요.

원어민 교수님은 누나를 무척 칭찬했다. 네이티브같다고 했다. 누나는 멋쩍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영어도 잘하는구나. 정말 매일을 누나한테 반했다. 어느 날은 이래서, 어느 날은 이래서.
누나는 참 멋있고 높았다. 높고, 멀었다.

이따금 누나를 다음번에 밖에서 만날 땐 단 둘이었음 좋겠단 생각을 했다. 황윤성 없이, 그 누구도 없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조금만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아니, 가까워지지 않더라도, 그저 누나를 다른 사람들보다 한번쯤 더 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도, 우리는 단 둘이 아니었다.

남자친구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는데. 정말 우연히 누나의 남자친구를 봤다. 키가 컸고, 꽤 많이 친해보였다. 주말 저녁에 학교 후문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나는 누나한테 아는 척을 할까 하다가 말았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쳤다.

그런데 누나는 이상하게, 나를 알아봤다. 다가와 인사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나를 소개해주기까지 했다. 영어로.

그래서 영어를 잘했구나 싶었다. 남자는 눈짓으로 인사하며 어눌한 한국말을 뱉었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같이 실험하신다고요? 누나는 그 짧은 말에도 환하게 웃으며 남자친구의 손을 톡톡 쳤다. 누나가 장난스럽게 영어로 말했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질투쟁이. 내가 반한 누나의 그 영어였다.

이럴 때마다 나는 누나에게 불만이 생겼다. 왜 물리실험 시간에 내 이름을 정확히 불렀는지, 오늘은 왜 나를 알아본 건지, 그로 모자라 인사는 왜 한 건지. 나는 다음주에 봬요. 하는 짧은 인사와 함께 둘을 지나쳤다. 

그날부터 속앓이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누나가 좋았고, 누나는 여전히 멋있었으며, 황윤성도 여전히 누나를 귀찮게 했다. 그럼에도 전보다 나아진 건, 누나가 적어도 황윤성에게 관심 가질 일은 없겠단 사실이었다.

"근데 누나가 왜 널 골랐대?"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점심. 바로 다음 시간이 물리실험이었다. 나는 젓가락을 들다 말고 모르겠는데. 짧게 대답했다. 황윤성은 내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이름이랑 헷갈렸나?"
"지랄. 그건 절대 아니고."
"왜 이렇게 정색이야. 너 누나 좋아하냐?"

나도 모르게 황윤성의 눈을 피해버렸다. 이전에 저지른 잘못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 과에 누나 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딨는데."
"하긴."
"……."
"예쁘고, 예쁘고, 예쁘니까."

예쁘고, 예쁘고, 예쁘다고?
나는 황윤성의 말을 듣고선 생각했다. 넌 참 누나를 좋아할 자격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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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준호에게 그런 누나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대학여신이 된 기분으로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준호 정말 순수 그 자체,, 정말 준호랑 찰떡인 글이에요!!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4년 전
독자2
와.... 글 분위기 어쩔 거야 기억 조작되고 있어요 강물 작가님 앞으로도 잘 읽을게요 이렇게 예쁘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4년 전
독자3
헐 글 분위기 진짜 대박 ㅜㅜㅜㅜㅜ 글 너무 잘 읽고 갑니당 신알신 누르고 가요
4년 전
독자4
와 이거 뭐죠 ㅠㅠㅠㅠㅠ벌써 재밌어요 ... 신알신 누르고 갈게용ㅠㅠㅠㅠㅠ잘 읽고 갑니다!!:)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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