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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비오는 아침, 이렇게 너에게 닿지도 않을 편지를 쓴다.

너는 이미 수 많은 팬레터 더미에 0과 1의 반복에 불과한 내 편지 따윈 읽을 수 없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이 별볼일 없는 충동적인 감상에 젖은 편지 따윈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스스로의 치기어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충동적인 글이 부끄러워 다신 보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편지를 쓴다.

나는 잔병치레가 잦은 아이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변함없는 일이다. 잔병치레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모르게 타박상을 입기도 자주 입는, 문학소녀스러운 외모와는 조금 동떨어진 성격의 아이었다.

그리고 그 날도 아파서 보건실에 누워있던 날이었다.

2교시의 보건실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고, 얇은 미색 커튼을 통해 들어오는 노오란, 빛바랜 듯한 따스한 햇살과 운동장에서 남자아이들의 활달히 공차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며 나른했다. 만성으로 달고다니는 저혈압과 위염에 널부러지 듯 누워 있던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좀 추스리고 치마 주머니에서 플레이어를 꺼내 아무 노래나 재생시켰다. 천 곡에 가까운 목록 중에서 보지도 않고 아무 거나 재생시켰다. 그리고, 너의 목소리가 나왔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내가 이런 노래를 넣은 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나는 이 노래를 꽤나 많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처럼 오롯히 들어본 기억은 없었다. 너의 음성은 스트레스성 질환을 달고 다닐 만큼 예민하고 날카로운 내 신경을 자극했고 내 감성을 채워주었다. 나는, 네 목소리에 사로잡혔다. '사로잡히다'라는 표현 이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나는 네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고 멍해진다. 그리고 그에 더해 너의 그 깊은 생각과 마음씀씀이를 본 순간, 나는 너를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내 동경의 대상으로 여겼다. 팬질은 간접연애경험이라던 친구의 말에 내가 떠올린 건 네가 아니었다. 너는 그 순간부터 이미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이었을까.

너는 빼어나게 잘난 얼굴도 아니었고 내 타입도 아니었으며, 지역감정을 세뇌 당하다시피하며 자란 나는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의 출신지의 사람들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봤었다. 심지어 너의 목소리와 같은 타입은 내가 평소 한계가 있다며 달가워하지 않았던 목소리였다. 그러나, 너는 내게 모든 것에서 예외가 되었으며, 위의 사항들을 바꾸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너는, 내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오롯이 너의 덕이라곤 말할 수 없지만, 어릴 적부터 음악에의 동경을 가졌지만 실상 정식으로 배운 적 없어 자신 없던 내게 새 길을 제시해주었다. 물론 지금도 내게 재능이 있는지,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며 해메이고 있지만, 나는 너라는 찬란하지만 작은 빛을 따라가려 한다.

너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네 덕에 찾은 길이긴 하지만 온전히 너를 위해 찾은 길은 아니다. 다만, 훗날, 네 앞에 떳떳해질 수 있는 그 날이 찾아오고, 너와 만난다면, 웃으며 악수를 건네리라.

안녕.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앞을 향하길, dear m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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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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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어ㅏ... K는 제가 생각하는 그K겠지여ㅋㅋㅋ
13년 전
대표 사진
누구를 생각하시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그럴 것 같네요 :)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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