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나도 모르는 새 자꾸만 시선이 너의 조그만 머리통으로 가는 것은.
꾸벅꾸벅 졸다가 선생님이 교탁을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작고 통통한 손으로 복숭아같은 두 뺨을 치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지금 수업중이라는 것도 잊고 큰소리로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나의 이미지 때문인지 다들 그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쳐다보는 것에 그쳤다. 선생님이 한마디하시긴 했지만 땡글땡글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나는 또 작게 웃음지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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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효 요즘 너 많이 이상해. "
" 뭐가. "
" 화학시간에 뜬금없이 크게 웃질 않나, 애들이랑 있을 때도 너 혼자 실실 쪼개질않나, 그리고 저번엔
너 혼자 발그레 해져갖고는 네 뺨따구 치는 거 보곤 진짜 식겁했잖아. "
" 그냥 화학쌤 민머리가 빛에 반사돼서 반짝 빛나는게 너무 웃겼어. "
" 수상해.. 맨날 무표정으로 눈에 힘빡주고 다녀서 얼굴근육이 있기는 한건지 의아할정도였는데. "
그렇게 티가 많이 났었나. 너의 작은 행동에도 웃음이 나고 잠깐 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두근거려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게 되나 보다. 그렇게 또 다시 눈 앞에 그려지는 너의 모습들에 흐뭇해하며 교실로 들어가니
여러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환한 얼굴로 이야기 하는 네가 보였다. 너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구나.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이만큼- 이만큼- 크다는 듯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애기들이나 하는 크기 표현인데
고등학생인 네가 그러고 있는게 웃기기도 했고 잘어울려서 더 사랑스러웠다. 나도 은근슬쩍 껴서 무슨 얘긴지 들어볼까.
" 무슨 얘길 그렇게 재밌게 해? "
" 으악!.. 어..? "
자연스레 네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물어봤는데 너는 아까 졸다 깼을 때보다 더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너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슬슬 피하고 있는게 보여서 나는 표정을 굳히고 네 어깨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손을 떼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가는 너를 보니 괜히 가슴 한 구석이 시렸다. 가슴이 뻥뚫린 것처럼.
아까의 들떴던 기분들이 착 가라앉는 느낌에 날 보며 수근대는 아이들을 향해 괜한 화풀이를 했다.
" 뭘 쳐다봐. "
친구녀석이 넉살좋게 내 머리를 헝클이며 갑자기 또 왜그러냐고 물어왔지만 난 대답없이 자리로 돌아가 엎드려버렸다.
잠결에 간간이 내 이름이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무시하고 잠을 청했다. 어차피 다음시간은 문학이니까.
" 야, 안재효 일어나. "
" 아.. 냅둬.. "
" 밥은 쳐먹고 자든가 해. 아오 병신같은게.. "
" 귀찮아.. 가서 빵이나 좀 사와. "
" 이새끼가 친구를 빵셔틀로 써먹네?? 심부름값까지 3천원. "
친구가 매점에 가고 난뒤 난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선명하게 들리는 네 목소리에, 내 이름을 말하고 있는 네목소리에 잠이 확달아났다.
" 너 안재효한테 뭐 밉보인거 있냐? "
" 나도 몰라.. 아까 진짜 눈물 나올 뻔 했다니까!! 아.. 그러고보니까..ㅈ.. "
그냥 어깨에 팔한번 둘렀을 뿐인데 그정도까지 생각할줄은 몰랐다. 억울한마음에 나도 눈물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 야, 태일아 근데 너 진짜 조심해야 겠더라. "
" 왜왜왜 뭔데.. "
" 무심코 고개돌리다가 본건데 요즘 수업시간에 안재효가 너 죽일듯이 노려보더라."
" 맞아!! 나도 그거 봤어. 진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너 팰 거 같았음. "
" 헐.. 나 당분간 학교 나오지 말아야하나..? "
저 말을 듣고 도저히 제어가 안돼서 방금 잠에서 깬 척을 하며 소리쳤다.
" 아 시끄러, 잠 좀 자자!!"
그러자 너는 당황하며 입모양으로 들었나?..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저 모습마저 귀여워서 1초도 안돼 스르륵-하고 풀려버리는 화.
몰래 들은 대화로 확실히 알게 된건 너는 나를 무서워 한다는 것.(물론 이태일뿐만이아닌듯하지만..)
그나저나 정말 이해가 안되는게 그 눈빛이 어딜봐서 죽일듯한 눈빛이라는거지?
사랑스러움을 가득담아 쳐다봤는데….
그렇게 억울한 하루가 지나가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놈의 버스는 왜이리 안와. 비도 엄청나게 쏟아지는데. 버스가 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젖을까봐 앞으로 맨 가방에, 하늘색 우산을 쓰고 총총 걸어오는
너의 모습. 혹시라도 나를 보면 도망칠까봐 내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또 슬퍼지는 내 신세...
" 저기 아까 멀리서 봤는데!! 우산 없는거 같길래!! 우리집은 바로 요앞이거든!! "
뭐지 이 상황은. 지금 나한테 말건건가? 태일이가?? 숙였던 고개를 드니 너는 온데간데 없고 하늘색 우산만 덩그라니 놓여져있다.
나 우산있는데, 피기 귀찮아서 가방에 넣고 온건데.. 올해 내가 한일 중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우산을 가방에 넣고온일!!!!! 이라고 해도 될 듯 싶다..
물기묻은 우산을 끌어안고 몇걸음 안되는 버스정류장을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손잡이부분에 매어져 있는 코팅된 쪽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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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기...그게.. 저번에 네 칫솔 바닥에 떨어트린거...
나야..ㅠㅠ 미안해..ㅠㅠㅠ
때리지 말아줘...ㅠㅠ 나미워하지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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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병맛...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태일이는 재효가 늠 무서워서
우산을 핑계로 쪽지 전해주고 빛의속도로 튄거예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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