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X도경수
"경수야."
이름을 부르자 침대 위의 이불만 들썩한다. 넥타이를 이리저리 고쳐매던 종인이 거울로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경수야. 또 한번 부르자 동글동글한 경수의 머리통이 움찔한다. 응, 응. 경수가 건성으로 대답하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잠시 조용하더니 이내 불쑥 갈색 머리가 올라와 눈을 껌뻑인다. 뭐야….
"회사 가?"
"응, 어제 말했잖아."
"나쁜 김종인."
존나 정신 없을 때 말해놓고, 가버려. 이불 속에 파묻힌 동그란 뒷통수가 꼭 나 심술났음, 하고 말해주는 것같다. 내가 너 좋다고 넘어갈 때 말한건 맞는데, 너 화난 척 해봤자 귀여워. 종인이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켓을 꺼내 입는다. 시끄러 너, 김종인 존나 나빠, 넌 세상에서 제일 나빠. 이불에 대고 꿍얼거리던 경수가 휙 고개를 들었다. 진짜 가? 응. 단호한 종인의 대답에 입술을 삐죽인다.
"배웅 안해줘?"
"안해."
"얼른 해줘, 경수야."
"싫어."
안해준다고 싫다면서도 자신을 향해서 일으켜달라고 팔을 쭉 뻗는 경수의 행동에 종인이 소리내어 웃었다. 경수를 잡아 제 앞에 세우니 이불도 같이 끌려올라왔다. 이불로 몸을 반쯤 가리고, 제가 남긴 자국들로 울긋불긋한, 하얀 도경수는 묘하게도 선정적이었다. 품에 안고 귀를 만지작거리자 또 간지럽다며 잔뜩 몸을 움츠린다. 아, 회사 가기 싫다. 툭 튀어나온 종인의 말에 그치, 그치? 하고 웃는건 또 아이같다.
*
분명 내 첫번째 상상은 겁나 나른하고 막 그런, 그런, 내용이었으나. 오 ㅐ 이렇게 망가졌니. 그나저나 제목 짓는 초능력은 어디서 파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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