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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바보 아닐까?”


아이들의 시끄러운 목소리 사이로 나랑 우리 반에서 제일 친한 친구 백현의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려왔다. 나는 수학 문제집을 풀다 말고 고개를 들어 백현을 바라봤다. 백현이 눈을 작게 뜨고 있었다.


바보?”

. 바보.”


백현의 손가락 끝엔 아이들이 양 손 가득 던지는 지우개 똥에도 해맑게 웃고 있는 준면이가 보였다. 준면이는 지우개 똥이 입에 들어가 에베베- 하며 뱉다가도 다시 방실방실 웃기 시작한다. 나는 쉬는 시간이 다 지나가도록 그런 준면이를 바라봤다.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고 다들 바삐 자신 자리에 앉았다. 담임선생님은 우리 책상에 하나씩 반듯하게 접힌 종이를 올려놓곤 아직은 펼쳐보지 말라고 하셨다. 다들 그러자 더욱 호기심에 못 이겨 종이를 가지고 만지작거렸으나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꾹 참고 펼치지는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다 나눠주곤 교탁 앞에 서서 말씀하기 시작했다.


우리 1반 애기들. 마니또라는 것을 할 거예요.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에 적힌 친구한테 아무도 모르게 착한 일을 하면 된답니다. 물론 부모님도! 그 친구도! 몰라야 해요. 알겠죠? 아무한테도 알려주면 안돼요. 자신만 알아야 해요. 이번 학기가 끝날 때 까지. 알겠죠?”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다들 풍선처럼 부푼 마음으로 자신의 책상에 놓인 종이를 바라봤다. 나도 곱게 접힌 종이를 펼쳐 자신만 볼 수 있게 두 손 가득 가둬놓고 이름을 봤다. 거기에는 친한 친구인 백현도 아니었고 우리 반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종인이도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머리가 삐뚤게 묶어져 있는 준면이를 바라봤다. 내 종이엔 반듯반듯하게 준면이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나는 종이와 준면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세훈아, 넌 누구 됐어?”

선생님이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옆에서 백현이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어왔지만 나는 재빨리 종이를 내 바지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백현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나를 향해 뭐라고 투정을 부렸지만 나는 모른 척 책상에 엎드렸다.






**









준면이는 이번 주 주번이다. 나는 그래서 준면이를 돕기 위해 좀 더 빠르게 학교에 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하고 교실 문을 여니 이미 준면이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드르륵 열린 문소리에 놀라서 준면이는 화분에 물을 주다 말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안녕.”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은 준면이었다. 나는 꼼지락 꼼지락 손을 들어 어색하게 인사했다. 하늘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화분에 물을 줬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하늘이의 곁에 섰다. 하늘이는 물을 다 줬는지 물병을 내려놓고 물방울이 맺힌 화분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매일 이렇게 화분에 물 줘?”


나의 물음에 준면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자 준면이는 언제나 그렇듯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것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나도 화분을 바라봤다. 햇빛 아래 있는 화분이 무척이나 예뻐 보였다.


종대를 닮았거든.”


종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면이를 바라봤다. 준면이는 내 동생 김종대.’하며 눈을 반짝 빛냈다. 그러더니 준면은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준면이의 머리엔 서툴게 묶어진 왕 리본 머리끈이 달랑달랑 거리고 있었다.


머리 다시 묶어줄게.”


그렇게 말하곤 나는 준면이의 우스꽝스러운 리본 머리끈을 풀려고 하자 준면이가 갑자기 머리끈을 손으로 감쌌다. 그리곤 나를 눈에 힘을 주어 노려본다. 준면이의 앙하고 다문 입술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니, 그게 머리가 너무 지저분해서.”

손대지마! 이거 종대가 묶어준 거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면이를 바라봤다. 준면이는 자신의 머리위에 있는 왕리본을 손으로 다시 확인하더니 이내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나는 준면이의 웃음을 한참 바라보다가 물었다.


넌 왜 항상 웃고 다녀?”









**








학교가 끝난 뒤, 나는 준면이를 따라갔다. 준면이는 길을 걷다가 슈퍼 아줌마에게도 인사를 했고 어느 한 집에 묶어있는 개를 향해 익숙하게 손을 흔들며 털을 어루만졌고 기타를 메고 연주를 하는 아저씨 앞에 앉아서 몇 분간 노래를 듣다가 주머니에 있는 알사탕을 아저씨에게 내밀었으며 넘어진 꼬마를 일으켜 세워 무릎을 탈탈 털어주기도 했다. 준면이는 그리곤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었다. 한참 그렇게 준면이를 쫓아가는데 준면이가 걸음을 멈춰 나를 향해 돌아봤다.


아까부터 왜 따라와?”


준면이는 가방을 다시 고쳐 매면서 말했다. 나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바닥만 툭툭 차댔다. 까끌까끌한 모래가 자꾸 신발 아래로 밟혔다. 준면이는 다시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조심조심 준면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준면이가 새긴 발자국을 다시 내가 새기면서.


, 자꾸 그럴 거면 같이 걸어.”

그래도 돼?”


준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준면이 곁으로 달려갔다. 준면이와 나는 딱히 무언가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준면이가 가는 곳으로 나는 가고 있었다. 준면이가 문득 걸음을 멈춰 나를 바라봤다.


근데 너 왜 따라와?”

그냥…….”

그냥?”


준면이는 그렇게 걷다가 어느 한 집에 멈췄다. 준면이는 그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자 집 안에서 들어오라는 준면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휠체어에 앉은 어느 한 소년과 준면이가 보였다.


안녕?”


소년은 나의 인사에도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면이는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나는 준면이 곁에 다가갔다. 그러자 준면이는 살짝 허리를 숙여 소년과 눈을 마주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형 친구야. 종대야.”


준면이는 종대의 손을 들어 나의 얼굴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종대라는 소년은 나의 얼굴을 더듬더듬 만졌다. 그 서툰 손길에 나는 준면이처럼 미소를 지었다.


안녕. 종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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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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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반대로 준면이가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나란히 걷는 준면이를 힐끔 바라봤다. 준면이의 머리 위엔 이름 모를 들꽃이 꽂혀 있었다. 아까 준면이가 선물이라면서 나와 준면이에게 준 선물이었다. 물론 내 머리 위에도 들꽃이 꽂혀있었다.


종대는 사실 눈이 안보여.”

…….”

종대이의 눈은 밤이야. 깜깜해.”


그러더니 준면이는 손으로 두 눈을 폭 가렸다. 나도 준면이를 따라 내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보이는 것은 검정이었다. 빛도 안 보이는 검정. 나는 가렸던 두 손을 내리고 준면이를 바라봤다. 준면이는 아직 두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왜 내가 항상 웃고 있냐고 물었지?”

…….”

나는 종대의 세상이야. 그러니까 웃고 다녀야지. 내가 보는 게 바로 종대의 세상인데.”

…….”

종대의 세상도 밤이면 안 되잖아.”


나는 준면이의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냥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푸른 하늘이 있었다. 푸른, 하늘. 하늘이 맑아서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준면이는 두 손을 내리고 나를 한참 바라봤다.


내가 휘파람 불어줄게.”


나는 준면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준면이의 휘파람이 들려왔다. 준면이의 작은 입에서 나오는 휘파람은 자주 듣던 동요였다. 준면이의 머리 위에 꽂혀 있는 하얀 꽃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나는 준면이의 휘파람 위에 내 노래를 올렸다.









**










준면이와 나만 있는 교실엔 선풍기가 달달 몸을 떨며 소리를 내고 있었고 내 몸은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준면이는 창문에 고개를 내밀며 소리치고 있었다. 준면이는 덥지도 않는지 햇살을 받으면서 그 자리에서 빙그르 돌았다. 그러다가 준면이 발을 삐끗해 쿵하고 자리에서 넘어졌다. 넘어진 준면이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바보.”

, 고마워.”



준면이는 뭐가 고맙다는 걸까. 한참 준면이를 바라보니 준면이가 웃으면서 한 곳으로 가리켰다. 손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창문가에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화분이 있었다. 준면이 몰래 물을 준다고 했는데 준면이는 알아봤나 보다. 나는 순간 확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갛게 익어버렸다. 나는 결국 손으로 얼굴을 가리다가 두 손가락만 빼꼼 벌려 준면이를 바라봤다. 준면이는 여전히 햇살을 받으며 웃고 있었다.



내 마니또. 너지?”


나는 준면이의 물음에 빙그레 웃었다.


준면이는 여전히 머리가 엉망이었다. 언제나 촌스러운 왕 리본 머리끈이 자리 잡고 있었고 언제나 아이들은 지우개똥을 준면이에게 던졌고 준면이는 거기에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내주기도 했고 가끔 준면이를 따라 종대를 만나러 갔다. 덕분에 내 머리에도 꽃잎이 수두룩했다. 나랑 제일 친한 친구인 백현이가 준면이와 있을 때 가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변한 것은 없었다. 그냥 준면이랑 내가 서로가 소중해졌다는 것 밖에.













**


서로에게 특별해진 세준을 쓰고 싶었어요

모두들 특별해졌나요.

순수하고 맑은 글이라고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한 해가 가기 전에 드려요. 모든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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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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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이거 힐링되네요ㅜㅜㅜ근데 뭔가 저릿한 느낌도 나고...글 되게 좋네요 진짜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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