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응-차.
자신의 키보다 다섯 뼘은 더 큰 감나무에 열린 감을 따기 위해 끙끙대며 나뭇가지를 이리 저리 휘두르는 아이를 보니 살풋 웃음이 감돌았다.
도와줄까, 싶다가도 저 사랑스러운 모습을 좀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더러
무엇보다 남의 집 앞 감을 따려는 아이가 괘씸하기도 하여서 그저 말없이 뒷짐을 진채로 지켜보았다.
쿵-.
그런데 이리 저리 휘두르던 나뭇가지가 제법 무거웠는지 아이는 그만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버렸다.
울음이 터져나올 것이라 여겼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조그만 것이 씩씩하게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더니
흙이 묻은 바지를 무심하게 툭툭털고는 미련없이 감나무를 떠났다.
그다지 웃긴 상황은 아니었음에도 나는 왠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아이가 떠나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나는 웃음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
"마실은 잘다녀왔느냐."
"예, 어머니."
"표정이 좋아보이는구나…."
"바람이 선선한것이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그저 날씨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다른 연유가 크게 자리하고 있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홀로 간직하고싶었다. 어머니께서도 날씨때문만은 아니라는걸 짐작하신 모양인지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웃으셨다.
"이제 그만 방으로 들어가보거라. 내일은 송대감과 중요한 약속이 있느니라."
"예. 편히 주무십시오."
방으로 들어와 어제 못다한 글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폈다.
하지만 까만건 글씨요, 하얀것은 아이의 희멀건 얼굴이었다. 아니다, 까만 것은 아이의 뒷통수.
아팠을텐데도 아랑곳않고 일어서던 아이가 떠올랐다. 굳게 다물었던 다부진 입술도.
넘어졌을 때 울었다면 좋았으련만…. 우는 모습도 상당히 어여쁠 것 같았어.
난생 처음해보는 짖궃은 생각에 누가 들은 것도 아닌데 혼자 찔려서 온몸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글공부는 물건너 간 듯 싶었다. 그렇게 잘 채비를 하고 잠자리에 몸을 뉘이자마자 보이는 아이의 얼굴.
이번엔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글공부뿐만이 아니라 잠에 들기도 글렀구나….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그냥 왠지 오늘도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발걸음이 이끄는대로 길을 걸었다.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혹시나 하는 그런 기대감으로.
아이를 만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왔다. 오늘은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이의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렇게 고요한 아침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청아한 지저귐에,
어제 밤에 잠시 내렸던 소나기로 인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그리고 저벅저벅- 일정한 박자로 들려오는 내 발자국소리에
사뿐사뿐- 조그만 발자국 발자국 소리가 겹쳐지는 것이 들렸다.
아이가 너무 보고싶은 나머지 내 귀마저도 환청을 만들어내나보다, 하는 우스운 생각에
혼자 미소 지었다.
퍽-
"아야..."
실없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는 사이 누군가 나에게 와서 부딪힌 모양이었다.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데,
이런…. 아이였다.
"다친덴없어요! 그러니 걱정마시고 가던 길 가셔도 좋아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이 아이는 씩씩한 대답을 내게 건넸다.
"혹..!"
종종 걸음으로 떠나려는 아이를 붙잡았다.
"예..?"
" 혹여.. 이름을 알려줄 수 있느냐? "
"풉.."
아이는 대답대신 그저 웃음 지을 뿐이었다. 그러고는 한다는 말이,
"도련님 이름부터 알려주셔야지요."
아무래도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랑스러운 아이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도 눈꼬리를 접으며 미소을 띠었다.
**********
예전에 ㅇㅇ2에 잠깐 앞부분 올렸었는데 보신분있으시려나..
으헝 커플링은 저도 모르게써여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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