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미개인 01 |
컷소리가 나기 무섭게 카메라 앵글 바깥에 있던 코디들은 앵글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예의 바른 몇몇 신인배우들도 보였다. 그 사이에서 감독의 인사를 받고 있는 배우 한 명도 있었다. 휘인은 이런 배우의 코디가 된 게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뻘쭘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자랑스레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아내는 배우 오세훈님 에게로 가서 결 고운 파우더로 얼굴을 톡톡 두드려 주었다. 휘인은 살면서 가장 후회한 짓을 꼽으라면 3위는 학생 시절 공부 안 하고 탱자탱자 논 것이고, 2위는 처음 받은 알바비로 친구들과 술을 마신것이고 마지막으로 1위는 오세훈의 코디가 된것이었다.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면 세훈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둘 다 하면 오히려 월급이 높아질 것이라며 꼬드긴 사장에게 넘어간 것도 분했다. 휘인은 그렇게 협찬받은 옷을 코디하고, 스케줄때 계속 달려나가며 메이크업을 수정하기도 했다.
"휘인아."
휘인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 하며 파우더를 작은 지퍼백에 넣고 크로스 백 안쪽 어딘가로 밀어 넣었다. 저 오세훈이란 인간의 입맛은 또 얼마나 까다로운지 정수기 물을 갖다 주면 바락바락 화를 냈다. 휘인은 세훈의 매니저인 백현에게 달려갔다. 백현은 의자에 앉아 편히 졸고 있었다. 솔직히 이 새끼도 마음에 안들어.... 휘인은 백현을 흔들어 깨웠다. 어 왜 왜 그래. 백현은 침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인은 세훈쪽으로 곁눈질을 하며 말했다. 목마르대. 백현은 다급하게 가방을 뒤져 청정 미네랄 워터를 꺼냈다. 휘인은 그것을 받아서 다시 성큼성큼 세훈에게로 걸어갔다.
"다음 스케줄 없지?"
휘인은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 지금쯤이면 전부 느꼈겠지만 세훈은 스케줄이 아주 많이 빵빵한 배우였다. 티비를 틀면 세훈의 얼굴이 바로 나올 정도로 대세였고, 세훈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그 대신 아주 크디큰 흠이 있다면.
"아오 물 왜 이렇게 미지근해. 다시 사오라 해."
지나치게 싸가지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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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은 냉장고 앞에서 고민을 한다.
현재 시각 4시 38분. 이른 시간도 아니고 늦은 시간도 아닌 딱 어정쩡한 시간. 뭔가를 시작하긴 이상한 시간이었다. 세훈은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를 봤다. 그리고 그 접시 위에 올려진 말랑말랑하니 맛있어 보이는 시루떡을 입에 넣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둘 것인가. 시루떡을 앞에 두고 고민을 하다니 저건 큰일 날 짓이라고 하며 욕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것은 절대로 다이어트 고민이라거나, 건강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세훈이 이 떡에 대해 고민 하게 된것은 바로 약 2시간 전 쯤 옆집에서 찾아온 남자의 이야기이다.
오랜만의 휴식인지라. 세훈은 카우치 소파 위에서 다리를 쭉 뻗고 누워 명치 쪽에 세훈의 손바닥보다 조금 큰 책을 올려두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뒤통수를 받친 채 책을 읽고 있었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그냥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판타지 영웅을 다룬 판타지 소설이었지만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세훈은 이 자세를 유지했다. 평화로웠다. 책 속에서 싸우는 드래곤도 평화로웠고, 열린 베란다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도 평화로웠고.
띵동-
초인종 소리도 평화...... 평화를 깨뜨렸다. 세훈은 책을 뒤집어 내려두곤 눈을 손으로 꾹 눌렀다. 어떤 새낀지는 몰라도 별거 아니면 진심으로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상황은 마치 학생들에게 빗대어 표현하자면 시험기간이 끝나서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는데 엄마는 씻고 있는데 엄마가 시킨 택배가 온 그런 의무적인 귀찮음이었다. 세훈은 자리에서 터덜터덜 일어나 옆에 던져둔 가디건을 입었다. 아무리 집이라지만 나시만 입고 나가는 것은 실례라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다. 세훈은 인터폰에 있는 버튼을 꾹 눌렀다.
"누구시죠?"
예상치 못한 공격이다. 세훈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안 먹어요. 세훈이 인터폰을 꺼버리려 하던 순간 밖에 서 있던 남자는 다급하게 말했다. 장사하는 거 아니에요! 제 성의를 봐서라도! 세훈은 은근히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길을 가다가 밥을 못 먹고 낑낑 거리는 고양이가 있으면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하게 지나가고 휘인이 잠시 화장실을 갈 거라고 할 때 몰래 동물병원 같은 곳으로 들어가 캔 같은 것을 사서 고양이에게 주기도 했다. 세훈의 선행은 생각보다 많은 편에 속했지만, 이 선행은 길거리 고양이들과 아스팔트에서 힘겹게 자라나는 민들레밖에 모르는 사실이었다. 세훈은 아오. 거리며 자신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팡팡 내려쳤다. 그러곤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떡."
세훈 보다 조금.... 아니 많이 작아 보이는 남자가 정수리만 내보이며 접시를 세훈이 잡기 좋게 돌려서 내밀었다. 여기...! 아무래도 그 남자는 요! 까지 하고 싶었던 걸로 보이지만 세훈은 쿨하게 접시를 한 손으로 받아낸 후 현관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다시 현재 시각 4시 38분으로 돌아온다. 세훈은 떡을 멍하니 쳐다봤다. 옆집에 솔직히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데. 이건 좀 이상하다. 원래 옆집에 누가 살았지? 전혀 모른다. 비어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사실 역시 모른다. 사는 내내 옆집과 마주친 적이 없다. 이 오피스텔 자체가 그런 곳이다. 한 층에 두 집밖에 없고, 사람들도 입주를 쉽게 안하는.... 이 부분에서 세훈은 의문점을 느낀다.
사람이 별로 없는 이 오피스텔에서 왜 떡을 돌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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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오후였다.
많은 사람이 이 글을 보며 오세훈 혹시 스케줄이 없는 회사 등골이나 빨아먹는 백수 배우 아니겠냐 싶지만 절대로 오세훈은 그런 사람이 아님을 미리 밝히겠다. 오세훈은 한참 잘나가는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으로서 마지막 촬영까지 마치고, 패션잡지에 나오는 촬영까지 하고 집 앞에 있는 조금 큰 규모지만 사람은 잘 안 오는 슈퍼에 들러 식빵을 장바구니에 넣고, 그 상태로 술 코너 앞에서 고민을 약 3분 동안 한 뒤 늘 즐겨 마시는 맥주 6캔이 묶음으로 된 것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곤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계란이 얼마나 남았더라. 냉장고 사정을 기억해낸 후 계란 옆을 쿨하게 지나치다가 한 남자를 발견했다. 아니 발견한 게 아니라 발견을 당한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옆집에 새로 이사 왔던 남자의 이목구비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저 웃는 꼴을 보아하니 그 남자가 맞는듯싶었다.
"1302호 맞으시죠?"
세훈은 최대한 도도함과 시크함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나선 세훈도 반격을 위해 자세를 고쳐 옆집 남자와 정확히 눈을 맞췄다.
"근데 떡 왜 돌려요?"
세훈이 바라는 답은 그것이었다. 당장 내 덕후라고 말해! 내 덕후라서! 오세훈이 보고 싶어서 이사를 왔고! 오세훈과 말을 나눠보고 싶어서 떡을 돌렸다고 말하라고! 그리고 그의 입에선 세훈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아~ 어머니가 이사 가면 안 좋은 일 생기기 전에 이웃이랑 친해지라고 떡 돌리라고 하셨어요."
옆집 남자는 온순한 남자다. 그리고 순진한 남자다. 세훈이 화를 내기 직전의 표정이어도 그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유지했고, 세훈이 그를 지나쳐 걸어가도 그는 말없이 길을 터주었다.
"접시 가지러 갈게요! 잘 닦아두세요! 아니 안 닦으셔도 돼요!"
지나치게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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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봉의 슬픈 사연 |
사진보고 많이 놀라셨으리라 믿습니다. 대스타오세훈X미개인김준면이 보고싶어서 쓴 본격! 세준팬픽! 제 글로 인해 많은 호모징들이 세준에 입덕하시길 바랍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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