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나온 표범 아저씨 종인X토끼 고딩 경수 의 연장선상의 글입니다.
CARROT! 07 (반인반수주의)
찬열이 경수를 눕히고 다시 밖으로 나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문앞에 쌓인 담배꽁초만이 그가 왔다갔음을 증명했다.
문을 닫고 들어온 찬열은 서늘한 집 안의 온도를 좀더 높였다. 아까 들은 의사에 말이 자꾸 제 귀를 맴돌아 신경이 쓰였다.
보호자신가요?
..예
제가 섣불리 진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많이 아픈가요?
임신일 확률이 높은 것 같네요.
...네?
반류 전문병원에 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임신 가능성 때문에 약을 쓰지 않았으니 지금 본인도 꽤나 힘들겁니다.
남성의 임신 초기는 위험하니까 빨리 확정 받으시고 몸관리 하셔야해요. 몸상태가 좋지 않네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것 같은데...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경수의 옆에 앉아서 한참동안 얼굴을 들여다봤다. 니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면 넌 어떡할까.
자그마치 팔년이다. 보통의 친구의 관계를 넘어선 감정으로 경수를 오래 바라봐왔었다.
찬열은 확신할 수 있었다. 경수가 제 뱃속에서 자라나는 생명을 지울리가 없다고.
남은 선택지는 몇 없다.
너는 내 옆에서 머물러줄까?
*
언제 쓰러졌대, 나 추했지? 으- 미안해.
경수가 일어나자마자 반류 병원으로 데리고 온 찬열은 제 옆에서 축 쳐진 눈을 하고 제게 조잘거리는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은 컨디션이 좋아진건지 아니면 제게 괜찮은 척을 하는건지, 꽤 맑은 얼굴을 하고는 웃는 경수가 제게 물었다.
"근데 나 많이아프대? 이제 괜찮은데 "
걱정 많이했어? 표정이 왜그래. 화났어?..미안해. 화풀어라-
화안났어. 근데 걱정은 많이했어. 그 추운데 미쳤어? 완전 꽁꽁 얼었던데. 어짜피 전화할거면 빨리 전화하던가
헤헤 미안해. 역시 생각나는 건 너밖에 없더라.
도경수씨- 흔들흔들 앞뒤로 다리를 차던 경수가 이내 불리는 제 이름에 폴짝 일어나서는 제게 말했다.
"나 혼자 갔다올게-"
그래, 의사선생님 말 잘듣고. 내가 애야?! 도도도 빠른 걸음으로 진료실을 향하는 경수의 뒷모습을 문이 닫힐때 까지 찬열은 빤히 바라봤다.
혼이 나간 표정을 하고는 휘청휘청 걸어온 경수가 아까 그자리에 무신경하게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혼자 헉 하며 제 배를 조심스레 만졌다.
..너 알고 있었지? 제 표정을 보고는 한숨을 쉰 경수가 낮게 말했다.
"...이주차래"
"..........."
"..혼현이 남다르대. 중종 같대"
"....."
"..나 어떡해야해?"
김종인 홈런이네. 태어나자마자 표범일 그 아이는 누가봐도 종인의 아이일 것이 분명했다.
드라이브나 할까? 쌩뚱맞은 제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경수는 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지 제가 가자는데로 따라왔다.
차는 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렸지만, 둘 다 아무말이 없어 차 안은 고요했다.
해안도로를 지나서 조용한 해변에 차를 세운 찬열은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조금씩 아래로 제 몸을 감추는 해를 바라봤다.
분명 오늘 이른 새벽에 경수를 태워 제 집에 경수를 데려왔는데, 하루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 건지.
"..나 못지우겠어"
저와 같이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던 경수가 말했다.
"어떻게...어떻게그래"
".........."
"..혼자서라도 키울래"
"..경수야"
화낼 줄 알았던 제가 조용했던지 조금은 제 눈치를 보며 저를 바라보는 경수에게 시선을 돌린 찬열이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응?"
좋아했어. 라고말하려던 찬열은 결국 뒷말을 삼키고서는 이내 말을 다시 이어갔다.
"..지켜본 나는 알아. 너 애 못지운다는거"
"....열아"
"혼자서 키우지말고, 나랑키우자. 좋은 삼촌 해줄게"
..그치만 너도 너의 생활이 있는거고.. 고개를 숙이며 경수가 우물거리자 찬열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럴땐 그냥 고맙다고 하면돼"
"..열아"
그리고 나도 장가 갈꺼거든? 누가 아빠해준데? 삼촌해준다니까
..고마워.
진작에 그러지-
그리고 아저씨한테는..
찬열은 뒤에 뱉어진 말에 안심하는 제자신이 못됬다고 생각했다.
..말하지 말아주라. 이제는 남이니까.
같이 저녁을 먹고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많이 피곤했던지 경수는 어느샌가 잠들어있었다.
바다에 도착할 때 까지만 해도 조금 이른 고백을 하려고 맘 먹었었는데,
제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같이 키우자고 한다면 경수는 미안해서 안된다며 어쩔줄몰라하다가 혼자 떠날 버릴 것 같았다.
그래..아직은 때가 아닌거라고 치자. 운전하다말고 혼자 허허 웃는 찬열은 왠지 우는 것 같았다.
*
종인은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바빴다. 딴 생각을 못하게 하려는 제 엄마의 심산인지 일이 쏟아졌다.
저도 그저 묵묵히 일만했다. 지금으로써는 이게 최선이였다. 일단 제 어미의 입맛에 조금은 맞춰줄 의향이였다.
제가 아예 기업을 물려받은 후에 제 어미가 조금 잠잠해지면, 그때는 한번 쯤은 얼굴이라도 보러라도 가볼 생각이였다.
며칠간 시달린 프로젝트에 폐인이 된 저를 보고 이사님 내일은 결혼식이니 제발 면도라도 하라며 윤비서한테 떠밀리듯 일찍 퇴근한 종인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벌써 해가 바뀌가, 세달이나 지났다. 날짜감각이 없던 종인은 엊그제 준면이 툭 하고 내뱉은 낼모레 결혼준비는 잘해가냐? 라는 소리에 기함했었다.
본가로 들어온 후에 바로 약혼을 했다. 서로의 가문에게 얼굴을 알리는 그저 형식적인 자리였다.
이때다 싶어서 일을 밀어붙인 어른들은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무슨 아들의 결혼을 회사의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키는 프로젝트 쯤으로 아는 것 같아 조금 기분이 나빠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동안 두어 번정도 그여자를 만났다. 뭐 거의 한 달의 한번 꼴로 만난 셈이다. 나머지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 거절했다.
제 엄마는 그 여자는 마음 주는 거 바라지도 않는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제게 관심을 요하는 그 백여우는 다른남자들이면 환장했겠지만, 저는 아니였다.
그럴때마다 맑게 웃으면서 제 옆을 맴돌던 작은 토끼가 생각 날 뿐이였다.
..잘 있겠지? 호랑이 옆이라 딴놈들 걱정은 안한다만.. 걔가 제일 걱정이란 말이지. 한숨을 푹 쉰 종인은 이내 눈을 감았다.
*
삼촌은 바보야-
준희야,
내가 그러라고 말해준 줄 알아?
그 이후로 제 소식을 들었는지 코빼기도 안비추던 준희가 삼촌 결혼한다고 하니 또 곱게 차려입고 나타났다.
투덜거리는 준희에 종인이 허허 웃고만있자 준희가 그랬다.
진짜 내 삼촌 아니였으면 나는 두번다시는 얼굴 안봤어.
그리고 경수형 이제 내 연락도 씹잖아!
경수라는 이름에 종인이 슬핏 웃었다. 도비서든 경수씨건 그 후로 제 앞에서 금기단어였는데 오랜만이였다.
"..결혼 안하면 안돼?"
..나와 임마. 아 밀지마!!! 뒤늦게 들어온 준면이 제 아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꿀밤을 콩 때리고는 준희를 밖으로 밀었다.
하하 어설프게 웃은 준면이 종인의 삐져나온 옆머리를 정리해주면서 말했다.
"예전엔 창창했었는데 너도이젠 늙었구나"
주름좀봐, 징글맞어. 저보다 한뼘은 더 큰 종인에 준면이 고개를 높여 종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결혼하는데 너만큼 표정이 썩은 사람도 없겠다"
그렇게 티났어? 킥킥 웃는 종인을 바라보다가 준면도 그저 따라 웃었다.
"..학생은 잘있는 것 같더라"
"준희 많이컸다"
제 말에 뚱딴지같은 대답을 뱉은 종인이 들어오는 가문 어른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러면 됬다. 종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
"자그마치 오년이에요"
"토끼"
"대학 가자마자 시달렸어"
"....."
근데, 나는 알아요. 결혼하면 더 심해질 거고, 나는 더 힘들거야.
"그리고 듣다보니까 아저씨 어머니하는말 틀린거 없는 것 같아서"
"경수야"
"나는 아저씨 얻는다고 잃을게 없어요"
"........"
"그런데 아저씨는 나 하나때문에 많은 걸 포기해야하잖아"
"........"
"나는 그럴만한 가치 없어요"
"그럼 너는, 너는 내가 널 포기하면 아무 것도 없잖아"
"....."
"니 인생에는 나밖에 없잖아"
"...그렇게까지 비참하게 해야해요?"
내가 말하는건 그게 아니잖아,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내가 너 그렇게 만들었잖아, 너 혼자로 만들었잖아 내가"
"아저씨가 가족 해줬잖아"
"..그럼 이제는 혼자여도 살 수 있겠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언젠간 끝나기 마련이에요"
"열여덟살때부터니까, 짧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뒷말은 생략한 경수가 이내 억지로 웃어보이며 말했다.
"아저씨가 나한테 줬던 모든 게 너무 달아서 참고 버틸 수 있었던 거에요"
"....."
"그만큼 행복했어요"
"가지마"
가지마라 경수야.
..그만해요
이제 우리 그만해요
*마지막은 헤어지던 날 했던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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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 댓글 보는 재미로 삽니다 ㅠㅠㅠㅠㅠㅠㅠ늘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벌써 중반을 넘어서 달려가네요!
이 찌통이 어서 끝나기를..ㅎ0ㅎ
암호닉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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