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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아스팔트 바닥이 질척해질 만큼 비가 오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렇다, 원래 가을 날씨는 기복이 심해 비가 오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 달 내내 비가 올 것 같다, 그는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아 그냥 비를 맞고 와 온몸에 빗물이 흘렀다, 몸 안에 주르륵 빗물이 흐르는 게 기분이 매우 나빴다, 그렇지만 이제는 비를 피할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계단을 한 칸씩 밟고 현관문에 다다랐다, 그는 개인적으로 진부하게 사용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도어록을 설치하지 않은 탓에 열쇠 뭉치들을 들고 다녔다, 매우 불편해 보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제가 좋으면 된 거다.
그는 간신히 현관문 열쇠를 찾아내어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장판을 밟으니 질척한 느낌이 발을 타고 올라왔다, 안 그래도 나빴던 기분이 더 나빠졌다, 다 젖은 양말을 빨래통에 신경질적으로 던져 놓고 침실로 들어갔다,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치지 직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밝아짐과 동시에 매캐한 담배냄새가 풍겨왔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둠에 적응 되어 있던 눈이 빛을 봐서 굉장히 눈이 부셨고 그는 금방 금연을 시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눈의 통증이 조금 가실 때 쯤 그는 그제서야 제대로 앞을 볼 수 있었다, 오전에 급하게 나오느라 정리하지 못했던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과 미처 버리지 않은 콘돔 몇 개, 그리고 침대에 길게 누워 있는 반나체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간신히 현관문 열쇠를 찾아내어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장판을 밟으니 질척한 느낌이 발을 타고 올라왔다, 안 그래도 나빴던 기분이 더 나빠졌다, 다 젖은 양말을 빨래통에 신경질적으로 던져 놓고 침실로 들어갔다,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치지 직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밝아짐과 동시에 매캐한 담배냄새가 풍겨왔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둠에 적응 되어 있던 눈이 빛을 봐서 굉장히 눈이 부셨고 그는 금방 금연을 시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눈의 통증이 조금 가실 때 쯤 그는 그제서야 제대로 앞을 볼 수 있었다, 오전에 급하게 나오느라 정리하지 못했던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과 미처 버리지 않은 콘돔 몇 개, 그리고 침대에 길게 누워 있는 반나체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야."
"…."
"야,도경수."
"…."
"이젠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이거지."
"…."
"루ㅋ…"
"내가 루크라고 부르지 말라 했지, 개새끼야."
남자가 '루크'라고 부르자 곧바로 옆에 있던 베개를 집어 던진,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의 이름은 경수였다, 경수는 그에게 눈을 부라리며 욕을 했다, 눈이 푹 들어가 눈 주위가 어둑어둑한 채로 쳐다보니 더욱 더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침대 한켠에는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엄청나게 비벼서 껐는지 매우 짓눌러진 담배꽁초가 수두룩 했다.
"내가 방에서 담배 피지 말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 들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니까."
"야, 내가 지금 농담따먹기 하는 것 같아?"
"난 언제나 진심이었는데, 왜 괜히 화내고 그러실까."
응? 천하의 변백현 님께서, 경수는 그의 심기를 매우 건들고 있었다, 사실 경수는 이런 걸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냥 매일 무미건조한 변백현의 심기를 건드리면 과연 어떻게 될 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 이었다.
"화 많이 내면… 화병 나잖아."
"…."
"화병 심하게 나면 죽어."
"…."
"너 죽으면…."
"…."
"나랑 평생 섹스 못 해."
"씨발년."
백현은 그 욕짓거리를 끝으로 경수에게 달려들었다, 이불을 들추어 내고 경수의 둔부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경수가 입고 있던 바지의 버클을 풀어 드로즈까지 벗어 제끼고 경수의 허리를 잡은 순간, 경수의 허리에 써져 있는 문장을 보았다.
'Sex is my life'
경수가 미국에 있을 적에 하렘가에서 반강제적으로 당한 문신이었다, 그저 비리비리 하고 키가 작은 동양인이라 만만해 보여서 끌고 갔을 것 이다.
백현은 갑자기 경수가 미국에서 겪은 수모들이 상상되어 마음 한 켠이 측은해져 다시 경수의 바지를 올려주었다.
"섹스나 하지 말고 곡 좀 써라, 곡 좀, 백수새끼야, 되도 않는 네 구멍 팔고 다니지 말고."
"아, 오늘은… 안 돼."
"왜."
"크랙이 다 떨어졌어."
"트랙? 트랙이야, 뭐 다시 하면 되잖아."
"트랙말고, 크랙말야, 이 병신 머저리 같은 새끼야."
크랙은 마약의 한 종류였다, 경수는 담배도 많이 피지만 미국에서 마약을 배워 와 이젠 마약 없으면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중증 마약 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마약을 할 때 마다 기분이 오락가락 하는 경수 때문에 죽어나는 건 백현이었다.
"마약도 좀 그만 해, 너 때문에 요절해서 불효자 되겠다."
"마약이 직접적으로 너한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마약이 나한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건 없지, 근데 마약한 도경수가 나한테 해를 끼치지, 그것도 좆나게."
"내가 언제."
"미친 놈, 지가 마약하고 꼬장 부리는 것도 몰라요, 됐다 말을 말자."
백현은 나 씻는다, 하고 축축히 젖은 옷을 몽땅 빨래통에 벗어 던진 채 화장실로 들어갔다, 경수는 아직도 자기 자신이 백현에게 무슨 해를 끼쳤는지 의아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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