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의 공주인 너. 나무 향이 가득한 네 방에서 깨서 네 얼굴 한 번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궁녀들을 지나쳐 안과는 다른 찬 공기를 맞아.
간밤에 눈이 온 건지 온 세상이 하얘. 하얗지 않은 건 나무나, 벽, 네 뒤에 따라오는 궁녀들.
빨개지는 코와 시린 손 끝을 가진 네가 바쁘게 움직이는 신하들을 보고 궁녀에게 물어.
오늘 혹시 무슨 날이냐고.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냐고. 돌아오는 말은 그거였어. 아바마마가 친애하던 대제학이 아들과 함께 궁을 둘러보고 있다는 거야.
들어보니 아들도 아버지를 따라 이번 과거 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한 인재였어. 아바마마가 친애하기도 하고, 장원급제라고 하니 궁금증만 생겨 뛰지말라는 궁녀의 말에도
눈 위에 발자국을 하나하나 새겨가며 급하게 뛰어가. 아바마마와 길 걷고 있는 대제학과 그 아들 모습에 너는 그 자리에 멈춰서지. 눈에 발이 시린 것도 모른채.
아바마마께 인사를 드린 너는 같이 걸으며 뒤 쪽을 계속 훑어. 그 아들을 계속 쳐다보는 거야. 그러다 눈이 마주치고, 싱긋 웃어보이는 그 아들에 앞에 보이는 나무를 박아.
나무에 쌓여있던 눈은 아바마마와 대제학.. 그리고 그 아들까지 다 덮어버리고. 머리 위에 눈이 한 가득 쌓인 너는 당황해서 급하게 인사를 하고 도망 가지.
다 망했다며 궁녀를 잡고 신세한탄을 하는데. 뒤에서 누가 네 호칭을 부르면서 달려와. 돌아 본 너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네 고개가 숙여짐을 바라보던 그 아들도 같이 고개를 숙여. 신랑 신부 맞절하듯. 제 손짓에 궁녀가 뒤로 물러가고, 아까 일은 미안했다고. 당황해서 자기가 그랬으니 용서해달라고.
그랬더니, 한참 웃어보이던 아들이 내 빨개진 손을 살며시 잡으면서 그래.
"저를 용서해주시는 게 맞는 걸지도 모릅니다. 제가 감히 주상전하께 공주님과의 혼인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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