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안어울리게 왜 그래요"
"어디갔었어요...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김태형씨한테 안겨서 그 말을 하고는 조금 뻘쭘해져서 품에서 떨어졌지.
"내가 어디 갔는지 일일이 보고해야되나?"
"밤새 전화도 안되고..."
"그쪽 내 번호 알고 있어?"
"알죠 당연히"
마치 원래 알고있었던 것 마냥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왠지 민망한...ㅋㅋㅋ
"그쪽은 나한테 관심 없어도 되니까 어서 들어가서 학교 갈 준비나 하세요"
"...."
좀 상처받았어. 그래 물론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을 거고, 내가 그럴만한 짓을 자초했다는 것도 잘 알아.
하지만...
김태형씨 속도에 맞춰서 부랴부랴 준비를 한 덕에 가까스로 김태형씨 등굣길에 차를 얻어타게 됐지 뭐야.
어떻게 관계 좀 개선해보려고 차 타긴 했는데 말이 없으니까 공복인데도 체할 것 같이 답답했어...
그래서 문자를 보냈지
[미안해요^^]
답장은 안왔어. 분명히 확인했는데...개자식.
"선배 이땐 어떻게 해야되는거예요?"
"일단 한번 턴을 해야겠지? 그리고 조명 맞춰지면 그때 안무하고..맞아 그렇게..옳지"
내 동선 맞추고 있었고, 김태형씨는 연습실 구석에서 다른 연출팀 부원들이랑 소품만들고 있더라구.
내 차례 끝나서 사실 나는 이제 가도 되는데....신경쓰여서 갈 수가 없었지.
그래서 김태형씨한테 가서 슬쩍 말을 걸었어.
"집에 같이 갈래요?"
"먼저가요"
"왜 반말 안써요...? 좋았는데.."
"굳이 써야되나 싶네요."
"아직도 많이 화난거예요...?"
"화나고 말고 할게 뭐 있어요 남인데."
남인데. 라는 말에 상처를 받았나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고 갈게요..라는 한마디 하고 바로 연습실을 뛰쳐나갔어.
아마 연습중이던 선배들이 깜짝 놀랐을거야.
너무 속상해서 화장실에서 소리죽여 펑펑 울고 나왔는데, 하필이면 그 앞에 전정국이 있었지 뭐야.
"선배...울었어요?"
"ㅇ..아니! 가던길이나 가. 나 신경쓰지 말고"
"어떻게 신경을 안써요. 여자가 우는데"
"나는 여자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가"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여자가 아니라는거야"
"제발...그만 다가와줄래..나 너한테 관심가졌었단 이유 하나로 지금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거든"
"김태형이 뭐라고 해요?"
"아니."
딱 잡아뗐어. 이자식 또 김태형씨한테 뭔 짓을 하려고.
"김태형이 울리면 나한테 와요 난 절대 선배 안울릴거야"
"너때문에 울 일이 너무 많이 생겨서 탈인데 무슨."
"나...나 때문에..?"
"그래. 제발 다시는 나랑 김태형씨한테 말도 걸지...아니 쳐다도 보지 말아줄래."
"선배..."
"나 너 선배 아니야. 이제 그렇게도 부르지 마."
너무한다 싶을정도로 단호한 말투였지만 어쩔 수 없어. 이렇게하지 않으면 전정국이 계속 치근덕대고 김태형씨한테 시비를 거니까...
근데 그렇게 말하고 걸어가다 깜짝 놀랐어.
첫째, 갑자기 전정국이 뒤에서 업히듯 나를 안아서.
둘째, 그 앞에 김태형씨가 서있어서.
나는 당황한 첫번째 이유를 해결하기 위해 전정국이 내 몸에 걸친 손을 떨쳐내고 나한테 기댄 몸도 밀어냈고,
두번째 이유를 해결하기 위해 김태형씨랑 눈도 안마주치고 고개를 숙여서 잰걸음으로 김태형씨랑 멀어졌어.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당장 내가 도서관에서 전정국을 흘깃거리던 그때로 돌아가서 내 뺨을 후려치면서 정신차리라고 하고 싶어.
따지고보면 모든 불란의 씨앗은 나였으니까.
자책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난 정말 멍청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