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넣어 이제?"
"아니! 안돼!! 그거...!"
"앗 뜨거!"
아휴.... 그러게 내가 그냥 한다니까... 태형이가 도와준다고 옆에 와서는 이것저것 만지다가 뜨거운 물이 튀어서 손을 데여버렸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넣을 거면 대체 왜 물어본 건지... 태형이 손목을 잡고 제일 차가운 쪽으로 돌려서 수돗물을 줄줄 틀어줬다.
"따가워, 따갑다, 따가워 죽겠어!"
"참어"
호들갑은.... 다행히 물집은 안 잡혔네. 여기 있다가는 더 큰일을 칠 것 같아서 그냥 가서 앉아있으라고 하니까 데인 부분을 쪽쪽거리면서 가더라고.
그냥 내가 후딱 해버리는 게 낫지... 근데 두 개를 하려니까 좀 복잡하긴 했다. 닭볶음탕에 파스타라니....
정신없이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시끄러워야 할 태형이가 조용한 거다. 난 또 불안해져가지고... 뒤돌아 봤더니 태형이가 없네? 얘가 어디 갔어
"나 찾아?"
아 깜짝이야! 대체 언제 조심조심 내 옆으로 왔는지 숟가락을 들고 입을 네모지게 웃었다.
"나도 간 볼래"
간? 아직 안됐는데....부르면 오지.. 왜 벌써 왔냐
"아직 안됐어"
"그냥 볼래"
"아니 그럼 맛이...조심! 아, 내가 떠 줄게"
내 말은 뭐 껌인가요....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숟가락을 그냥 닭볶음탕에 넣길래 저러다가 또 입 데이지 싶어서 얼른 말렸다.
국자로 조금 퍼서 후- 불고 태형이가 들고 온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줬다.
"맛있다!"
아직 되지도 않았는데 뭐가 맛있다는 건지.... 하여간.
"이따가 다 되면 부를 테니까 가서 앉아있어"
"심심한데. 나 뭐 할꺼 없어?"
없어... 가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근데 저런 눈으로 쳐다보니까 가라고 할 수도 없고. 음.. 할게 뭐가 있지
"그럼 가서 숟가락이랑 접시랑 그런 거 챙겨"
"아싸~ 알았어!"
신이 나서는 찬장을 열어서 이것저것 꺼내 식탁으로 옮기더라고. 나는 계속 요리에 집중 집중!
집안에 파스타 냄새랑 닭볶음탕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제 맛있게 먹자~~ 완성되기 전에 김태형이 내 옆에 와서 몇 번이고 봤던 간 또 보고 또 봤던 건 안 비밀... 간 본 걸로 배가 다 찼을 꺼다 아마.
"잘 먹겠습니다!"
배도 안 부른지 내가 해준 파스타를 후르륵 먹어댔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구만!
태형이를 따라서 나도 맛있게 먹었다.
먹다가 면이라서 그런지 입에 묻는 거다. 옆에 휴지를 뽑아서 닦으려는데 태형이가 먹다 말고 내 손목을 탁 잡았다.
"왜"
"내가 닦아줄래"
요 며칠 그 얘기만 하더니... 그래 닦아줘라.
뽑은 휴지를 태형이한테 주니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거다. 응?
그러더니 자기 엄지손가락으로 쓰윽 내 입술을 쓸었다. 그리고는...할짝... 자기 손에 묻은 크림소스를 혓바닥으로 닦았다지....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빨개지는 거다. 내가 왜! 왜 얼굴이 쓸데없이 빨개지는 건데!
"허...?"
빨개진 얼굴로 넋이 나가서 입만 벌리고 있으니까 태형이가 씨익 웃더니 다시 먹는 거에 집중하더라고. 김태형의 훅훅 들어오는 저 행동들은 참 사람을 떨리게 만든다.
....
'띵동'
밥을 다 먹고 우리 둘 다 배가 엄청 불러서 러그 위에 나란히 누워있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왔다!"
"뭐가?"
"기다려바"
초인종 소리에 태형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현관으로 갔다. 뭐지? 누구 왔나?
"감사합니다~"
태형이가 인사를 하고 품에 무슨 커다란 박스를 들고 오는 거다.
"그게 뭐야?"
내 물음에도 마냥 실실 거리더니 들고 온 박스를 러그 위에 조심조심 내려놓고 박스를 천천히 뜯었다.
"짠!"
트리다!!! 박스 안에 작은 트리랑 꼬마전구들이랑 장식하는 것들이 들어있었다. 트리 꾸미는 거 진짜 좋아하는데 중학생? 이후로는 가족 다 각자 바빠서 트리 꾸밀 시간이 없었다!
"우아!"
"맘에 들어?"
"응응!!"
눈이 반짝반짝 해져서는 박스에서 하나하나 꺼내서 구경했다. 크기도 딱 적당하고 소품들도 아기자기한 게 너무 이쁜 거다!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우아! 이거 진짜 이쁘다! 아 귀여워ㅋㅋㅋㅋㅋㅋ 이거바 태형아! 이거!"
신이 나서는 제일 맘에 드는 선물상자 모양의 장식을 들고는 태형이한테 내밀었다.
"잘샀다"
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거다. 하지마... 머리 쓰다듬는 거 여자들이 진짜 설레는 거라고... 얼른 정신 차리고 말을 돌렸다.
"그, 근데 이거 언제 산 거야?"
"아까 너 저녁 만들고 있을 때 방에 들어가서 몰래 했지"
이쁜 자식ㅠㅠ 오늘 좀 이쁜 짓 하네ㅠㅠ
러그 위에 쫘악 깔아놓고 하나하나 꾸미기 시작했다. 아 진짜 너무 좋다ㅠㅠ
마지막으로 꼬마전구를 쫙 두르면 끝!
"이제 불 켜봐!"
신나서 태형이에게 얼른 전구에 불을 켜라고 했다. 반짝반짝 너무 예쁘다ㅠㅠ
예쁘게 꾸며진 트리를 보고 있는데 태형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잠깐만"
화장실 가나 보다 하고 난 그냥 트리에만 집중했다. 근데 갑자기 거실 불이 탁 꺼지는 거다. 순간 당황했는데 불이 꺼지니까 트리가 더욱 예쁘게 빛나더라고.
그리고 태형이가 와인이랑 잔 두 개를 들고 내 옆에 앉았다. 저거 산 기억 없는데?
"그거 어디서 났어?"
"내가 카트 밑에다 숨겨놨었지~"
실은 아까 마트에서 와인 코너를 보고 거기에 몇 분 동안이나 눈을 반짝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근데.... 술 먹고 진상 부린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고 해서 그냥 지나쳤었다.
근데 그걸 보고 태형이가 산 건지 아님 그냥 자기가 먹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엄청 감동이었다ㅠㅠ 살짝 걱정도....나는 과일주가 더 빨리 취하는 체질이라.. 아... 빨리 취하는데... 걱정이다 진짜...ㅠㅠ
뽁! 하고 코르크 마개를 따서 태형이가 내 잔에 똘똘똘 와인을 따라줬다. 다 따르고 태형이가 자작을 하려고 해서 얼른 와인병을 뺏어들어 내가 따라줬다. 얘가! 자작하면 평생 솔로인 거 모르나!
트리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앉아서 잔을 부딪치기가 힘들길래 내가 태형이 앞으로 가서 앉았다.
짠- 하고 태형이 잔에 내 잔을 부딪치고 꿀꺽 원샷을 했다. 크~ 역시 와인이야ㅠㅠ 이런 맛을 내가 포기하려고 했다니... 태형아 고맙다ㅠㅠ
"내가 와인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구"
"아닌데? 나 먹으려구 산거야"
"뭐, 어쨌든!"
무슨 상관이랴~ 지금 난 맛있는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한 세 잔쯤 마셨나? 머리가 살짝 알딸딸했다! 괜찮아~ 아직 앞에 태형이가 태형이로 보이잖아? 여기서 그만 마시면 되는 거야~
"아 기분 진짜 좋다~"
"나두"
"태형아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하냐"
"하지"
또 태형이랑 처음 봤을 때가 생각이 나네. 그때 만약 내가 그 카페에 안 갔으면, 끝내 계약을 안 했으면 너란 애랑 이렇게 친해지지 않았겠지?
"그때, 있지. 너 처음 봤을 때"
"응"
"너 디게 잘생겼었어"
분명 내일이면 후회할 말이긴 한데... 약간 술기운 빌려서 얘기한다. 솔직히 너 엄청 잘생겼으니까. 사실이잖아? 몰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인지. 뭔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나 잘생겼어?"
푸흡하고 태형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응, 그래 너 잘생겼어! 너 혹시 답정너냐
"너도 예뻤어. 그래서 너랑 꼭 같이 살고 싶었어"
말이 참 이상한데... 맞는 말이긴 한데... 말이 참 이상하네.... 근데 나 이쁘다고 했다! 히히 나 이쁘데~
"한잔 더!"
그만 마시려고 했는데 예뻤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태형이한테 한잔 더 달라고 잔을 푹 내밀었다. 괜찮아~ 아직 정신 있어!
"더 먹어도 돼? 너"
"갠차나, 갠차나~~"
그렇게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와인을 쭉쭉 마셨다. 같이 살기 시작하고 첫날 진짜 웃겼었는데 푸힛! 둘 다 어색해서 히히히 항상 태형이가 먼저 말 걸어줬었는데...착한 놈!
아이구...근데 어째 먹을수록 머리가 빙빙 도냐....기분 좋으니까 넘어가자....
"태형아"
"응?"
"크리스마스 노래 불러줘"
이런 좋은 날, 좋은 분위기에 브금이 빠지면 쓰나! 아직 와인이 조금 남아있는 잔을 바닥에 내려놨다.
노래 불러달라는 내 말에 조금 당황하다가 자기도 잔을 내려놓더니 웃으면서 응이라고 대답했다.
"마이크!"
마이크라면서 내 손을 가져가서 자기 입 쪽에 대는 거다. 그래 마이크가 있어야지! 그렇게 태형이가 내 손을 잡고 노래를 시작했다.
"우아~! 진짜 잘 부른다! 우리 태형이 가수 시켜도 되겠네~히히"
태형이 노래 진짜 잘한다! 목소리가 꿀이네 꿀이야 노래 안 시켰으면 섭섭할 뻔했네 손바닥을 짝짝거리면서 말하니까 태형이가 정말 기분 좋게 웃었다. 좋아! 기분 좋으니까 남은 거 저거 딱 저거만 마시자! 하고 잔을 들어서 입에 다 털어 넣었다.
다 마시고 태형이를 보는데 웃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씨익 웃으니까 태형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거다.
"왜에-"
"ㄴ.."
'너는 내게 최고~'
태형이가 뭐라고 입을 떼려고 했는데 옆에 있던 내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야! 우리 태형이가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데에!!!
"여부세요"
[뭐야? 왜 이래?]
"호시기다~~~"
[너 설마 그새 또 술 마신 거야? 미쳤어, 미쳤어! 너 어디야!]
"집인데~"
[집? 누구랑 있는데!]
"태횽이~"
[난리 났네...제정신이야, 이년아!]
"있자나~ 내 앞에 트리도 있고~ 오늘 태형이가 노래도 불러져꼬~ 밥도 마싯능 거 먹어따~"
[잘했네...]
"그리고 나 안 취했어! 이제 취하면 안돼~ 내가 그랬자나..다 기억났다구....태형이가... 어...!"
호석이랑 통화하고 있는데 태형이가 내 핸드폰을 휙 가져가더니 통화를 끊어버렸다. 왜! 나 잘 통화하고 있는데!
아, 맞다 너 이거 들으면 안되는데... 이거 들으면 안되는데! 나 기억 안 난척해야 되는데...
"기억, 났어?"
아고... 무덤까지 가져가야 되는데... 말해버렸네... 어떡하지?
"기억 났어? 내가 너한테 키스한 거"
"으... 아니..?"
태형이가 빤히 쳐다보길래 안 마주치려고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나는 바본가 봐.. 왜 그걸 말했지? 나 바보다 바보!
'너는 내게 최고~'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내 핸드폰이 또 울렸다. 근데 태형이 손에 있고...
"나 전화받을래!"
태형이가 가지고 있는 내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역시 저 자식! 팔을 위로 쭉 올리는 거야! 내꺼야 내꺼 내놔라!
"받지마"
왜 받지 말라는 거야... 호석일 텐데.. 아까 전화 갑자기 끊어져서 나 걱정할 텐데...
태형이 앞으로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허리를 펴서 손을 뻗었다. 대체 왜 이렇게 해도 안 닿는 거야...
"내꺼! 주...."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내리니까 정면에 바로 태형이가 있는 거다. 아.. 얼굴이 너무 가깝다.. 으..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 거 같아...
"주라고..."
태형이가 내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마주 봤다. 뭐... 왜 그렇게 빤히 보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엄청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다. 온몸이 화끈거리는 것 같고. 태형이가 손을 내렸는데도 몸이 안 움직이는 거다.
그래로 계속 눈만 마주 보고 있다가 얼른 멀어져야겠다 싶었다.
멀어지려고 어떻게 손을 내리고 무릎을 굽히려는데 태형이가 내 뒷목을 잡아당기더니 입을 맞춰왔다.
으.....안녕하세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게... 잠깐 떠나있다가 왔습니다! 제가 좀 매도 일부러 맞으며 다니는 성격이라...는 뭐 이미 끝난 얘기 걍 넘어가구요...ㅠ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무슨 일 없어요ㅠㅠ 저 괜찮아요...하하하...
그냥 이대로 아예 글을 안 쓰려다가 무책임하기도 하고 기다려주시는 분들(계실지는 모르겠지만....)께 죄송해서ㅠㅠㅠ 이렇게 왔답니다!
그래도 항상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 계신데! 그쵸?ㅎㅎㅎㅎㅎㅎㅎ 또 열심히 써야죠! 뭐 저 좋으라고 쓰는 건데 무책임하게 떠날순 없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음 또 할말 있으면 추가하고... 할게요....
걱정해 주신분들 정말 진짜 진짜루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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