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120933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StartFragment-->

 

 

 

 

 

 

 

 

[준혁] 열 아홉 | 인스티즈

 

 

 

[준혁]

 

 

 

 

 

 

나 오늘 여기서 나갈 거야. 준회의 말에 모래 바닥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고개가 절로 들렸다. 손에 쥐고 있던 손전등도 같이 들렸다. 갑작스럽게 덮쳐오는 빛에 당황한 듯 준회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밤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던 준회의 말에 고백이라도 받을 까 해 나오기 전 단정히 빗고 나온 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준회는 고백 대신 폭탄선언을 내뱉었다. 조용한 운동장 구석 빨라진 심장 박동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언뜻 살핀 준회의 얼굴은 담담해 보였다. 준회는 운동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제 옆을 손으로 두들겼다. 앉으라는 신호였다. 추위에 꽁꽁 얼어버린 모래에 엉덩이가 시려왔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준회는 아무 말 없이 고아원을 바라봤다. 취침시간이 지난 고아원은 너무 고요해서 버려진 건물 같았다.

 

 

 

저번에 우리 부둣가 갔던 거 기억해? 예전에 원장님 몰래 부둣가에 놀러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빨리 고아원으로 돌아가자는 나에 비해 준회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더 정확히는 배 위에서 짐을 나르는 사람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준회의 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고개를 연속으로 끄덕였다. 거기에 가서 뱃일을 배울 생각이야. 준회의 목소리에서는 단호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갑자기 왜? 갑자기가 아니야. 몇 밤만 더 지나면 나는 이제 어른이 되. 눅눅하게 젖은 준회의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누군가에게는 어른이 된다는 게 설레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을 매듭짓지 못한 준회는 시선을 하늘로 옮겼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에 빛이라곤 달하나 덜렁 매달려 있었다. 우리 고아원에 처음 온 날 밤은 별 되게 많았는데. 준회가 말하는 그날은 서로에게 깊게 박혀 있었다. 열두 살 먼 친척 손에 이끌려 고아원에 온 날 원장님은 오늘 들어온 애가 한명 더 있다며 준회를 불렀다. 악수를 하라는 원장님의 말에 서로 손을 머뭇머뭇 내밀었던 우리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이미 다 커버려서 입양조차 힘든 나이에 온 우리 둘은 있을 수 있을 때까지 고아원에 남아 있는 게 목표였다. 어느새 우리가 다시 홀로 서야 할 날이 바로 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래도 원장님한테는 인사하고 가지. 내 말에 준회는 고개를 저었다. 원장님한테는 그냥 내가가 여기에 있기 싫어서 나갔다고 해. 찾지 말라고 했다고. 알았지?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준회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 알았지? 나는 그 목소리가 듣기 힘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서야 준회는 씩 웃어보였다.

 

 

준회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준회가 일어서자 준회의 몸에 붙어 있던 모래 알갱이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준회는 운동장 가로질러 뛰었다. 나도 급하게 준회를 따라 일어섰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 왼쪽 다리가 저려왔다. 나는 다리를 질질 끌며 준회를 뒤 쫒았다. 땅 끝까지 뛰어갈 것 같았던 준회는 운동장의 중앙에 우뚝 섰다. 준회는 고아원 쪽으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나는 준회의 앞 까지 가서 섰다. 대문까지 데려다 줄래? 준회의 말에 나는 대문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대문까지 남은 거리가 한 뼘도 안 되어보였다. 점점 느려지는 내 발걸음을 준회는 맞춰 걸었다. 아무리 느리게 걸어보려 애를 써 봐도 걷다보니 어느새 대문 앞이었다. 잘 가. 준회는 고개를 끄덕였다. 덤덤해 보이는 준회의 뒷모습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네가 이렇게 가버리면 나는 어떡해.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밖으로 내뱉기를 머뭇거리고 있었다. 차마 뱉지 못한 말이 다시 삼켜졌다. 목구멍이 뻑뻑했다. 눈물이 차올라 눈가가 묵직해졌다. 등을 보이던 준회가 뒤를 돌았다. 내가 너 꼭 데리러 올게. 준회는 이가 다 드러나게 웃어보였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준회의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었다. 뒷모습은 여전히 덤덤했다. 발걸음을 빨리 하던 준회는 어느새 골목 귀퉁이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고아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운동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했다. 모래바닥에 손전등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손전등은 하늘을 향해 빛을 쏘고 있었다. 빛은 하늘에 닿지 못한 채 다시 모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준혁] 열 아홉
10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