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Romance (부제 ; 비밀 행각, 그리고 옥상)
「 정말요? 」
「 설마 거짓말이겠습니까. 」
「 하긴, 팀장님은 거짓말 절-대 안 할 것 같아요! 」
난 분명 커피를 타기 위해 탕비실을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문고리를 돌렸는데 이게 웬걸, 문이 잠겨 있는지 몇 번을 쥐고 움직여봐도 절대 문은 끄덕을 하지 않았다. 안에 누가 있는 건가? 하는 마음에 귀를 조심스레 갖다 대었더니 팀장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사람과 신입사원의 대화 소리가 그대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분명히 이 것에 대해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저 팀장. 그러니깐 도경수가 내 남자친구라면 달라지는 문제였다. 대체 무슨 대화를 하길래 문까지 잠그고 떠들어 대나 싶어 문에서 귀를 꼭 붙인 채로 그들의 대화소리에 한껏 집중하고 있었다. ‘팀장님 주말에 시간 되세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콧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도경수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신입사원이었다. 주말? 주말이라면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날이ㅈ…
「 주말? 시간 돼. 」
저 새끼는 분명 개새끼임에 틀림이 없었다.
-
“OO씨 무슨 일 있어?”
“네? 아뇨. 아무 일 없는데요..”
“그래? 계속 다리 떨고 있길래.”
OO씨 불안한 일 있으면 다리 떨곤 하잖아. 내가 다리를 떨고 있었나? 대리님의 말을 듣고 멍해져 있던 정신을 붙잡으니.. 아, 정말 떨고 있었구나. 내가 유독 불안하거나 일이 안 풀릴 때마다 나오는 버릇인데 대리님도 그걸 알고 있었나 보다. 대리님에게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인 뒤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자 띄워둔 파일 위로 회사 내에서의 메신저 창이 자그맣게 뜬다. [팀장실로 와.] 도경수였다. 짧은 메신저에서도 제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뻔뻔한 놈. 속으로는 죽일듯이 욕을 하면서도 결국엔 팀장실로 걸음을 옮긴다.
“왔어? 앉아.”
“지금 근무시간입니다. 팀장님.”
“낯설게 왜 이래?”
“하실 말 없으시면 갈게요. 저도 바쁜 사람이라서요.”
그 날이야? 내 틱틱대는 행동에 고작 하는 말이 저따구다. 미친 새끼. 도경수의 말에 인상을 확 찌푸리자 그제서야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어온다. 성질 같아서는 이 자리에 신입 사원까지 데려다가 사이를 추궁하고 따져대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 곳은 직장이고 또 확실한 증거도 없으니 우선은 화를 꾹 누르는 나다. 도경수가 가리킨 소파에 몸을 뉘이자 익숙하게 처리하던 서류를 덮고 선 내 앞에 마주 앉는다.
“말해 봐. 무슨 일 있었는지.”
“아무 일도 없는데?”
“진짜 없어?”
“어. 없다니깐.”
“그럼 말고.”
더 이상 우리 둘 사이에선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진저리 날 만큼 싫어하는 게 이런 정적인데, 도무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가 않는다. 계속해서 탕비실 앞에서 몰래 엿들은 장면이 오버랩 됐고 내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 사원과 새 약속을 잡는 도경수의 음성이 귓가를 맴돌았다. 결국은 이렇게 도경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화병에 걸릴 듯싶어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할 말 없으면 간다.”
“… OOO.”
“왜?”
“우리 주말에 만나기로 한 거 다음 주로 미루자.”
“……”
“그 날 바쁠 것 같아. 차라리 다음 주에 편하게 보자.”
“그래.”
내 추측에 확신을 더해주는 도경수의 행동이었다.
-
“흐엉,도경수 개,새끼. 흐끕,미친 놈…”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난 부서로 내려가지 않았다. 아마 내려간다면 신입 사원의 머리채를 잡기라도 할 것 같아서. 약속을 미루는 도경수의 행동에 난 확신했다. 바람을 피우는구나. 6년이란 긴 시간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옥상엔 내 울부짖음과 욕설만이 가득 찰 뿐이었다. 30여 분 가량을 울었을까. 점점 울음이 멎기 시작하더니 그제야 한참을 놓고 있던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회사를 땡땡이 친 건가? 지저분하게 흘린 콧물을 킁- 하고 닦은 후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2:13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어 몇 번이고 한 참 비벼 봤으나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PM 2:13.
“…미쳤다.”
“그러게요. 근무시간인데 여기서 울고 있고.”
분명 나 외엔 아무도 없는 옥상인데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는ㄷ‥
“옆을 봐요.”
있구나. 그것도 생판 모르는 남자. 이 남자가 내 울부짖음을 들었을 걸 생각하니 경악함과 동시에 창피함이 한 가득 밀려오기 시작했다.
“도경수, 라고 하던데. 마케팅부 팀장?”
“…네.”
“연인사이 인가봐요?”
“그렇긴 한데.. 이젠 아니에요.”
“왜요?”
“그 새ㄲ.. 아니 팀장님이 바람을 피웠거든요.”
내 주둥아리는 멋도 모르고 술술 나의 연애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어차피 들킨거 모르는 남자한테라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자 싶어 웅얼 거리며 오늘 하루 들었던 말, 행동을 욕과 함께 풀자 ‘정말요?’ 라거나 ‘도경수가 잘못했네.’ 라는 등의 추임새를 함께 넣어주기 시작했다. 누군가 대꾸해주는게 이리도 신날 일인가? 누군지도 모를 남자에게 6년간의 연애, 첫 만남 등.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다 풀어놓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이제 어떡하려고요?”
“네? 아, 뭐.. 헤어져야겠죠.”
“그런가‥? 나라면 안 헤어질 것 같은데.”
“그럼 바람 피우는 걸 알고도 계속 연애를 해요!?”
“네. 계속 만날 거예요.”
물론 나도 바람피우면서. 씩 웃으며 말하는 남자의 행동에 머리에 해머라도 맞은 마냥 뎅 하고 울리는 기분이었다. 맞바람‥?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대응이다. 기껏해야 헤어지거나, 혹은 한바탕 난리라도 친 후 사과를 받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맞바람이라니. 신기한 묘기라도 본 아이처럼 짝짝 박수를 쳤다. 내 행동에 푸흐, 하고 웃은 남자는 대뜸 ‘기억력 좋아요?’ 하고 묻는다. 나쁘지 않아요. 치던 박수를 멈추고 대답하자 제 재킷 안에 숨겨져 있던 사원증을 꺼내 내 앞으로 들이밀어 보였다.
“읽고 외워요.”
“네?”
“기억력 좋다면서. 외워요.”
“경영기획 본부장 오세훈.. 에!?”
“귀청 떨어지겠다. 내일 출근하자마자 나한테 와요. 오늘은 바쁘니깐.”
내일 봐요. 내 머리를 헝클어트리듯 쓰다듬고선 휙 돌아 옥상을 빠져나간다. 이게 뭔 날벼락이야. 얼빠져 하고 있을 때 굳게 닫힌 문이 한 번 더 열리곤 빼꼼 고개를 내민 본부장이 보였다. ‘너무 울지 마요. 안 예뻐.’ 한번 웃더니 저 말만 하곤 쏙 사라진다.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경영기획.. 경영기획.. 경영기획이면 바로 우리 총괄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난 그 자리를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정신이 헷가닥 해서 결국은 대형 사고를 쳤구나! OOO.
* * *
전개가 엄청나게 빠르죠?
초반엔 그렇겠지만 앞으로는 답답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정도의 속도가 될 예정입니다..
인물을 고르면서 많이 고민했어요.
그렇지만 본부장 세훈이가 너무 보고싶은 마음에 이렇게 인물 초이스가 됐답니다 ㅎㅎ..(사심)
(사실 내용을 구상하면서도 경수와 세훈이를 염두하고 짜기도 했습니다.)
[제목에 적힌 로맨스의 r 일부러 대문자로 적어둔 거예요 ^ㅅ^]
보잘 것 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댓글 다시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제 글엔 15P도 아깝긴 하네요..)
+
7000~8000자 정도의 분량을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적다고 느껴지실까 걱정되네요.
이번 글 이후로 차차 늘려가도록 노력할게요. 기본적인 분량은 7500자 정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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