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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 전체글ll조회 570

 

 

 

 

 

 

 

 엄마가 학원등록을 했다. 한 끼 식사를 꾸리기도 벅찬 형편에 작은 종이를 내던진 엄마는 말없이 돌아섰다. 경수의 시선이 질끈 묶인 엄마의 머리에 닿았다가 곧 허리에 종착했다. 시선이 붙박힌듯 굽이진 허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수의 눈에는 회색의 현관문이 들어찼다. 부릅뜬 눈에서 곧 눈물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원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에 며칠 전 상처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소한 따가움이었다가 점점 고통의 크기가 증폭됐다. 너무 아팠다. 칼에 베인 상처가 따끔거려 죽을 것 같았다. 힘이 풀린 다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울음을 참아내던 경수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방음이 전혀 되지않는, 좁디 좁은 셋방에서 경수는 입을 막고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울다 잠이 들었을까. 분명 잠에서 깼지만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힘겹게 눈을 들어올리자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경수는 흐릿한 눈을 비비지도 못한 채 엉금엉금 기어서 책상 위의 종이를 집어들었다. 경수에게, 라고 적힌 글씨는 자로 잰 듯 반듯했다. 엄마는 항상 그랬다. 무엇 하나라도 설렁설렁 하는 법이 없고 잔실수가 적은, 꼼꼼하고 정확한 성격이었다. 그것은 경수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이 곳을 둘러보기만 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입술을 깨물으며 편지를 펴자 짧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학원 등록 했다. 

가고싶어한 곳이니까 열심히 다녀라. 월, 수 한 시 부터.

사랑하는 아들, 항상 엄마 실망시키지말고.

기죽지말고. 열심히 해.

 

 

 편지에 눈물이 떨어질세라 황급히 눈을 훔쳤다. 퉁퉁 부어오른 눈이 쓰라렸다. 편지 속 짤막한 문장들이 가슴 속으로 콕콕 박혀들었다. 며칠 전 학원을 보내달라며 되도 않는 떼를 쓰던 자신이 떠올랐다. 정말 진심이 아니었는데. 부글부글 끓던 화를 쏟아내던 도중에도 아린 마음에 눈물이 고였었다. 밤낮없이 일을 한 뒤 고된 몸으로 돌아온 엄마에게 할만한 말이 아니었다. 결국 그 날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잠이 들어야했다. 이불을 꼭 끌어안고 웅크린 엄마의 뒷모습이 너무 작아보여서, 또 베개를 적셨다. 생활비를 벌러나간 엄마가 언제 돌아올 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3일, 어쩌면 일주일.

 

 엄마 미안해. 토해내듯이 발음한 경수가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았다. 절대 찾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그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끊겼다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면 숨통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잠에 들지 않고 있었다. 신호음이 끊기자 다시 심장이 벌렁거렸다.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는 아무 말이 없었다. 경수가 질끈 눈을 감았다. 그에게 도움을 청할 날이 올 줄은, 정말 생각도.

 

 

"도경수."

".........."

"경수야."

"........."

"...기다려."

 

 여느 때보다 낮은 그의 목소리가 귀를 타고 흘러들었다. 어쩌면 그는, 선뜻히 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내기만 하던 자신이 돈에 얽매여 그에게 매달리다니. 이보다 구차한 일이 더 있을까. 경수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휴대폰을 힘없이 내렸다. 축축하게 젖어든 손이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 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경수가 새하얗게 질린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고여드는 눈물을 닦아내며, 그렇게 백현을 기다렸다.

 

 전화로 그의 목소리를 들은 지 얼마 안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얼마나 세게 두드리는지, 경수의 몸이 화들짝 튀어올랐다. 힘없이 몸을 일으킨 경수가 눈가를 꾹꾹 누르며 문을 열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 덕에 자꾸 엇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문을 열었을 때, 차가운 새벽공기와 함께 더운 숨을 몰아쉬는 백현과 마주했다. 또 바보같이 눈물이 나려 했다. 그저 그와 마주선 것 뿐인데. 서러움에 뚝뚝 눈물이 흘렀다. 끅끅대며 눈물을 흘리는 경수를 백현은 가만히 보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백현은 한숨을 쉬고 경수를 품에 안았다.

 

 

"....왜 울어.."

"........."

"속상하게.. 왜."

"......."

"그렇게 보내고, 잘 사나 했는데."

"....변, 백현."

 

 응, 말해. 등을 어루만지며 토닥이는 그의 행동에 서러움이 배가 되었다.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돈이 목적이였냐며 저를 외면하겠지. 경수는 항상 그에게 자신이 과분한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싫은 척을 하며 그를 떠나보낸 것도 그 이유였다. 억지로 품을 나온 경수가 코를 훌쩍였다. 엄마를 위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벌하기 위해서. 결국 그에게 뱉어내고 말았다. 

 

 

"백현아. 나 가난한 거 알지. 너랑 비교도 안되게, 못 사는 거. 근데."

 

울컥한 마음에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억지로 낸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졌다.

 

"내가 떼를 써서, 그래서, 말도 안되는....부탁을 했어."

 

떨리는 목소리에 담긴 울음에 나조차도 알아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가 못들었다 해도, 몇번이고 말해줄 생각이었다. 도움을 청할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그래서, 백현아. 나한테,....나한테..."

 

 말을 끝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주저앉아 울고 싶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입술을 깨물고 대답이 없는 그에게, 최대한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돈, 좀 빌려줘...제발..."

"........"

"백현아...나 좀.., 살려줘"

"도경수."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별안간 한숨을 쉰 그가 내 손목을 이끌고 나를 안았다.

 

"힘들었어?"

 

 나를 다독이는 따뜻한 그의 한마디에, 꾹꾹 참아왔던 설움을 쏟아냈다. 투박한 울음소리가 여과없이 흘러나왔다. 나를 꼭 껴안은 그가 괜찮다며 계속 나를 달랬다. 조금씩 밝아지는 새벽의 상쾌한 공기에서, 나는 그의 향기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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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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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이네요... 저 짠내 폭발하고 갑니다... 이런 주제 너무 좋아요 다른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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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주제 너무 좋아요ㅠㅠ제가 배또 아련성애자인걸 어째 아시고ㅠㅠ끙끙
10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105.109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너무.. 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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