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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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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군대간대. 인사 할겸 다 모일껀데 너도 나올꺼지?]

상혁의 문자였다. 상혁은 재환이 고등학교에 다닐 떄 같이 다니던 무리 중 한명이였다. 문자를 읽은 재환이 푸스스 웃었다. 대학 못가서 빨리 군대 간다더니, 진짜 빨리가네.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것이 엊그제인것 같은데 벌써 하나둘씩 국방의 의무를 지키러 군대에 간다는 사실이 재환에겐 꽤나 우스웠다. 아, 고등학생때 나랑 이홍빈, 김원식, 한상혁 넷이 다니면 진짜 학교 끝장 났었는데. 재환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있었던 고등학생때가 떠올랐다.

재환은 제 방 책꽂이 높이 걸려있던 몇번 열어보지 않았던 졸업 앨범을 꺼냈다. 갑자기 고등학생 시절 사진을 보고싶었다. 잘 사용하지 않던 맨 윗칸이라서인지 꽤나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었다. 앨범을 꺼낸 재환이 후후 하고 먼지를 불더니 책상위에 졸업앨범을 놓고 펼치었다. 페이지를 열자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빼곡했다. 아, 체육쌤이 매일 체육복 늦게 입고 나왔었는데. 재환이 그 시절을 생각하며 한장한장 넘기었다.


페이지를 넘기던 재환은 멈칫했다. 졸업 앨범 중간엔, 편지와 인화된 사진이 몇장 끼워져있었다. 재환은 조심스레 꽂혀있던 편지를 들었다.


재환이에게.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듯 볼펜똥이 잔뜩 뭉쳐있는 글씨체였다. 재환은 편지를 뒤로 하고 같이 꽂혀있던 사진을 하나하나씩 살폈다. 재환은 끝에서 혼자 불편하게 뻘줌하게 서있었고, 아예 나와 있지 않은 사진도 있었다. 가끔씩 뒷모습만 도촬하듯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재환은 사진들을 찬찬히 살피며 사진 속 인물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쓸었다.


차학연, 검은색으로 이름이 쓰여져 있는 명찰을 가슴에 매달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학연은 평범한 학생이였다. 눈에 띄게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노는 축에 속하지도 않았다. 학연은 그냥 반에서 친구들이랑 사교관계 좋은애, 선생님 말 잘듣는애, 숙제 잘 도와주는 애, 착한애, 등등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학연은 정말 그 수식어들 대로 사교관계가 좋았다.


이제 일년뒤면 졸업이야. 철좀들어. 학연과 항상 같이 지내던 택운은 여전히 아이처럼 해맑은 학연을 보며 입버릇 처럼 말했다. 에이, 순수함을 간직한건 좋은거야 택운아. 학연은 그럴 때 마다 항상 능청스레 웃으며 대꾸하곤 했다. 택운은 널 어떻게 말리냐는 식으로 혀를 끌끌 찼다.


반면 재환은 노는 축에 속했다. 학연보다 한 살 어린 재환은 술과 담배까지 하는 아주 날라리는 아니였지만, 수업시간엔 자는 것이 일쑤였고, 야자시간만 되면 재환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재환, 그리고 재환과 비슷한 원식, 상혁과 다니는 것 치곤 놀랍게도 모범생 축에 속했던 홍빈이 그들에게 그렇게 살다가는 인생 망친다며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라 했지만, 그리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야, 오늘도 야자 안들어?"


홍빈이 소리쳤다. 가방을 싸던 재환은 가볍게 손인사를 하고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갔다. 으악, 뭐야. 교실 문을 열자마자 문 앞에 서있는 제 키보다 작은 소년에 재환은 놀라 뒤로 뒷걸음질 쳤다. 저, 저기, 홍빈이 좀 불러줄 수 있어? 재환은 그 소년과 홍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재환은 둘 사이의 연관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재환 형은 이미 대학을 간걸로 아는데. 재환은 그냥 자리에서 교과서를 꺼내 정리중인 홍빈을 불렀다.


야, 콩. 누가 너 찾아. 집에 가는 줄 알았던 재환이 본인을 부르자 홍빈은 일어나더니 뒷문쪽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있는 학연을 보며 홍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연이형, 무슨 일로? 아, 저사람이 학연이구나. 재환은 홍빈이 몇번 언급했던 같이 사는 학연이형과의 이야기를 기억했다. 홍빈이 가끔 학연이형이 오늘은 또 명찰을 두고 와서 가져다 줘야 된다는둥, 어제는 또 슈퍼마켓에 가서 재료좀 사오라고 심부름을 불렀더니 그새 또 딴길로 새서 찾는데 고생했다던 둥 불평불만을 했던 것을 기억해낸 재환은 제 앞에 서있는 학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말아 올라간 입꼬리가 꽤나 장난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귀엽네, 선배답지 않게. 재환은 생각했다.


사실 학연은 홍빈을 찾아온 별 이유가 없었다. 그냥 석식시간이 꽤나 많이 남아 찾아온것이였다. 홍빈을 보러왔던 학연은, 문을 열자 제 앞에 서있는 커다란 인영에 순간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3학년이나 되어서 2학년한테 겁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한다 생각해서였다. 홍빈을 불러준 재환이 교실에서 나가자 학연은 홍빈에게 물었다.


"방금 나간애 누구야?"

"어? 아아-, 이재환. 내가 매일 야자짼다고 불평했던애."

"아, 쟤가 재환이야?"


그렇구나, 학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왔어요?"

"어, 어? 음..그냥 홍빈이 얼굴 보고싶어서 왔지!"


홍빈이 피식 웃었다. 얼른 올라가서 공부할 준비나 해요. 이제 형도 고삼이야. 오늘은 택운이 형이 잔소리 안했어요? 정택운? 당연히 했지. 그 잔소리 대마왕. 그런데 내가 도망쳐 나왔어. 스피드하면 또 이 차학연 아니겠냐~. 능청스레 말하는 학연에 홍빈이 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얼굴 봤으니 됐죠? 얼른 가요. 택운이 형이 또 뭐라 할라. 수업 끝나면 교실에서 기다리고. 금방 데리러 갈테니까. 알았어, 알았어. 매일 똑같은 소리. 또! 또! 홍빈의 말에 듣기싫다는 듯 귀를 막은 학연이 얼른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 홍빈은 그런 학연을 보다가 제 자리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날 이후 학연이 홍빈을 찾으러 가는 횟수는 늘었다. 사실 이유있는 방문은 한번도 없었다. 다 홍빈이 얼굴을 보고싶었다, 홍빈이 목소리를 듣고싶었다. 하는 변명같은 이유들이 다였다. 학연이 홍빈을 보러갈때면은, 홍빈과 함께 있던 재환의 무리들은 항상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학연과 홍빈의 무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가끔씩은 급식을 같이 먹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가끔, 홍빈의 허락하에 학연은 야자를 째고 그들과 어울려 놀곤 했다. 물론 다음날 학연은 택운의 눈치를 보며 하루를 생활해야 했다.


학연은 유독 그 중에서도 재환과 친했다. 아무래도 무리들 중 제일 먼저 얼굴을 알게 된 사람이기도 해서인듯 싶었다. 재환은 가끔 학연이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를 책상 위에 올려두기도 하는 듯 학연을 잘 챙겨주었다. 학연은 그런 재환에 홍빈에게 이제는 너보다 재환이가 더 좋다며, 자꾸 나 괴롭히면 재환이한테 이르고 재환이랑 살꺼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럴때 마다 홍빈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재환은 그런 학연이 귀엽다는 듯 웃었다.











여름 방학이 되었다. 홍빈과 택운은 여름 휴가를 계획했다. 마지막 고등학생의 여행이라며, 꼭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장소를 잡으라 몇번이고 강조했던 택운 탓에 그들의 휴가지는 산 속 어느 팬션으로 결정되었다. 돈은 홍빈, 학연, 택운, 그리고 그 무리가 조금조금씩 나눠서 내는 것으로 했으며, 부족한 것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여행 첫날, 팬션 가까이에 있던 계곡에서 거하게 놀고 저녁 식사 후 모두들 지쳐 거실에 널브러져있었을 때에, 상혁은 어디서 얻었을지 모를 술들을 꺼냈다. 너 이거 어떻게 가져왔어? 원식이 신기한 눈으로 상혁을 보았지만, 상혁은 턱 밑에 브이를 해보이며 내가 누구냐, 한상혁 아니냐. 하며 자랑아닌 자랑을 했다.


나, 마셔도 돼? 학연이 홍빈에게 물었고, 홍빈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택운은 눈치를 보다가 그래, 이렇게 된거 다 마시고 죽자! 하며 캔을 땄고, 택운을 시작으로 모두들 한 캔씩 잡고 마시기 시작했다. 학연은 반도 마시고 캔을 내려놓았다. 얼마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몽롱해지는 정신에 학연은 깨고자 밖으로 나갔다. 홍빈은 그런 학연을 따라 나서려 캔을 손에서 놓았지만, 옆에서 벌써 놓냐는 듯 홍빈을 못가게 잡는 상혁 덕에 자리에 앉아 다시 마셔야했다.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방을 나섰다. 마당에 설치되어 있는 그네에는 학연이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큰 그네였기에 두세명은 족히 탈 수 있는 크기였다. 재환은 학연의 옆에 살짝 앉았다. 어, 누구야?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학연이 살짝 눈을 뜨고 재환을 쳐다보았다. 어, 재환이네. 학연은 헤헤 웃으며 재환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다. 학연의 체온이 손을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재환은 침을 꼴깍 삼켰다.


재환아, 재환이는 학연이가 재환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학연은 약간은 뭉개진 발음으로 말을 했다. 겨우 그거 먹고 취한 것 같았다. 내가, 내가, 재환이 많이 좋아하는데에. 재환이는 몰랐지? 눈웃음을 지어가며 학연이 재환의 어깨에 기대었다. 학연의 머리카락이 재환의 뒷목을 간질간질 간지럽혔다. 나는, 재환이가 학연이가 재환이 좋아하는 만큼 학연이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재환은 그런 학연에게 무슨 말을 하는거냐 물었다. 학연은 헤헤 웃었다. 이렇게 말해도 몰라? 나 재환이랑 선후배 하기 싫어. 재환이랑 연인하고싶어. 학연은 더욱 재환의 손을 세게 잡아왔다. 깍지를 껴오는 학연의 행동에, 재환은 그대로 학연의 뒷목을 잡고 입을 맞췄다. 나도. 나도 좋아해.


학연과 재환은 그 날 이후 인연을 이어갔으며, 재환은 학연에게 학교에서는 사귀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티내지 말자 했다. 다 사귀는 것을 알면 꼬치꼬치 캐물으며 학연을 힘들게할 상혁과 원식을 알기 때문이였다. 학연은 이유를 물을 법도 하지만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착해, 재환이 학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코 앞으로 다가온 학연의 생일에 홍빈은 머리를 싸맸다. 뭘 해줘야 하지? 뭘 해야 학연이형이 좋아할까? 홍빈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야, 콩. 뭔생각하냐? 상혁이였다. 상혁은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인사 한마디 없이 자리에 앉아 제 머리를 붙잡고 생각하는 상혁을 이상하게 여겼다.


어, 곧 학연이형 생일이라서, 뭐해줘야 좋아할까 하고. 홍빈이 말하자 마자 상혁은 박수를 크게 한번 쳤다. 야, 내가 누구냐. 한상혁 아니냐. 내가 다 해놓을 테니 너는 학연이형 그날 잘 데려오기나해. 뭐? 홍빈이 묻자 상혁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서프라이즈, 파티. 파티는 무슨, 학연이형 나이가 몇인데. 홍빈은 그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야, 학연이형 하는 짓을 봐서 안좋아할꺼 같냐? 당연히 좋아하지."

"그런가?"

"당연하지, 나만 믿어."


상혁은 곧바로 본인의 자리로 가 학연의 파티를 구상했다. 오랫만에 보는 진지한 상혁의 모습에 원식과 재환이 무슨일이냐도 있냐며 상혁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학연이형 생일파티 구상. 크게 공책 위에 적은 상혁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민하는 듯 책상을 손으로 툭툭 쳤다. 야, 뭘 고민하냐? 역시 가장 기본적인게 제일 감동적인 법이야. 그래? 원식에 말에 되 물은 상혁이 공책에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케이크, 풍선, 선물. 홍빈이 걱정스레 상혁에게 가 정말 맡겨도 돼냐 물었고,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연의 생일날 홍빈을 제외한 홍빈의 무리는 야자를 쨌다. 홍빈은 학연을 데리고 야자가 끝나자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는 파티 준비가 한창이였다. 그나마 요리를 좀 할줄 알던 원식은 조촐한 생일상을 차렸으며, 상혁은 케이크를 사왔고, 재환은 열심히 풍선을 불고 천장에 매달았다.


"홍빈야, 오늘 뭐 잊은거 없어?"

"네? 오늘 무슨 날이예요?"

"…아니야."


학연은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잔뜩 삐진듯 아랫입술을 툭 내밀고 땅만 보고 걸었다. 속상했다. 제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축하한다 그 흔한 한마디 해주지 않는 홍빈이 미웠다. 선물은 안주고 축하한다 한마디만 해줘도 좋을텐데. 본인이 대놓고 눈치를 줘도 모른다는 홍빈에 학연은 기분이 상했다.


학연은 축 처진 몸으로 도어락을 풀었다. 생일이 끝나기 겨우 몇시간 전이였다. 본인이 축하한다고 말해달라 하기엔 또 자존심이 있었기에 학연은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집에 들어갔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학연이 형~ 생일 축하 합니다~"


집문을 열자마자 폭죽이 터졌다. 학연은 깜짝 놀라 몸을 웅크렸다. 학연이 정신을 차렸을 때 앞에는 재환이 케이크를 들고 머리엔 꼬깔 모자를 쓰고 있었다.


"형 생일 축하해요."


재환의 말이 끝나자 학연은 자리에 쪼그려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홍빈은 당황해 학연의 등을 두드렸다. 형, 왜울어요. 너가, 너가, 너때문이잖아 이홍빈! 홍빈은 당황해 뚝- 하고 학연을 달랬다. 너가, 막, 내 생일인데, 모르는 척 하고, 난 진짜, 너가 모르는 줄 알고. 너 진짜 나빠. 홍빈은 혹시라도 학연이 우는 소리에 딴집에 피해라도 갈까 일단 학연을 거실에 내려다 놓고 문을 닫았다.


거실로 들어오고 눈물이 그쳐가자 학연은 자신이 운 것이 부끄러웠는지 얼른 케이크를 먹자며 회피했고, 홍빈은 학연에게 칼을 쥐어주었다. 먹기좋게 케이크를 나눈 학연은 케이크를 각각의 접시에 옮겼고, 다섯 명은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아 맞다, 나 밥해놨는데."


원식은 한창 케이크를 먹다 말했다. 야, 뭐 짜피 자고 갈껀데 내일 아침에 먹지 뭐. 상혁은 호탕하게 말했다. 자고 간다고? 상혁의 말에 홍빈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연하지. 나 엄마한테 말도 다 해놨어. 굳이 엄마랑 한 문자를 보여주려는 상혁에 홍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라. 대신 더럽히면 넌 죽어.


"그럼 난 홍빈이랑 침대에서 자야겠다."


상혁이 홍빈을 품에 안고 일어나더니 홍빈의 방으로 향했다. 홍빈은 뭐하는 짓이냐는 듯 상혁을 퍽퍽 때렸지만 상혁은 그런 홍빈을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럼 난 소파에서. 원식은 소파에 제 팔을 베고 누웠다. 재환은 상혁과 원식이 잘 곳을 정하자 주위를 둘러보며 잘곳을 살폈다.


"저기, 재환아…"

"네? 형 왜요?"

"같이자…"


재환은 당황한듯 어버버거렸지만 제 팔을 자꾸만 끌어대는 학연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형방이예요?"


학연의 방은 아기자기했다. 남고생에 맞지 않게 침대 위에는 인형도 있었고, 동화책도 책꽂이엔 간간히 꽂혀있었다.


"형 아직도 인형안고 자요?"

"그게, 혼자 자면 무서우니까…."


재환은 그런 학연이 귀여워 웃었다. 그런데 오늘은 재환이랑 같이 자니까 인형 필요 없다! 해맑게 말하는 학연에 재환이 학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음, 이거 재환이한테는 작으려나? 학연은 자신의 옷들 중 제일 큰 옷을 재환에게 가져다주었다. 재환은 대충 본인에게 가져다 대고 대중해보더니 맞을꺼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갈아입어 나 안볼께."


학연은 두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재환은 또 아이같은 학연에 피식 웃었다. 왜 웃어? 학연이 살짝 손을 내리려 하자 재환은 저 지금 위에 아무것도 안입었어요. 하고 장난쳤다. 학연은 재환의 말을 듣고 헙 하고는 다시 눈을 꼬옥 가렸다.


옷을 다 갈아입은 재환은 먼저 침대에 눕더니 제 옆자리를 팡팡 손으로 쳤다. 학연은 쪼르르 달려가 재환의 옆에 누웠다. 재환의 팔을 베게 삼아 누운 학연은 금새 쌔근쌔근 잠이들었다. 재환은 그런 학연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다, 이마에 살짝 뽀뽀하곤 자신도 눈을 감았다.












"형 이재환이랑 사귀어요?"


어? 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배고프다며 칭얼대려 홍빈에게 향한 학연은 예상밖의 홍빈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왜? 응? 어제 밤에 방 가봤는데 둘이 꼭 껴안고 자고 있길래. 홍빈의 말에 학연이 아, 하고 눈치를 살피었다. 맞구나, 아무한테도 말 안할께요. 걱정마요. 홍빈의 말에 학연은 고맙다는 듯 홍빈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애들은 못봤지?"

"보시다 싶이."


홍빈은 퍼질러 잠든 상혁과 원식을 손으로 가리켰다. 휴, 다행이다. 학연은 제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수학여행 시즌이 되었다. 3학년들은 곧 수능이라며 침울했지만 2학년들은 잔뜩 들떠있었다. 버스에 오른 상혁, 재환, 홍빈, 그리고 원식은 맨 뒷자리를 꿰찼다. 수학여행은 언제나처럼 똑같았다. 입소식을 하고, 짐을 풀었다. 방을 나누었고 밥을 먹고 놀았다. 밤이 되자, 상혁은 한번쯤 마셔야 된다며 다시 술을 꺼내들었다. 상혁 외 다른 숙소 아이들은 오~ 역시~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고, 상혁은 우쭐해했다.


마셔라, 마셔! 시끄러운 소리가 방 안에 가득했고, 호기심 가득한 남고생들은 술을 있는대로 들이켰다. 술을 별로 안좋아했던 홍빈을 빼고 모두들 취기가 올라있었다. 야, 이재환, 너 차학연? 그사람이랑 사귀냐? 같은 방을 쓰는 학생 들 중 한명인 성재가 혀가 잔뜩 꼬인 소리로 재환에게 물었다. 아냐, 뭘 남자랑, 더럽게. 재환은 대답했다. 난 또 매일 너 찾아오길래 연인인지 알았다, 야. 성재는 부질없이 웃었다.


재환의 대답에 놀란 것은 홍빈이였다. 학연에겐 헤어졌단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재환은 마치 정리한 것 같았으며, 애시당초 사귄 것 조차 아닌 거 같은 어투였다.


 [형, 재환이랑 깨졌어요?]


아직 자고 있지 않았는지, 학연의 답장은 빨랐다.


 [응?]

 [재환이가 자기는 안사귄다는데? 자긴 사귄적 없다고.]


홍빈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학연은 답장이 없었다. 하지만 학연은 분명 문자를 봤을 것이다. 홍빈은 자신이 실수한 것 같아 얼른 다시 문자를 보냈다.


 [재환이가 지금 술취해서 헛소리 했나보다. 이 밤에 미안해요. 잘자, 형.]












수학여행에서 2학년이 돌아온 그 다음날 학연은 곧바로 등교하자 마자 재환의 교실로 향했다. 이재환, 이재환좀 불러줘. 학연이 교실 안에 가장 가까이 있는 학생을 불렀다. 이재환이요? 아직 안왔는데. 그런데 선배는 이재환 좋아해요? 성재가 꺄르르 웃으며 학연에게 말했다. 학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재환은 아니던데. 게이는 더럽다고. 성재의 말을 들은 학연은 눈물이 차올랐다. 본인에게 했던 재환의 모든 행동은 그럼 다 거짓이였던 걸까? 학연은 비틀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학연은 그 날 아무 수업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열아홉에 찾아왔던 학연의 첫사랑은, 그렇게 짓밟혔다.


하루종일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학연에 재환은 학연의 교실로 올라갔다. 하지만 매 쉬는 시간, 그리고 점심시간까지 학연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혹시나 해서 홍빈에게 물었지만, 홍빈은 자신도 연락이 안되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분명 학연에겐 문제가 생긴게 분명했다. 마음이답답했다. 재환은 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집에 도착한 학연은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이 켜자 본인을 걱정하는 홍빈과 재환의 문자가 쏟아졌다. 이재환, 나쁜놈. 학연은 핸드폰 전원을 다시 끄곤 가방에서 오는 길에 사온 편지지를 꺼냈다. 학연은 펜을 들어 한자한자 글씨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더러웠는데도 좋은척 해주느라. 내가 하는 말 한마디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받아주느라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어. 이제는 안그래도 될꺼같아. 이제는 내가 너를 싫어하거든.


학연은 한자한자 써내려가면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학연은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데도 열심히 손에 힘을 주어 글씨를 써내려갔다. 이대로 포기한다면, 다시는 이 편지를 다시 쓸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말야 재환아. 너가 나를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였더라. 반 친구가 그랬어. 너는 나를 연인으로 생각 안했었지, 맞지? 나는 널 정말 좋아했는데. 내 마음이 네겐 그렇게 가볍고 쉬웠구나.


학연은 떨리는 손으로 겨우 편지를 완성시켰다.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하자. 너가 날 찬게 아닌 내가 널 찬걸로. 그동안 많이 좋아했었어. 재환아.


다음날 재환은, 홍빈에게로 부터 한장의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재환과 학연은 서로 보는 일이 없었다.









그 날 재환은 편지를 읽고 쉽사리 학연에게 갈 생각을 못했다. 이 대로 자신이 가면 나아 질 것이 없다 생각했다. 재환은 옛날을 추억하며 편지를 펼쳤다. 학연의 필체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울어 떨리는 손을 애써 숨기려 꾹꾹 눌러써 뒷장까지 자국이 나버린 진한 글자도,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편지지도, 다 그와 닮아있어서 또 웃음이 났다. 이제서야 재환은 학연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었다. 서로에게 오해를 풀 생각도 풀지 못한채 헤어져버린 그 시절 그들은 어렸고, 사랑에 미숙했다.


그 시절 누구보다 천진 난만하고 순수했던 차학연은 아직도 그 순수함을 유지한채 잘 살아가고 있을까. 본인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그 사람 품에서는 웃으면서 지내고 있을까. 또 그 좋은 성격으로 과 내에서 예쁨을 받고 있을까. 그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는 나를 기억이나 할까.


 [학연이형은 나온대?]


재환은 핸드폰을 들어 상혁에게 답장했다. 염치 없게도, 학연이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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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머 작가님!!!!!!!!!!!!!!!!!! 이게 무슨 일이야!!!!!!!!!!!!!!!!!!!! 어머어머 세상에!!!!!!!!!!!!!!!!!! 완두님이!!!!!!!!!!!!!!!!!!!!!!! 어머머머!!!!!!!!!!!!!!!!!!!!
9년 전
독자2
다음편은 언제 나오죠 작가님??!!??!!??!! 이거 진짜 전부터 아주 내가 어? 아주 진짜 막 그냥 확 그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완두
헉 누구세요 8ㅅ8 저를 기억하는 분이 계시다니.. 어떤 천사님이야.. (주섬주섬)(망태기)
9년 전
독자3
어휴 진짜 내가 말이에요 어? 아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ㅂ..비록 암호닉은 ㅇ..없었지만...!!! (쭈굴쭈굴) 잘 오셨어요 진짜ㅠㅠㅠㅠㅠ 정말로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완두
독방에 ㄱ글은 몇개 올렸어도 글잡은 오랜만인데 기억해주는 분이 계실까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이렇게 막상 있으니까 너무 감사해요.. 8ㅅ8
9년 전
독자4
완두에게
진!!!!!!!!!!!짜!!!!!!!!!!!!!!!! 오랜만이죠 글잡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휴 내 완두님ㅠㅠㅠㅠ

9년 전
완두
4에게
네네 한 반년만인거 같아요 ㅠㅅㅠ 많이 보고싶었어요 천사님!

9년 전
독자5
완두에게
앞으로는 글잡에도 자주자주 놀러오셔요ㅠㅠㅠㅠ 내가 반겨드릴게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완두
5에게
그럴께요. 앞으로 자주뵈요 천사님 :)!

9년 전
독자6
완두에게
네네!!!!!!

9년 전
독자7
님 굉장히 오랜만이지 말입니다ㅇㅅㅇ 금손인건 여전하시네여 근데 왜 새드인거죠 얼른 해피인 다음편을 가져오란마리야(멱살)
9년 전
완두
누구시죠 ㅇㅅㅇ...
9년 전
독자8
고삼인데요 ㅇㅅㅇ....
9년 전
완두
제가 아는 고삼이 한명이 아니지 말입니다..
9년 전
독자9
음 뭐라고 설명해야할까여...☆★ ㅅ..소행성?
9년 전
완두
9에게
아 님 오랜만이예여... 별별ㄹ..

9년 전
독자10
완두에게
별별....잘 지내시나여....

9년 전
완두
10에게
네 저야 보시다 싶이.. 잘지냅니당

9년 전
독자11
완두에게
그러군여....저도 잘 지냅니다...물론 독서실에서....

9년 전
완두
11에게
전 개학해서 학교다닙니당..!

9년 전
독자12
완두에게
잉 벌써요???? 아직 1월 중반인데? 거긴 방학이 짧은건가여

9년 전
완두
12에게
방학을 일찍한거예요! 물론 겨울방학이 짧은거도 있구..

9년 전
독자13
완두에게
아아 신기하네여...전 뭐 방학이여도 보충때문에..ㄷㄹㄹ

9년 전
완두
13에게
일년만 참으면 되잖아요 화이팅 :)(하트)!

9년 전
독자14
완두에게
고마워요 ㅎㅅㅎ! 완두님도 화이팅

9년 전
비회원193.152
그래서 다음편은언제쯤...작가님 현기증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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