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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약 百年佳約

02화

 

 

 

 

 

 

 

 

 

 

용구가 눈발을 헤치고 돌아왔다.

 

 

"오늘은?"

"안 계셔요."

 

 

어휴, 춥다. 용구가 머리와 어깨 위 눈을 툭툭 털며 몸서리를 쳤다.

백현이 사라진지 6일 째였다.

물론 백현은 사라지기 전 날, 앞으로 일주일 간 찾아오지 말라고 당부를 했건만 경수는 그 짧은 사이를 참지 못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예고된 행방불명에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는 초조함이 찾아 왔다.

 

 

"누렁이 밥은 주고 왔어?"

"주긴 줬다만, 주인이 없어서 그런가 영 먹질 않던데요."

"안되겠다. 오늘 밤에 내가 가서 줘야지."

"예에? 도련님이 뭣하러요. 제가 줬는데."

"전에 너 잘 때 백현 형이 그랬는데, 누렁이가 용구 네 얼굴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어."

 

 

용구의 말문이 또 막혔다. 고집은 있었지만 심성은 그리 유했던 우리 도련님이 백현 도령의 심보를 닮은 것일까.

경수에겐 나쁜 뜻은 없었다. 단지 말을 전했을 뿐.

누렁이가 걱정되는 것도 있지만 마음이 영 불안해 오늘은 꼭 백현의 집에 가야만 했다.

백현을 만나고 3년 간 매일 같이 보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밤에 깜빡 잠든 날엔 낮에라도 온갖 핑계를 대고 그를 찾아 갔다.

 

 

"경수 넌, 글공부 안하니?"

"여기서 하고 있잖아."

"이렇게 매일 오면 공부하기 피곤하지 않아?"

"........나를 속이지 않아도 돼."

"뭐?"

 

 

사서삼경에 담긴 말들은 내 집에서는 모두 거짓부렁이었다. 허황된 말장난이었다. 따라서 매번 자신을 속이고 억지로 꾸역꾸역 문장을 집어 삼켜야 했다.

허나 백현의 옆에서는 달랐다. 그 모든 문장들은 백현에 의해 살아 숨쉬었다. 선비인척 하는 자신의 아비와 달리 그는 진정 선비였다.

그를 보지 않은 6일 간 그 모든 문장들은 죽어있었다. 지난 날 장터에서 본 그에 의해 흙이 뿌려진 고깃덩어리처럼 지저분했다.

 

 

 

"도련님, 그렇게 애태우지 않아도 백현도령은 내일 온다 하지 않았습니까."

 

 

 

경수의 꾹 다문 입은 그의 고집을 말해주었고, 용구는 포기하고 고봉밥을 두그릇이나 퍼먹었다.

 

 

 

 

 

 

 

 

 

"안방에 불이 꺼졌습니다."

 

 

용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수의 버선발이 마룻바닥으로 튀어나왔다.

 경수가 털신을 신으며 연신 중얼댔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까? 형 오나 안오나"

"그랬다간 마님께 제 목이 날아갑니다요. 이 밤마실 하는 동안 제 간이 얼마나 쪼그라든지도 모르시면서.."

"알았어,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진심이면서..용구는 투덜거리며 털신을 신고 종종걸음으로 담 근처로 온 경수를 잡아 들었다.

오늘따라 고요하다 못해 숨이 막힐 정도로 적막한 밤이다.

 

 

 

 

 

 

 

음메-

 

 

누렁이가 경수를 알아보고 반가운 듯 울어 보였다.

 

 

"누렁아, 내일 네 주인이 온다니까 걱정말고 여물이랑 먹어."

"소팔자가 사람팔자보다 낫네."

 

 

용구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경수의 손은 연신 누렁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도련님, 대화할 도령도 없으니 오늘은 소 여물만 먹이고 얼른 들어갑시다요."

"그래야지. 봐봐, 내가 오니 누렁이가 잘 먹잖아."

 

 

역시 백현 형의 말은 사실이었어. 경수가 기쁜 듯 지푸라기 한 단을 집을 때였다.

 

 

"도..도련님!"

 

 

용구의 급한 외침이 경수의 귀를 채었다. 경수와 용구가 걸어온 방향, 즉 집에 거대한 화염이 일고 있었다.

화염은 도태수의 모든 것을 앗아가리라는 듯 일렁이며 온 집안을 붉게 물들였다.

경수의 발걸음이 생각보다 빨리 앞서나갔다.

 

 

"아...아버지."

"도련님!"

 

 

용구의 걸음보다도 빨리 경수가 달음박질쳤다.

 

 

집 앞 커다란 나무. 경수의 출생을 기념하여 아버지가 심어 준 특별한 나무였다.

묘목이 아닌 이미 장성한 소나무를 심어 너도 후일에 이 소나무같이 이 주국의 큰 일꾼이 되라는 뜻으로 심었던 나무였다.

그 나무가 불이 붙어 쓰러져 있었다. 경수는 제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어머니는....내 가족들은...!"

 

 

경수가 대문으로 걸어가려던 순간 용구가 그를 낚아채 구석으로 피신했다.

 

 

"이거놔. 무슨 짓이냐."

"........도련님. 군사입니다."

"무슨 소리야."

"집을 둘러싸고 있는 사병들을 보세요."

 

 

그제서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경수의 눈에 어마어마한 사병들이 들어왔다. 불에 피해 대문으로 도망 온 하인들을 서슬퍼런 칼로 하나씩 베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공신이다. 이게 무슨...!"

"오다 들었는데 반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황제와 공신들이 잠든 틈을 타 군사를 일으켜 이미 궁 안은 함락된지 오래고 현황제는 잠든 채 돌아가셨다 합니다."

"뭐라고...?"

 

 

그 때, 경수의 눈에 얼굴에 검은 재를 묻히고 대문으로 비틀비틀 걸어오는 사람이 들어왔다.

아버지.

 

 

"아..안돼..! 용구야, 이거 놔. 아버지가!"

"죄송해요, 도련님."

 

 

발악하며 빠져나가려는 경수의 뒷목을 용구가 쳤고, 경수는 칼에 맞아 피로 물들어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절했다.

 

내 역할이 중하다. 용구는 경수를 등에 업었다.

사병들의 목소리가 아무도 모르게 도망가고 있는 용구의 귀에 꽂혔다.

 

 

"도근식의 아들이 없어?"

"네, 집 안을 아무리 찾아 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쥐새끼 같이 제 아비, 어미 버리고 도망간건가. 반은 여기 남고 반은 흩어져서 찾아!"

 

 

도련님, 우리 살아봅시다. 경수를 업고 달리는 용구의 심장이 용구의 발보다 더 빨리 달렸다.

무섭지만 이 도련님은 지켜내야 한다.

아직 어린 이 도련님은 분명 크게 될 인물이었다. 용구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산 속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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