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난 기자가 될 거야."
굳게 다문 입술. 나를 노려보는 눈빛. 말하지 않아도 속으로 그르렁대고 있을 백현이를 응시하며 말했다. 변백현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변백현이 흘려듣지 않도록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난. 기자가 될 거야. 백현아. 내 말을 듣고 변백현은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다만 변백현은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어보였다. 그것은 평생동안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미소였다. 변백현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쓰담였다. 내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아채디 못한게 아니라, 너무나도 잘 알아챘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변백현은 내 귀에 소근대듯 이야기했다.
"정상에 앉아있을게. 무너뜨리는건 네 손으로 해 봐."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은 네 손으로 무너뜨리게 해 줄게. 어디 해 볼테면 해 보라는 식의 도발. 나는 땅과 시선이 아득히 멀어져감을 느꼈다. 동시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변백현은 말을 마치고 멀어졌다. 그리고 몇달 후, 변백현은 데뷔했다. 내가 넘보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별로.
01.
연예계가 들썩였다. 뿐만 아니라 전국이. 잠들어있던 우리나라를 깨운 것은 박찬열의 섹스스캔들로부터 시작된다. 아직까지도 박찬열은 공식입장을 꺼내놓지 않고 있었으며, 소문은 소문을 더 해 바람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폭팔할 준비가 되어 있는 폭탄과 같았다. 어떤 이들은 끓어오르는 냄비와 같다고 하지만,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폭탄과 같았다. 터지는 것은 한순간이고 터지고 난 직후의 후유증은 꽤 오래간다. 한 번의 폭팔로 여러 사람들이 상처입고 다치지만 그 누구도 사과해 주는 사람 하나 없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은 이 나라에서 제재되고 거리낄 것 하나 없으니 사람들은 키보드를 내려치는 손놀림에 무거움과 비판보다는 가벼움과 비난을 담아 내려쳤다. 어떤 이들에겐 이 한 번의 욕설과 비난이 아주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라이벌 구도에 있는 경우라면 특히.
나는 기사밑에 적혀있는 도경수 세 글자를 보며 미소지었다. 톱스타 박찬열의 몰락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어, 저기.. 그래서."
커다란 눈에 잔뜩 어리버리해 보이는 인상. 다 큰 성인 남자가 노란 후드를 입었는데 그 크기가 집채만하지 않아 종인은 잔뜩 거만한 시선으로 경수를 응시했다. 신입 기자인가. 처음보는 인상이었다. 잔뜩 움츠러 든 채 어버어버거리며 하나하나 내뱉는 단어에 긴장이 가득했다. 도경수라는 이름 세 글자. 낯익다 싶더니 박찬열의 섹스스캔들 기사를 낸 이름이었다. 이름이 똑같아 의심을 하기는 했는데, 하는 행동이 영락없이 신입기자다. 신입기자가 큰 건을 맡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종인은 하나하나 서툴게 물음을 던지는 경수에게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귀찮아하며 경수를 쫓아냈다.
"여기까지인가."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리버리했던 동그란 눈동자가 언제 그랬냐는듯 제법 날카롭게 변해있었다. 김종인을 상대하느라 모였던 피곤함이 룸을 빠져나오자마자 몰려들었다. 경수의 수첩에는 인터뷰내용이 아닌 지루하다 따위의 내용이 가득했다. 어차피 자잘하고 사소한 이런 것을 얻으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김종인의 취미생활이나 잡다한 것 따위는 이 곳에서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관심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단지 김종인의 눈에 띄기 위해 온 것이었고 알짜배기는 이 다음이었다. 경수는 수첩을 닫았다. 바람이 펄럭이며 잡다한 낙서가 가득한 종이 뒷장이 비췄다.
김종인. 오만하기 짝이 없음.
"밥 드셨어요?"
생글 웃으며 물어오는 기자는 자신과 나이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일 년 빨리 입사한 종대였다. 경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 아무것도 수확을 얻지 못한 것을 깨달았는지 종대가 아. 하고 작게 이야기하며 넉살좋게 경수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경수는 힐긋 종대를 응시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종대. 스물여섯살. 현재 이 회사 내에서 무섭도록 치고 올라오는 신예기자들 중에 제일 눈에 띄는 기자였다. 특기인 능글맞은 웃음과 넉살로 여기까지 치고 올라온 케이스였다. 종대는 자기가 잘 아는 한식집이 있다며 거기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경수는 마땅히 거절 할 거리가 생각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종대는 말이 많았다. 경수는 이따금 어색하게 웃으며 맞장구 하는 것이 다였지만 종대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경수를 밀어붙였다. 이것저것 묻나 하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무의식적으로 연예인들을 대할 때의 태도가 사람들을 대할 때 나오는 모양이었다. 경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대답은 최대한 간소하게. 내 정보를 줄 정도의 말만 아니면 된다. 그런 경수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을 멋쩍은 웃음을 터트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일을 하다보니 말투가 이렇게 되어버려서. 입에 배어서요. 같은 기자 신상터는 취미는 없구요. 그냥 같은 나이다 보니까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예요."
신상터는. 경수가 끝말로 조용히 읊조렸다. 종대에게서 돌아오는 에? 하는 되물음에 경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그제야 종대는 마음이 한결 놓이는지 다시 앞을 응시했다. 평범하지 못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그 자리까지 올라간 이력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경수는 웃는 종대의 옆모습을 응시하다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툭. 투둑. 창 밖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엑컴 ㄷㄷ..
톱스타 백현x디스패치 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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