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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3 | 인스티즈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3

 

 

 

 지금 시각은 정확히 오후 다섯 시하고도 사십오분. 박찬열씨는 퇴근 시간에 임박해서야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딜 다녀왔는지 서류를 한 움큼 안고 등장한 박찬열씨는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고는 이제 그만 퇴근해도 좋다고 말했다. 변백현은 먼저 일어나기가 그런지 옆자리에 앉아서 문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도 대리님의 눈치를 보기 바빴고, 정수정과 김 대리님은 빠른 속도로 각자의 짐을 챙기며 퇴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을 둘러보던 나는 작성하던 한글 문서를 저장하고 컴퓨터를 껐다.

 

 

 

"저도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후다닥 사무실을 빠져나간 김 대리님과 정수정을 이어 나 또한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내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니, 아까 들고 온 서류를 분류하던 박찬열씨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뭘 봐? 괜히 분한 기분에 입술을 삐죽이며 박찬열씨를 흘겨보자, 박찬열씨가 픽 하고 웃는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예쁘다고 생각했던 그 웃음이 이제는 얄밉기만 하다. 홱 고개를 틀어 심통 난 걸음을 엘리베이터로 옮겼다. 버튼을 꾹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틀어 슬쩍 옆을 봤는데 이게 웬걸 눈이 마주쳤다. 누구랑? 박찬열씨랑.

 

 

 

 많이 바빠 보였는데 퇴근은 제시간에 하는 모양이다. 다시 고개를 제자리로 틀었다. 원상 복귀된 시선에는 엘리베이터의 회색빛 문이 들어찼다. 그나저나 내 키홀더 어쩔 거야? 엄연히 주인이 있는 물건을 주웠으면 돌려주는 게 정상인데 박찬열씨는 왜 돌려줄 생각을 안 해? 속에서 열불이 훅 하고 일었다. 이를 앙 다물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박찬열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집 가요?"
"......"
"집 갑니까?"
"......"

 

 

 

 집에 가느냐는 물음에 입을 꾹 다물었다. 백날 물어봐도 절대 대답 안 할 거다. 상하 관계로 묶여져 있는 이 회사 안에서, 침묵은 을의 입장에 놓인 내가 갑인 박찬열씨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기도 했다. 박찬열씨는 내가 제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판단했는지 한번 더 물어왔고, 나는 망부석처럼 꼿꼿이 서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집에 가든 말든 지가 무슨 상관이라고 뭘 물어 자꾸.

 

 

 

 마침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에 도착했다.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텅 빈 엘리베이터에 잽싸게 올라탔다. 어떻게 된 회사가 퇴근 시간인데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나를 따라 들어온 박찬열씨는 매고 있는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 풀며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집 가냐고 물었는데."
"......"
"어어? 쌩 까네?"
"......"

 

 

 

 아예 내 쪽으로 몸을 틀고는 고개를 갸웃 거린다. 혼자 말하는 것이 지치지도 않는 건지 내게 말을 건네는 박찬열씨의 얼굴에는 장난기만이 가득했다.

 

 

 

"이것도 뭐 그런 건가."
"......"
"상사의 명령에 불복종? 뭐 이런 거."
"......"
"대답 좀 해주지. 자꾸 이러면 나 머쓱해요."

 

 

 

 짐짓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마친 박찬열씨는 뒷목을 긁적였다. 순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나는 행여라도 박찬열씨가 쫓아올세라 빠른 걸음으로 회사 출입문을 향해 걸었다.

 

 

 

 건물을 빠져나와 한참을 걷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박찬열씨는 없었다. 무거운 짐 덩어리를 하나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은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데, 뒤에서 날카로운 클랙슨 소리가 들린다. 아마 슬슬 퇴근 시간 무렵이라고 차가 많아진 모양인가 보다. 별생각 없이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또 한 번 빵! 하고 아까와 같은 클랙슨 소리가 들린다. 바로 뒤에서 울리는 소리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뒤를 돌아 도로를 살폈는데,  도로에 있는 차라고는 대여섯 대 정도가 전부다. 뭐야? 교통 상황 한 번 한산해 죽겠고만 웬 미친놈이 클랙슨을 누르고 지랄이야? 시선은 내 뒤의 포르쉐에게 가닿았다. 방금 그 미친놈이 너로구나.

 

 

 

"...비싼 차 타고 지랄은."

 

 

 

 부모 잘 만나서 비싼 차 타고 다니면 조용히 안전 운전이나 할 것이지. 뉘 집 자식인지 지랄도 병이다. 신경질적으로 욕을 내뱉고서는 다시 걸음을 옮겼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 했다. 내가 다섯 걸음 정도를 옮겼을 때, 이 썩을 놈의 포르쉐가 또 클랙슨을 울렸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경적음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제는 저 포르쉐가 나를 쫓아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금세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닐 거다. 내 주위에 포르쉐를 탈 정도로 재력 있는 놈이라고는 오세훈이 전부다. 그리고 그 잘난 오세훈은 빨간색의 재규어를 탄다.

 

 

 

 기분 나쁜 경적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또 다섯 걸음을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또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 이쯤 되면 단순한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흘끔 거리며 쳐다봤고, 나는 성난 발걸음을 쿵쿵 거리며 포르쉐로 향했다. 조수석의 창문을 똑똑 두드리자 짙게 선팅 된 창문이 스르륵 내려간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또 보네요?"
"......"
"와. 신기하다."
"왜 이래요 진짜?"

 

 

 

 싱긋 웃으며 손인사를 하는 박찬열씨였다. 내가 자신의 인사에 답을 하지 않자 박찬열씨는 전혀 신기하지 않아 보이는 표정과 말투로 와. 신기하다. 하며 영혼 없는 탄성을 내뱉었다. 계속되는 엿 같은 상황에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나는 박찬열씨를 향해 버럭 성질을 냈고, 박찬열씨는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더니 곧 제 휴대폰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휴대폰에 매달린 키홀더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보니까 중요한 것 같던데, 받으려면 나한테 잘 해야죠."
"......"
"얼른 타요. 같이 집 가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어쩔 수 없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기분이 좋은지 노래를 흥얼거리던 박찬열씨는 내가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차를 출발 시켰다. 동시에 차 안은 어색한 공기만이 맴돌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실없는 말을 잘만 하던 박찬열씨는 입을 꾹 다물고 본분인 운전에만 충실했다. 그 덕분에 라디오도 켜놓지 않은 차 안은 침묵 그 자체였다. 나는 창문을 통해 박찬열씨를 흘끔 거렸다.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건지 살짝 찌푸린 얼굴이다.

 

 

 

 비록 키홀더를 저당 잡혀 싫은 티를 팍팍 내긴 했지만 박찬열씨에게 조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부하 직원이 이렇게나 기어오르는데 훈계는커녕 다 받아 주는 것이며, 차를 태워다 주는 것이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속으로 씹어댔던 것이 조금은 미안해 지려는 참이었다. 그러니까 키홀더 문제로만 보면 죽일 놈인데, 다른 부문에서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달까. 내가 만난 지 일주일도 안된 남자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렇게나 스펙타클할 줄이야. 박찬열씨는 확실히 위험인물인 것 같다. 창문으로 멍하니 박찬열씨를 보는데, 출발 이후 멈춤 없이 도로를 질주하던 차가 신호에 걸렸다. 운전대 위에서 손가락을 까딱이던 박찬열씨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잘생겼죠."
"...네?"
"대놓고 봐도 괜찮아요. 창문 뚫어지겠다."
"아니거든요? 저 밖에 사람들 봤거든요?"
"알겠어요. 그럼 그렇다고 칩시다."
"진짜 안 봤어요. 저."
"그래요. 속아준다니까."

 

 

 

 들켰다. 박찬열씨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나는 끝까지 아니라고 발뺌했다. 시치미 뚝 떼고 변명하는 나를 알았다고 타이른 박찬열씨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키만큼이나 길쭉하고 곧게 뻗은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피아노 치듯이 두드리던 박찬열씨는 내게 물었다.

 

 

 

"심심하죠."
"......"
"이 인간은 갑자기 왜 말이 없나 싶고."
"괜찮아요. 비싼 차니까 안전 운전하셔야죠."

 

 

 

 내가 잔뜩 꼬아서 말하자 박찬열씨는 푸흐흐 옅게 웃으며 답한다.

 

 

 

"목적은 안전 운전 맞는데, 이유가 틀렸어요."
"......"
"차가 무슨 문제예요. 이깟 차 또 사면 끝인데."
"돈이 그렇게 많아요?"
"나 말고 부모님이요. 이유는 안 궁금해요?"
"뭔데요?"
"그쪽이요."
"...네?"

 

 

 

 안전 운전의 이유가 나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 머리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혀로 제 입술을 훑던 박찬열씨는 입을 열었다.

 

 

 

"나 지금 그쪽 때문에 굉장히 조심히 운전하고 있다고요."
"......"
"또 탔으면 해서."

 

 

 

 박찬열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신호등의 불빛이 바뀌었다. 안전 의식이 투철한 박찬열씨는 다시 차를 출발시켰고, 나는 가방을 껴안은 채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방금 그 말은 뭐라고 해석해야 하는 걸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모르겠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연속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단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심심해도 참아요."
"......"
"안전 운전해야죠."
 

 

 


 나도 박찬열이라는 인간이 궁금해질 것 같다는 것이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3 | 인스티즈

* * *

 

 

 

 집에 도착해서 바로 샤워를 마치고 편한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었다. 머리를 살살 말리다 시계를 보니 시침은 벌써 8을 가리키고 있다. 오세훈과의 약속 시간까지는 얼추 삼십 분 정도가 남았다. 바쁘다, 바빠. 급히 화장대 앞에 앉은 나는 손등에 비비 크림을 쭉 짜내어 얼굴에 펴 발랐다. 잠깐 집 앞 카페에서 얼굴 보는 것에 불과함에도 저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내 마음을 오세훈은 알까? 이제는 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오세훈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 하나에 들떠 실없는 웃음을 짓던 나는 화장대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립글로즈를 꺼내 들었다.

 

 

 

 오세훈을 보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나야 대한민국의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하지만, 그 애는 확실히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사실 화보 촬영이니 런웨이니 하는 잡다한 스케줄 때문에 얼굴 보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그러다가 얼굴이 가물가물해질 쯤이나 돼서야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 오세훈이었다. 물론 티비 틀면 나오는 게 오세훈 얼굴이라 잊을 틈도 없지만 말이다. 립글로즈를 입술 전체에 고루 펴 바른 나는 아이라이너를 집어 들다가 멈칫했다. 너무 신경 쓴 것 같으려나? 아무래도 눈 화장은 오바인가 싶어 아이라이너를 내려놓은 나는 휴대폰을 챙겨 집을 나섰다.

 

 

 

 바깥에 나와 맞는 선선한 바람에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후, 하고 숨을 내쉰 나는 집 앞 도로에 위치한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고등학생 때 처음 문을 열었으니, 햇수로 따지자면 벌써 십 년이 다 되어가는 카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부부가 함께 운영하던 카페는, 이제 할머니 혼자 운영하신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머리가 희끗한 주인 할머니가 반갑다는 얼굴로 나를 맞았다.

 

 

 

"학생, 이게 얼마 만이야?"
"그동안 바빠서 못 왔어요. 근데 할머니, 저 학생 아니라니까!"
"아이고, 미안해. 아주 입에 붙어 버렸어."

 

 

 

 학창 시절부터 지겹도록 들락거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괜찮다고 밝게 웃어 보이고는 언제나 앉았던 맨 구석 자리에 가서 앉았다. 오세훈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아마 오늘도 내가 먼저 도착한 모양이다. 비어 있는 앞자리를 쳐다보다가, 이제는 뭉툭하게 닳아져 버린 목재 탁상의 모서리를 살살 만졌다. 카페 곳곳에 세훈이와 내가 공유했던 추억들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다.

 

 

 

 고등학교 3학년 원서 접수철, 성적 때문에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하지 못한 내가 잔뜩 우울해져 있었던 때, 오세훈은 나에게 따뜻한 핫초코를 건네며 위로했다. 어떤 대학을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스카이를 가든, 지잡대를 가든 너는 너라고 말이다. 와, 그때 오세훈 진짜 욕 나오게 멋있었는데...... 아, 또 있다. 운 좋게 같은 학교에 합격해서 대학교 1학년을 붙어 지내다가, 오세훈이 군대 입대서를 받았을 때는 내가 여기서 펑펑 울었다. 당연한 건데 그때는 뭐가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다. 나를 가만 내려다보던 오세훈은 군대는 자기가 가는데, 왜 내가 우냐며 피식 웃으면서 내 머리를 헝클어 놓았었지.

 

 

 

 머릿속에서 기억 하나를 끄집어 내니, 다른 기억들도 질세라 튀어나왔다. 오세훈과 함께 했던 수많은 나날이 주마등처럼 훅 스쳐 지나간다. 재미있는 것은 그 많은 기억들 중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기억이 없다는 거다. 입가에 미소를 둥둥 띄운 채로 기억을 더듬던 나는 벽면에 걸려 있는 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오세훈을 기다린지도 어느새 십분이 넘었다.

 

 

 

"...왜 이렇게 늦지."

 

 

 

 중얼거리고는 애꿎은 휴대폰 패턴만 풀고 잠그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조금 빨리 갈까 싶어서였다. 한참을 멍하니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을까, 주인 할머니가 물었다.

 

 

 

"남학생은 안 와?"
"...아마 곧 올 거예요. 저... 일단 핫초코 두 잔 주세요."

 

 

 

 계속 기다리라면 그럴 수도 있었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자니 할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먼저 주문을 했다. 분명 우리는 여덟시 반에 만나기로 했는데, 벌써 시간은 아홉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세훈은 늦어도 너무 늦는다. 연락 한 통 없이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이렇게 늦는 건지. 약속 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오세훈에 대한 분노보다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괜히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뜯었다. 시계 초침이 바쁘게 움직였다.

 

 

 

 결국 아홉시다. 티슈로 손가락에 잔뜩 묻은 립글로즈를 닦아낸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다이얼 창에 오세훈의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카페 문이 열렸다. 검정 모자를 눌러 쓴 오세훈이었다. 할머니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오세훈은 내게 다가왔다. 맞은편 자리에 앉은 오세훈은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 많이 기다렸어?"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이것저것."
"다행이다. 늦길래 걱정했어."
"주문할까?"
"내가 매번 먹던 걸로 시켜 놨어."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오세훈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며칠 만에 보는 얼굴이 어째 더 야윈 것 같다. 손을 뻗어 오세훈의 볼을 잡아 늘여 당기며 말했다.

 

 

 

"너 살이 더 빠졌어."
"요즘 체중관리 들어가서 그래."
"뺄 살이 어딨다고?"

 

 

 

 내 물음에 오세훈은 소리 없이 웃기만 한다. 마주 앉아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또 뭘 하고 지냈는지와 같은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주인 할머니가 핫초코가 담긴 머그컵을 내오셨다. 뜨거운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컵을 빤히 쳐다보던 오세훈은 잠시 끊겼던 대화를 이어 나갔다.

 

 

 

"다 마시고 심야 영화 보러 갈까?"
"영화는 갑자기 왜?"
"그냥. 누가 새로 개봉한 거 재밌다길래."
"그래 그럼. 보러 가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오세훈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오세훈은 꼭 뭔가가 불안한 사람처럼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머그컵을 손에 감고 그런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주제넘은 걱정이 든다.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뱉은 오세훈은 내게 말했다.

 

 

 

"있잖아. 요즘 나 힘들어."
"...어?"
"다 관두고 싶다. 그냥."

 

 

 

 죽어도 남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온갖 힘든 일들은 저 혼자 짊어지고 가는 녀석이다. 웬만해서는 제 속마음을 절대 보이지 않는 녀석이 웬일로 내게 제 감정을 기대왔다. 정말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불안함이 나를 감쌌다. 고개를 푹 숙인 오세훈에게 내가 뭐라고 말을 건네야 위로가 될까 고민하고 있는데, 오세훈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오세훈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했어."
"......"
"내가 왜?"
"......"
"...알았어. 지금 갈 테니까 일단 끊자."
"......"
"알았다니까."

 

 

 

 휴대폰 너머로 누군지 모를 여자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잠깐 나를 보던 오세훈은 휴대폰 통화 음량을 줄였고, 나는 애써 오세훈에게로 향하는 신경을 무시하며 핫초코를 꿀꺽였다. 얼마 되지 않아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오세훈은 휴대폰을 점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야 될 것 같아. 영화는 다음에 보자."
"어... 그래."
"미안. 집 가서 연락하고."
"......"
"가볼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녀석은 카페를 뛰어나갔다. 갈 길을 잃어 멍한 시선은 벽에 달린 시계에게로 고정되었다. 시각은 9시 20분이다. 나는 오세훈 너와 보낼 20분을 위해 30분을 꼬박 기다린 셈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속상함이 치고 올라오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제는 다 식어버려 미지근한 핫초코를 내려다보았다. 너는 한 입도 대지 않았다.

 

 

 

 일방적인 사랑에 있어 기대는 독이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 나는 너에게 도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3 | 인스티즈

* * *

 

 

 

 여느 날과 같이 어수선한 아침이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어 돌아가는 일상에, 내가 꼭 햄스터라도 된 기분이 든다. 토스트를 입에 물고 힐에 발을 대충 구겨 넣고는 현관을 뛰어나왔다. 그리고 일은 일어났다. 얼마 남지 않은 출근 시간에 쫓겨 급히 뛰어나오다가 그만 스텝이 꼬여버린 것이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도 못 지른다고 하던데, 지금 내 꼴이 딱 그 꼴이다. 바닥을 향해 기우는 몸에 깜짝 놀란 나머지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눈만 꾹 감은 채로 속으로 5초를 세는데,

 

 

 

"괜찮아요?"

 

 

 

 들려오는 것은 바닥과의 마찰음이 아닌 익숙한 음성이었다. 팔에 닿아오는 약한 힘에 눈을 살짝 뜨자, 나를 잡고 있는 박찬열씨가 보인다.

 

 

 

"조심해야죠."
"아... 감사합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안 그래도 낮은 목소리가 더 낮아진 것 같다. 나를 바로 세워주며 조심하라고 말하는 박찬열씨를 보던 나는 머쓱한 얼굴로 박찬열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찬열씨가 먼저 버튼을 눌러 놓았는지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나는 박찬열씨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잘 잤어요?"
"......어, 네."

 

 

 

 싱글 거리며 웃던 박찬열씨는 내게 잘 잤냐고 묻는다. 아직까지도 멍한 정신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멍청히 대답하자, 박찬열씨는 픽 웃으며 말한다.

 

 

 

"오늘은 철벽 안치네요?"
"네?"
"철벽이요. 이제 철거된 건가."
"...아뇨. 칠 거예요. 그거, 철벽."
"그래요 그럼."
"......"
"베를린 장벽도 철거됐는데, 그쪽 철벽이라고 무사할까."

 

 

 

 박찬열씨가 또 헛소리를 하는구나 싶어 무시하고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침 회의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남았다. 오늘 늦잠을 잔 것이 원흉이었을까? 시간이 촉박했다. 아무래도 오늘도 죽어라 뛰어야겠구나 싶어 가방을 고쳐 매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빌라에 딸린 주차장을 벗어나려는데, 박찬열씨가 뒤에서 나를 잡아온다. 바쁜데 또 뭐야.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내게 하는 말이 가관이다.

 

 

 

"지하철 타고 가면 지각일 텐데."
"......네?"
"이 시간에 택시가 있을 리는 없고, 버스는 당연히 지각일 테고."
"저기, 박찬열씨 저 가야 돼요."
"나는 지각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지금 그쪽 때문에 지각하게 생겼는데,"
"내 차 타고 가요."

 

 

 

 오늘도 안전 운전할게요. 말한 박찬열씨가 웃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

사실 어제 가져오려고 했는데 썩을 Yes 24 때문에 오늘 가져옵니다.

빨리 오라고 하셔서 빨...리... 왔어요! 사실은 제가 글을 계속 다듬는 편이라 연재 텀이 길답니다ㅠㅠ...

그래도 갈수록 분량 늘어나는 거 보이시죠? 여러분 댓글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극한직업 엑소엘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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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90.253
아유ㅠㅠㅠㅠㅠ진짜 좋아요...작가님의 연재 텀이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작가님이 정말 좋으니까요!ㅠㅠㅠㅠㅠ전개도 매끄럽고 로코물 드라마 보는 것 같아서 항상 기대됩니다♥♥♥최고최고
9년 전
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찬열이 왜이렇게 다정다정해 ㅠㅠㅠㅠㅠ 사람 설레게 ㅠㅠㅠㅠㅠㅠ 진짜 엄마미소 지으면서 봤네용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옆집에 살면서 출퇴근도 같이하고 좋으당 ㅎㅎㅎㅎㅎㅎㅎ 세후니는 잠깐 나왔지만 걱정된다 무슨 일이 있나?? ㅠ
9년 전
독자2
세후니랑 여주는 뭔사이고 세후니는 왜저러는지 궁금하네여ㅠㅠ 진짜 꾸준히 잘보고있어요ㅠㅠ 완전재밌엉ㅠㅠㅠㅠㅠ 연재텀이 조금 길더라도 이렇게 알차고 양많고 그러면 괜찮아요!!너무 오래만 비우지 말아줘요..매번 꼬박꼬박 댓글 써드릴게요ㅠㅠ징짜ㅠㅠ
9년 전
독자3
후니 뭔 일인데 ㅠㅠㅠㅠ 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빙의글 잘 안 읽는데 작가님 거는 신알신 했어여 오늘도 잘 보고 가여~♡
9년 전
독자4
와 찬열이 좋다 좋아ㅠㅠㅠㅠㅠㅠㅠ 세훈이는 무슨일이있는걸까요ㅠㅠㅠ 신알신했어요!다음글도기대돼요 기다릴게요♡
9년 전
독자5
아진짜겁나좋아요ㅠㅠㅠ세훈이는무슨일이있길래...여주말고여자문제때문에힘들어히는것같기도하고..음..차차밝혀질거라고믿어요!잘읽고갑니다!!
9년 전
독자6
세훈이가 의도한건 아니겠지만 제가다 속상하고 꽁기하네요ㅠㅠ 그래도 찬열이의 뻔뽄함이 마음을 달래주는거같아 좋아요ㅋㅋㅋㅋ
9년 전
독자7
세훈이두 힘든일이 있는것같은데 ㅠㅠ 찬열이 다정해요..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박다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샹훼ㅠㅜㅠㅠㅜㅠ
9년 전
독자9
극한 직업 엑소엘...후..그 중 하나가 저라지요...허허 이번 편도 역시ㅜ재밌어요ㅠㅠㅠ흐규ㅠㅠ정주행이 즐급다ㅜㅜ
9년 전
독자10
세훈이는 맘을 모를려나 흠흠 후우우우우우
8년 전
독자11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진짜 금손이신것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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