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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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독자님들의 마음 속에 숨은 음란마귀한테 소금 좀 쳐야겠어요. )
커플은 닮아야 제맛 ( ͡° ͜ʖ ͡°)
' 김민석 씨 학교 개학은 언제입니까 '
' 김민석 씨한테 연락옵니까 '
' 김민석 씨 어머님하고 많이 친합니까 '
김민석 씨, 김민석 씨, 김민석 씨!!!!!!!!!!!!!!!!!!!!!! 도대체 도경수 씨는 민석 오빠랑 사귀는 거에요 저랑 사귀는 거에요??????????????????????
한 번 만나고나서부터 부쩍 민석 오빠에게 관심이 많아진 도경수 씨는 물론 질투라는 걸 알지만 어쩔때보면 너무 경계하는 모습이 과하기도 했다. 민석 오빠가 대놓고 나보고 나 너 좋다! 사귀자! 이런 것도 아니고 엄연히 임자있는 사람에 그냥 옆집에 살아서 오빠,동생하는 사이인데 뭐가 그렇게 경계할 거리가 많은지, 도경수 씨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를 노린 사람은 도경수 씨밖에 없다는 걸 알게되면 무슨 생각을 할까?
사실 도경수 씨에게 민석 오빠 여친 있다구요!!!!!!!!! 제발 민석 오빠 좀 그만 찾으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까 오늘이 바로 민석 오빠가 카페에 놀러오겠다고 한 금요일이라 ㄸ..딱히 안말해줘도 될 것 같고.. 어차피 오늘 알텐데 뭐... 그냥 조용히 오늘 저녁만 기다리기로 했다.
'
거기다 며칠동안 얼굴도 한 번 안비치던 오세훈까지 친히 카페에 행차해주셨다. 아침 일찍부터 와서 이모한테 인사하고 가만히 카페 구석에 쳐박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안비밀
" 야 연예인 존나 힘들잖아, 훈이 힘들쟈나"
지가 슈퍼스타 될 거라고 난리친 건 언제고... 오늘은 그 거지같은 선글라스 안쓰고 와서 덜답답해보이네
카페에 들어서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부랴부랴 달려와 카운터 바로 앞 테이블에 앉는 오세훈의 징얼거림을 대강 받아주었다.
" 뭐 얼마나 했다고 힘들어. 닥치고 해. 그런 소속사 들어가기 쉬운 줄 아냐. 너는 캐스팅 해간 아저씨한테 절해야 돼 "
" 나 노래 못하는데 자꾸 노래시키잖아 "
그건 좀 안됐네...
" 그럼 배우한다고 해 "
네가 연기를 잘 할지는 모르겠다만 노래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하지만 오세훈은 그것도 안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거기서 뭐해 니가 할 게 뭐가 있어 임마!!!! 청소부로 길거리 캐스팅 된 것도 아니고
" 아직 확정은 안됐는데 아이돌 이야기 나오더라 "
? 너가?
" 요즘 아이돌 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니가 몇살이라고 거기에 끼어들어. 염치없게 "
" 알아.. 연습생 애 중에서 제일 어린게 우리 사촌조카랑 2살 차이 나더라 "
으휴. 어떻게 아이돌 나이 마지노선에 딱걸려서 캐스팅 되서는... 그래도 널 좋아해도 철컹철컹은 아니라서 좋아해줄 애들은 있겠네
오세훈은 테이블에 축 얼굴을 기대며 말했다.
" 더 늙기 전에 빨리 연습생 기간 지나고 데뷔했으면 좋겠다 "
" 들어간지 얼마 안된게 건방지게.. 그래도 연예인 안한다는 소리는 안하네 "
" 이미 계약서에 사인까지 다 해서.. 소속사에서 나 쫓아내지 않는 이상은 최대한 붙어있어야돼 "
나한테 꽁시랑 거리는 오세훈을 보니 연예인 친구 생긴다는게 조금 실감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으면서도 아쉬운..?
" 너 오늘은 뭐 기초 트레이닝인가 그런거 안받아? 저번부터 계속 바쁘더만 "
" 아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
그래서 왜 이렇게 왔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 이제 바빠서 얼굴 잘 못보니까 이렇게라도 얼굴 보고 기억하라고 훈이가 이렇게 왔잖아 "
... 저기요 지랄하지 마십쇼.. 재수없게
" 꺼져. 세상이 얼마나 좋은데, 니 얼굴 보려면 영상 통화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는 세상이야 "
" 뭐? 정말? 훈이 얼굴 보려고 영상 통화도 해줄 거야? "
쟤는 내가 꽈배기처럼 빙빙 꽈서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어쩜 저렇게 개떡같이 알아들을까? 오세훈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너야말로 연예인한다고 연락 끊지나 마 "
그래 나 아니면 누가 얘 친구로 남아있겠어.. 데뷔하면 쟤 썰을 다 풀고다닐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내 말에 오세훈은 꽤나 감동한 표정이었다.
" 훈이 감덩 "
" 감덩이고 뭐고 박찬열한테 연락 좀 해봐라, 평소에도 늦는 놈에 오늘 더 늦네 "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페 문이 열렸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들어오자마자 오세훈과 눈이 마주친 박찬열은 평소답지않게 정색을 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다.
싸웠나..?
한참을 그렇게 둘이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카운터 밖으로 나가려고하는데
" 훈아!!!!!!!!!!!!!!!! "
박찬열이 어깨에 맸던 가방을 내팽겨치고 으앙 괴성을 지르며 오세훈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그럼 또 놀라서 눈을 크게 뜨던 오세훈도 으흐헝 열아 하며 박찬열을 껴안아주었다.
.. 누가 보면 한 12년 동안 못 본줄 알겠네..
" 너 임마 연예인 한다더니 연락도 안하고! 연락도 씹고!! 롤도 안들어오고! "
" 나도 너한테 연락하고 종인이형한테도 연락하고 다 연락하고 싶었는데... 자꾸 나보고 노래 못한다고 노래 연습시키고 막 노래에 맞춰서 오징어처럼 꿀렁꿀렁 리듬타라고 하고.. "
저기요 왜 저한테 연락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는 안하시죠? 내가 영상 통화까지 해주겠다고 했는데... 딱히 연락을 받고 싶은 건 아니지만 자존심이 상합니다만..? 눈꼴시린 두 전봇대들 사이에서 소금처럼 짜게 식고있는 나는 이대로 있다가는 오글거림을 견디지 못하고 터질 거 같아 어제 저녁 택배로 온 커피 생두 박스를 들었다.
창고로 가면서 어느새 다른 방향으로 흘러버린 놈들의 이야기를 언뜻언뜻 훔쳐들으니
" 연예인 봤어? 이뻐? "
" 하루종일 연습실에 감금당해서 많이 못봤는데 여자 연습생 애들은 확실히 다르더라.. "
...
으휴
쯧 혀를 한 번 차주고 힘차게 창고문을 열며 강남 카페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하하 어서오세요. 징그러운 전봇대들이 있는 우리 카페에
점심 시간 손님이 밀려드는 피크 시간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조금 여유가 생겼을 , 안그래도 좁은 주방 오세훈까지 꾸역꾸역 박찬열 커피 만드는 걸 구경하겠다고 기어들어왔다.
저번이었나 오세훈이 처음 주방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거 보건증도 없는게 어딜 기어들어오냐며 나무랐지만 그 다음 날 군대 제대하고 나서 바로 알바하겠다고 끊어놓고 집에 쳐박아둔 유효기간이 겨우 남은 보건증을 당당히 들고오는 바람에 나는 할 말이 없게되었다.
위생상 아무 것도 건들지 말고 가만히 구경만 하라고했지만 또 얘가 호기심 왕성한 20대 대학생 아닌가. 슬금슬금 커피 머신에 손을 가져다대는 오세훈의 손을 막느라 정신이 없다.
" 야! 만지지 말라고! "
" 에이 기계잖아.. 내가 커피콩을 만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
" 안돼 조용히 박찬열 커피 내리는 거나 봐 "
치사하다 치사해. 하며 툴툴거리는 오세훈의 말을 귓등으로 쳐냈다.
" 그럼 나 버튼 딱 하나만 눌러보면 안돼? 이거 추출 버튼 한 번만 "
" 훈이가 이렇게 하고 싶어하는데 좀 하게 해줘라 "
" 커피 못뽑아서 환장한 귀신이 붙었나 왜 이래? "
검지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며 제발~ 하는 녀석에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의 츤데레끼를 물려받았기에...☆ 귀찮게 구네 정말. 하며 능숙한 손길로 커피 가루를 템핑해주었다. 포터필터를 머신에 장착한 뒤, 자 하며 자리를 비켜주니 수줍어하며 기뻐하는 오세훈
" 헐 대박 나 진짜 해보고싶었어. 찬열이 커피내리는 거 존멋 카페 오빠같잖아 "
잔말말고 빨리 하라는 식으로 손을 휘적휘적 해보이니 오세훈은 히힛 웃으며 내 눈치를 보다가 꾸욱 추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이내 쪼르르 나오는 커피에 처음 눈을 보는 아이마냥 좋아한다.
" 헐 대박 진짜 신기해 와 쩐다 이게 내가 마시는 커피라고? "
그거 지금 니가 마시면 써서 토할 걸
평소에 버블티나 달달한 음료를 입에 달고사는 오세훈에 알맞게 테이크 아웃 컵에 초코 소스와 우유 그리고 오세훈이 추출 버튼만 눌러서 내린 에스프레소를 이용해 카페 모카를 연성하기 시작했다. 커피라곤 아메리카노와 카라멜 마끼아또밖에 모르는 불쌍한 중생을 위하여...
카페 모카의 대미, 뚜껑이 덮히지 않는 휘핑크림 산까지 만들어주니 가만히 내 모습을 지켜보던 오세훈이 오오- 하며 덥썩 커피를 들었다.
" 잘마실게. 내가 데뷔하면 여기 홍보한다 진심
너가 여기 홍보 잘해봤자 우리 이모만 개이득
초코 소스가 묻어 끈적거리는 손을 싱크대에서 닦고있는데 옆에서 조용히 있던 박찬열이 은근슬쩍 물어왔다.
" 내가 물어볼게있는데 "
" 저번처럼 돈 잘버는 남자가 좋아 가정적인 남자가 좋아 이딴거 묻는 질문같은 거 하면 즉시 처형 "
" 아니야 그런거 "
내 말에 손사래를 치며 부정한다.
" 그.. 김민석? 이라는 사람.. "
민석 오빠 얘기는 왜 또나와! 민석 오빠가 그렇게 좋은가? 혹시 민석 오빠가 남자한테 인기가 많은 타입? 오만상을 다 쓰고있으니 입술을 움찔거리는 박찬열
" 혹시 오늘 카페에 와? "
그건 또 언제 들은겨.. 나는 박찬열에게 잠깐 귀 좀 대보라며 손을 까닥였다. 그에 박찬열은 좋다며 귀를 가져다 댔고 나는 소근소근 일급비밀을 말해주듯 속삭여주었다.
" 신경 꺼 "
" ... "
신경끄라고
" 야 그래도 경수형도 있는데 다른 남자 만나는건 자제해라 "
?
네? 다른 남자요?
" 그래 너는 남자가 아니지, 찬순아 "
" 내가 언제 너한테 남자였냐 그리고 나는 이미 천사누나가 있ㄴ "
" 찬순아 우리 언제 쇼핑이나 한 번 갈까? "
내 덫에 걸려든 박찬열은 벙찐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뭘 봐 팍씨
" 됐다.. 무튼 너 경수형한테 상처주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둬 "
어이구 도경수 씨가 숨겨놓은 동생인줄
느에느엥~ 비꼬는 듯한 대답에 박찬열은 진짜 짜증난다며 열심히 홀에서 커피를 마시고있는 오세훈에게 가버렸다.
그리고.
" 너 미쳤냐? 경수형을 두고 다른 남자가 생겨? "
오세훈은 호로록 마시던 커피를 내팽겨치고 갑자기 카운터에 있는 내게 달려와 말했다.
..ㅇ..이게 무슨 개소리여
" 무슨 다른남자야 "
남자들이 눈을 삐었는갑다. 도경수 씨만 그런줄 알았는데... 난데없는 봉변에 문뜩 뒤에서 사악한 미소를 짓는 박찬열이 눈에 띄었다. 원인은 저놈이렸다!!!!!!!!!!!!!! 네 이놈!!!!!!!!!!!!!
" 경수형을 버리고 뭐? 옆집 오빠? 너가 그럴 줄 몰랐다 정말 실망이다 "
순식간에 나를 현부양부를 버리고 옆집 오빠와 남몰래 사랑을 키운 우리나라 최고의 썅년으로 몰아가는 오세훈에 할 말이 사라진 나는 냅따 카운터 밖으로 나가 박찬열을 공격했다.
" 야!!!!!!!!!!!! "
아!! 괴성을 지르며 내게 머리끄댕이를 잡힌 박찬열은 주둥이까지 아직 타격을 안받았는지 그럼 경수형이 왜 그렇게 김민석이라는 사람 싫어하는데!! 라고 외쳤다. 그건 도경수 씨 혼자 그러는 거라코!!!!!!!!!!!!
" 민석 오빠 여친 있어!!!!!!!!!!!!!! "
내 고백에 박찬열은 거센 반항을 뚝 멈추고 스스스 고개를 들었다.
" 그걸 왜 지금 말해.. "
...
" 안물어봤잖아.. "
" 왜 지금 말하냐고!!!!!!! "
.. 아 거참...!... 지금 말해서 ㅁ..미안하게 됐수다.. 미안하네 찬순 씨..
" 도경수 씨..한테는 내가 저녁에 말할게 "
" 꼭 말해라 "
그런 나와 찬순이 사이에서 상황파악도 못하고 멀뚱멀뚱히 껴있던 오세훈은 직감적으로 내가 나쁜년이 아님을 느꼈는지 나를 툭 쳤다.
" 뭔데 "
" 야 니가 말한 다른 남자 아니 옆집 오빠, 여친 있거든? 도경수 씨를 버려?내가? "
" ... 미안, 나는 찬열이가 너한테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해서.. "
이제 커플링도 끼고 상견례까지 한마당에 누가 누굴 버려. 더 질질 끌었다가 어떤 나쁜년 취급을 받게될까 두려워진다. 빨리 도경수 씨 오면 말하고 남모르게 고통받는 민석 오빠를 해방시켜줘야지
*
그 시각 경수
" 하... "
여전히 고민 중이다. 빌어먹을 만두
' 마침 금요일 날 강남에 일이 있는데 그 때 한 번 들를 게, 시간은 저녁 먹고? 그 때까지 열지? '
그 날 밤 민석의 말은 경수에게 마치
' 금요일 저녁 당신 여친의 heart를 내가 뽀려가도록 하지, 골대에 골키퍼있다고 골 안들어 가는 건 아니잖아? - 괴도 김민석- '
과 같았다.
으으 내가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얻었는데... 그런 옆집 만두에게 어떻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며 부들부들 꽉 힘을 주어 볼펜을 잡고있는 경수를 보던 종인은 안쓰러운 눈빛을 했다. 도경수 씨가 나인지 내가 도경수 씨인지 마음에 너무 공감을 한 탓일까
" 도경수 씨 오늘 그분 카페에 온다고 한 날인가? "
" ...네 "
" 꼭 승리해 "
승리하고 말게 어디있는가 이미 그녀와 나누어 낀 커플링에 입맞춤까지 한 사이인데 다만...지킬 수 있느냐와 지킬 수 없느냐의 문제이다.
" ..ㅅ..씨! "
...
" 도경수 씨! "
그렇게 심각한 고민 속에 빠져있던 경수를 현실로 이끈 건 날카로운 민대리의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란 경수는 ㅇ..예!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민대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 과장님이 퇴근 전에 회의 들어간다고 준비해놓으란 소리 못들었어? 빨리 해 "
" 죄송합니다. 서둘러 준비하겠습니다 "
이게 다 김민석 씨때문이다. 경수는 깊게 콧바람을 뿜고 복사기 앞으로 달려갔다. 복사 버튼을 누르고 가만히 서서 징징 나오는 종이만 바라보고있는데 어느새 옆에 와서 기웃거리던 종인이 팔을 뻗어 복사된 문서를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 괜찮습니다 "
" 뭐가 괜찮아, 도경수 씨 스테이플러는 확인해봤어? 심 없더라 빨리 비품실들어가서 심가지고 나와 "
항상 아무생각없이 썼던 스테이플러인데 언제 그걸 확인한 건지 경수는 종인의 말대로 복사기 옆에 두었던 스테이플러를 열어보니 정말 심이 단 한개도 없다.
" 빨리, 내가 정리하고있을게 "
종인의 도움 덕분에 대답도 않고 후다닥 복사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비품실로 들어가는 경수
좁디좁은 비품실 사면을 차지한 캐비넷과 철제 선반을 쭉 둘러보다가 이내 커다란 상자 하나에 손을 넣고 뒤적거리던 경수는 앗! 하고 화들짝 놀라며 도로 손을 뺐다. 잔뜩 인상을 쓰며 상자를 빼서 살펴보니 압정을 보관하는 상자는 다른 곳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플러 심 상자 사이사이에 압정이 엎질러져있었다. 대체 어떤 인간이...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스읍- 따끔거리는 오른손을 털며 왼손으로 사이사이에 많이도 박힌 압정을 주섬주섬 빼는데 누군가가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비품실 문이 열렸다.
" 도경수 씨 뭐해, 심 만들어서 와? "
복사된 문서를 다 정리한 종인이 기다리다 못해 경수를 찾아온 것이었다. 한쪽 손을 고이 허공에다 올려놓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 이상한 자세로 있는 경수를 발견한 종인은 말이 없었다.
" 아.. 저 심을 찾긴 찾았는데 .. "
종인은 가만히 경수를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히익! 하며 소릴 냈다.
" ㄷ.. 도경수 씨! ㅍ.. 피!!! "
" 예? "
" 손가락에 피!!! "
자신에게 삿대질을 하며 눈이 동그래진 종인에 경수는 살짝 아려오는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보니 세상에 손가락에서 그렇게 많은 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을 것이다. 흐르다 못해 뚝뚝 떨어지는 피에 경수도 놀라서 발작하듯 손을 터니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흔적을 남겼다.
" 왜 이래!! "
경수의 검지손가락을 피가 더이상 나오지못하게 꽉 붙잡은 종인은 그대로 함께 비품실에서 나와 사람의 발길이 없는 복도 구석 쪽 선반에 놓인 상비약을 찾았다. 야근도 많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회사특성상 두통약은 물론이고 몸살약, 지사제, 타이레놀까지 준비되어있었기에 다행이지 하마터면 경수는 온 회사를 돌아다니며 연고를 가진 사람을 찾아야했을 것이다.
" 뭔데 갑자기 피가 이렇게 나. 사람 손가락에 구멍 뚫렸네 "
" 상자에 무턱대고 손을 집어넣었더니 압정이 있어서... "
아이 참 사람들이 비품 좀 제대로 정리해놓으라니까.. 하고 연고를 발라주던 종인은 이내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뒤적뒤적 빽빽히 꽂혀있는 카드 사이로 무언가 찾았다.
" 있을텐데...어딨지... "
그러더니 노란색 귀여운 뽀로로 밴드를 하나 눈 앞에 들어보였다.
" 여깄다 "
" 뭡니까 "
" 밴드 "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뉘앙스로 밴드 뒷면에 있는 스티커를 떼는 종인에게 경수가 말했다.
" 김종인 씨 이런 거 좋아합니까 "
이런 건 보통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나...
" 이런게 뭐 어때서 얼마나 귀여워. 노랑노랑하니 "
노랑노랑... 온순히 종인에게 검지손가락을 맡긴 경수는 곧 됐다! 하며 곱게 밴드를 붙여준 종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 고맙기는 무슨.. 그 꼴 보면 ○○씨가 어지간히도 좋아하겠네, 도경수 씨 아플 때 찬바람 뚫고 죽까지 사러갔다온 여자인데 "
..종인의 말을 들으니 경수는 왠지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 속에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이게 뭐에요 도경수 씨? 왜 다쳤어요? 누가 그랬어요!
ㅎㅎ.. 귀여워..
커플에 못마땅한 종인은 남 몰래 실없이 웃던 경수를 사무실 쪽으로 밀었다.
" 도경수 씨 상처 터지니까 그 손으로 타이핑 할 생각하지말고 미리 가서 회의 준비나 해 "
아 맞다.. 회의 준비.. 다시금 민대리의 불호령이 생각난 경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언젠가부터 경수의 머릿속에 김민석 씨는 희미해지는듯 했다.
*
저녁 시간이 끝나갈 무렵 카페
" 안녕 "
대망의 민석 오빠가 왔다.
아직 구석에서 떠드는 전봇대들은 내게 정겹게 인사를 하는 민석 오빠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 진짜 왔네? 어떤 거 마실래요? "
" 오 너 진짜 여기 메뉴판에 있는 거 다할 수 있어? "
" 아이 그럼요. 제가 여기서 짱짱 바리스타인데 "
내 넝담에 키득키득 웃다가 메뉴판을 보던 오빠가 말했다.
" 그럼 나는 아메리카노 "
" 설마 다른 거 너무 비싸서 아메리카노 먹는 거 아니죠? 제 특별한 지인은 돈 안내도 되는데 "
물론 전봇대 브라더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민석 오빠
" 들켰네? 는 아니고, 밥 먹고와서 입가심도 할 겸 마시는 거야 "
역시
" 다음에 오게되면 꼭 비싼 걸로 마실게 "
...꼭 그럴 필요는..없는..데..ㅋㅋㅋㅋㅋㅋ
민석 오빠와 즐거운 농담 따먹기를 하는데 전봇대 브라더스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민석 오빠에게 관심을 보였다. 박찬열은 민석 오빠의 얼굴을 관찰하다가 주방으로 들어와 내 옆에 붙어서서 말했다.
" ○○가 아는 동생? "
?
" 놀러온 거야? 못보던 얼굴인데 우리 대학교 아닌가? "
????????
이 새키가 뭐라는거야!! 지가 오늘 김민석이라는 사람 카페에 오냐고 물어봤으면서!!! 서둘러 방정맞게 떠들어대는 박찬열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그 몹쓸 망언을 들은 민석 오빠의 표정이 굳어졌다. 세상에서 예의없는 걸 제일 싫어하는 오빠의 성격은 초딩 때부터 잘 알고있었기에 박찬열의 망언이 얼마나 거슬릴지 예상 할 수 있었다.
왜 이래! 하며 도리질하는 녀석의 어깨를 주먹으로 쳐주며 조용히 하고 있으라고 했지만 도대체가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른다. 나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머리를 굴리는데 뜬금없이 민석 오빠가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제가 그렇게 어려보이나봐요? "
" 네? "
" 저 스물 여덟인데 "
그에 박찬열은 한참 오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리를 꾸벅 굽혔다.
" 죄송합니다!! 너무 어려보이셔서!!! "
박찬열의 반응에 크게 웃던 오빠에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아 고민하던 걸 멈추고 저번에 도경수 씨를 소개해준 것 처럼 말을 꺼냈다.
" 이쪽은 우리 옆집 김민석 오빠 "
내 입으로 직접 이 사람이 김민석이다 라는 말을 들은 박찬열은 내심 놀란 표정이었다.
" 그리고 이쪽은 저랑 같은 과 동기 박찬열이고 오빠 바로 옆에 있는 애는 똑같이 같은 과 동기 오세훈이에요 "
" 안녕하세요 "
민석 오빠는 이제야 바로 옆에서 우뚝 서서 바짝 붙어 자신을 관찰하고 있던 오세훈을 알아채곤 흠칫 놀라며 아, 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받아주었다.
커피가 나오면 불러달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은 민석 오빠에 전봇대 브라더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내 주변에 모여들어 쫑알거리기 시작했다.
" 저 사람이야? 경수형이 싫어한다는 사람이? "
" 저 형이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
" 아 너네 하나씩 물어봐 , 정신 없으니까 "
커피 내리고있는데 자꾸 정신없게 구는 전봇대들에게 하나씩 물어보라며 멍석을 깔아주니 정작 이럴 때에는 조용하다.
" 야 근데 네 취향도 참 알만하다 "
내 취향을 알아서 뭐하게. 머리를 설레설레 젓던 오세훈이 말했다.
" 너 경수형 아니었으면 철컹철컹이었어 "
뭔 소리야. 도경수 씨 아니면 왜 내가 철컹철컹이야. 종강을 한지 꽤 되서 그런가 도저히 굴러가지 않는 머리에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으니
" 어떻게 죄다 쪼그맣고 귀여운 남자들만 골라잡냐. 진짜 경수형 아니면 너 초등학교 앞에서 대기타고 있을지도 몰ㄹ.. "
" 도경수 씨 안 쪼그맣거든? 초등학교라니 "
놈이 먼저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
" 너네가 무식하게 큰 거겠지 전봇대들아. 키 커서 뭐할래? 키크면 다야? "
사실 내 말은 억지였다. 키 큰게 다지, 그래 키 커서 부럽다 ㅂㅂ
하지만 내 말에 정곡을 찔린 전봇대들은 현자타임이 온 것 같다.
" ... 그러게.. 나는 키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경수형처럼 벤츠타고 빵빵한 직장 다니는 것도 아니고.. "
오세훈처럼 연예인도 못하는 박찬열은 현타가 심각하게 왔다.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들고 말했다.
" 야 됐어, 나중에 생각해 "
" 아니야. 나 진짜 심각해. 나중에 뭐하지? 천사누나한테 빌붙어 살 수는 없잖아 "
아무래도 생각없이 사는 것 같던 박찬열도 군대에 갔다오고 취준생인 나를 보며 느끼는게 많아진 듯 했다.
" 나도 리터소프트에 들어가면 벤츠 몰고 다닐 수 있냐? "
.. 너가 리터소프트에 뼈를 묻고 매일매일 야근에 엄청난 건수를 잡지 않는 이상 힘들지 않을까? 박찬열은 저번에 내가 했던 도경수 씨는 준재벌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음에 분명했다.
" 나도 리터소프트 들어갈까? "
" 무슨 리터소프트야, 이름부터가 IT 기업이잖아 우리는 안돼 "
" 아니 고객지원부같은 곳은 되지 않을까? 천사누나 있는 곳"
그 놈의 천사누나!!! 꺼우져!!!!!!!!!!!!!!!!! 넌 임마 안돼!!!!!!!!!
박찬열에게 중지손가락을 날려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아 저 놈때문에 10초만 만들 거 장단 맞추느라 이렇게 늦어졌잖아. 성질을 내며 에스프레소에 쪼르르 물을 타기 시작하는데 종이 딸랑- 청아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 저 왔어요 "
안녕하세요에서 저 왔어요로 더 친근하게 바뀐 인사를 하는 도경수 씨
오늘 민석 오빠가 온다고 알고있음에도 도경수 씨 표정은 좋아보인..는게 아니구나 좀 떨어져있는 테이블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있는 오빠를 발견하자마자 웃음끼를 싹지운다. 큽 민석 오빠 애인있다고 말해주고싶은데 도경수 씨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곧바로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오지가 않는다.. 나는 못되먹은 년이야..
도경수 씨 시선이 머무른 곳 끝을 따라가던 김종인 씨도 민석 오빠를 발견하고 저 사람이 김민석이다 라는 것쯤은 금방 알아먹은 눈치였다. 도경수 씨는 카운터까지 걸어오는 동안 민서 오빠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않았다. 그러다가 내게
" 오늘 일 많이 안 힘들었어요? "
라고 물었다.
.. 아뇨.. 뭐..그냥..매일 똑같...
" 보고싶었어요 "
그리고는 우물쭈물하고 있는 내 손을 덥썩 끌어당겼다.
.... 도경수 씨가 약을 먹었나? ㅇ..아니 원래도 뭐 이런 말을 뜬금없이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대놓고 갑자기 면전에다 대고 하지는 않았는데...
" ○○씨는 저 안보고싶었어요? "
으아아아아ㅏㅏ아ㅏ아ㅏ!!!!!!!!! 손발가락이 퇴화된드아아아아ㅏ!!!!!!! 도경수 씨 뻘쭘하게 으아아 거리며 잡은 손을 놓을 수가 없어 그저 어깨만 움츠리며 ㅂ...보고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게 혹시 저번에 도경수 씨가 말한
" 최대한 돈 잘벌어오는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의 부작용은 아닐까? 완전 다정하다 못해 오글오글거리는게... 아주 그냥.... 이상형이 나쁜 남자라고 말했으면 큰일날 뻔했네..
" 오늘도 맛있는 커피 부탁해요 "
이쁘게 눈을 휘어접는 도경수 씨에게 ㄴ..네 하고 대답을 하고 슬금슬금 주방쪽으로 뒷걸음질을 치니 다행히 스르르 손을 놓아준다.
왠지 오늘따라 더 이상해진 도경수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빛으로 환하게 웃었다.
*
역시 내가 카페에 도착하니 김민석 씨는 이미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좀 빨리올 걸..
누구보다도 당당한 걸음으로 대놓고 카운터 앞자리를 차지해보이니 김민석 씨는 하던 핸드폰을 놓고 내게 안녕하세요 하며 목례를 했다.
정말 마음에 안드네. 뻔히 나하고 ○○씨가 교제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 저 사람이 김민석이야? ○○씨 취향 위험하네.. "
어깨를 내쪽으로 기울이고 소근거리는 김종인 씨의 말을 묵묵히 들으며 매섭게 노려보는데 커피나왔다는 그녀의 말에 김민석 씨가 벌떡 일어났다. 김종인 씨와 함께 카운터로 걸어가는 김민석 씨를 따라 눈알을 굴렸다.
" 근데 느낌이 도경수 씨랑 닮은 것 같기도 ㅎ "
" 저하고요? 전혀 아닙니다 "
어떻게 그런 소리를.
정색을 하자 김종인 씨는 머쓱하게 웃으며 알았어..하고 대답했다.
" 오오 커피들고 온다 "
쟤빨리 김민석 씨로 화제를 돌리는 김종인 씨에 다시 고개를 옆으로 하니
내 바로 앞에 멈춰있는 김민석 씨를 볼 수 있었다.
" ... "
" 안녕하세요 도경수 씨 "
...
" 여기 자리 없죠? 좀 앉을게요. 혼자는 심심하더라구요 "
그러며 내 옆자리 의자를 빼서 앉는다. 내 옆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씨밖에 없는데...
김종인 씨와 함께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앉아 그녀가 만들어준 커피를 쪽쪽 빠는 김민석 씨를 보는데 시선을 느낀 그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 도경수 씨 직장 동료분이신가 봐요.제 소개가 늦었네요. 전 ○○가 옆집 이웃 김민석이에요 "
초등학교 교사답게 사근사근하니 자기 소개를 하는 김민석 씨에 당황한 김종인 씨가 아.. 네.. 하다가 이어 따하서 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 예..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ㄷ. .아니 저는 도경수 씨랑 같은 직장 동료 김종인이라고 합니다 "
만남의 장도 아니고.. 김민석 씨는 김종인 씨의 목에 걸려있는 사원증을 빤히보다가 말했다.
" 리터소프트는 인물보고 사람 뽑나봐요. 다들 인물이 훤칠하시네요 "
이런 적에게 내 직장을 들키고 말았다.묵묵히 아무도 모르게 살살 다리를 떨며 ○○씨의 커피를 기다리는데 인물이 훤칠하다는 이야기 하나로 김종인 씨의 말문이 터졌다.
" 저희 회사가 인물을 조금 보긴하죠 하하 "
" 아~ 역시~ "
?
전혀 듣도보도 못한 이야기이다. 내가 백날 우리 회사 인사 채용 매뉴얼을 훑어보았어도 인물을 본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자기 멋대로 우리 회사 채용 매뉴얼을 바꿔버린 김종인 씨를 뚱하니 쳐다보아도 말을 멈출 줄 모른다.
" 김민석 씨? 민석 씨가 말을 되게 잘하네 젠틀하니."
아까까지만해도 같이 김민석 씨를 노려보았던 좋은 친구는 어디갔는가. 영원히 다른 사람 페이스에 휘말리는 일이 없을 줄 알았던 김종인 씨마저 넘어가버렸다. 전봇대 브라더스도 멀리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김민석 씨를 보다가 이내 가까이 와서 함게 떠들기 시작했다.
" 민석이 형 초등학교 교사면 애들 좋아하겠네요? "
" 당연하죠. 애들이 얼마나 이쁜데요 "
" 민석 씨 완전 뼛속까지 초등학교 선생님이네, 여자들이 좋아하겠어 "
" 에이 또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
민석이 형, 민석 씨.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왠지 내 자리가 빼앗긴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딱히 할 말도,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아 조용히 입만 다물고 있으니 김민석 씨가 웃고 떠들다가 내게 말했다.
" 아 저는 도경수 씨가 정말 매일매일 ○○가 데리러 올까 했는데 정말인가봐요, 이렇게 카페에서 또 보고 "
" ... "
딱히 말을 하고 싶지않아 까딱 고개로만 대답해주니 전봇대 브라더스가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 이 형 진짜 맨날 와요! 아주 그냥 쟤가 금지옥엽이라니까요 금지옥엽! "
.. 그런 말은 안해도 되는데..
" 정말요? 저는 ○○가 먼저 고백했을 줄 알았는데 말 들어보니까 그건 또 아닌가봐요 "
" 에이! 경수형이 쟤 처음 보고나서부터 맨날 좋다고 샌드위치 던져주고 가고! 같이 점심도 먹고! "
제정신인가?
왜 굳이 묻지도 않은 남의 이야기를 하고...
전봇대 브라더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던 김민석 씨는 그 말에 하하 웃었다.
" 되게 의외네요. 도경수 씨, 저한테 무뚝뚝 하셔서 원래 성격이 그런 줄 알았는데 ○○한테는 따뜻한 남자시구나 "
무뚝뚝 한게 아니라 싫은건데
" 그럼 혹시 아직까지 ○○가하고 싸운 적 없어요? 다 받아주시나? "
오호, 드디어 김민석 씨의 본색이 나오는 듯 하다. 왜 나하고 ○○씨가 싸운 걸 물어볼까. 픽 웃으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는데 채 말을 덜 끝낸 김민석 씨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전 지금 제 여자친구하고 냉전 중이라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도경수 씨는 ○○가하고 싸웠을 때 어떻게 하세요? "
...
여자친구..?
김종인 씨도 여자친구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 민석 씨 여자친구 있어? "
그 말에 김민석 씨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 아 네, 임용고시 준비하다가 학원에서 만났는데 사귄지는 얼마 안됐어요.. "
" 그럼 여자친구도 선생님? "
" 네, 근데 좀 멀리 떨어진 학교로 배정받아서 얼굴 보기가 힘드네요 "
...지난 며칠동안 김민석 씨때문에 미친듯이 고민하고 지새웠던 밤과 허송세월 보낸 직장에서의 시간이 머릿 속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여자친구가 있..ㅇ..여자친구가.. 있었...
하지만 여전히 김민석 씨에 대한 강한 적개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 얼마 전에 오랜만에 만나 데이트를 했는데 조금 어이없는 문제로 싸워서.. 아직까지 연락도 없네요.. "
하며 시무룩하게 핸드폰을 보는 김민석 씨를 봐도 내 마음은 새끼 손톱만큼이라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 나는 여자친구가 있든말든 그녀에게 너무나도 쉽게 오빠라는 호칭을 획득한 김민석 씨가 용서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절대 용서 할 수 없다. 나는 자기라는 호칭도 듣기 힘든데 오빠라니 거기다 ○○씨를 애기라고 부르기까지...
다시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언젠가는 나도 그녀에게 꼭 오빠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 커피 나왔어요 "
때마침 그녀가 커피를 들고 나왔다. 도란도란히 모여있는 우리에게 호기심을 가지던 그녀가 아무도없는 테이블에서부터 의자를 끌어와 외곽에 앉으니 커피를 마시던 김민석 씨가 일어나 내 옆으로 오도록 자리를 바꿔주었다. 생각보다 눈치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ㄷ.. 아니 이런다고 내 마음에 움직일 리가 없다. 절대
" 민석 오빠 인기쟁이네, 오빠가 좋은가봐 "
민석 오빠... 오빠....
작게 아랫입술을 꽉 물며 커피를 마시려 오른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니 순식간에 그녀가 내 손을 낚아채갔다.
" 뭐에요? 다쳤어요? 왜 다쳤어요? 누가 그랬어요? "
회사에서 상상했던 목소리 그대로가 귓가에 생생히 전달되었다. 덕분에 하마터면 난데없이 웃음이 터질 뻔했다. 미간을 좁히며 나를 걱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손가락을 보는 그녀를 안심시키려 입을 여는데
" 이건 그냥 회사에서 압ㅈ "
" 아 그거 사무실에서 압정에 제대로 찔렸어 "
김종인 씨가 내 말을 가로채갔다.
" 피가 좀 많이 나더라고 근데 그거보고 막 여기저기서 자기가 밴드 붙여주겠다고 아우성이란 아우성은..! "
김종인 씨가 언제부터 여자 사원이었나.. 귀여운 캐릭터 밴드로 오해하기 딱 좋은 거짓말에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니 내 손가락을 빤히 보는 그녀 몰래 김종인 씨는 입모양으로 조용히 해.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져간다.
*
" 피가 좀 많이 나더라고 근데 그거보고 막 여기저기서 자기가 밴드 붙여주겠다고 아우성이란 아우성은..! "
...
" 도경수 씨가 인물도 좋지 능력도 좋지, 노리는 여자가 한 두명이 아니라니까? ○○씨 좀 긴장해야겠어 "
" 역시 경수형, 안그래도 궁금했는데 역시 그랬어 "
...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어!!!!!!!!!! 왠지 도경수 씨랑 만난다는게 순탄하다고 했어!!!!!!!!!!! 도경수 씨를 노리는 여자가 없을 수가 없지!!!!!!!!!!!!! 회사에 이 귀여운 캐릭터 밴드가 있을리가 없지!!!!!!!!! 아무렴!!!!!!!! 이런 밴드를 도경수 씨가 들고 다닐리가 없지!!!!!!!!!
마음같아서는 지금 도경수 씨 검지손가락을 칭칭 동여매고있는 이 밴드를 떼어버리고 싶었지만 가지고 있는 밴드가 없어서 꾹 참았다.
이런 제기랄.. 재수없게 어떤 년이...
" 아.. 아파요 "
나도 모르게 도경수 씨 손가락을 잡고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고통을 호소하며 팔을 움츠리는 도경수 씨에 미안해요 하며 화들짝 손을 놓아버렸다.
" ㅁ.. 많이 다쳤나봐요.. 소독은 제대로 했어요? "
" 제대로 소독해주던데? 정성을 담아서 "
김종인 씨는 조용히 있어요!! 안그래도 빡쳐죽겠는데 아오 진심!! 대체 언년이.. 이런 씨...
방금 든 생각이었지만 진지하게 나도 박찬열하고 리터소프트 입사준비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진심 이 재수없는 뽀로로 밴드 떼서 찢어버리고싶네..
" .. 여자사원이요? "
" 도경수 씨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 "
언제 한 번 환불하러 갈 때하는 화장을 하고 회사에 찾아가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경수 씨 손에 분명 커플링이 있을텐데.. 어떤 개념없는...
좋은 표정을 지으려고해도 지어지지가 않는다. 그 사람 얼굴 한 번 보고싶네 제발 한 번만, 만나서 한 대만 치게 해줘
슬며시 그의 손가락에 꽂혀있던 시선을 들어 도경수 씨를 쳐다보니 대답이 없다.
무슨 말이라도 해봐요.. 그 사람은 아줌마 사원이다!! 아니면 청소부 아주머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구요!!!!!!!!!
하지만 이번에도 김종인 씨가 먼저 대답을 가로챘다.
" 그리고 그건 바로 나 "
김종인 씨는 지갑에서 도경수 씨 손가락에 붙여진 재수없는 뽀로로 밴드와 똑같이 생긴 밴드 하나를 꺼내 살랑살랑 흔들어보였다. 이게 무슨...
" ○○씨 뽀로로 밴드가 많이 탐났나봐. 내가 특별히 하나 줄게 "
그리고는 내 손바닥 위에 밴드 하나를 올려주었다.
" 도경수 씨한테 밴드 붙여주겠다고.. "
" 아무렴 내 친구인데 상처가 났으면 붙여줘야지 "
" 도경수 씨에게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 "
" 아무렴 내가 도경수 씨 친군데 관심이 많아야지 "
...
c..... 도경수 씨가 아무 말도 없다 했어...그냥 의미심장한 표정만 짓고있었다고 했어!!!!!!!!
속았다는 내 표정에 오늘 한 명 더 추가해서 다섯 남자들은 다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 지금 장난해요? "
" 맨날 도경수 씨 혼자만 질투하고 억울하잖아 "
참 나 억울한 것도 많네.김종인 씨의 말에 정말요? 라는 의미로 도경수 씨에게 고개를 돌리니 움찔움찔 올라가는 그의 입꼬리
" 새로운 모습, 귀여웠어요 "
나답지 않게 새로운 흑역사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불타오를 듯 열기가 올라왔다. 보는 눈이 한 둘도 아닌데 그 사이에서 대놓고 질투를 하다니..
어느 새 이야기는 민석 오빠의 여자친구에 대해 흘러가는데 옆에 앉은 도경수 씨가 슬쩍 머리를 숙여 내게 말을 걸었다.
" 만약에 정말 여자 사원이었다면 어떻게 할 거에요? "
정말 여자 사원이었다면..
" 도경수 씨하고 연을 끊을 거에요 "
" ... "
물론 말만 이렇게 하는 것일 뿐 내게 그럴 깡은 없다. 아마 정말 여자 사원이었으면 부글부글 속으로 삭혔겠지, 그 여자 사원을 졸라게 씹으면서
" 미안해요 질문이 헛나왔네요 "
도경수 씨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지워지고 경건함이 가라앉았다.
미안해요 도경수 씨, 나도 내가 질투가 없는 줄 알았는데 너무 많아서 미안해요.
집으로 돌아가는 조용한 차 안, 한순간에 피곤이 몰려와 눈만 느리게 꿈뻑꿈뻑 거리고 있는데 운전대를 잡고있는 도경수 씨가 말했다.
" 그거 알아요? "
나는 지금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저 졸릴 뿐, 코를 훌쩍이며 힐끔 도경수 씨를 보았다.
" 김민석 씨랑 저랑 동갑이잖아요 "
그런 거라면 제가 도경수 씨보다 먼저 알았는데.. 갑자기 아무런 연관성 없는 대화에 느릿느릿 고개를 왼쪽으로 갸우뚱하니 낮게 웃는 그
" 그럼 김민석 씨를 뭐라고 불러요? "
그야 뭐..
" ... 민석 오빠? "
" 그럼 저는요? "
" ... 도경수 씨? "
생각해보니 둘 다 같은 나이인데 체감상 왜 이렇게 달라보이지
" 그럼 김민석 씨도 김민석 씨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
민석 오빠보고 김민석 씨라고 부르라니 순 억지다 순 억지. 잠기운에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 그럼 민석 오빠는 그대로 민석 오빠라고 부를테니 도경수 씨도 오빠라고 불러줄까요? "
" 네? "
바라던 대답이었으면서 놀라는 것 좀 봐
" 오빠라고 불러주냐구요 "
" ... "
잠에 취하지 않은 제정신이었으면 이것도 오글거려서 못할텐데 잠기운 덕분에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말이 막 나온다.
" 도경수 오빠 "
덜컹, 내 말이 끝나자마자 공중에 붕떠서 가는지 차에 탔는지도 모를 정도였는데 잠깐 차가 흔들렸다. 도경수 씨는 헉, 짧게 숨을 들이키고는 낮게 헛웃음을 쳤다.
" 위험하네요 "
다시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 운전을 하는 도경수 씨는 의자에 반쯤 풀린 눈으로 기대있는 나를 보며 웃었다.
" 졸리면 자요. 그게 저한테도 좋을 것 같네요 "
도착하면 깨워줄게요. 도경수 씨의 듣기좋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나는 스르르 잠에 빠져들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좁디좁은 차 안에서 심호흡을 하며 운전하는 경수
" 아무리 나를 믿어도 그렇지, 너무 무방비야 "
카페 노예를 향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의 도경수 ♥ 나는 졸리다. 왜냐하면 졸리기 때문이다 카페노예
만두에 대한 싫증은 영원하리
*
사담(이번 사담은 웬만하면 봐주시는 걸 추천해DREAM)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아마 여러분들께서 섭섭해하실수도, 속상해하실수도 있으실만큼 느끼셨겠지만 제가 근래에 여러분 댓글에 답댓글을 달지 못하고 있습니다.. 흐규... 일단 신비의 베일에 꽁꽁 감춰두었던 제 정보 하나를 알려드리자면 저는 현재 예술쪽에 몸담고 있는 닝겐입니다!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프리랜서인지는 안알랴드림ㅎㅅㅎ 무튼 그런 까닭에 몇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제가 2월달에 영국에 가게된다는 소식을 알게모르게 전해드린 적이 있었는데 출국이 거의 다가오면서 요즘 준비할 것도 많고 여러모로 일이 참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도부자를 쓰다가 인티에 들어와서 모든 댓글을 일일히 확인하는 시간을 가끔 갖지만 답댓글을 달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변명따위 필요없다고 느끼실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저는 죄송할 따름입니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번 일 이 끝나면 다시 답댓글을 달기위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초심을 잃은게 아닙니다ㅠㅠㅠㅠㅠㅠ절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음 아마 도부자에 대해 한가지 정보를 더 떨구자면 현재 제가 전체적인 스토리를 짰을 때 강남 사는 도부자는 기타 번외 포함 30부작, 정식 회차 25부작으로 예정되어있습니다! 번외는 아마 요령껏 추가되거나 할 수도 있겠지만 도부자는 25화로 완결을 맺게 될 것 같네요. 따라서 암호닉은 20화까지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우리 사담을 읽어주신 독자님들을 위한 ( 이라고 쓰고 나를 위한이라고 읽는다 ) 한가지 이벤트 아닌 이벤트를 열까하는데 솔직히 이벤트도 아닌데... ☞☜ 그냥 여러모로 죄송한 마음에...***
독자 여러분들께서 원하시는 우리 도부자와 카페노예의 꽁냥거림이나 상황이 있으시다면 이번 화 댓글로 마음껏 날려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 전봇대 브라더스나 김종인 씨, 민석 오빠의 개입이 있어도 상관 없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의 망상이 있다면 저또한 무언들 어떠하리...☆ 제가 몇가지 선정해서 특별편이나 이벤트 편으로 올릴까 합니다 ㅎㅅㅎ 암호닉 신청자가 아니더라도 굳이 인티 회원분이 아니시더라도 우리 도부자를 구독해주시는 분들이면 누구든지 가능하니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예시 : 카페노예가 흥겨움에 홀로 카페에서 춤을 주는데 경수가 그를 발견해서 ~~되는 상황 OR 경수가 ~~말을 했으면 좋겠다 . 그냥 짧은 대화나 상황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전후 상황은 제가 다 커버칩니다! )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
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모나리자님/쀼님/2평님/맴매맹님
꽯뚧쐛뢟님/이웃집여자님/제인님/베이비파우더님/데후니님/안녕님/안열님/랭거스님/6002님/사랑둥이님
부릉부릉님/전봇대님/딸기님/설렘사님/소녀님/제이너님/경수하트워더님/민속만두님/시카고걸님/모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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