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세상에서 엑소가 사라졌다
prologue
'제 24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대상'
'EXO! 축하합니다'
꺄악. 들고 있던 치킨 닭다리를 내려놓고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 깜짝이야, 네가 상 받냐?' 라고 옆에서 핀잔주는 지연이를 무시한채 티비에 집중했다.
'네, 작년에도 저희가 이 자리에서 이 상을 받았는데요. 2년 연속 이상을 받게 되어 서가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작년에도 감사한다는 말을 자주한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호는 어쩜 저렇게 말을 예쁘게 할까. 시우민부터 세훈이까지 예쁘지 않는 구석이 없다. 수호, 타오, 첸, 찬열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오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까지 엄마미소를 지으며 본 다음에야 티비를 껐다.
"어휴, 진짜 저 빠순이"
"얘네가 데뷔했을 때부터 좋아한 거 알면서 왜그래, 새삼스럽게"
"지금봐도 새삼스러워 그렇지, 엑소가 뭐가 그렇게 좋냐?"
"그냥 엑소니까?"
무성의하게 대답하고 닭을 뜯어 먹는 내모습을 보던 지연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치킨을 들었다. 지연이에게 말한 그대로 횟수로 따지자면 벌써 3년이 다되어간다. 여자라면 다 한 번씩 청소년기에 좋아한다는 아이돌을 나는 좋아한 적이 없다. 나 모르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꼴이 웃겨서도 그랬고, 티비를 즐겨 보지 않아 요즘 누가 잘생겼고 어떤 노래가 인기 있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 한참 연예인을 좋아하던 지연이에게 '넌 널 좋아하지 않는 애를 뭐 그렇게 좋아하냐' 라고 핀잔을 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입학한 후 동기의 집에서 같이 음악프로를 본 날부터 예전의 지연이보다 더 심하게 엑소를 좋아하게 되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듯이 늦게 알아차린 덕심도 무서운지 나는 일명 빠순이가 되었다.
"너 이 세상에 엑소 없으면 살 맛도 안 나겠네?"
"야 말이라도 그런 말 하지마. 진짜 엑소 없으면 나 어떻게 살아?"
어느날, 세상에서 엑소가 사라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늦지 않은 시간에 지연이를 보내고 트위터로 오늘 애들 사진 프리뷰를 확인하다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어제 상을 받은 것에 대해 찬열이나 다른 멤버들이 뭐라도 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에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는데 어제 확인했던 현아의 글이 최신 글이었다. 어제 많이 피곤했나, 인스타를 아무도 안올렸네. 별 소득 없이 인스타그램을 닫고 서가대에서 찍은 고화질이 지금쯤이면 하나둘씩 올라왔을것 같아 트위터에 들어가 타임라인을 확인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누가 마치 초기화를 한번 누른 것처럼 타임라인이 깨끗하다. 트위터 어플의 일시적인 오류인거 같아 컴퓨터로 접속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을 켜 트위터를 검색하고 보는데 실시간검색순위 일위가 서울가요대상이다. 아, 서울가요대상 우리 애들이 대상받았는데 기사라도 볼까. 하는 마음으로 클릭을 했는데 기사제목이 하나같이 문제가 있다.
[태민, 서울가요대상서 대상 포함 3관왕 역대 최초 솔로 대상 수상]
[샤이니 태민, 서울가요대상서 솔로로 첫 대상 수상]
[서울가요대상 태민, 작년 샤이니대상에 이어 솔로로 대상]
기자들이 단체로 엑소랑 샤이니를 헷갈린 건가? 아니면 내가 어제 미처 다 보지 못하고 끈건가? 이상한 기분에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어제 서가대 대상 엑소가 받지 않았어?' 라는 글을 올리고 나와 함께 티비를 본 지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넌 애가 매너도 없게 잠을 깨워"
"아니. 지연아 나 뭐 하나만 물어볼려고"
"뭐"
"어제 우리 집에서 서울가요대상본거 기억 나냐?"
"...아, 어. 어제 치킨 먹다가 본거?"
"응 그거, 대상 누가 받았더라?"
"그 뭐냐... 태민 아니야?"
"어?"
"샤이니에서 솔로로 나온 애가 받았잖아,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나 다시 잘거야 끊어"
지연이와의 통화가 끊기고 모니터에 보이는 내가 아까 올린 글의 답변을 천천히 읽으며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생각이 든다.
어느날, 이 세상에서 엑소가 사라졌다
어느날, 세상에서 엑소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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