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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마루 밖을 내다보는데 사십 년 전의 기억을 떠올랐다. 이 마루에서 아래에서 혼례를 치뤘다. 그리고 마루 위에서 나는 한 사내와 간간히 담소를 나누었고, 미묘한 감정을 나누었다. 고작 열 한살에 집안 어른신들끼리 입 맞추어 혼사가 정해졌고, 어린 나는 혼례라는 개념이 없었으므로 네 어머니를 그저 같이 사는 여자 정도로만 여겼었다. 아무리 내외한들 그렇게 오랫동안 봐온 여자이니, 당연히 비밀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네 어머니와 나는 합방을 제외하곤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지내왔다. 그러던 내가 스무 살을 갓 넘겼을 때, 한 사내를 보게 되었다. 도 가의 막내 아들이었다. 삼형제 중에서 유난히 몸이 약해 잔병치레가 잦은 그는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는데 그 날, 산보를 걷는 마당에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그는 나를 보자 적잖이 놀란 눈치더구나.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당시에만 해도 나만큼 키가 큰 사내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도 그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는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나에게 도 가의 막내 아들이라고 소개를 하더구나. 후에 그와의 만남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나와 그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오랫동안 그와 눈을 맞추고 있게 되는가 하면, 나도 모르게 그의 흰 목에 시선을 두곤 했다. 방황 끝에 그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조심히 입을 맞추고 나서야 깨닫았다. 이것이 비역질이 아니고서야 무엇인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짧은 입맞춤은 아슬하리만큼 짜릿했고, 처음으로 느끼는 두근거림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다 그가 잠결에 만든 작은 기척에 놀라 허둥지둥 바닥에 요를 깔고 그를 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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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하얗고 말랐었다. 그는 이 후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었는데 몇 년 뒤, 해방이 되고 난 후에 다시 고국으로 귀향했다. 그와 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친구인 것처럼 서로에게 다가갔고, 종종 마을 정자 아래서 만나 친목을 다질 수 있었다. 외간 남자의 방문에 무거운 집 안은 한결 가벼워지는 듯 했다. 너희 어머니는 그가 방문하는 날이면 어찌어찌 조기 한 마리를 구해 달걀과 함께 대접하곤 하였다. 되새겨보면 너희 어머니도 그를.. 마음에 품고 있었을지도 모르는구나. 그렇다면 그것 또한 내 탓이겠지. 나를 남겨두고 네 어머니가 먼저 내 곁을 떠나고 나서야 내가 그녀를 얼마나 애달프게 하였는지 깨닫았다.
그는 일찍 요절하였다. 당시 서른이 갓 넘었을 나이었을텐데 일전에 터무니없는 죄명으로 일본 순사에게 끌려가 모진 일을 겪은 휴유증과 덧붙여, 결핵까지 앓았다고 하더구나. 사실대로 나는 그의 비고를 들었을 때, 파도치듯 밀려오는 허전함을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아아, 내가 그를 정말 사랑한 것이였구나! 가슴이 뻥 뚫릴 듯한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아 서러웠다. 네 어머니도 내 변화를 눈치챈 것인지 그의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네 어머니는 가슴 속에 그를 묻었을게지. 그리고 네가 태어났다. 하늘은 그를 데려가고, 너를 잉태하셨구나. 그 뒤로 이상하게 나는 유독 막내인 너에게 애틋함을 느꼈다. 너를 보면 그가 보였고, 너의 이름을 부르면 그가 뒤를 돌아보는 듯 했다. 너는 지금 이 아비가 우습지 않느냐? 같은 사내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연모의 정을 품다니. 너는 내가 네 어머니만을 보고 살았다고 생각했을 터인데 말이다.
나도 이제 백발의 노인이 다 되었다. 호상이다, 해도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되었단 이야기지. 모쪼록 사십 년 전, 청년이었을 적으로 되돌아가 그를 다시 한 번 만나 보았으면 좋겠구나. 하늘에 올라가게 되거든, 꽃을 두 다발 사가야 겠다. 하나는 네 어머니께, 다른 하나는 사십 년 만에 재회하는 그에게 말이다.」
그는 일찍 요절하였다. 당시 서른이 갓 넘었을 나이었을텐데 일전에 터무니없는 죄명으로 일본 순사에게 끌려가 모진 일을 겪은 휴유증과 덧붙여, 결핵까지 앓았다고 하더구나. 사실대로 나는 그의 비고를 들었을 때, 파도치듯 밀려오는 허전함을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아아, 내가 그를 정말 사랑한 것이였구나! 가슴이 뻥 뚫릴 듯한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아 서러웠다. 네 어머니도 내 변화를 눈치챈 것인지 그의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네 어머니는 가슴 속에 그를 묻었을게지. 그리고 네가 태어났다. 하늘은 그를 데려가고, 너를 잉태하셨구나. 그 뒤로 이상하게 나는 유독 막내인 너에게 애틋함을 느꼈다. 너를 보면 그가 보였고, 너의 이름을 부르면 그가 뒤를 돌아보는 듯 했다. 너는 지금 이 아비가 우습지 않느냐? 같은 사내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연모의 정을 품다니. 너는 내가 네 어머니만을 보고 살았다고 생각했을 터인데 말이다.
나도 이제 백발의 노인이 다 되었다. 호상이다, 해도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되었단 이야기지. 모쪼록 사십 년 전, 청년이었을 적으로 되돌아가 그를 다시 한 번 만나 보았으면 좋겠구나. 하늘에 올라가게 되거든, 꽃을 두 다발 사가야 겠다. 하나는 네 어머니께, 다른 하나는 사십 년 만에 재회하는 그에게 말이다.」
| 잘 보셨써여?;;;; |
단어선택 같은건 자비롭게 필터링해주세여... 새벽마다 쓴 거라서 글이 엉망이고 어설프거든여....;;; 13일만에 글쌈;;;;;나란 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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